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트럼프 그리고 독재자: 그들이 개판 치는 법
마르첼 디르주스,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정지영 옮김, 경기도 파주: 북이십일 아르테, 2025.
어떤 책은 읽다 보면 장마다 요약이 이루어지고, 권말에서는 책 한 권을 요약하는 친절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런 친절에 인색하지 않은 저자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권말에 한 페이지를 할애해서 이 책을 잘 요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리뷰에 인용하기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습니다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다 읽은 독자에게만 ‘좋은 요약’이 될 뿐, 읽기 전의 독자에게는 그저 추상적인 진술의 연속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머리말에서 다루어준다면 독서가 한결 편해질 듯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인용합니다.
356쪽
독재자는 강력하지만, 끊임없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렇게 엄포를 놓고 미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들은 대부분 이성적이다. 그들이 의존하는 정권의 구조를 보면 독재자에게 가장 큰 위협은 궁정 엘리트, 장군, 고문 같은 주위 사람들에서 비롯된다. 때로는 가족들조차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독재자들을 기꺼이 무너뜨리려 한다. 이렇게 적대적인 조건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재자들은 부와 탄압을 통해 엘리트를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죽음, 감옥, 망명을 피하려면 무기를 든 사람들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푹력을 훈련받고 살인할 준비가 된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독재자를 위협하는 다른 모든 문제는 이 두 집단을 관리하는 데서 비롯된다. 군대를 약화하고 대중을 체계적으로 배제하여 소수에 불과한 실세에게 이득을 주면, 군사적 충돌과 대중적 저항, 양자의 위협은 계속 남는다. 그리고 대중이 봉기하면 독재자는 정권이 붕괴할 정도로 분열될 위험 때문에 쉽사리 총을 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암살은 일종의 와일드카드와 비슷해서 대비하기 어렵고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독재자가 다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성공적으로 보호하게 되면, 변화를 일으킬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므로 암살 가능성은 실제로 더 커진다. 독재자가 죽거나 그냥 물러나면 대체로 혼란이 뒤따른다. 독재자들은 일반적으로 후계자 지명을 원하지 않으므로 비민주적 정부는 대부분 승계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한다.
이걸 다시 세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독재자는 언제 몰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독재를 유지해야 한다.
② 독재자는 궁정 엘리트, 군부, 민중, 외국 등 사방이 적이다.
③ 독재자를 무너뜨려도 문제는 계속된다.
대체로 독재자는 군부 쿠데타로 몰락합니다. 이때 궁정 엘리트 그리니까 정권 운영 핵심의 테크노크라트인 court elite나 지근거리에서 독재자에 봉사하는 palace elite들이 쿠데타 군부와 결탁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③으로 이어집니다.
민중에 의한 혁명도 아주 없는 편은 아닙니다. 이때 공직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반엘리트 counter-elite들이나 기존의 궁정엘리트인 테크노크라트 또는 군부가 민중 혁명에 가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혁명에 성공하고 독재자가 몰락하고 나면, 새롭게 집권한 엘리트/군부가 새로운 독재를 시작합니다. 이 루트도 ③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의 개입에 의해 독재자가 제거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 역시나 ③으로 이어집니다.
43쪽
독재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내려설 수 없는 트레드밀에 갇히는 것과 같다. 아무리 뛰고 또 뛰어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트레드밀에 올라선 상태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가는 트레드밀에서 떨어져 다치고 만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떠올린 단어가 일본어인 자전거조업이었습니다.
自転車操業
自転車は走るのをやめれば倒れてしまうところから》資金の借り入れと返済を繰り返しながらかろうじて操業を続けること。
小学館 デジタル大辞泉
자전거는 달리기를 멈추면 쓰러진다는 점에서 유래해, 자금 차입과 상환을 반복하며 간신히 경영을 이어가는 것을 ‘자전거조업’이라고 말합니다. 안 망하려면 끊임없이 조업을 이어가야만 한다는 건데요, 결국 ‘소진(消盡)’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망적인 미래가 예상됩니다.
