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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Oct 28. 2021

[북리뷰] 노명우_『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2020년, (주)출판사 클. "제발 잘 되라, 니은서점"

 요즘 서점에 관한 책을 몇 권 들여다 보고 있다.

 기왕의 레퍼런스도 없거니와, 이제 떼기 시작한 걸음마에 우선 닥치는 대로 읽어보자는 심산으로 독립서점 인스타그램 피드들에서 종종 눈에 띄였던 노명우 교수의 책을 선택했다. 책방지기가 자기 책방에 대해 쓴 책 중에서 처음 읽은 책이었다. 첫 타석에 올라온 탓에 꽤나 신랄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다른 책방지기들의 책을 읽고 보니, 우디르급의 태세 전환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 권을 책을 써내고 문학상까지 수상한 작가가 출판사와 손을 잡고 정성스레 펴낸 책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금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쾌한 문장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을 길이로 챕터를 이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힌다. 다만... 그렇다 보니 이 책의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참 애매해진다.

 교보문고나 예스24에서는 에세이로 분류하고 있으나,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013 출판 및 판매에 관한 책(듀이십진분류로는 381 Commerce/Trade)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동네도서관에서는 818 수필로 분류하고 있다. 참으로 혼돈의 카오스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되었든 자리매김을 해놓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이상한 아재인지라, 이런 상황에 빠지면 마음은 어둠의 다크니스로 빠지게 된다.


 제목 그대로, 책에서는 니은서점이 잘 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서점 운영은 낭만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유성만 강조하다 보면 두 달도 버티지 못하고 망할 것 같았고, 시장경제의 법칙에 충실하면 굳이 제가 서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했고, 책을 출간할 당시까지도 "서점은 애초에 예상했던 대로 '지속가능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지경이다.

 최근에 니은서점을 찾아가 '마스터 북텐더'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크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실례되는 질문 좀 몇 가지 하겠다"는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병맛같은 문장으로 운을 떼고 물었다. 여전하다고 한다.


 2019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역서점은 1,968개, 기타 서점은 344개로 총 2,312개의 서점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격년으로 실시되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09년 -12.3%, 2011년 –9.5%, 2013년 -9.5%, 2015년 -9.2%, 2017년 -3.1%,, 2019년 -4.0% 로 역성장해왔다. 뭉텅뭉텅 망해나가고, 이제 간신히 버티고 버티던 서점들이 조금씩 망해나간다는 것이다. 25년간 운영해 왔던 불광문고가 9월에 문을 닫는 것이 그 예일 테다.

 여기에 2015년 101개소에 불과했던 독립서점이 2020년 634개소로 늘어나면서, 서점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여 감소세를 줄여준 영향도 있지 않나 싶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서점을 연다는 건 누가 봐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그 현명하지 않지만, 사명감 넘치는 과정을 에세이와 실용서 중간 단계의 어정쩡하지만 재미난 글로 풀어냈다. 독립서점에 대한 어설픈 낭만을 꿈꾸는 이들이 제대로 읽는다면,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어도 잘되지 못하는 게 서점이란 사실이 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읽지 않고 오독한다면, 낭만뽕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켤 수도 있다. 노명우란 카리스마 넘치는 콘텐츠에 북텐더란 콘텐츠까지 더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5년 4개소가 폐업하는 것에서 2020년127개소가 폐업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독립서점이 처한 현실의 이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전국의 수많은 독립서점은 시장경제 법칙의 공격을 의외로 잘 방어해나가며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독립 서점은 시장경제의 법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입니다."라고 논평한 노명우 교수의 맺음말은 동감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잘 해나가는 서점들도 있다.  소위 파레토의 법칙이라 불리는 상위 20%의 독립서점들이 시장 매출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잘나가는 상위 1%만 보고 장미빛 환상을 품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망하지 않으려고 책 파는 기술을 연마했습니다"라는 장을 읽으면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이 신림동 사는 아재가 연신내까지 가서 책을 사게 만든 이유가 됐다. 

 찾아가 본 니은서점은 근사했다. 질투가 날 정도로 잘 꾸려진 서가에서 뽑아오고 싶은 책들이 넘쳐났다. 작지만 알찬 서가, 그래서 더 정이 가는 니은서점은 제발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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