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 2018. "기본이 안 된 문장, 구성 그리하여 책이 되기 힘든"
사실 책방의 책을 다 같은 온도로 사랑하지 않는다. 지난번 총판에서 구입한 어떤 책은 3분의 1 정도 읽다가 도저히 더는 읽을 수가 없어서 내려놓았다. 추천은 고사하고 김치 없는 김치부침개를 먹는 중이라고 쓰려다 말았다. - 177쪽
보이는 이미지만큼 내용도 좋아야 하니까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자. 앞위 맥락은 잘 몰라도 어쨌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할 것이다. 없다고? 그럼 두세 페이지 앞뒤로 더 넘겨보자. 이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없다고? 그럼 그냥 덮어라. 3분을 투자했는데도 펀치라인이 없다면 차라리 힙합을 들어라. - 219쪽
‘작은 책방’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평가하자면 거의 무가치한 공간이다. 수익 구조가 지독할 정도로 열악하다. 먹고사는 데 있어서 거의 절망적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책방에는 자본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사람, 이야기 재미, 응원, 연대, 자유, 성찰, 고민거리 같은 것이다. - 6쪽
이후북스가 어떤 콘셉트의 책방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작은 책방들은 한 가지 콘셉트를 가지고 개성 있게 꾸려나가는 곳이 많아서인 듯하다. 그러나 이후북스는 콘셉트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파는 것이 전부일 뿐. - 21쪽
작가가 되고 싶다. 작가란 무엇인가? 누구를 작가로 부를 수 있는가? 책을 내면 작가라 부를 수 있는가? 그을 쓰면 작가인가? 작가란 책상에 앉아 미간에 주름을 잡고 글을 쓰는 사진 한 방이 있는 이들인가? 라는 고민을 서귤은 했을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무엇보다 책을 내고 싶다. 책을 어떻게 내지? 내 글과 내 글미을 누가 책으로 만들어주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책을 내지? 출판사의 기준에 부합해야 하나? 타인의 기준을 내가 받아들여야 할까? - 207쪽
우선 책을 읽으면 단어를 많이 익힐 수 있고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선 머리를 좀 굴려야 하고 그럼 바보가 되는 걸 더디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 감정의 배설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리고 땡? 인가?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다음 스텝은, 내가 조금 불편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 216쪽
그러나 이것도 장사니까 손해 보지 않으려면 다방면으로 노력은 해야 한다. 당연히 수익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북스는 내 수입원의 전부다. 다른 일을 하며 취미 삼아 하는 게 아니다. 수입을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먹고살 만큼 벌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다방으로 돈 벌 만한 일들을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 순수하게 책이 좋아서 손해 보더라도 하는 게 아니다. - 25쪽
“사람들은 책방 주인이면 책방에 있는 책을 다 읽었을 거라 생각하나 봐. ‘이 책은 어때요?’ ‘재밌나요?’ 물어보는데, 잘 봐라 여기에 책이 한두 권 있냐? 열댓 권 있냐? 수백 권이 넘어. 그리고 서가에 책 바뀌는 거 봐봐. 같은 책만 파는 것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눈이 있으면 직접 보고 판단해.” - 47쪽
책방 운영 6개월 차에 깨달은 건 책보다는 먹을 걸 팔아야 많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 65쪽
얼마 전에 “책방, 돈 벌려고 하는 일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오, 세상에나 네상에나! 처음에는 그말을 듣자 당황스럽고 서운했다. 내 노력을 모르는구나 싶어서. 나도 참 불쌍하네, 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돈도 못 벌면서 이 짓거리를 하는 걸로 보이는구나 싶어서.
그런데 또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정말 돈을 많이 벌려고 들었으면 책방이 아니라 다른 일을 했겠지. - 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