“트레드밀 전원을 내리는 것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정권 생존에 자신의 이해가 걸려 있는 대통령 측근 및 권력 실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기 때문이죠. 궁정 엘리트들과 군부가 독재자의 잔혹한 통치 행위에 동참했을 터라, 혼자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게다가 “손에 쥔 권력을 유지하려면 대중을 수탈해서 장군이나 소수 집권층, 경쟁 정치인 같은 정권 내부자들에게 이익을 분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재를 지탱했던 이들에 의해 독재자가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Tyrants can't keep everyone happy. To maintain their grip on power, they usually need to steal from the masses and distribute the gains to insiders of the regime such as the generals, oligarchs and rival politicians. If they don't, they can easily be toppeld by palace elites or their won troops.
- Marcel Dirsus, How Tyrants Fall: And How Nations Survive, John Murray, 2024. p.85
저자는 “군부정권과 군주제 국가에서는 대체 인력 풀이 제한되어 있어서, 통치자는 엘리트들을 자신의 편으로 붙잡아 두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또한 적당한 숙청도 필요합니다. “독재정권이 수탈과 갈취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해도 자원은 한정적”이라서, 누군가를 숙청해서 다른 협조자의 욕망을 채워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때 ‘이카로스 효과 Icarus effect’가 발생해서, “자신도 숙청될 수 있다는 공포가 더 큰 파이 조각을 얻고 싶은 욕망을 능가”하게 됩니다. 그렇게 독재란 자전거조업은 쓰러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We have no eternal allies, and we have no perpetual enemies. Our interests are eternal and perpetual, and those interests it is our duty to follow.
- Henry John Temple Palmerston, Remarks in the House of Commons, March 1, 1848
영화 『타짜』(최동훈 감독, 2006)는 여러 명대사로 유명한데요, 백윤식이 분한 평경장이 열차에 오르며 고니에게 건네는 대사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 원칙, 이 바닥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어.” 아무래도 200년 전 영국 정치인의 연설에서 비롯된 그 말은 어떤 ‘판데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명언이 되고 말았다 싶습니다.
앞서 ‘세줄요약’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다시피, 독재자에겐 크게 4종류의 적이 존재합니다.
궁정 엘리트, 군부, 민중, 외국이 그 넷입니다만, 이들 중 그 무엇도 영원한 적이 되지도 않고, 영원한 동맹이 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 따라 노선이 변경될 뿐이죠. 따라서 ‘수틀리면 사방이 적’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러니 러닝머신에 올라탄 독재자는 ‘떨어지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해야 합니다. 과해서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된다는 말입니다.
독재자의 적 중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군부입니다.
1950년에서 2012년 사이에 권위주의적 지도자 473명이 권력을 잃었는데, 그중 65퍼센트가 정권 내부자에 의해 제거되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일어난 쿠데타 시도 457건 중에서 절반 정도가 성공했고요.
이렇게 군부란 존재가 참 역설적입니다. “외세의 위협이나 반란으로부터 정권을 보호하려면 독재자는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지만 군대에 힘을 실어 주면 장군과 병사들이 독재자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군대가 약하면 ‘외국에서 목 따러’ 들어올 수 있고, 너무 강하면 ‘내 군대가 내 목 따러’ 들어올 수 있다는 겁니다.
독재자의 두 번째 위험한 적은 외국입니다.
이른바 ‘참수 작전’과 같은 암살은 물론이요, 대대적인 군사 침공도 이루어집니다. 독재 정권을 무너뜨려야 하는 ‘이익’만 있다면, 독재자를 제거하려는 외국의 음모는 거침없이 이루어집니다.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나 이란 침공만 봐도 쉽게 설명됩니다.
이런 외국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독재자는 21세기 북한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화학무기든, 생물무기든, 핵무기든 상관없이 대량살상무기의 파괴력은 너무 엄청나서 지도자들은 이런 무기가 다른 국가의 도발을 막을 만큼 강력한 억지력 deterrence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리비아의 카다비 정권처럼 핵개발에 실패하면 되레 더 큰 표적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독재자의 생명은 연장될 수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자 카리모프는 미국에 공군기지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해 주는 자산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민중입니다.
독재는 태생적으로 독재자와 그에 복무하는 소수 엘리트/군부의 이익에 집중하게 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소외되는 민중’은 독재자의 적이 될 수밖에 없고, 독재자는 이들 민중을 적절히 탄압함으로써 순치시켜야만 합니다. 탄압이 너무 약하면 민중은 봉기하게 되고, 탄압이 너무 강하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라며 봉기하게 됩니다. 고단한 자전거 페달질은 이때도 계속됩니다.
