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철 Apr 26. 2024

'남편 책방 관찰기'라는 근사한 구실

[북리뷰] 안현주. 하다하다 책방이라니. 롱롱어고우. 2021.

1. 남편 책방이라고 표현하기엔 어폐가 있다.

 이 책은 책방의 실무일기도 아니며, 책방 운영 성공기는 더더욱 아니다. 남편의 책방 운영을 4년째 지켜본 아내의 기록이다. - 여는 글

 부부 중 하나가 하는 자영업이란 것을 옆에서 지켜만 보긴 힘듭니다. 한 발을 담그던가, 아니면 아예 자기 일에 바빠서 쳐다도 못 보던가, 둘 중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이 잘 풀리면 가족의 즐거운 추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자영업은 그렇게 가족의 늪이 되곤 합니다.

 그렇다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도 아니어서 독자적으로 '책방의 실무일기'를 자신 있게 써 내려갈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책방이 몹시 잘 돼 누가 봐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해도, 쉽사리 '책방 운영 성공기' 같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런 식의 자평을 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경주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의 양상규 정도가 잘 운영하고 있다고 자평할 정도니까요. 그러니 '책방 운영 성공기' 같은 건 애초에 쓰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책이고, 또 왜 살펴봤을까요?

 제목에서도 드러나다시피, 이 책에 실린 글은 유머와 위트를 기본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진중하게 책방 운영의 난점들을 고민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며, 뷔를레스크적 장치를 통해 비극적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편하게 말해서, "인생 뭐 있어? 별 수 없잖아? 그냥 웃고 넘겨~"라는 다소 관조적인 글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문학의 한 갈래인 에세이가 되는 것이며, 그렇다면 문체적 미학과 주제의식이 드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종종 씩 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자기 선언이기 때문에 그리 신뢰할 수는 없지만, '관찰자'의 시선이 때론 날카로울 때가 있습니다. 남 얘기 할 때, 특히 남을 씹을 때만큼 인간이 예리해지는 순간도 드물죠. 마치 제가 리뷰를 쓸 때처럼 말입니다. 세상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싶게, 쉽게 남을 헐뜯을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법 건지는 것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니 좀 더 온화한 스탠스의 관찰자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겠죠.

 책방주인은 아니지만 책방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책방주인에게 호의적인 입장의 관찰자가 전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분명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읽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리뷰에 옮겨야겠다 싶을 정도는 아니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파주의 '오래된서점'에서는 이 책을 전시하고 소개하면서 내방객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체출판사의 소규모출판물입니다. 들인 품을 생각하면 참 고생스러웠겠으나, 여기서 파생되는 책방 프로그램의 연계성은 또 대단해집니다. 책방 운영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는 거죠. 



2. 출판사 롱롱어고우는 지금까지 단 한 권을 출판했다.


 2020년 6월 30일 출판사로 등록한 롱롱어고우는 지금까지 이 책 단 한 권만을 출판했습니다. 바로 이 책이죠. 출판사의 주소는 아마도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 697-9번지일 겁니다.

 출판사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워낙 간단해서, 이렇게까지 쉽게 출판사를 만드니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고제이다 보니, 진짜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 보통은 점포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합니다만, 몇몇 업종은 무점포 창업이 가능합니다. 출판사가 그중에 하나고요. 그래서 집주소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구청(또는 시청이나 군청)에 신고만 하면 됩니다. 사업자 등록을 안 해봐서 그렇지, 해보면 어려울 건 없습니다.


 자가출판을 하거나 소규모출판을 할 때, 그러니까 독립출판을 할 때 굳이 'No-ISBN'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나중을 위해서라도 ISBN을 발급받는 게 좋습니다. 출판 경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ISBN을 입력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0~30인의 공저 도서를 찍어내는 공장 같은 출판사들도 생겨났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어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저서 실적이 필요한 이들에게 ISBN을 제공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인 거죠. 그래서 이런 출판사를 걸러내야 출판문화가 좀 더 건전해질 것이란 비판도 거셉니다.

 아무튼 ISBN 발급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출판사 등록이 됐으면, 국립중앙도서관에 ISBN/ISSN납본시스템에 등록하기만 하면 발급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ISBN을 받아두는 것만으로도 독립출판물에게 열리는 문이 상당히 늘어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