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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May 04. 2024

이곳마저 적자라니, 서점업은 지속가능한가요?

[북리뷰] 이화숙 강정아_서점은 내가 할게. 빨간집. 2022년.

1.동네책방, 너무 어렵네요.


 동네서점 쉽지 않아요. 돈 벌 거라고 생각한다면 더 쉽게 포기할 거 같아요. 우리는 유료 독서 프로그램을 지속해 나가지만 그대로 매년 적자예요. 그나마 월세를 안 내고 자가로 서점을 운영하니까 적자를 메우기 힘들어도 유지는 하는 거죠. 물론 사업적으로도 잘 되어야 정상적인 서점이긴 하지요. 하지만 현실이 받쳐주지 않네요. - 243쪽     
 그때 재정적으로 힘들어서 땅을 팔기도 했어요. 책방 열고 20년 되던 때였는데, 그 고비를 넘기는 게 좀 힘들었어요. 일에 지쳐서 꾸준히 내던 소식지도 그만두었죠. - 258쪽     

 책방 해서 먹고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었더랬습니다. 그러다 책을 거의 다 읽었을 즘에 이렇게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았네요. 허탈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책방마저도 적자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책방으로 호구를 이어갈 수 있나 싶어 집니다. 이젠 아예 답이 안 보이네요.

 “이 특별한 서점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성장했는지, 어디서 지속의 힘을 얻으며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다 까먹고, 이렇게까지 해도 책방을 해서는 먹고살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만 남게 됩니다. 그리하여 인터뷰를 통해 글을 정리한 이화숙의 의도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책방 운영이 사재를 털어 지역사회의 독서문화 창달과 공동보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그럴 작정으로 책방을 시작하는 경우는 손에 꼽히니까요. 무엇보다 그런 일은 국가에서 하라고, 국회에서는 각종 특별법이 만들었습니다.     


 회원의 날을 열어 책 읽어주기를 무료로 진행했었죠. 그러다 책방 운영 문제도 있고 좀 더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하고 싶어 유료 프로그램을 만든 게 그림책 교실이에요. 오히려 참석률이 높아 교육 효과도 높더군요. - 76쪽     

 저는 책방의 유료 프로그램이 책방의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책만 팔아서는 먹고살 수 없으니, 책을 경험하고, 또 그 책을 통해 더 확장된 것을 경험하는 일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책방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라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학원을 넘어서 문화센터를 지나 생활밀착형 공간으로서의 동네책방이 생존을 모색해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특히나 ‘역시 돈을 내고 듣는 프로그램이라 질이 다르다’는 만족도에 대한 강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는 이런 걸 돈 내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계층화를 이룩할 수 있어서, ‘유료’라는 문턱이 충성도 높은 고객의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잘 나가는 데는 귀신같이 장사가 되는 포인트를 잡아낸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습니다.     


 한 반 나들이는 우리 책방의 뿌리가 되어줬어요. 서점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지요. 처음에는 무료였다가 나중에는 유료로 전환했어요. 유료라지만 아주 저렴하게 하다 형편을 봐서 한 번 더 조정했고요. 한 사람 인건비쯤은 감당해 주더라고요 꾸준히 성장해서 2020년에는 최고점을 찍겠다 싶었어요. 그러면 두 사람 인건비도 될 것 가아서 일할 선생님 한 분을 더 뽑았는데, 코로나 19로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어 곤란해졌죠. 돌이켜보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돌아가면서 서점을 먹여 살린 것 같아요. - 176쪽     

 이 정도의 발언까지 이어지면, 제 인사이트가 제법 탁월했다는 자만에 빠지더군요. 

 그런데 적자라고요? 어이쿠야...     


 저는 강원도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명동에 있는 청구서적을 꽤나 자주 들락거렸더랬죠. 특히나 1995년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전 저녁 시간에 청구서적을 잠깐 들러보는 것이 유일한 나들이이자 즐거움이었죠. 3년 전쯤 그 청구서적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구글링을 하다가, 몹시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명동에 있던 청구서적과 학문사는 애저녁에 문을 닫았고, 2017년에 문을 열었던 데미안서점도 결국 문을 닫았다는 거죠. 지역의 중형서점들 여러 곳이 경영악화에 따른 폐업을 이어가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지역의 중형서점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구나 하며 아쉬워하던 차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서점들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그래서 ‘책과아이들’ 역시 그 몇 안 되는 중형서점으로 자리 잡았구나 싶었더랬죠.