250쪽
대중 봉기는 거의 모든 독재자에게 계속되는 위협이다. 거리에서 봉기가 일어나면 무시할 수반은 없다. 독재자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총을 쏠 사람이 충분하지 않으면 총은 쓸모가 없으므로 대개는 발포 명령을 내릴 수 없다. 독재자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서 총을 사용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권력을 잃곤 한다. 영리한 독재자는 이런 일이 발생할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적은 궁정 엘리트, 특히 최측근 palace elite입니다.
Nobody can outrun a bullet.
Marcel Dirsus, How Tyrants Fall: And How Nations Survive, John Murray, 2024. p.135
이들은 쿠데타에 가담할 수도 있지만, 더 위험한 것은 암살의 위험입니다. “죽창 앞에서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란 유명한 인터넷 밈을 떠올릴 수가 있습니다.
262쪽
대통령 궁에서 볼 때 문제는 암살에는 단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장소에 있을 사람은 많다. 잠재적 암살자 후보는 총이나 칼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 그래서 암살은 모든 독재자 주위에 만연한 위협이 된다.
“암살은 일종의 와일드카드”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독재자들이 테크로크라트를 잘 관리하고, 친위부대와 정규군을 분리하는 식으로 군부를 약화시키며, 비밀경찰을 통해 대중을 억제하는 한편, ‘참수 작전’을 운운하는 외국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는 등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합한’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암살 시도는 종종 막을 수 있지만, 외로운 늑대는 막기 어렵다”고도 덧붙입니다. 김신조는 막아냈지만 김재규는 못 막아냈던 박정희처럼 말입니다.
독재는 독재자 한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어찌 보면 독재의 큰 부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잽싸게 다른 부속으로 교체가 되던가, 기계가 아예 멈추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 인용문과 같이 탁월한 설명을 제시합니다.
317쪽
독재자가 몰락하고 정권이 붕괴하면, 종종 재앙과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독재자는 측근에 둘 사람과 제거해야 할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고 음모와 밀실 계략을 꾸미기도 하지만, 독재자가 확고하게 권좌에 있는 동안에는 전면적인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독재자가 고군분투하고 곧 몰락할 것처럼 보는 순간, 상황은 격화된다. 정권 엘리트 regime elite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권을 살리려 할 것이고 도전자들은 최고 자리에 올라 권력을 강화하고 갈취한 돈을 차지하려 할 것이다. 대중은 정권이 쥐고 있는 자원을 국민 대다수에 돌려주기를 바라지만, 내부 권력자 insider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나약하다.
먼지가 가라앉고 유혈 사태가 중단되었을 때, 독재가 끝나지 않고 단지 또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면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독재정권-분쟁-독재정권이라는 순환을 깨기는 어렵지만, 독재자가 ‘올바른’ 방법으로 몰락할 때 가끔 그 순환기 깨지기도 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독재정권은 그냥 저절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불에 타서 사라지면서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고 봅니다. 따라서 파괴 이후에 재건이 이루어지기보다는 “혼돈이 더 극심한 혼돈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독재자는 종말을 맞아도 독재는 살아남으며, “반복되며 순환”한다고 부연합니다. 그렇다 보니, “독재자를 무너뜨릴 수 있고 어떻게 무너뜨릴지를 안다고 해서 반드시 독재자를 무너뜨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첨언합니다.
100쪽
위험성이 적다는 이유로 무능한 추종자들로 주변을 채우면 독재자는 모든 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어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언젠가 유시민 작가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B급 리더론'을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리더가 B급일 경우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 자신보다 무능한 C~D급 인재들로 주변을 채우며, 결국 조직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어 망하게 된다는 통찰입니다. 윤석열은 정부 구성에서 친위 쿠데타 세력 구성에 이르기까지 B급 리더론에 충실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 문장을 보는 순간, 유시민의 발언과 윤석열을 떠올렸던 것이겠지요.
이 책이 출간되고 잠시 펼쳐 봤던 게 반년 전입니다.
