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쓰지야마 요시오. 서점, 시작했습니다. 한뼘책방. 2018.
하나의 서점이 탄생한 경험을 써서 남기는 일이 어느 지역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팔며 살고 싶은 사람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을 팔며 살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책을 팔고 살고 있는데 책을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 책의 목차만 흉내 내도 좋은 책이 나올 테니까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세 배나 많고, 도서수요도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양질의 출판문화 관련 도서가 나오는 듯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출판문화는 우리와 다르다’는 꼴같잖은 생각으로 일본책들을 경원시했던 저의 ‘병신력’을 자꾸만 반성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3년 전에 제게 충고할 수만 있다면, 일본 도서들부터 꼼꼼히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보통 책방개업기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는 세 가지로 나뉠 듯합니다. 첫 번째는 어떤 콘셉트의 책방을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브랜드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그 브랜드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식시키느냐 하는 브랜딩의 문제일 겁니다. 여기에 자영업으로서의 책방운영에 대한 실무 정보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책은 그 세 가지를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에 드는 구석은 바로 사업계획서입니다. 마치 이 책을 읽고 나서 쓴 것 같이, 거의 비슷한 생각을 쓴 글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16년의 결산 내역까지 공개하고 있어서, 책방 타이틀과 같이 운영한다면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수익이 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보니, 몹시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만든 사업계획서가 나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점포 계약을 성사했을 때, 또 하나는 대리점이나 은행과 계좌를 틀 때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면 “여기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건 괜찮을 거 같다"라는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그 의견들을 반영하여 사업계획서를 다듬어감으로써 만들고 싶은 가게의 윤곽이 점점 정해집니다. 자신의 사고를 몇 장의 종이에 정리해 두는 것은, 아직 가게도 없는 시기에는 되돌아갈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 57쪽
책방뿐만이 아니라 자영업을 운영하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소한 문제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나 고객경험 Customer Experience과 관련된 작은 사안들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생각해 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고객에게 책을 전달할 때 패키징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사소하지만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합니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도 쓰지야마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양상규의 책에서도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꽤나 놀랐더랬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밖에 없었죠.
1권에 500엔 하는 문고본에 10엔이나 하는 북커버를 씌워서는 이문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인쇄를 하여 제작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동시에 Title의 로고가 들어간 비닐봉투의 견적도 받았는데 이것은 2만 매를 만들면 장당 6엔, 아스쿨이라는 회사에 부탁해도 5엔쯤 했습니다. 그런 가격이라면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부탁하기로 했습니다. 손님이 서점 로고가 찍힌 봉투를 들고 거리를 걸으면 홍보도 될 테니까요. - 108쪽
책방주인이 쓸 수 있는 책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하나는 실용서에 가까운 책방개업기입니다. 이철재처럼 무슨 공공기관 보고서 쓰듯이 하면 ‘폭망’하겠고, 김진양처럼 너무 말랑하게 써서 이게 에세이인지 책방개업기인지 모르겠을 정도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책방개업기는 딱 그 목적에 맞게, 그래서 ‘잘 쓴 보고서’처럼 흥미롭게 읽히는 정도가 좋습니다. 김민채나 양상규의 책이 그렇습니다. 마치 이 책을 읽고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시기적으로는 이 책이 먼저 출간됐기에 그렇습니다.)로, 책방개업기로써 깔끔하게 잘 구성됐습니다.
두 번째는 에세이입니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문학적 심미성을 갖춘 문장으로 다듬어 내기에 에세이만 한 게 없을 테니까요. 맘먹고 쓰기 시작하면 못 쓸 것도 없고, 이걸 도대체 무슨 글이라고 분류해야 하나 싶은 글도 쓴 사람이 에세이라고 우기면 에세이가 되는 현실을 감안해 봐도, 에세이는 책방주인 쓰기 참 좋은 책입니다. 잘 쓰면 좋겠지만, 못 써도 쓸모는 있습니다. 책방 방문 기념품으로 사서 들고 갈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상품이 되기 때문이죠. 책방탐방기 같은 책도 이 분류에 넣을 수 있을 듯합니다.
