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미라고 해야 할까
악취미라고 해야 할까. 자주 찾아오는 기회는 아니지만 일부러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저자의 사인을 받는 취미가 있다. 구마모토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서점이 있었는데, 책방 주인 겸 작가인 다지리 히사코 씨에게 사인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받는 이는 당연히 ‘ㅇㅇㅇ図書館の皆さんへ‘. (포스트잇에 미리 적어갔다. 잘못 썼지만)
멋대로 이런 일을 벌이면 저자 쪽에서 먼저 당황하는 편이지만, 더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해줄 거라는 나의 뜻을 눈치 채고 기꺼이 동참해준다.
언젠가 읽을 날이 오리라 믿고 원서도 샀다. 원서 쪽에는 내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포장을 해주셨는데, 책을 덮기 전에 티슈 한 장을 깔아주셨다. 이런 섬세한 배려는 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된다. 호텔로 돌아와 책을 펼쳐봤다. 내 이름과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귀여운 글씨의 한국어가 적혀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한국어를 검색하셨을까? 어쩐지 수줍고 서툴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닿고자 하는 마음은 확실히 느껴졌다.
시라다마는 만나지 못했다. 아니 만날 수 없었다. 사실,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은 드물다. 그저 무심한 척하며 다가와주길 기다린다. 히사코 씨는 늘 지니고 다닐 수 있게 시라다마 모양의 책갈피를 끼워주셨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고양이의 등을 매일 쓰다듬어볼 수도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