 그런데 아니었네요. 맥이 쭉 빠집니다.    


      

2. ‘아동 특화 서점’은 돈 될 줄 알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동 특화 서점은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양질의 정보와 양질의 상품에 대한 구매 만족도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아동 특화 서점이겠고요.

 정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됩니다. 커뮤니티가 생겨야, 비로소 양질의 정보가 유통된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있는 물적 공간은 향후 정보상으로서의 상품을 취급하는 데 유리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겠다며 찾아오는 부모들이 모이는 장소인걸요. 이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정보를 근간으로 부모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돈을 버는 게 당연해집니다. 일반적으로 교육 비즈니스들이 그런 식으로 빌드업됩니다. 27년째 유지하고 있고, 심지어는 차차 스캐일업한 ‘책과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쳤으리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보면, 그것도 아니다 싶어 집니다. 이거 골이 지끈거립니다.    

  

 아이들이 책에 좋은 이미지를 품고 평생 책을 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성 있는 책을 보여주려 책방을 열었는데, 서점 좋아하는 엄마한테 끌려왔다가 도리어 질려버리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나무와 꽃이 있어 숨 쉴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2009년 어느 날, 제가 생각했던 대로 넓은 마당이 있는 공간이 마법처럼 찾아오더군요. 지금 <책과아이들>이 자리한 바로 이곳이에요. - 43쪽     

‘책과아이들’의 책방 규모는 단계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얼핏 보면 ‘돈 벌어서 넓혔구나’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요, 막상 또 책을 읽어 보면 그 변곡점들에는 내밀한 자기 사정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아무래도 자기 자본의 대량 투입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잘 된 거겠지 하는 지레짐작으로 그칠 뻔했는데요, 이마저도 재고가 필요해졌습니다.    

 

 갤러리에서 원화를 감상하면 아이들의 심미안을 좀 더 높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입체로 된 원화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 182쪽     

 48쪽에 있는 ‘책과이이들’ 건물 그림을 보면서, 왜 갤러리가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성인들이 주고객인 책방이라면 모르겠는데, 도대체 ‘애들 책방’에서 뭐에 쓸 일이 있다고 갤러리라는 짧은 생각이 앞선 거죠.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제법 반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갤러리의 업무 영역 확대를 읽으면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나카마仲間’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도서소매업이나 지식소매업과 달리, 중개업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몹시 중요한 전문영역입니다. 본격적으로 하기엔 돈이 많이 들고, 적당히 손해 안 나는 선에서 하려고 하면 ‘사짜’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해리 포터』가 굉장히 유행할 때도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추천하지 말자고 방침을 세웠어요. 그 책이 나빠서가 아니라, 베스트셀러로 너무 쏠리는 걸 경계한 거죠. 저희도 한동안 취급하지 않다가 좀 잠잠해지고 나서는 다시 갖다 놓았어요. 찾아온 손님한테 매번 그 책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서점의 도리가 아닌 거 같아서요. - 233쪽

 이 문장이 등장하는 챕터의 제목이 <동네책방 서가의 수준은 그 마을의 수준입니다>였습니다. ‘서점의 도리’라는 말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서점인의 자세이며 책방지기의 사표師表’라며 박수를 쳤었습니다. 딱 10페이지 뒤를 읽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장사를 하는데 적어도 적자는 나지 말아야 하니까요. 열정과 헌신에 감복하다가, 이렇게 남는 게 없어서는 뭐 한다고 아득바득 열심히 하나, 그런 현실적인 안타까움이 생겼습니다.       

   


 ‘책과아이들’의 강정아 선생이 2023년 11월 1일, 오랜 암투병 끝에 별세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조잡한 글이 선생의 영면에 누가 될까 저어되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고 곱씹었다는 것으로 위안이 되셨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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