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4
내가 좋아하는 것은 버스다, 라기보다 뒷바퀴 쪽 좌석이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쪽이나 상관없지만 반드시 창 측이어야 한다. 해가 드는 쪽이라면 더욱 좋겠다. 나는 그 좌석을 너무 사랑한다. 다른 좌석은 버스다 싶지만 뒷바퀴 쪽 좌석은 집이다 싶다. 소파에 앉은 듯한 느낌이다. 무릎을 세울 수 있고 몸을 파묻을 수 있어서 작아지는 느낌이 아늑하다.
하루에 두 번,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세 가지 다 하거나 두 가지 정도만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거나 멍하니 있거나 책을 읽는다. 뭔들 하거나 뭔들 안 한다는 소리다.
심신이 하도 나약하여 좋아하는 걸 한 번 적어볼까 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게 겨우 버스 좌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