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제목 장난질은 언제나 멀쩡한 책을 멍들게 한다.
저자인 오시오 아쓰시가 책의 서장에서 밝혔듯이,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어두운 성격 ダークな性格' 특성은 외재화 문제와 관계가 있는 개인의 특성”을 가리킵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어두운 성격 특성이란 2002년에 처음 제기된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 나르시시즘을 묶은 ‘어둠의 3요소 dark triad’에 사디즘을 포함한 어둠의 4요소 dark tetrad를 말합니다. 여기에 ‘악의 Spitefulness’를 추가한 ‘어둠의 5요소 dark pentad’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부연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애초에 심리학에서 ‘성격 personality’이라는 개념을 굳이 말하자면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취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격이나 나쁜 성격이 무언지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고 하죠. 그래서 저자는 “성격의 좋고 나쁨은 그 성격의 본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마무리하며 最後に’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232쪽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어두운 성격을 가져서 고민이 되거나 어두운 성격을 가진 사람 때문에 고민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본성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어두운 성격과 빌런 사이에는 넘기 힘든 강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어두운 성격이 있고, 그 어두운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부 빌런이 되진 않습니다. 특히나 빌런의 어원을 고민해 본다면, ‘어두운 성격의 사람’에 조응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례, 그러니까 “특정 행동이나 취향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전유되는 경우까지 생각해 본다면, 터무니없는 표현이 되고 맙니다. 정신병리적이지 않은 성격을 사회병리적 성격으로까지 확대해석할 위험을 드러낸 것이죠.
“00의 심리학”이란 제목은 직관적이라서 참 많은 책들이 이런 제목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누가 봐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 ‘어두운 성격의 사람’이란 표현보다는, 빌런이라고 표현하면 훨씬 더 직관적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사기당한 기분입니다. 빌런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의 제목에 낚였다는 게 분해서, 1/3쯤 읽다 책을 집어던졌습니다. 독서를 작파할 작정이었지요. 그나마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었던 건, 저자가 책을 참 쉽게 읽히도록 썼기 때문에, 그냥 반나절만 더 시간을 들여보자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책장을 덮을 쯤에 더 짜증이 났습니다. 오시오 아쓰시의 이 재밌는 책을, 출판사의 장난질에 대한 분노로 중간에 포기할 뻔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성격 특성으로는 “미래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낙관성’, 부정적인 사건을 겪어 우울한 상태를 이겨 내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인간관계와 자연 등 다양한 것들에 대해 느끼는 ‘고마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뜻하는 ‘그릿 grit’,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자존감’, 자신을 받아들이는 ‘자기수용’, 명상 상태를 유도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마음챙김 mindfulness’, 자신의 인생과 생활에 만족하는 정도를 뜻하는 ‘인생만족도’와 ‘생활만족도’, 몸과 마음이 모두 충족된 상태를 뜻하는 ‘웰빙 well-being’” 등을 꼽습니다.
이에 대비해, 어두운 성격의 핵심 요소, 그러니까 ‘다크 코어 dark core’라 불리는 9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에고이즘: 타인의 행복을 희생시키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적 경향
② 마키아벨리즘: 전략적인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무자비하게 이용하는 경향
③ 도덕적 해리: 비도덕적 행동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태연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
④ 나르시시즘: 자신을 실제보다 이상화된 이미지로 인식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만 수용하려는 경향
⑤ 심리적 특권의식: 타인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으며,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
⑥ 사이코패시 감정반응이 결여되어 있어 냉담하고, 자기통제가 없으며, 총동적인 경향
⑦ 사디즘: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경향
⑧ 자기이익 추구: 물질, 금전, 지위, 인정, 성적, 행복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
⑨ 악의: 자신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타인을 괴롭히거나 상처 주는 경향
어두운 성격을 가진 사람도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하며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앨버트 존 던랩,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트 등을 예외 들고 있죠.
이쯤에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란 말이 퍼뜩 떠오릅니다. “니 주변에 또라이가 없다면 니가 바로 그 또라이”라는 말로 요약되기도 하는 표현으로, ‘어느 조직이든 일정량의 진상, 무능력자, 얌체 등 일명 '또라이'가 존재한다’라는 우스갯소리죠. 저자는 “대체 왜 직장 내에는 사이코패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걸까”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75쪽
첫째, 기업 입장에서는 사이코패시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이 매력적으로 보이므로 그러한 성격 특성이 채용으로 이끄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시 성향이 강한 사람은 이성적이고 자신감 넘치게 행동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매력적인 데다, 교묘한 화술로 타인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사이코패시적 태도를 보고 ‘리더에 적합한 자질을 가졌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성적이며 무언가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부리고, 분명하게 결단을 내리며, 위에서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특징은 리더와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특징입니다.
