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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 Jun 06. 2022

《2022 인천아트북페어》싱얼롱페이퍼

어디서 본듯한 북페어. "알겠으니, 자, 이제 아트북을 보여주세요."

<인천아트북페어>를 갔는데, 어디서 본 듯한 북페어를 보고 왔다.

 한 바퀴 둘러보았으니, 주최측에 묻고 싶다.

 이제 아트북을 둘러 보려면 어느 공간으로 이동하면 되는 거죠?


1. 의외의 성황

북극서점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2 인천아트북페어>의 개최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에서 <리틀 프레스 페어>가 선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심지어 <2022 서울국제도서전>과도 일정이 겹치고 있다. 셀러 유치부터 관람객 유치까지 꽤나 불리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인천이란 장소도 서울만큼 유리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여 팀의 셀러를 유치해 꽤 복작거리는 북페어를 만들어냈다. 의외의 선전이었다.

2022 인천아트북페어 포스터 이미지


의외의 성황에 대한 궁금증은 아주 우연하게 풀렸다. 한 셀러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됐는데, 그 안에서 답안 중에 하나를 맞춰볼 수 있었다.

"리틀프레스페어는 마감됐고, 서울국제도서전 부스참가비는 너무 비쌌는데, 이곳만큼은 참가비도 없고 자리도 있어서 들어올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책보부상>, <언리미티드 에디션>, <퍼블리셔스 테이블>과 같은 북페어는 마케팅비용을 지출하면서라도 '독립출판물'을 홍보하는 자리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여유롭지 않은 셀러들에게 참가를 위한 제비용(교통비, 숙식비를 포함한 출장비용 일체와 폐점 기회비용 그리고 왠만해선 받지 않는 부스 비용)은 늘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코엑스는 언감생심이었던 이들에겐 단비와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행사를 무사히 마친 북극서점의 후기도 링크로 남겨본다.

https://www.instagram.com/p/Cecw6s3LmmT/

2층 계단 앞에서 내려다 본 행사장 전경



2. 나름 내력있는 인천의 북페어


인천광역시는 2013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됐다.

세계 책의 수도가 무엇인지, 세계 책의 날이 무엇인지, 또 인천 이전까지의 세계 책의 수도는 어디였는지 알고 싶다면, 바로 밑의 인천광역시 보도자료를 참고해 보면 좋겠다.

그런데 도대체 인천과 책의 수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싶어진다.

너무 뜬금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납득을 할 수 없던 사람이 비단 나 하나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음 기사를 읽어보면 "아 맞다!"라고 탄성을 내뱉을 것이다. 서두에 바로 나오니 오래 찾을 필요는 없다.  

강화군은 인천광역시 소속의 기초단체다. 언제부터 경기도가 아니라 인천 소속이였나면, 1995년도부터다. 꽤 오래됐다.


이렇게 '세계 책의 수도'라는 타이틀까지 가져온 마당에, 후속 조치가 없으면 두고두고 욕먹게 된다. 2015년 이후에도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한다.

2017년에는 인천광역시도서관발전진흥원 주최로 "책, 피어라 인문콘서트"가 개최됐다. 그 한 해에 총 5회에 걸쳐 치루어졌다. 2018년에도 마찬가지로 인천광역시도서관발전진흥원에서 주관했다. 2019년부터는 <책, 피어라 콘서트>는 민간위탁방식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 마중물이 행사를 주관하는 것으로 포스터에 나온다.

2017년 제1회 책, 피어라 인문콘서트 포스터


마침내 2020년 <인천아트북페어 싱얼롱페이퍼 Sing Along Paper>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많은 호응을 얻은 책, 피어라 콘서트의 일환으로,
약 140팀의 독립 서점과 독립출판 제작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연,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2020 인천아트북페어 포스터 이미지


'아트북페어'니까 '아트플랫폼'에서 연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선적인 사고가 비좁은 공간에 대한 이해에 앞섰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2009년 대한통운 창고 등을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마저도 전시행정의 전형적인 예 중에 하나이다.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게 인천아트플랫폼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교육,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용과 같은 미술관의 기능을 꽤나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물론 '적은 예산으로 애로가 크다'는 볼멘소리를 빼먹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인천은 그런 미술관조차 없기 때문에 인천아트플랫폼이 시립미술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립미술관으로 기능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어정쩡하다는 데 있다. 전시공간은 열악할 뿐만 아니라 비좁다. 그저 개항장 영역에서 랜드마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상충되기까지 하는 미션을 우겨 넣은 탓이 크다.


안 그래도 좁다 싶은 공간에서 행사를 준비했는데, 구조안전 문제로 행사공간이 더 축소됐다는 소식도 북극서점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전해 들었다. 아트플랫폼 측에선 대관행사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게 꽤나 싫었을 테고, 주관하는 인천시청 도서관정책과와 북극서점에선 공간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컸을 테다. 이쯤이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도, 큰 잡음 없이 행사를 마친 모양이다.

