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앤 케이스 외_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절망사로 밝혀보는 미국 사회의 거지 같음

by 안철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Anne Case, 『Deaths of Despair and the Future of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20.



지난해 읽었던 몇 권의 책에서 ‘절망사 deaths of despair’란 표현을 접했었습니다.

어쩌다가 미국은 이런 꼴이 됐나를 자성하는 책에서 빠지질 않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원전原典을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싶었습니다.

책이 참 정신 사납습니다.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중언부언이 뭘 말하고 싶었는지를 되레 명확하게 짚어줍니다. 팔십 먹은 노인네와 그의 젊지 않은 아내가 써낸 이 책은 너무 중구난방이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리뷰를 쓰기 위해 차근차근 정리하다 보니 필요한 이야기들에 꽤나 집중했구나 싶어졌습니다. 물론 그 여든 살의 노학자는 10년 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고, 그의 띠동갑 아내는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그 ‘짬’에서 나오는 내공이라고 봐야겠지요.

번역도 한 몫 했습니다. 맥락에서 벗어난 번역 문장때문에 원문을 찾아보면 여지없는 오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문장을 바꿔보려고 여러 차례 고민하기도 했는데요, 막상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도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명사형 문장이 문제였습니다. 30년 넘게 '읽어온' 영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데, 막상 우리말로 '옮기는' 데에는 익숙한 '직역'을 하게 되더군요. 그러면 되레 아주 생경한 문장이 되버립니다. 그렇다 보니 문장의 구조 자체를 의미 차원에서 완전하게 '의역'해야만 했습니다. 그러자 오래된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이 다루려는 내용은 간명簡明합니다.

미국에서 절망사라 부를 수 있는 이상한 현상이 만연 epidemic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형편없는 의료보험 시스템과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절망과 죽음을 상세히 기록하고, 자본주의의 여러 측면을 비판하며, 오늘날 미국에서 세계화와 기술적 변화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17쪽.

서론에서 저자들은 미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단층선을 찾아냈는데요, 바로 ‘4년제 대학 학위’의 유무였습니다. “절망사, 고통, 약물과 알코올 중독, 자살,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 결혼 감소, 종교 쇠퇴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4년제 학위가 없는 非히스패닉계 백인 미국인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짚어줍니다.

저자들은 또한 이렇게 말합니다. 학사학위가 없는 미국인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다가, 혼외자를 출산합니다. 그렇게 한때 동거했던 여자와 헤어지고 나면, 동거 중 낳은 아이들은 의붓아버지와 살게 되면서 많은 중년 남성들이 자기 자식조차 모르고 삽니다. 전처럼 교회에서 위안을 얻지도 못하고, 노동자에게 지위를 부여해 주고 의미 있는 삶의 토대를 쌓게 해주는 전과 같은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그런데 유독 미국만 이렇다고 전합니다. 같은 경제 상황에 봉착한 유럽에서는 미국과 다른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미국에서만 특히 노동 계급 working-class에 독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거지 같은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과 ‘곪을 대로 곪아버린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그래서 이 리뷰에서는 절망사, 미국의 의료서비스, 불평등에 대해서 집중합니다.



1. 절망사 Deaths of despair


저자들은 서문에서 “자살, 약물 과다복용, 알코올성 간질환 등 세 가지 원인에 의한 죽음을 모두 ‘절망사’라고” 부른다고 정의합니다.

45~54세 사이 백인 남녀의 절망사는 1990년 10만 명당 30명에서 2017년에는 10만 명당 92명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모든 주에서 45~54세 사이 백인의 자살 사망률은 1999~2000과 2016~2017년 사이에 늘어났다. 두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사망률도 올라갔다. 그리고 모든 주에서 약물 과다복용 사망률도 높아졌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74쪽.

저자들은 백인 사망률이 오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빠르게 늘어난 사망 원인을 찾아봤습니다. 직접적 영향을 미친 사망 원인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첫째가 대체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우발적 내지는 ‘의도가 미확인된 intent-undetermined’ 중독이었고, 두 번째가 자살, 세 번째가 알코올성 간질환과 간경변증이었습니다.