셋째, 비즈니스라는 것의 특징 자체가 사이코패시를 비롯한 어두운 성격에 잘 맞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앞서 말했듯이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직원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변혁형 리더가 칭송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던랩의 사례처럼, 타사에 보이는 이미지까지 신경 쓰는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는 카리스마적 리더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지요.
넷째, 어두운 성격의 송자들이 특정 기업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비교적 젊은 신생 기업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룰이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경영자나 기업보다 앞서 나가려는 지향성이 강합니다. 이런 기업의 어두운 성격의 소유들자들에게 아주 미력적으로 비치지요. 충동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빌런들에게 스타트업 같은 신생 기업은 구속이나 제약이 적고 자유로운 곳으로 느껴지니 매력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서, 저자는 영국의 심리학자 더튼의 견해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①비정함 ②매력 ③하나를 파고드는 집중력 ④강인한 정신력 ⑤두려움의 결여 ⑥마음챙김 ⑦행동력 등 7가지 요소를 잘 조절하여 섞으면 사이코패시의 특징을 잘 이용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성격 특성을 해부하는 모델로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가 빅파이브 모델 Big Five model입니다. ①경험에 대한 개방성, 상상력, 예술적 감수성 등을 포함하는 개방성 Openness, ②책임감, 조직력, 계획성 등을 나타내는 성실성 Conscientiousness, ③사교성, 활동성, 에너지 수준 등을 나타내는 외향성 Extraversion, ④협력적이고 동정심이 많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원만함을 보이는 우호성 Agreeableness, ⑤불안, 우울, 감정 기복 등 정서적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신경증 Neuroticism을 그 요소로 합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 것은 “어두운 성격이 강하면 기본적으로 우호성은 낮다”는 겁니다.
두 번째가 헥사코 모델 HEXACO model입니다. ①타인에게 정직하고, 공정하며, 진실하게 대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정직-겸손 Honesty-Humility(또는 H-factor), ②두려움, 불안,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감정성 Emotionality, ③사교성, 자신감, 활동성, 낙관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외향성 Extraversion, ④타인과의 관계에서 친절하고, 온화하며,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도를 의미하는 우호성 Agreeableness, ⑤목표 지향적이고, 조직적이며,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성실성 Conscientiousness, ⑥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 Openness to Experience를 그 요소로 구성합니다. 그런데 어두운 성격과 헥사코 모델의 관련성을 검토했더니, “H팩터와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우호성 역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라고 합니다.
조지프 헨릭, 존 히빙 그리고 조너선 하이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뇌는 태어나기 전부터 일정한 성향을 타고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유전’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다만,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심리 특성을 결정한다는 개념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하나의 연속적인 심리 특성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봅니다. 이를 ‘폴리진 Polygene 유전’이라 부릅니다. 키, 몸무게, 피부색, 혈압 등과 같이 연속적인 변이를 보이는 형질을 여러 유전자와 환경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거죠. 그래서 “외향적 성격이 형성되도록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매우 다양하며, 그 유전자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훨씬 더 외향적”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이 어두운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만, “관련성과 인과관계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유전자가 있으니 반드시 유전되는 인과 관계가 성립하진 않는다는 거죠.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임스 펠린의 사례를 가져옵니다. 그는 연구 도중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나타나는 뇌영상을 하나 발견했는데, 다름 아닌 제임스 펠린 자신의 뇌 영상이었습니다. 그가 열악한 환경(난잡하고 예측가능성이 낮으며 가난한) 속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매우 엄격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에, “설령 사이코패시적 소인을 갖고 있다고 해도 유소년기의 경험, 가정환경, 양육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사회 속에서 잘 어울리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어두운 성격은 “성인기를 거치면서 평균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성인기에 유리하게 작용할 심리 특성이나 성격 특성을 조금씩 익혀 나가는 것을 ‘성숙의 원칙’이라 부”르며, “사회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성격 특성이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닐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때로 어두운 성격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어두운 성격이 아닌 사람은 오히려 ‘어두운 성향이 강했으면’ 하고 바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죠. 억지로 키우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는 상황이라면, 가끔은 나 자신만 생각하고 어두운 성격의 부분적인 특징을 흉내 내며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