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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Dec 03. 2021

[북리뷰] 김소영_『진작 할 걸 그랬어』

2018, 위즈덤하우스, “진작 읽을 걸 그랬어”

1. 당인리책발전소가 김소영 책방이었어?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올리는 당찬 서점, “당인리책발전소”는 꽤나 눈에 띄는 곳이었다.

 1위에서 10위까지 순위를 매길 수 있다는 건,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만큼의 판매량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최소 1위 10권부터 10위 1권까지 55권의 판매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베스트10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한두 권 정도의 판매량이라면 동률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게 추산해 보면 판별력 있는 집계가 가능해지는 베스트10의 판매량은 기백권이 될 수밖에 없다. 순위없는 베스트10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다. 결국 책 좀 판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디 그뿐이랴, 위례와 판교에도 분점을 내는 저 확장력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분점 진출을 도모했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뒷걸음질 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카피라이터로도 유명한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인 최인아의 책방, “최인아책방”의 2호점마저도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하는 와중에 참 대차다 싶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동네책방으로 이렇게까지 사업을 잘 하나’ 궁금해질 정도였다. 


 11월 첫째주, 서울서점주간이 시작 됐고, 서울책방지도가 배포되기 시작했다. 지도를 챙겨들고 집에 들어온 나는 유난히 서점이 몰려 있는 종로와 마포에 대해 비정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비정상의 시작은 도대체 무엇일까를 찾아보다가, 엉뚱하게 알게 됐다. 당인리책발전소가 문화방송 아나운서를 하다가 때려치고 나온, 예능 프로그램 《신혼일기》의 그 김소영이란 걸 말이다.

 “연예인 서점”, “건물주”가 두드러지는 기사들 속에서 당인리책발전소와 김소영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엔, ‘도대체 어떤 놈’에 대한 경외보다는 결국 사람들의 시선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게 되는구나 싶어 측은함이 앞섰다. 아무려나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 세 가지가 재벌 회장님 걱정, 연예인 걱정, 건물주 걱정”이라는데, 셀럽(아나운서 출신이라 취재에 능숙한 것도 아니라 언론인이라 부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연예인이라고 하기엔 아나운서란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경시하는 것 같아서, 그냥 유명인이라 칭하고자 한다.)이자 건물주이기까지 한 사람에게 주제 넘는 오지랖은 삼가야겠다. 은행 대출이 얼마가 됐건, 그는 이미 건물주 아닌가 말이다. 



2. 그저 그런 전반, 읽어 볼 만한 후반

 

 겐코샤의 무크, 《도쿄의 서점》에 등장한 곳들을 정리하다가 김소영의 책을 알게 됐다. 워낙 겹치는 곳이 많다 보니 찾아 읽어봐도 괜찮을 듯싶었다. 무엇보다 당인리책발전소의 주인장 아닌가? ‘도대체 어떤 놈’이 책까지 썼다면, 한 번쯤은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래도 이 책이 처음 기획된 건, 그저 ‘셀럽 김소영’의 도쿄의 서점기행이었던 듯싶다. 그렇다 보니 전반부의 기행문은 이렇다 할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좋은 글, 특히나 좋은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교한 사전 취재, 사실 확인을 위한 현장 취재 그리고 기사 검증을 위한 사후 취재가 이루어지게 된다. 요즘 같은 언론 환경에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던 ‘셀럽’의 도쿄 기행문이 전문적일 수는 없을 테다. 김소영은 이시바시 다케후미도 아니고, 백원근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책방을 열었고, 책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도쿄의 서점을 다루는 방식도 변화한다. 책방지기로서의 고민을 일본의 선배들은 어떻게 풀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 보고 있고, 자신의 책방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를 더욱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읽을 거리가 생긴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창업기를 거치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바뀌었다. 여름 책방 여행에서는 못 보고 지나친 부분들이 책방을 열고 다시 찾은 도쿄에서는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독자로서나 책방 주인으로서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가 책방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32쪽


 이를테면 이런 점이다.

 이후북스 황남희의 책방일기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을 혹평했던 것은 고민이 편린화되고, 심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후북스가 어떤 콘셉트의 책방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작은 책방들은 한 가지 콘셉트를 가지고 개성 있게 꾸려나가는 곳이 많아서인 듯하다. 그러나 이후북스는 콘셉트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파는 것이 전부일 뿐. - 21쪽


 하지만 김소영은 좀 다르다.

 나도 책방을 준비할 때 “콘셉트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책방을 열 때는 명확한 콘셉트는 없었다. 있다면 ‘나’일뿐. 내가 좋아하는 책을 꽂아둔 공간, 즉 내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 우리 책방의 콘셉트라면 콘셉트다. - 278쪽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차이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황남희의 일기와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이어진다. 

 물론 이런 어설픈 콘셉트에도 사람들이 ‘그럴듯하다’고 호응해주는 것은 내가 방송인이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나는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없다. 내가 방송을 하는 사람이니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친숙한 얼굴의 책방 주인에게 이끌려 독서라는 취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초심자를 위한 책방’이어도 좋을 것 같다. 평범한 살마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평범한 책만 가득한 서점은 아닌, 나의 개성과 안목이 묻어나는 책방이 될 수 있다면. -278쪽

 책방에 콘셉트에 대한 고민이 이정도로만 끝났다면, 당인리책발전소가 ‘셀럽책방’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을 테다.

 다른 업종에 비해 마진이 낮은 편인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방지기의 취향만으로 서가를 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중략) 수익을 생각하면 잘 팔리는 책을 잘 보이게 두어야겠지만, 잘 팔리는 책은 대형 서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경쟁이 안 된다 역시 ‘나’를 중심으로 서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중략) 그렇다고 오롯이 내 취향으로만 승부한다면? 첫째로 내가 잘 팔리는 책과 안 팔리는 책을 골고루 좋아한다는 점이 걸린다. 둘째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유혹해보겠다는 나의 야심찬 포부에 제동이 걸린다. 그렇다면 잘 팔리는 책과 서점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고민은 곧 북큐레이션으로 이어진다. -194쪽

 그리하여 당인리책발전소의 큐레이션이라던가 경영전략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독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나눌 때 느껴지는 손님의 표정, 성격과 취향, 그날의 기분, 책방 주인에 대한 호감과 신뢰, 그로부터 생겨나는 기대감 같은 것은 작은 책방만이 수집할 수 있다. 심지어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단골손님에게는 이런 식의 선제적 대응도 가능한다. 
“이 책 분명히 좋아할 거예요.” - 273쪽


3. 제목이 왜 그럴까?

 김승복 대표는 말끝마다 ‘진작 할 걸 그랬다’는 표현을 썼다. 이미 책 다루는 일을 10년 이상 해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신기했다. 그녀에 비하면 아직은 새내기 책방지기인 나도 실은 속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책방을 연 뒤 밀려드는 업무에 하루하루가 고되기도 하지만, 그 고단함 사이사이에서 책 파는 일의 기쁨을 발견할 때마다 늘 더 빨리 시작할 걸 아쉬워하는 나다. -242쪽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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