특히나 “고졸 이하 학력자들이 속한 더 젊은 코호트 cohort를 살펴보면서 그들이 절망사로 더 높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고졸 이하 학력자들의 경우 45세 기준으로 1960년대에 태어난 출생 코호트는 1950년에 태어난 코호트보다 사망 위험이 50퍼센트가 더 높았고, 1970년에 태어난 코호트도 사망 위험이 두 배 이상 더 높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절망사가 늘어났는가에 대한 원인을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몇 가지 사안들이 절망사 증가의 원인으로 짚어볼 수 있는 것들이 될 터입니다.


가. 대학 학위라는 이란 단층선

The worlds of the more and less educated have split apart, a divergence that we will see over and over in this book.
- Anne Case, 『Deaths of Despair and the Future of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20. p.66.

저자들은 “오늘날 입사할 수 있는 기업들도 교육에 따라 나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직고용하던 저숙련 일자리 다수를 이제는 아웃소싱하다 보니, 더 이상 교육 수준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회사에 함께 일하지 않습니다. 교육 수준은 소득 차이를 가져오고, 그 소득의 차이는 주거지 분리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지리적 분리의 확대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교육 수준의 격차도 확대합니다. 하지만 두 집단의 취향에도 차이가 있어서 서로 식사하는 식당, 방문하는 웹사이트, 시청하는 TV프로그램, 뉴스를 얻는 출처, 예배를 보러 다니는 교회, 읽는 책 등이 모두 다릅니다. 점점 더 둘 사이의 접점은 사라지고, 그렇게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 단층선은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재능이 있더라도 자신의 능력에 맞게 교육받지 못한 아이는 더 이상 관리인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CEO 자리에 오를 수 없”는 현실의 단층으로. “관리인과 CEO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부연합니다.


나. 미국인의 고통 pain

매년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하는 미국인들이 증가 추세다. 고졸 이하 중년층에서 고통받는 삶을 산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130쪽

저자들은 “거주 인구의 교육 수준이 더 높은 곳에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더 적은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인들의 고통이 증가한 이유로, ‘눈송이 효과 snowflake effect’와 비만 그리고 일자리 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잃고 나쁜 일자리를 얻게 되면 일자리와 관련된 고통이 늘어난다는 것”이죠.

여기에 소득도 추가합니다. “소득이 줄면 고통이 커진다”는 것인데, “노동자로서 지위와 의미를 잃거나 노조 마을에서 고소득 일자리로 지탱되던 사회구조가 몰락해 고통이 생길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겁니다. ‘사회적 배제 social exclusion’로 인한 고통이 뇌에서 부상으로 인한 고통과 유사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리하여 “기대했던 대로 삶이 풀리지 않은 채 방치된 사람들 사이에서 절망사가 성행”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건강한 사회는 사회적 연대를 촉진하는 낮은 스트레스의 제휴 전략에 의해 구성되는 반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는 지배력, 갈등, 복종이라는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전략을 특징으로 한다”는 영국의 전염병학자인 리처드 윌킨슨 Richard Wilkinson의 말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다. 자살

저자들은 “미국의 자살과 총기의 ‘입수 용이성 gun availability’ 사이의 상관관계는 정치적 논쟁거리”지만, “총기 입수 용이성이 높아진 것이 자살 증가의 일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결단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포함한 실업률이 자살을 예측해 준다”면서,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라. 오피오이드

오피오이드 opioid란 ‘아편성 수용체’를 일컫는 말로, 쉽게 말해서 마약성 의약품을 말합니다.

