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라디오, 연결의 미학
나는 왜 책을 전파하고 싶었을까?
책과 라디오, 연결의 미학
생각해보면 책은 언제나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혼자 읽고, 조용히 사유하며,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는 고독의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목소리와 시대의 숨결을 담은 대화의 장치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이미 그 속에는 누군가의 삶과 사유가 살아 있지요. 그래서 책을 읽는 일은 결국 누군가와 대화하는 일이자, 동시대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공감의 주파수를 맞추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개브리엘 제빈의 소설 『섬에 있는 서점』 속 주인공 에이제이 피크리가 말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이 역설적인 문장은 책이 가진 근원적 힘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책은 우리를 홀로 머물게 하지만, 결국은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책은 혼자만의 위안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획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방 방송국의 라디오 PD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지방피(지방PD)’였지요. 제작 여건은 열악했고,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해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플랫폼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저는 라디오가 가진 특별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TV는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 힘을 발휘합니다. 반면 라디오는 마치 책처럼, 작은 예산과 한정된 조건으로도 청취자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좋은 음악, 좋은 목소리, 거기에 책 한 권이 더해지면, 라디오는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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