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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Oct 29. 2021

[북리뷰]『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양상규 지음, 2020년 9월, (주) 백도씨. "서점 창업 길라잡이"

 경주에서 서점,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을 운영하는 양상규가 지은 책이다. 

 자영업 운영에 대해 제대로 된 경험을 갖춘 책방지기가 잘 운영되고 있는 책방에 대해 쓴 글이라서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무엇보다 출판사와 함께 제대로 된 출판기획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의 두서가 없고 정신이 사나운 책과는 결부터가 다르다. 편집자와 함께 작업해서 지은이의 문장이 차분한 문체로 자리잡은 건 다행이지만, 노명우의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만큼의 위트와 생동감이 넘치진 못한다. 그리하여 거의 “서점 창업 길라잡이”쯤의 부제가 붙어도 좋을 실용서의 언저리에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001, 관악중앙도서관에서는 013로 십진 분류되고 있다. 


 읽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될 정도의 나르시시즘이 슬쩍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사업가이니 그러려니 하는 게 좋겠다. 

 동아닷컴에서 검색해 볼 수 있는 2019년 11월 18일자 기사, “독립서점 월 매출이 4000만 원? 경주 핫플레이스된 이 곳의 비결은…”의 주인공이니 말이다.

 이코노미조선의 2021년 1월 4일자 기사를 좀 더 살펴보자. 책에서도 나오는 내용이니 너무 놀라지는 말자.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어서어서 서점’은 이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독립서점 중 하나다. 2017년 생긴 이 서점은 대부분 서점의 책 판매량을 좌지우지하는 참고서, 문제집, 금융·경제 서적 없이도 월 최대 6000만원의 매출을 낸다. 다른 독립서점처럼 서점 안에 카페를 함께 운영하거나 굿즈(상품)를 팔지도 않는 29.7㎡(9평) 남짓한 소규모 서점이지만, 주말에는 약 500권의 책이 팔린다. 허밍버드 등 일부 직거래를 하는 출판사의 신간 몇 권은 교보문고 일부 지점보다도 더 많은 책이 팔리기도 한다.


여전히 큐레이션의 기준은 완독률인가.
“그렇다. 모든 책을 다 읽었고 마음에 표지부터 가격까지 아예 새겨버렸다.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손님이 책 한 6권을 쌓아서 안고 계산대로 오면, 나는 품에 안긴 책 제목만 보고, 바코드를 찍어볼 필요도 없이 머릿속으로 암산해서 ‘7만9000원’, 손님에게 가격을 말한다. 손님들이 무척 신기해하며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이 서점이 통째로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새마을금고뿐 아니라 현대차 협력 업체에서 총무로 일하면서 샘이 빨라진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동네서점 창업 길라잡이로서는 꽤나 훌륭하다고 평가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모델의 세부적인 부분들에 대해 여러 가지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까지도 제법 꼼꼼히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서점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심지어 서점이 아니더라도,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소상공인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와 같이 발췌 문장들은 덧붙여 본다.


29쪽 
서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아직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동네 서점의 매출 장부가 대체로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불안정한 수입에 휘둘리지 않고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자본을 갖추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78쪽 
본격적으로 새 책을 입고하기 시작했다. 서점을 시작하기 전에 전국 책방을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서점 사장님들께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여쭤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94쪽
책방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어서어서를 각인시킬, 어디에도 없는 어서어서만의 아이덴티티가 될 만한 것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어서어서의 읽는 약 책 봉투다. 


127쪽 
매출이 생기려면 판매가 일어나야 하고, 판매가 일어나려면 손님이 찾아와야 한다. 즉, 손님이 서점에 들어오게끔 하는 게 구매를 유도하는 것보다 무조건 먼저다. 


181쪽 
어서어서의 읽는 약 봉투나 책갈피, 포도존, 책 큐레이션, 인테리어, 공간 콘셉트, 책방 이름 등 고심 끝에 탄생한 모든 것 중 어느 하나 어서어서가 지금처럼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들이 빛을 발하게 해준 그 밖의 모든 견인차는 순전히 어서어서 바깥에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황리단길에서 어서어서를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것이었다.
정확하게 황리단길의 부흥기와 함께 성장했다는 점이 누가 뭐래도 첫 번째 이유다.


192쪽 
 책방으로 이윤을 내겠다고 생각한다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면 자산만의 필살기를 갖추고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낭만을 돈으로 바꾸려면 대단한 각오와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197쪽 
책방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것,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믿는 조언은 책방에서 일을 해보라는 것이다. 책방에서 일을 해보면 책방을 차리겠다는 생각이 쉽사리 들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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