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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Apr 07. 2023

책방 주인이 책을 쓴다는 것

책방 마케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책을 쓰는 것이다.

1.

 동네책방을 열어볼 생각이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금의 내 대답은 '책을 쓰라'는 것이다.



2.

 어떤 자영업이든, '장인정신'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장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인이라 불릴 수준의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그에 합당한 물적 토대를 이루어 놓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천부적인 재능을 생초짜시절부터 보여주는 특이한 케이스를 자신도 발현해 낼 수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을 가지지 말자. 워낙 특이하다 보니 눈에 잘 띄기는 하는데,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그냥 로또를 사는 게 더 빠르다.


 그렇다 보니, 동네책방을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장인정신을 드러내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쓰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팔아야 할 물건인 '책'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유통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책을 구매하는 고객의 상당수에 내재되어 있는 '작가 선망'을 충족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방지기'라는 낭만적 분위기를 파는 것이 동네책방 마케팅에서 참 중요하다. '책을 쓰는 사람'이 운영하는 책방은 기본적으로 아우라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책을 써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계획서'를 쓰고, 향후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어내 낸다는 점이다. 그 역으로도 가능한 말인데, 사업계획서를 잘 써내고 그 안에서 마케팅 계획을 제대로 짜낸다면 책 한 권 써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 흔한 사업계획서 하나 안 써보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마케팅 플랜은 고사하고 자신의 업이 가지고 있는 콘셉트조차 언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천지삐까리다.

 나는 어떤 책방을 하고 싶은지부터 시작해서, 서점업의 문제 분석, 그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 도출, 향후 책방의 성장 전략과 인적 구성과 그 활용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청사진이 그려진다. 그 고민과정들을 잘 정리해 보면, 30절판 책의 60~70페이지 분량의 글이 나온다.

 좋게 말해 벤치마킹, 솔직하게 말해서 염탐하고 다닌 남의 책방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으로도 거의 같은 분량의 글이 나온다. 그렇게까지 안 나온다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될 때까지 돌아보고 정리하시라. 그렇게 책 한 권을 정리해 내는 책방지기들도 있으니 말이다. 

 책방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그리하여 무엇을 '광고'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만도 또 같은 분량이 나온다. 남들이 다 하는 거 우리도 한다는 건 기본으로 알려야 한다. 남들이 안 하는데 우리만 하는 건 더 힘줘서 알려야 한다. 알리려면 열심히 고민해서 글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돈이 썩어나서 대행사에 맡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직접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머리 터지게 정리하다 보면, 이것도 결국은 콘텐츠가 된다. 쌓아가다 보면 무시 못할 분량이 된다.

 여기에 '계획의 그럴듯함에서 느꼈던 설렘'과 '수행의 어긋남에서 왔던 당혹스러움' 그리고 '나온 결과의 부족함에서 뼈저렸던 낭패감'을 잘 버무려낸다면, 꽤 '있어 보이는' 글이 된다.



3.

 그렇다면 책방 주인들은 어떤 책들을 썼나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나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책방 주인들의 책을 들여다본 것도 아니며, 그럴 작정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빠짐없이 살펴볼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책들만으로도 적지 않다 싶어 조금은 으스대는 꼴을 보일 작정이다.


가. 에세이類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써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책을 써야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글감이 잡히는 잡히는 대로, 글이 써지는 대로 아무 글이나 우선 써보는 경우가 잦다. 그렇게 막 쓰다 보면 꽤나 많은 글뭉치들이 모아지는데, 그걸 얼기설기 엮다 보면 대략 '에세이집'이라는 형태의 글이 나온다. 대부분 그렇게 쓰인 글들은 휘발성이 강해서 읽을거리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평상시 글쓰기가 충분히 훈련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상황이 꽤 달라진다. 책방 운영의 간난스러움이 잘 드러나면서도, 에세이가 갖추어야 할 문체 미학도 어느 정도는 확보할 뿐만 아니라, 책방이라는 공간에 글들이 응집력 있게 뭉치면서 단단한 독서경험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다음 6권의 책을 추천해 볼 수 있다. 물론 처음 읽고 나서는 혹평을 했던 책들도 제법 있다.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다 보니 투정이 심했던 것이다. 그저 에세이로 들여다본다면 그런 혹평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다음에 소개하는 책들은 독서해 보길 추천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나는 이런 책까지 읽어 봤어요"라고 으스대면서, "이건 좀 별로입니다"라며 젠체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특히나 『동네책방 분투기』는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이유가 됐다. 



나. 실용서類

 글을 써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책이란 형태를 갖추도록 작정을 하고 글을 써보자라고 하면, 대략 목차가 구성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게 된다. 그렇게 구조가 갖추어진 글을 쓰다 보면 괜찮은 실용서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책을 쓰게 되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서점학교'나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서점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의 강사로도 초빙될 수 있다. 그 이외에도 책방창업컨설팅 같은 것도 해볼 수 있게 된다. 몇몇 책방에서는 책방 창업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도 가져가곤 하는데, 그럴 때 여러 모로 편리해질 수 있는 책이 된다.

 노명우 선생이 니은서점을 준비할 때는 아직 나오지 않았던 다음의 책들은 이제 책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될 듯하다.

 김소영의 책은 이 범주에 넣어주기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으나, 이미지 6개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넣어 보았다. 책의 앞부분은 다음 범주에 들어가야겠지만, 뒷부분만 보면 또 여기에 들어오기 충분하긴 하다. 




다. 책방탐방기類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작업 중에 하나가 시장조사다. 시장조사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어떤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소비되고 어떤 평가를 받지는 측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1인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채택하는 시장조사 방식은 '벤치마킹'이 되곤 한다. 그렇다, 그냥 남의 가게 살펴보는 것이다.  책방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보통 남의 책방은 어떻게 운영되나 살펴보러 가곤 한다. 이미 위에 소개한 책방 주인들의 태반이 그런 궤적을 밟아왔다.

 삶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알게 된다. 생초짜의 방문기와 어느 정도 책방을 운영해 본 책방 주인의 방문기는 꽤나 차이가 나게 된다. "임자 해 봤어?"라는 가소로운 발언이 아주 형편없는 개드립인 것만도 아닌 이유다.



라. 일본 혼야(本屋)들이 쓴 책

 일본어로 '-야(屋)'는 특정 점포의 형태를 규정할 때도 쓰지만, 그런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이자카야라고 하면 술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술집주인을 말하기도 하고, 혼야라고 하면 쇼텐(書店)이나 쇼보(書房)와 같은 의미인 책방이란 뜻도 있지만 그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을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다음에 소개할 일본 책방 주인들이 쓴 책에서 책방주인이나 책방지기쯤으로 번역해야 할 부분에서 몹시도 어색하게 책방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여하튼 일본의 마치노혼야(街の本屋, 흔히 동네책방으로 번역)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제법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있다. 다음 세 권 정도의 책을 추천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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