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철 Mar 11. 2022

[북리뷰] 손정승, 음소정_『고마워, 책방』

2021, 유유. “기획, 편집, 디자인의 잘못된 삼위일체”

 관악중앙도서관에 관심도서로 저장해놓았던 두 권을 책을 차례대로 두 권 대출했다. 집에 돌아오는 저녁길에 신림역에서 수령할 수 있는 분량이 두 권이라서 말이다.

 공교롭게도 《고마워, 책방》과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였다.


 공교롭다 표현한 이유는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이상한 비호감들의 교집합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6일,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주최했던  “2021 출판아카데미 <출판창업자의 세계 – 출판의 고민과 재미>”에서 서점의 입고 원칙에 대해 이야기했던 두 사람의 책들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좋았지만, 몹시 불만족스러웠던 두 개의 세션이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의 첫 세션과 손정승&정지혜의 세션이었다.

 조성웅 대표의 세션은 내용도 부실했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무척이나 산만해서 보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다른 세션에 대한 감상은 원래 썼던 절제된 표현보다 첫 느낌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더 나을 듯싶다. “자기류의 사고가 심해지면 이런 똘아이들이 나오는구나”가 강연을 보던 내내 들었던 생각이었다. 서점의 입고원칙이나 큐레이션의 원칙 수립이 결국 그 서점의 콘셉트가 되고 아이덴티티가 된다는 점에서 꽤나 심각하게 고민해보던 시기였기에, 그 둘의 발언들은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번역서에서 처참한 제목 장난질을 친 출판사가 유유였다는 몹시 불쾌했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유유의 제목 장난질은 거의 디폴트값인 듯싶을 정도로, 이 책들에서도 한결같았다. 비호감은 더욱 깊어졌다.

 이렇게 비호감으로 시작되는 책읽기는 대부분 즐겁게 끝나지 않는다. 의외로 멋진 책을 만나서 나의 선입견을 자책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게 일반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1. 제목과 따로 노는, 엉뚱한 일기

 부제는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 10년의 이야기’의 이야기다. 제목만 봤을 때는 10년이란 연대기를 갖춘 이 훌륭한 책방의 중요한 순간들을 조명한 꽤나 흥미진진한 서사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제목이지만...

 그런 건 없다. 절반이 여느 책방지기라면 할 수 있는 잡답으로 채워졌다. 물론 절반 정도는 정독할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뒤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할 테지만, 그래서 책의 편집이 참 아쉽더란 말이다.

 되레 지금까지 10년간 땡쓰북스를 취재했던 글들을 아카이빙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책의 구성이 엉성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참 크다. 2/3를 걷어내더라도 흥미롭게 읽히는 구석이 여럿 있기 때문에, 읽어보는 편이 좋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서 말이다.



2.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 조잡한 목차

 이 책의 총체적 난국은 편집자의 책임 방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출간 기획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원고들로 어떻게든 책을 엮어내려다 보니, 목차가 엉터리가 됐다. 10년간의 서사를 1년마다 반복되는 월(月)로 만든 것부터가 패착이지만, 그 달에 맞는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도 아니라서 더더욱 쓸모없는 목차가 됐다. 머리말과 목차만큼 책을 선택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없는데, 그것들이 완전히 무력화됐다. 땡쓰북스의 책방지기들이 쓴 책이라서 어떻게든 붙잡고 끝까지 읽어 보았지만, 한숨 쉬며 책장을 덮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순전히 기획과는 들어맞지 않는 원고들을 우겨넣어 책을 만든 편집자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3. 열독을 방해하는 거지같은 북디자인

 유유의 북디자인은 늘상 불만스러웠지만, 이쯤 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젖게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하 과감한 1도 인쇄야 그렇다 치자, 이렇게까지 조악해도 되나 싶은 인쇄품질에는 탄식을 뱉게 된다. 보정을 해보긴 한 건가 싶은 삽입사진은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쇄됐다.

 무엇보다 불만족스러운 건 꼴리는 대로 그냥 막 가져다 쓴 폰트와 여백관리 그리고 정렬방식이다.

 기존의 규칙을 깨뜨려서 더 큰 생산성이나 예술적 성취를 가져왔을 때에야 비로소 파격이라 불린다. 코덱스의 형태가 정착된 이래로, 인지과학적으로 규격화되 형식을 깨뜨렸다면 그 둘 중에 하나는 잡았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저 ‘규격 미달’일 뿐이다.

 답답함이 느껴지는 여백에 잘 읽히지도 않는 산세리프 폰트를 가져온 것부터가 엉망진창이다. 게다가 멋대로 한 들여쓰기도 짜증을 보탠다. 의도된 하나 하나, 그 어느 것도 빠지지 않고 불쾌한 독서 과정에 착실하게 복무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리뷰] 황부농,서귤_『굶어죽지 않으면 다행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