등록문화재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인천아트플랫폼의 관리사무동으로 쓰이고 있다.


그저, 늘 그렇듯이... 공간의 협소함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디뮤지엄의 시원시원한 공간에서 진행됐던 <퍼블리셔스 테이블>의 쾌적한 통행공간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테이블 하나 놓는 셀러부스에 두 사람 이상이 서서 책을 둘러 볼 수 없기 때문에, 마치 컨베이어 돌아가듯이 밀려갈 수밖에 없는 게 일반적이다. 누군가 셀러와 대화라도 하고 있을라치면, 비좁은 통행공간을 두 줄로 차지하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2층 행사장 전경. 1층에 비해 2층의 통행공간은 더욱 협소했다.



3. 그런데 아트북은 어디있나요?


 행사의 공식 명칭은 <인천 아트북 페어>지만, 공식포스터나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아트북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첫번째 행사였던 2020년 보도자료를 위에서 살펴봐서 알 수 있지만, 이번 행사라고 다를 리가 없다. 그냥 그대로 복붙이다. 이쯤이면 '아트북'과 '독립출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야 것이다.

 아트북의 개념은 독립출판물의 개념에 전부 포섭되지도 않으며, 둘 간의 개념적 위계를 고려해봐도 독립출판물이 오히려 상위에 놓인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경험했던 아트북의 실종현상을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을 때의 허탈감은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하게 쌓인다.

오히려 인천판 <퍼블리셔스 테이블> 정도로 이해하면,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겠다.


독립출판에 대한 개념의 이해에 진심인 편이다.  

그 이유는 <북소사이어티> 임경용의 글을 빌려보고자 한다.


활동을 시작할 당시 ‘독립출판’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제안한 것이 ‘소규모 출판’(Small Press)이나 ‘자주출판’(Self-Publishing) 등이었다. ‘독립’이라는 말이 형용사처럼 사용된다면, 그 뒤에 어떤 단어가 붙어도 일종의 형용모순이 된다고 생각했다. 독립문화는 주류 문화와의 긴장 속에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며 사회적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프로야구의 1군과 2군 관계처럼 취급된다면, 주류 문화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절차상 하는 것이 독립문화라면, ‘독립’이란 말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독립출판이라는 것을 보는 내·외부의 시선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독립’이란 이름으로 모든 인디문화를 묶어버리면 되레 그것이 족쇄가 될 수 있다.



4. 그 와중에 성과라면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몇몇 사진집이나 그림책들은 굳이 '독립출판물 페어'에서 보아야 할 '독립출판물'이 아니라서 셀러 테이블 자체를 스킵하기도 했다.


며칠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던 매거진 감(GARM)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도서실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코엑스에서 제법 재미있는 잡지를 만들고 있다 싶었지만, 인파에 밀려 찬찬히 살펴볼 수는 없었다. 도시건축전시관이란 이름답게 하나의 서가를 따로 배정해 전권을 비치해 놓은 터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의미있는 출판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 <인천아트북페어>에서도 몇몇 매거진이 GARM만큼이나 흥미롭게 눈에 들어왔다.

'Plan:be Magazine_본격 샛길탐색 매거진'(https://www.instagram.com/planbemagazine/)의 잉여스러운 상상력이 좋았고, '나란 우주를 탐험하는 콘텐츠 놀이터 에디토리'(https://www.instagram.com/editory_official/)의 멘털테라피 시리즈의 엉뚱함도 좋았다. 문학스튜디오 무시(https://muciofficial.wixsite.com/studio-muci)의 <Toy Box>의 편집방향에도 눈길이 갔다. '바질-지구생활안내서'(https://www.instagram.com/basil.earthlifeguide/)에서는 <감>에서 보았던 '의미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임경용이 <도미노> 작업을 할 때, 이들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몇몇 아트북에도 눈길이 갔는데, 다 외울 수가 없어서 명함을 챙겨온 분들만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서현진 작가(https://www.instagram.com/glejinn/)의 셀러테이블에선 꽤나 오래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옥님의 달'(https://oknimsmoonshop.com/picturebook)에서는 책의 물성이 아니라, 거기에 담고자 하는 '손녀의 마음'에 눈길이 갔더랬다. 아무래도... 나도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박몬순(https://www.instagram.com/miso8132/)의 <우리 집엔 고양기가 산다>를 슬쩍 살펴보다가 피식 웃고는, 명함 겸 스티커 한 장을 슬쩍 들고 오기도 했다.


무얼 들고 올 수 없는 테이블에서는 핸드폰으로 사진 한 컷씩을 찍어 왔다. <바다-레코드>, <빛을 비추면_In Light>, 매거진<Al;one> 등도 발길을 잡았다.


#2022인천아트북페어 #싱얼롱페이퍼 #북극서점 #인천아트플랫폼 #인천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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