그때만 해도 아직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재판이 개판이었던 때였죠. 도대체 이 놈의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 모양인 건지 꽤나 절망스러웠던 때였던지라, 이 책도 펼쳐 들었던 겁니다. 독재자가 되려고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자의 몰락이 필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아쉽게도 이 책에선 친위 쿠데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니 윤석열의 사례에 딱 맞아떨어지는 기술들을 발견하긴 어려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설명들에서 윤석열 내란의 중요임무종사자들의 결심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88쪽
독재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엘리트 중 상당수가 독재자의 통치가 지속되어야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엘리트들은 독재자의 통치를 묵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버팀목 역할도 할 수 있다.
윤석열 내란 세력의 면면을 보면, 정권 출범 이후 2년 사이에 벼락 승진한 인사들이나 10년 전 이명박 정부 이후 변방으로 내몰렸던 고물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에 참여해 독재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이익이 되었을 터입니다.
56쪽
군간부들에게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민주화 시도로 정부 체계만이 아니라 지도자까지 새롭게 교체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중 위협이 생긴다.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자체로도 이전에 독재정권을 따랐던 군부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새로운 지도자는 군간부들이 과거에 누리던 특권을 잃지 않으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군대에 적대적으로 행동할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군간부들 역시 새로운 지도자에 맞서 선제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 새로운 민주적 지도자들은 임기를 시작하며 안보 부분부터 개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왜 그렇게 많은 군 장성들이 쿠데타 발발 이후 미적지근한 입장을 취했는지도 충분한 설명이 나옵니다. 차마 쿠데타에 동참하지는 않더라도, 이 정부가 전복되고 야당이 집권하는 것 역시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요. 적당히 배 깔고 있다가, ‘이기는 편 우리 편’을 외치면 그만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133쪽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존과 같은 장교들에게 합리적인 행동은 혼돈과 혼란의 한복판에서 누가 이기는지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기다리는 것이다. 일단 윤곽이 드러나면 존과 그 중대는 승자 편에 설 수 있다. 만약 쿠데타 모의자들이 승리할 것 같으면 존과 같은 군인들은 쿠데타에 합류한다.
미국에서 타국 지도자나 인물에 대한 암살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은 1970년대 중앙정보국의 불법적인 암살 시도들이 폭로된 후 제정된 일종의 '해외 암살 금지령'입니다. 이 행정명령은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의해 처음 서명된 이후, 지미 카터 대통령을 거쳐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2333호(Executive Order 12333, Part2 Section 11)로 확립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를 이어가면서 이를 우회하는 행정명령이 발효되었고, 이젠 아주 대놓고 암살을 일삼고 있습니다.
최근 베네수엘라를 침공한 것에 이어 이란 침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납치해 오는 것에 성공한 뒤로, 부통령 로드리게스에게 정권을 승계시킨 이후 적극적으로 내정 간섭을 시작한 모양새입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란에서도 같은 방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병신 같은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309쪽
외국 군사력으로 정권을 교체할 경우 발생하는 큰 문제 중 하나는 공격자가 구정권의 잔재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숙청할 것인가? 그럴 경우 그 국가 운영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 제거함으로써 그들이 새로운 정부 체제로 이행하는 것을 방해할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들을 숙청하지 않을 경우, 독재자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충성심은 당연시할 수 없으므로 체제 전환 과정이 위험해질 수 있다.
미국은 20세기에도 여러 차례 같은 방식이 쉽사리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경험을 했고, 21세기에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했었습니다. 특히나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거대한 헛발질을 하면서 중동 지역에 거대한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호기롭게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것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역사로부터 하나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친미 성향 극우 포퓰리스트인 마차도가 차기 대선에서 선출된다고 해도, ‘쿠데타의 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란에 친미 정권을 만들겠다며 ‘헛지랄’을 시작했습니다. 이건 답이 없습니다.
184쪽
외국 공급업체가 무기 공급을 중단해도 정권이 국내 무기 산업을 이용하여 무기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가? 독재정권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중에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가? 외국의 원조가 없이도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가? 이 세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한다면 그 정권을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 싸움을 지속할 수 있어서든 아니면 다른 세력이 그 정권을 가치 있다고 여겨서 보호해서든, 정권은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라도 계속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