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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Apr 27. 2022

[북리뷰] 이철재_『동네책방 운영의 모든 것』

서울:책인감, 2022. "유용하지만, 조악한..."

동네책방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일이다.
이 책이 그런 이들에게 수익 창출의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복합공간으로서 책방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혹은 해결해 나가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1. 유용하다.

좋은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는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방 역시 자영업이란 점, 특히나 1인 자영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란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글을 써내려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폭이 넓어진 대신 깊이가 얕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개론서의 한계다.



2. 재미없다.

세상에 재미있는 매뉴얼은 없다. 

진짜 매뉴얼 작성하듯 쓴 글이라서 읽는 재미가 1도 없다는 건 큰 함정이다.

김민채의 『언젠가는, 서점』, 양상규의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은 ‘모든 걸’ 녹여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부분’을 녹여내면서도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이런 점을 떠올려 보면,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은 커진다.

제가 서점을 구상하면서 처음에 한 일은 생각해보니 참 어처구니없게도
서점에 가서 서점에 관한 책을 사서 읽는 거였어요.
그렇게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어떤 책에도 서점을 차리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가게 터를 임차하는 법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더군요.
- 노명우,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39쪽”


노명우 선생에게 “그럼 김민채, 양상규, 이철재의 책을 좀 읽어 보지 그랬냐”고 핀잔을 늘어놓을 순 없다. 노명우 선생이 연신내 골목을 돌아다니며 서점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을 때엔, 이 책들은 아직 활자로 정착되지 못한 시기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노명우 선생과 같은 마음에서 김민채, 양상규, 이철재는 각자의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역시 이철재의 책은 재미없다. 풍부한 사실 전달을 위해 건조하게 서술해 내려간 문체는 누가 봐도 재미없다. 지난 주 출판사 편집자와의 미팅에서 거듭 확인한 사실이기도 하다. 

글의 내용이 쉽다거나 문체가 편하다고 재밌어지는 것은 아니며, 고식적인 문체를 쓴다거나 어려운 내용을 쓴다고 해서 재미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독자가 독서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정보를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단계를 거칠 수 있게 한다면, 다시 말해서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재밌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사실들이 나열되기만 하는 매뉴얼의 문체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다. 분명 전후 맥락도 분명하고, 전달하는 내용도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흥미롭지가 않다. 우리가 문학이란 걸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눈치채기 어려웠겠지만, 문학적 서사(narrative)의 전달력이 엄청 크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재미없다.



3. 조악하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리틀프레스, 1인출판의 숙명이다.

저자, 편집자, 편집디자이너의 삼위일체가 엮어내는 하모니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제일 좋은 책은 이들 3요소가 각자의 역량에 맞춰 정삼각형을 이루는 책이다. 필요한 수준의 글로 저자를 이끌어가는 편집인의 능력과 그렇게 만들어진 원고를 독자들이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적절히 시각화하는 편집디자이너의 능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쓸데없이 북디자인만 파격적이거나, 별 내용 없이 구성만 요란한 책은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물론 내용에 비해 북디자인이 너무 조악한 것도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순 없다.


저자이면서, 편집자이자, 편집디자이너인 사람은 없다.

보통 편집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탁월한 디자이너’가 되거나, 편집디자인에 대한 수준 높은 지식을 겸비한 ‘우수한 편집자’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잡지나 신문사의 에디터와 같이, 기사를 쓰고 편집까지 해야 하는 직군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쓰는 글은 보통 ‘기사’라는 이름의 정형성을 띄게 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출판사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편집인 1인이 저자를 발굴하고, 외주 편집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외주 마케터를 통해서 홍보캠페인을 진행하곤 한다. 이미 출판업은 분업이 체계화되었고, 전문가의 자질이 배타적으로 규정되는 업역이 되었다.


전문가 셋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할 때는 다른 이유는 없다. 돈이 없어서다. 

돈이 있어도 혼자 한다면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돈 들여서 만든다고 더 많이 팔릴 게 아니라서 그렇다. 게다가 조악하게 만들어도 필요한 사람들은 그 물건을 사다가 리폼해서 잘 쓴다. 살 사람은 정해져 있고, 잘 만들어봐야 더 팔릴 것도 아닌 데에 정성을 쏟을 이유는 없다. 두 번째는 그냥 돈이 아까운 것이다. 일단 시작한 일이라서 만들어는 보겠는데, 여기에 대단히 돈을 쓰고 싶진 않은 거다.



4. 독립출판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안타깝게도, ‘서점 창업 매뉴얼’에 한없이 가까운 책은 독자층이 얇다. 출판해봐야 에세이류의 책들에 비해 많이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제대로 읽히지도 않는다. 시장 자체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겨우 1쇄 찍고 끝날 책을 돈과 품을 들여서 만들어줄 출판사는 없다. 독립출판이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 힘들다.

출판생태계 역시 다른 유통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진화하는 중이다 보니, 생산자에게 비용을 절감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결국 분업은 외주화로 해결하면서 편집인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은 변화할 테다. 출판물의 다양성과 같은 공공성은 더 명함 내밀기 어려워질 테다. 결국 답은 독립출판이 될 터이나, 독립출판의 트렌드는 영 이상한 곳을 향해 있다는 게 환장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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