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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Apr 19. 2022

[북리뷰] 조재호_《살아남은 카페들》

2022, 연필과 머그. "엄선된 인터뷰이가 돋보이는 인터뷰집"

1. "카페나 차릴까" vs "서점이나 차릴까"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로 책을 빌리면서, 서점 주인에게서 "책방을 하시려는 거냐"는 질문을 받았더랬다. 이철재의 『동네 책방 운영의 모든 것』도 대출목록에 끼어 있었던 탓도 있지만, 책방 운영과 관련된 이런 저런 질문을 자주 해서 그런가 보다.

 젊었을 땐 '서점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자영업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20대엔 비디오가게, 30대엔 맥주전문점을 말아먹어 본 경험이 있기에, 자영업의 세계가 만만찮음을 모르지 않는다. "서점을 좋아하지만 직접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는 솔직한 마음을 전하며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서 반복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카페나 해볼까'라며 조언을 구해오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이에게, 개업 10년차 즈음의 '살아남은' 자영업자들의 충고는 날카롭다.


 요식업은 극히 일부의 성공한 사람들이 미디어에 화려하게 노출되는 편입니다. 요식업을 해보니 직접 앞치마를 두를 게 아니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술집은 서비스업에 가깝더군요. 안주가 맛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는 고객 응대를 잘하면서 외모가 출중한 알바나 직원들을 채용하는 게 매출에 훨씬 영향을 끼치는 직종입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카페 운영이 심플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은 한 번 발생된 클레임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 음식을 만들어 드렸을 때의 원가가 무척 부담스러운데, 커피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클레임을 제기하는 손님들과 절대 싸우지 말고, 웬만하면 새로 해 드리거나 그래도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으면 그냥 환불해드리라고 지시합니다. 그렇게 해도 큰 부담이 아닐뿐더러 확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을가 말까 한 일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친하지 않은 지인들에게는 요식업을 추천하고, 친한 지인들에게는 카페를 권하고 있습니다.
 카페 운영이 힘들다면 어떤 자영업도 하시면 안 되고, 그냥 직장생활을 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 246쪽, '타이커 커피'



2. 익숙하고 효율적인 책의 구성


 브로드컬리의 '3년 이하' 시리즈를 좋아한다. 특히나 '3년 이하 서점' 2권은 읽고 나서 산 책이기도 하다. 잘 정리된 질문들을 인터뷰이들의 특징에 맞춰서 반복할 건 반복하고, 차별화할 건 차별화한 구성이 꽤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성공한 카페 주인장들, 더욱이 카페란 자영업 창업을 통해 프랜차이즈 등 기업 창업으로 진화한 이들을 열두 명씩이나 모았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를 돋운다.

 감정의 과잉으로 객관적 정보 전달에 실패하는 에세이 류나 아마추어리즘과 한정된 주관적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개인 저작물의 한계는 명확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인터뷰가 제공하는 잘 가공된 사고의 모음은 꽤나 정돈된 정보를 제공한다. 인터뷰이의 안에서 한 번 정돈된 사고가 인터뷰어의 안에서 또 정돈되고, 다시 편집자에 의해 정리되는 이런 방식의 책쓰기는 각자에게 내 글과 생각이면서, 결국은 내 글과 생각이 아닌 것이 되는 역설적인 글쓰기로 간주관성을 담보하게 된다. 그래서 더 재밌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먼저 살피기 시작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디저트도 휘낭시에처럼 비교적 간단한 구움과자류만 만들다가 키쉬처럼 손이 많이 가는 메뉴를 시작한 이유도 든든한 식사대용 메뉴에 대한 손님들의 수요를 몸소 느꼈기 때문입니다.
- 87쪽, '라티오 커피 바'



3.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류승완 감독의 2006년 영화, 〈짝패〉에서 이범수의 대사중에 하나다. "살아보니께,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는 그 짧은 대사가 꽤나 기억에 남았다. 아마도 같은 해에 개봉했던 영화 〈타짜〉에서 김응수가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악착같이 살아남았다고 자랑하던 그 내러티브를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매장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가게 하나만 바라보고 브랜드를 운영하던 구간은 넘어섰으니, 이제 네임밸류를 더 키워서 다른 플랫폼에 입점하는 등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갈 수 있는 단계를 고민하는 중입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손님 유입을 늘리려면 다양한 판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288쪽, '호라이즌 16'



4. 북디자인.


 아무래도 작은 판형에 500페이지를 넘기는 두꺼운 분량으로 인해, 다른 큰 판형의 하드커버 장정에 비해  조금 부실해 보인다. 가름끈이 끼워져 있던 페이지들이 꽤나 벌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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