지금은 하나로 통합된 마약류 관리법이 20년 전만 해도 세 개의 법률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중독성이 약한 대마법이 따로 존재했고, 천연 마약인 아편과 코카인을 취급하는 마약법과 화학합성물인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향정법으로 말이지요. 대마 cannabis와 마약 narcotic drugs 그리고 향정 psychotropic substance을 다 합쳐서 부르는 말이 마약류 narcotics이고, 이 중에서 양귀비 poppy나 코카 coca에서 추출하는 천연 성분으로 만들었던 아편 opium 또는 코카인 cocaine만을 콕 짚었을 때에 마약이라고 부릅니다. 아편 역시 합성이 가능하다 보니, 이런 합성물을 오피오이드라고 부르는 거죠.

오피오이드로 유명한 성분은 모르핀, 옥시코돈, 히드로코돈, 펜타닐이 있습니다. 모르핀의 1.5배인 옥시코돈은 옥시콘틴이란 상품으로 나왔고, 2배인 히드로코돈은 바이코딘이란 상품으로, 100배인 펜타닐은 ‘좀비마약’으로 더 잘 알려졌습니다.

이들 오피오이드가 절망사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복용하기 시작했던 ‘진통제’에 중독되어서, 결국 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정지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죠. 이 악순환의 고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다음 설명으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유행병 opioid epidemics의 경우 감염원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아니라 그 약을 제조하고 판매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제약 회사, 법무부 마약단속국 DEA이 의식적 과잉 처방을 기소하는 것을 막은 의회의원들, 호주 동남부 태즈메이니아에 있는 양귀비 재배 농장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허점을 막지 말아 달라는 로비스트들의 요청에 응한 DEA, 광범위한 사회적 파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오피오이드를 승인했고 그것의 사용과 이윤을 크게 넓힌 라벨 변경을 승인해 달라는 생산자 요청에 응한 FDA, 그것을 부주의하게 과잉 처방한 의료전문가, 그리고 의료계가 처방에 미온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틈을 노려 판매를 늘린 멕시코와 중국 출신 마약상들이었다. 이것은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죽임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얻고, 정치권력이 가해자들을 보호해 준 공급에 대한 이야기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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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의 의료 서비스 American Healthcare

미국의 의료비는 세계 최고가지만, 미국인의 건강은 부유한 국가 중에서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292쪽.


어느 나라에서나 의료 서비스가 문제입니다만 미국은 최악입니다.

“미국 의사들은 다른 OECD 회원국 의사들이 받는 돈보다 평균 두 배” 많은 돈을 받습니다만, 인구 대비 의사수가 낮아서 인해 국민의 전체 비용 부담은 제한적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의사 단체와 의회의 요청에 따라 의대 설립 장소 수를 제안하고, 외국 의사들이 미국에서 개업하기 어럽게 만듦으로써 의사 수를 억제”하는데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2.6명으로 최하위이고, 미국과 일본은 2.7명입니다. OECD 평균은 3.8명입니다. 그렇다 보니 2005년 기준 미국 소득 상위 1퍼센트 중 16퍼센트, 상위 0.1퍼센트 중 6퍼센트가 의사였습니다.

의약품 가격은 미국에서 약 세 배 정도 더 비쌉니다. 미국 제약회사들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대체로 신약개발이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미국의 혁신과 발명에 빌붙고 있다고 비아냥거리지만, 반대편에서는 연구비보다는 마케팅비용을 훨씬 더 많이 쓰며, 그 연구라는 것도 정부기관에서 한 것이거나 정부지원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의료비 청구서의 지불 주체부터 따져보기 시작한다면 개인과 연방정부 individuals and the federal government가 각각 28퍼센트씩을 내고, 기업이 직원들을 대신해서 20퍼센트를 낸다. 그리고 17퍼센트는 주와 지방정부 state and local governments가 낸다. 기타 민간업자 private payers들이 나머지 7퍼센트를 낸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307쪽.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자부담 50%에 사측 부담이 50%이니, ‘혜자’가 아니냐고 말하는 바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인 의료수가와 보험의 보장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의료보험이 얼마나 ‘극악’한지는 다음과 같이 드러납니다.

