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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중의 이야기, 신화

신화의 요체, 이야기

by pdcafe

Story of Stories!


인지혁명을 겪은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는 전혀 다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인지혁명을 겪은 후 '허구'를 공동의 믿음으로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허구를 믿게 된 인간'이 등장한 것이죠.

어느 날 어떤 계기를 통해 같은 부족들끼리 특정한 허구를 공동의 진리로 믿기 시작합니다.

족장이 '사자가 우리 부족의 수호신'이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부족들이 족장이 말한 허구를 함께 믿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인간은 신화를 창조합니다. 이어서 종교가 만들어지고 공동의 규율이 생기고 돈도 만들어냅니다.

부족 공동체가 사회 체계를 갖춰지며 더 큰 네트워크로 확산하지요.

공동의 규율이 생겨 법이 되고 '돈'도 만들어 냅니다.

공통의 신화를 믿는 공동체는 엄청난 일을 해낼 힘을 갖게 되지요. 운하를 만들고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같은 신화를 믿는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신화의 요체는 무엇일까요. 결국 이야기입니다.

방송도 마찬가지인데요.

방송을 만드는 요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핵심을 하나 찾는다면, 바로 '이야기' 아닐까요.

목소리를 담아야 할 도구인 마이크와 수집된 음성을 전파로 바꿔줄 기계 장치,

전파를 멀리 보낼 전력과 기술, 완벽하게 방음이 된 스튜디오와 아나운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요소들이 수행하려고 하는 목적은 바로 이야기 전달이지요.

이야기 안에는 음악, 시사, 교양, 재미 등이 포함됩니다.

방송은 결국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도구인거죠.


유발 하라리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유래와 이야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결국 이야기가 인간의 문명을 만든 한 원동력이라고 했습니다.

빅히스토리 스케일로 이야기의 핵심 역할을 추적하지요.

이 책에서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볼까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 중의 이야기, 신화를 탐색하는 것이죠.

신화학자인 김원익 작가는 신화가 '인간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신화는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면서 다른 이야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로,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모델이자 원형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고대인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김헌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어 신화와 지혜를 등치시킵니다.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뜻에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 까닭은 신화가 놀라운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제1권,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본디 철학이 '지혜(sophia)를 사랑한다(philo-)'는 뜻을 담고 있으니,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신화는 곧 지혜가 되는 셈이지요.

그리스 신화에는 난관에 부닥친 주인공이 델피의 신전을 찾아 신탁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이디푸스처럼 신탁을 피하려 도망쳐도 결국 스스로 신탁의 굴레로 다시 들어오지요.

실제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에게 내려온 신탁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게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신화는 이렇게 지혜로 연결되었던 셈입니다.


조지프 캠벨은 신화를 인류가 지닌 '집단 무의식'의 소산이라고 했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길라잡이로 여겼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게 해주는게 바로 신화였지요.

미로 안에서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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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cafe의 브런치입니다. 라디오 전문 PD로 책읽는청주 독서캠페인을 기획했으며 지금은 대한민국 독서캠페인 리딩코리아(Reading Korea)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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