세 번째는 전문서적입니다. 누구나 쓸 수는 없고, 극히 소수의 전문가인 책방주인들이 쓰고 있습니다. 책방과는 관련이 없는 책인 경우이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의미 없는 분류이기도 합니다.
쓰지야마 요시오 역시, 첫 번째 부류의 책인 이 책을 2017년 1월에 출간했고, 두 번째 부류의 에세이인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을 2020년 1월에 펴냈습니다. 국내에는 2018년 11월과 2023년 1월에 소개됐습니다. 그 에세이는 바로 다음 리뷰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재밌습니다. “저자가 쓸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밑바닥과 대면하고 편집자가 그 생각을 헤아려 합당한 형태로 감싸고, 그것을 정중한 판촉으로 전”한 책들이라서, 일본에선 둘 다 “잘 팔린 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을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책방주인들이 있다면, 여기 그 모범답안이 있습니다.
쓰지야마 요시로는 ‘혼야 타이틀’이 “책을 중심으로 하나의 장소에 사람이 모이는 살롱”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벤트 때는 토픽과 작가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평소에도 손님과 점주가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Title은 간판이나 로고 등에 가게 이름을 쓸 때 이름 앞에 ’本屋‘라고 씁니다. Title만이라면 무슨 가게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손님에게 책을 파는 장소라는 의미를 넣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방이라고 쓴 것에는 약간의 자부심도 있습니다. 책을 쓰는 것, 세상에 내놓고 싶은 누군가의 책을 만드는 것,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파는 것, 그 모든 것이 책을 둘러싼 책방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책에 관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의미도 담아 本屋 라고 쓰고 있습니다. - 188쪽
쓰지야마는 오랜 세월 대형서점의 서점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때 체화된 서점인의 자세는 자기 책방을 열면서 '혼야'로서의 자기 인식도 강해진 듯했습니다. 경험과 비전을 모두 갖춘 책방주인답게 자부심도 높은 편이지만, 앞으로의 책방에 대한 변화에게 민감합니다. ”책을 팔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취급하며 그것을 일로 삼는 것이라는 넓은 의미로 파악"하고 있어, 책을 파는 본업에 더해서 '장사로서 서점'을 성립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이분샤 기치죠지점을 디딤돌 삼아 자신의 책방 세이코샤를 차린 호리베 아쓰시도 그렇고, 쇼시기스이이
키를 연 기타다 히로미쓰도 그렇고, B&B의 우치누마 신타로도 그렇듯, 2010년대 초중반에 서점을 꾸린 일본 책방주인들 사이에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습니다. '책만 파는 책방'만으로는 안 된다, 커피도 팔고 굿즈도 팔면서 책방이란 공간을 책을 경험하거나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문화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말이죠. 18세기 프랑스의 살롱까지는 힘들더라도, 그런 인적교류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말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도 책을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일부러 먼 곳에 있는 서점까지 가서 책을 사려는 사람이 있는 것은, 상품을 사고 싶거나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서점에 가는 체험을 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가게 안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면 더 즐거울 것입니다. 카페나 갤러리 등 다양한 유인 요인을 만듦으로써 가게로 찾아올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 68쪽
그래서일까요, 도쿄 스기나미구의 한 간판건축(1920~30년대 목조상점의 파사드를 가리개처럼 만들고 거기에 재미있는 장식을 붙인 주거병용의 상점건물)에서 카페, 갤러리, 서점을 한 곳에 몰아넣은 '혼야 타이틀'을 2016년 1월에 개업했습니다.
