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사이

by 정소민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면...

갑자기 책상이 흔들린다.


내가 키우는 두 마리의 고양이 중 동생이

책상 위로 올라올 때면 늘 책상이 흔들린다.


이 아이는 영양이 부족했던지..

꼬리가 거의 없이 태어났다.

고양이는 꼬리로 균형을 잡고, 꼬리 때문에 높은 곳에 갈 때도

사뿐히 착지를 하는데... 이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


캣타워도

첫째는 한 번에 점프해서 올라가는데

동생은 발로, 발톱으로 기어가듯 올라간다.


점프 실력이 이렇다보니

책상에 올라오다가 미끄러지거나

올라오다가 배에 걸려 떨어지기 일쑤지만

올라오는 게 성공할 때면 책상에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다.


한 번 올라오는 게 여간 공을 들이는 게 아니라서..

책상에 뛰어오르기 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올라오는 듯하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올라올까?

올라와서 하는 거라곤...

그루밍을 하거나 엎드려 자는 것밖에 없는데...

가끔 내가 손으로 장난치면 귀찮은 듯 손을 뿌리치는데..


컴퓨터를 쓰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딱 그 정도의 거리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아이는 늘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둔다.

절대 멀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는 않는다.


내가 소파에 가면 소파 앞 바닥에 앉아 있고,

침대에 누우면 침대 밑이나 옆에...

화장실을 가면 화장실 문 앞에,

부엌에 있으면 식탁 언저리에 자리 잡는다.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너무 가깝게 안기거나 서운하게 먼 것도 아니고

딱 적당한 그 거리.

서로 방해하지는 않으면서 옆에 있기에 외롭지 않은..


아마 고양이와 나의 거리가..

모든 관계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게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