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쓸 수 없다.
[북리뷰] 김택돌. 너에게반했어 나머지반부탁해. 지구불시착. 2022.
책을 펼쳐진 순간 흠칫 놀랐습니다.
그리고 탄식처럼 내뱉은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씨발, 이거 뭐지?"
거기에 이어진 생각은 이 책으론 도저히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한국십진분류법에 따른 분류번호는 818, '르포르타주 및 기타'였습니다. 818의 시도 아니고, 814의 수필도 아닌, 818이라니요? 이거 골이 띵합니다. 글을 정리하는 이 순간에도 살짝 헛웃음이 나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서들이나 서울도서관의 사서들도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 순간 욕부터 나온 이유는 이 '글뭉치'를 도대체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정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막막함 때문이었습니다. 긍정과 부정의 어떤 평가도 내리기 전에, 일단 미지의 생명체를 접하고 분류학적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깜깜해지는 순간부터 경험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한국십진분류법에 도움을 좀 요청하고 싶어서 살펴보니, 이모양입니다. 진짜 뇌정지가 옵니다.
짧은 글들과 삽화로 이루어진 글들은 때론 시처럼, 가끔씩은 잠언처럼, 결결이 유머처럼, 시시로 수필처럼 다가옵니다. 하이쿠처럼 짧은 문장에 번뜩하는 게 있기도 하고, 몇 문장 안 되는 짧을 글에서 키득거리며 공감하기도 하다가, 조금 길어진 문장에서는 가슴이 짠해지기도 합니다. '읽어볼 가치도 없다'라고 일언지하에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책 codex의 물성이 가져왔던 전통을 제대로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부터 마뜩잖습니다. 통상적으로 책은 직관적으로 순간순간을 전달하는 미디어가 아닙니다. 목차를 갖추고 정리된 사고체계를 시간과 공간을 들여서 축조해 내는 거죠. 아트북이라 불리는 책들마저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40년 전 버스터미널 화장실 앞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유머집 수준의 편집을 보면, 골이 지끈거릴 정도입니다. 자가출판인 탓이 크겠지요.
사고의 살 타래 끝자락을 잡았다 싶었더니, 별의별 악평이 뒤를 잇게 됩니다. 머릿속이 아주 난장판이 됩니다. '책방주인이 책을 쓰는 것은 웬만해선 옳다'는 제 기본 입장마저 흔들릴 지경입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판단을 중지하고, '존재 그 자체로 존재 의미가 있는 어떤 것'임을 선언하고 퇴각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