나만의 책방이 누가 봐도 근사한 브랜드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술술 운영될 리는 없습니다. 그 브랜드를 고객에게 알리고, 경험시키고, 다시 찾게 만드는 마케팅 활동이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아닌 책방주인들 입장에선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이나 브랜딩 전략을 짤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의 통빡'이란 게 있습니다. 그 업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매뉴얼화된 지식 위에 경험에서 잉태되는 전망이 덧붙여지는 겁니다. 그렇게 마케터가 아닌 책방주인들이 마케터만큼이나 브랜딩을 잘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쓰지야마의 책방 타이틀을 통해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가. 서가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서점과 카페의 위치가 정해지자, 들어왔을 때 왼쪽이 생활과 어린이책, 오른쪽이 예술서·문예서·인문서 등의 전문서, 그것을 잇듯이 한가운데에 신간을 중심으로 한 평대와 문고본 책장을 놓기로 금방 정할 수 있었습니다. 요리나 생활에 관한 책, 그림책은 모두 가정 안의 것이어서 하나의 그룹으로 모으는 경우가 많고, 문예서·인문서·예술서 등은 모두 판형이 비슷하여 하나의 그룹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간 진열대나 문고본 책장은 다양한 주제의 책을 품게 되므로, 두 가지 세계 사이의 가교 역학을 할 것 같았습니다. - 95쪽
서가를 꾸리는 일은 그 책방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일임과 동시에, 그 책방의 가장 직관적인 영업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서가를 꾸리는 원칙은 어떤 책을 매입할 것인가의 문제도 크지만, 그 책들을 어느 서가에 어떤 식으로 진열할까도 꽤나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대로 따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맥락만큼은 책방 타이틀의 원칙들은 벤치마킹해 볼만합니다.
저의 가게에서는 현재 세상에서 잘 팔리고 있는 베스트셀러를 포함하면서도, 어떤 가치관으로 통일된 책들을 핵심으로 비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Title의 경우, 미스즈쇼보, 하쿠스이샤, 치쿠마쇼보, 헤이본샤 등에서 나오는 인문, 문예, 예술 등의 장르에 강하고, 조용하고 품위 있는 책을 많이 내고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골랐습니다. - 91쪽
그대로 따라 하기 힘들다는 점은 바로 매입 대금 부분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 도매시장의 변화는 이제 북센과 교보문고의 양강구도로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책방 타이틀처럼 1만 권 정도의 도서를 상시로 구비하고 있기에는 초기 투자 자금도 만만찮거니와, 위탁판매보다는 매절이 많아진 상태에서 재고 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다종 다수의 도서를 취급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이 부분만큼은 어떻게 해도 벤치마킹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는, 상품의 균형을 위해 저의 기호에 의지한 핵심적인 것을 40% 정도,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책 중에서 고른 것을 60퍼센트 정도로 할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개점해 보니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는 복잡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개점하고 일주일쯤 지나자 상정했던 것보다 실용적인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역 앞의 큰 서점이 아니라 일부러 Title을 찾아오는 손님은 역시 다른 데에 없는 것을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이렇게 뭔가에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게에는 어차피 자신이 늘 사 는 책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아예 가게로 들어오지 않거나 쓰윽 둘러보고 금방 나가버리는 손님도 많았습니다. - 132쪽
사업은 예측한 대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전략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빠르게 수정해야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늘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지도 몰라요’라는 메시지"가 되길 바라며 잡지를 쇼윈도에 진열하기 시작했다던가, 쇼윈도와 계산대 옆에 ”가게에 없는 책은 주문해 드립니다"라는 포스터를 붙여두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책방 타이틀은 물론 엄청나진 않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나. 카페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저희가 카페를 하려면 뭔가 이거다, 하는 특징이 필요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여 집에서도 드립 해서 마시기는 했지만, 장사로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커피콩은 그때까지 자주 이용했던 기치조지의 ‘가배 산보’에서 볶은 것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싱글 커피콩 5~8종류를 사 와 콩의 비율을 조금씩 바꾸며 마음에 드는 맛을 찾았습니다. 아내는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맛의 커피를 내놓고 싶다"고 늘 말했는데, 그것은 요식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소중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의 기호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놓은 다음에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념할 수 도 있는 법입니다. - 102쪽
'업'에 대한 기본 태도가 참 까다로워서, 일본인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리 동네의 한 서점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그곳의 정성스러운 융드립 커피에서는 에티오피아 시다모의 산미가 제대로 느껴졌었습니다. 남편이 커피를 내리고, 아내가 서점 업무를 전담하는 우리 동네의 서점도 그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지야마 부부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맛이 정해질 때까지는 두세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고쳐 쓴 끝에 만들어낸 레시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메뉴의 수를 처음부터 무리하게 늘리지 않기로 한 뒤, 천천히 하나씩 늘려나갔습니다.