고용주의 기여금은 임금 자체가 그렇듯 ‘임금 비용 wage cost’이기 때문에 평균 1인당 보험료가 1999년 2,000달러에서 2017년 6,896달러로 오르는 것처럼 보험료 상승은 임금 인상 억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은 그들이 선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고용주가 누구에게 돈을 주느냐가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 내주는 돈의 총액이 얼마냐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직원은 그 ‘선물’이 임금에서 일부나 전체가 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고용주가 내주는 보험료가 오르지 않았다면 2009년 4인 가족은 9만 9,000달러 이상을 벌었을 것이다.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309쪽.

저자들은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를 “기생충”이라고 말합니다. 일찍이 워런 버핏이 ‘촌충’이라고 비유했던 것처럼, 미국인들의 삶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저자들은 “의료보험 시스템에 국한되었던 암 cancer이 경제 전체로 전이된 상태”라고 비판합니다.



3. 불평등


저자들은 “미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다른 부유한 국가들보다 더 크기 때문에 불평등은 미국이 예외적인 다른 결과들을 설명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가난과 불평등은 건강 저하와 악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통치를 훼손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경제 불안을 초래하고, 신뢰와 행복을 저해하고, 심지어 비만의 증가를 촉진하는 등 일반적으로 아주 정확한 비난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툭하면 모든 종류의 악행을 저질러 비난받는 쌍둥이 저주로 간주된다”고 부연합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찾아온 대침체 Great Recession는 저성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저자들은 “저성장은 자원을 둘러싼 싸움을 격화시키고, 각 그룹에게 자기 몫 이상의 것을 얻기 위한 로비를 하고 싶게 만들고, 자원의 분배 걱정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정치를 오염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1970년 이후 성장의 혜택은 이미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고 자기 몫을 지킬 준비가 훨씬 더 잘 된 사람들에게 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주지시킵니다. 그렇다 보니 ‘슘페터 경쟁 Schumpeter Competition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독점 규제로, “성공한 도전자들이 그들 뒤에 놓인 사다리를 걷어 올리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창조적 파괴’로 일시적인 경쟁 우위를 누릴 수는 있겠지만, 경쟁자의 접근권을 원천봉쇄하는 독점 행위는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계화로 경제 구조가 재편된 이래로,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가 이루어졌습니다.

세계화는 미국 노동시장에 엄청난 격변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다. 니컬러스 블룸 Nicholas Bloom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그의 공저자들의 연구는, 대학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몰려 있는 지역(주로 해안 지역)에서 해외로 아웃소싱을 주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연구개발, 마케팅, 그리고 경영 분야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 증가로 인해 상쇄됐으며, 그중 다수는 제조업 노동자들을 내보낸 기업들이 만든 일자리임을 보여준다. 세계 무역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을 늘리면서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용 제조업 분야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경제학자 로버트 핀스트라 Robert Feenstra와 그의 동료들은 수출이 사라진 일자리 수와 비슷한 200만에서 3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저숙련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 앤 케이스, 앵거스 디턴,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2021, 331쪽.

이 과정에서 조부모 세대나 부모 세대가 누릴 수 있었던 노동 환경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보수가 좋은 노조가 있는 직장 well paid union jobs에 들어가 자가를 사고,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정기적으로 휴가를 즐기는 중산층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리하여 ‘블루칼라 귀족 blue-collar aristocrats’이라고 불려 왔던 직업들이 상당수가 사라진 겁니다. “고등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공장으로 가서 월급 액수보다는 자신이 하는 어렵고도 생산적인 노동이 선사하는 존엄성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이러한 변화는 “30년 전 흑인 사회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과 유사한 변화”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남성은 결혼 능력이 떨어지고 안정된 삶을 지탱해 주는 한 축이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일터에서의 삶과 그로 인해 가능해진 가정에서의 삶을 동시에 상실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백인 특권 white privilege의 상실을 넘어서 역차별로 인식되는 무언가가 결합되는 것은 눈앞에 닥친 현실이자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는 소득의 감소보다 훨씬 더 해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