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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Apr 24. 2024

어느 책방주인의 몹시 일본적인 에세이

[북리뷰] 쓰지야마 요시오.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돌베개. 2023

1. “일본적”이라고 느꼈다.     


 이 책은 대략 1000자 내외의 짧은 글을 모아놓았습니다. 그래서 한 편의 길이가 3장 정도 됩니다. 이런 짧은 글의 특징은 문장의 호흡의 경쾌하고, 글의 진행이 빠르다 보니, 꽤나 재미있게 글을 읽게 된다는 겁니다. 특히나 두 번째 글인 「행복의 신」은 제법 마음에 들어서 타이핑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1027자였습니다. 그 글을 옮기는 것만으로 리뷰가 완성될 것 같다 생각했지만,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보통 신문사 논설위원들의 기명칼럼인 횡설수설, 분수대, 만물상, 여적, 유레카 등이 대략 1000자 내외가 됩니다. 구성은 대단히 정석적이라서 개성이 묻어날까 싶지만, 막상 읽어 보면 필자에 따라 뚜렷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1000자란 정형화된 한계 속에서 기승전결이 뚜렷한 글을 참 잘도 써내지요.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도 경쾌하게 따라 읽을 수 있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기승전결을 갖추고, 결론에 도달하는 하나의 주제를 뽑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운까지 남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쓰지야마 요시오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뭐랄까요, 일부러 솜씨 좋게 빚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일제 소품의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묻어납니다. 20살 때 처음 접했던 바쇼의 하이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름날 풍경(風磬)처럼, 청아하게 울림을 남기지만 어째 공허한 느낌이 드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입니다. 

 그렇다고 58편의 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10할 대의 타자가 없듯이, 한 권의 모음집에서 모든 글이 다 뛰어난 경우는 지금껏 보지 못했습니다. 눈에 띄는 몇 편의 글이 그 한 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해 줍니다.          


2. 책방주인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썼다.


 쓰지야마 요시오의 첫 번째 책, 『서점, 시작했습니다』는 책방이야기를 책방주인이 쓴 글입니다만, 이 책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책방주인이 썼을 뿐입니다. 딱히 책방이야기는 아니란 거죠.

 물론 책방에 대한 언급은 차고 넘칩니다. 그야 글쓴이가 책방주인이니까요. 라면집주인이 글을 쓰면, 면 이야기나 라면 이야기 또는 라면집에서 만난 손님이야기가 대부분이 되겠죠. 책방 주인에게는 책방 안이 세계의 절반이고, 인생의 절반(자는 시간을 빼면, 7할까지 올라겠죠)이 그 안에서 흘러갑니다. 당연히 배경은 책방이 될 수밖에 없고, 만나는 사람도 책방과 관계있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리뷰 초반에 언급한 「행복의 신」이란 글도 글자 몇 개를 바꾸면 혼야(本屋)에서 라멘야(ラーメン屋)나 사케야(酒屋)로도 바꿀 수 있을 정도죠.     


 글이 전체적으로 상당한 감정의 절제를 보여줍니다. 속내를 쉽게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 에티켓이라도 되는 듯, 속시원이 털어놓고 불평을 해도 괜찮을 듯한데도 그리 하지 않습니다. 숀 비텔의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도 있을 텐데도, 쓰지야마 요시오는 차분하게 책방 손님들에 대한 예의를 다합니다. 이런 면에서도 ‘일본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3. 책방주인에게는 이런 책이 필요하다


 독자입장에서 책방주인이 써주었으면 하는 책은 책방개업기인 『서점, 시작했습니다』가 되겠지만, 정작 책방주인에게 필요한 책은 이 책입니다.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이 마음 편하게 ‘기념품’으로도 사들고 갈 수 있는, 돌아가는 길에 전철 안에서 펼쳐 읽으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 말입니다. 짧고 경쾌한 문장 덕에 쉽게 읽히고, 너무 얇지도 않아서 독서효능감까지 갖출 수 있고, 문고판이라 비싸지도 않아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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