다.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책방 타이틀의 기본적인 홍보전략은 SNS와 블로그였습니다.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무엇보다 블로그의 정례적 포스팅은 여러모로 다양한 쓰임새를 보여줍니다. 그 자체로 홍보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건 당연하고, 그 원고를 활용해서 다음 집필 과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채도운의 브런치북이 책이 되고, 그 책은 보틀북스의 중요한 브랜딩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게 떠오르더군요. 부지런히, 정례적으로 블로그를 운용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개점 준비와 병행하여 블로그를 쓰는 것은 가게를 열려고 생각했을 때부터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Title 이전에도, 그런 시도를 하고 개점한 서점 몇 군데를 봤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게의 블로그를 보고 생각한 것은 처음에는 자세히 쓰지만 개점 준비에 바쁜 나머지(이건 상상입니다) 어느덧 새로 올리는 글의 빈도나 문장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제 블로그에서는 일정한 빈도로 개점 전날까지 계속 새로 올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개점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 결정한 일 등 다양한 것을 총망라해서 쓴다면 개점을 위한 좋은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114쪽
매체와의 연결도 제법 중요합니다. 네이버에 언론사 제휴가 되어 있는 매체와의 인터뷰나 원고 게재 같은 일은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언론사들의 특성상 잘 나가는 곳에만 몰리는 편이어서,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보이긴 합니다. 인터뷰할 시간도 없이 바쁜 쪽엔 제의가 많이 들어가지만, 시간이 넉넉한 쪽엔 제의 자체가 안 들어가죠. 그러니 뭔가 거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책방 타이틀의 전략 중에 하나가 바로 갤러리인 거죠. 처음에는 갤러리 행사를 핑계로 먼저 접촉해 보기도 했는데, 자리가 잡히니 거절하고 싶은 포맷의 언론 출연을 제의 받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하네요.
Title에는 큰 서점에서 하는, 전시 기간 중에 내요이 바뀌어가는 도서 판매회를 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2층의 전시 기획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알릴 수 있어 전시하는 작가의 팬은 물론이고 어렴풋이 ‘언제 한번 가볼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을 모처럼의 기회라며 가게로 부르는 요인이 됩니다. 전시 시간은 2,3주인데, 전시 내용의 폭을 넓힘으로써 매번 다른 손님을 부를 수 있습니다. - 148쪽
책방 타이틀은 이커머스를 조금 일찍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 개업하고 그 해에 바로 이커머스 솔루션을 활용해서 인터넷 도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 덕에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익을 보전할 수 있었다고도 합니다.
웹숍도 실제 점포와 마찬가지로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일부러 Title을 선택하게 하려면 먼저 실제 점포를 알게 할 필요가 있고, 다른 사이트에는 없는 뭔가 독창적인 서비스를 생각해야 합니다. Title은 웹숍을 열 무렵 트위터로 책을 소개하는 것이 가게의 특징이 되기도 해서, 웹숍에서 구매한 사람에게는 계절마다 책을 소개하는 에세이 「seasons」를 종이 한 장에 정리해서 상품을 보낼 때 동봉하기로 했습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손님과 온기 없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 156쪽
어느 나라나 인스타그래머블한 서점의 비애는 같은 모양입니다.
특히 최근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SNS에 올리기 위해 서점에 오는 사람입니다. 몇 명이 함께 와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대충 가게 안을 둘러보고 카페의 메뉴도 보기만 할 뿐이며 갤러리도 올라갔나 싶으면 금방 내려옵니다. 재미없었나 보다고 생각하면, 가게 밖으로 나가서 즐거운 듯이 기념촬영을 합니다. 뭘 하러 왔나 싶지만,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도 정보의 소비욕은 그것으로 완료되겠지요. 그런 사람을 보면 정말이지 슬퍼집니다. - 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