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된 존재라 하여도

나는 거짓말 없이도 한평생 당신에게 거짓이다.

by 행성인 D





나는 하나의 우주다. 무한하고 세세한 것들로부터 지금껏 쌓여온 유일한 우주다. 당신 또한 그렇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나와 시선이 스치는 당신 또한 하나의 우주다.


나는 죽을 때까지 어쩌면 죽어서도 당신이 절대 될 수 없다. 당신은 내 속에 단 1초라도 들어갈 수 없으며, 내가 보는 세상을 절대 볼 수 없다. 연필로 적은 단 한 줄에도 내 무엇을 기반으로 속에서 다듬고 깎아내며 심을 닳게 했는지 당신은 절대 모른다. 내 깊은 심연에서 회오리치는 현상에 비하면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말은 그저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하다. 고작 나비의 날갯짓만으로 서로의 모든 걸 알아내기에는,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우주를 모른다.


당신이 보는 나는 거짓이다. 무슨 마음으로 어제는 웃고 오늘은 울었는지 당신은 절대 모른다. 내 진정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당신은 나를 빤히 보고, 내게 묻고, 따라서 웃고 울어본다. 내가 웃으면 웃는 대로, 울면 우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당신은 왜 그랬을까? 우리는 안다. 우린 기뻐서 울고 슬퍼서 웃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 없이도 한평생 당신에게 거짓이 된다.


내가 세상에 사라질 때 당신이 슬픈 것도 그것이다. 아무리 '닿을 수 없는 행복 속에 당신이 있다', 주장하여도 마음이 아픈 것은 당신이 나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봄과 내년의 봄은 다를 것이다. 나는 이번 봄에는 웃고 내년 봄에는 울지도 모른다. 나비의 날갯짓이라도 끊임없이 내게 묻고자 했던 당신이 그건 더 잘 알겠지.


당신에게 나는 절대적인 거짓이다. 내가 이 땅에 살던 못 살던 나는 당신에게 끊임없이 각색된다. 우린 닿을 수 없다. 그러나 순간을 공유한다.


손가락을 치켜세워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준다.

그것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지 말로 설명해도 부족하지만, 당신은 나를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너와 나'를 종이에 적으며 나는 아픔을 말하고 당신은 사랑을 말한다.

각자의 심연 속에 담긴 것은 다르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한다.


우리는 거짓말 없이도 한평생 서로에게 거짓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존재와 거짓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나비의 날갯짓에도 우주가 떨리는 법이다. 내가 그리는 당신이 진정한 당신이 아닌 걸 알지만, 이 땅에 숨 쉬는 한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함께 있어준 당신이 고맙다. 그러니 괜찮다. 거짓된 존재라 하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