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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Jul 27. 2022

[북리뷰] 기타다 히로미쓰_『앞으로의 책방』

서울: 여름의 숲. 2017. "앞으로는 모르겠고, 지금 당장의 책방"

2016년 4월 문은 연 쇼시기스이이키(書肆汽水域 https://kisuiiki.com/)의 대표인 기타다 히로미쓰(北田 博充)가 2016년 5월에 자가출판한 책이다. 서사기수역은 출판사도 겸하고 있다. 국내에는 그 이듬해에 번역 출간됐다.


1장과 2장에서는 아무 것도 건질 것이 없지만 3장과 4장에서는 업력에서 나오는 '장사치의 감'이나 '짬밥'을 느낄 수가 있다.

2장에 등장하는 5곳의 서점 형태의 망상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선을 뵈이기도 했다. 아주 개소리는 아니지만, 1장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천착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가리게 된다. "‘책 같은 건 읽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방에 책을 장식해 주세요’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에 장식한 책이 늘어나면 언젠가 자연스레 책을 접하고 읽기 시작하는 날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라는 순진한 바람만으로는 소비자를 서점으로 끌고 올 수 없다. "책방에 오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책방으로 오게 할 기획"은 소비자의 페인포인트를 찾아내거나, 책방이 취급하는 상품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는 단순한 수사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은 멋진 서재를 꾸리기 위한 장식품"정도로 아예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짐짓 "언젠가는 읽을 날이 오겠거니"와 같은 낭만적인 생각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그런 면에서 3장과 4장의 전략들은 죄다 '이미 책방에 발길을 가져온 사람'들에 대한 것들만 존재한다. '기꺼이 책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서 '어떻게든 책방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게 해야'할 필요조차 없다. 1장을 통해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개념이 2장을 통해 어떻게 실현 불가능한 망상으로 끝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면, 3장을 통해서 책방의 한계이자 이미 정해진 미래를 어떻게 하면 도래의 지체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장에서 선뵈이는 '생일문고', '진열창으로부터', '책테라피', '브랜차트'와 같은 기획은 현재 한국의 작은 책방들에서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일본은 참 배울 게 많은 나라다 싶으면서도, 아무리 '잃어버린 30년' 속에 있다고 해도 여전히 한국 사회를 앞서나가는구나 싶었다.


후타고노라이온도(双子のライオン堂 )의 다케다 신야(竹田信弥) 대표의 발언도 주목해 볼 만하다.

"대전제는 단순히 즐겁게 샀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어쩐지 사는 것보다 즐거운 ‘체험’을 부가적으로 준다면 책방에도 독자에게도 모두에게 멋질 것입니다. - 178쪽"


혼야(本屋)는 책방을 말하기도 하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 즉 책방지기를 말하기도 한다. 이 중의적인 단어는 늘상 책방지기로 적확하게 번역되지 못하고 일률적으로 '책방'으로 번역해버리곤 한다. 이 책에서도 여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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