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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ug 26. 2023

몽골리안의 특징

- 말 잘 타는 사람 

일제가 그들의 위성국인 만주국을 만들고 나서 건국대학을 세워 만주국의 지식인을 교육했었는데, 그 건국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식민사학자 이나바 이와키치가 저술하고 서병국 박사가 번역을 한 『만주사통론』이란 책이 있다. 책에서 그는 만주라는 지역이 비단 만주족인 청나라의 발생지 일뿐만 아니라 만주를 무대로 역사에서 명멸했던 숙신, 부여, 동호에서 고조선, 흉노, 부여, 고구려, 거란, 금나라, 그리고 이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었던 몽골을 포함한 많은 나라와 민족의 근거지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 책은 그러한 역사 이야기를 기술하고 있다. 그는 조선총독부의 수사관이 되어 『조선사』를 편찬하면서 조선을 만주에 종속시키는 식민사관을 주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만주사통론』 중에 몽골 민족에 대해 묘사한 부분(261~261쪽)을 보면 ‘몽골사람은 동작이 느리고 무겁지만 한번 말을 타면 매우 경쾌하다. 이는 그들이 어릴 적부터 말에 익숙하기 때문이며 몽골사람과 말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쓴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느낀 점은 우리가 자동차를 몰게 되면 상당히 빠르게 모는 습성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 아득한 세월부터 말을 타던 습성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자동차가 신호대기에 있다가 신호가 바뀌어 출발하면 마치 경쟁하듯 가속 페달을 밟아 나아가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정말 고속으로 차를 몰아 속도 본능(?)을 즐기는 분들이 많았다. 



물론 18세기 후반에 저술된 박지연의 열하일기를 보면 18세기의 조선만 하더라도 말을 타는 습성이 줄어들어 ‘말고삐를 하인에게 맡기고 끌려다닌다’는 표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본디 유목민족의 피가 섞인 우리에게 말을 타는 일은 ‘일상의 일’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말을 타면 말과 몸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쾌하게 탈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라시대에는 이란(페르시아)에서 행해지던 격구가 신라 상류층에게까지 전파되어 무려 조선 초까지 유행하게 되었다. 우리를 포함한 북방계 유목민족은 전유물이었던 마상에서 말을 달리며 쫓겨가는 중에도 몸을 180도 돌려 상대를 향해 활을 쏘는 이른바 배사법을 자유자재로 쏠 수 있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구려의 무용총에 그 증거가 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자동차는 말(馬)이 아니다. 이젠 전력투구와 기묘한 기술을 선보이는 일은 F1 경주에서나 해야 할 일이 되었다. 레이싱 전문가가 아니라면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조용하게, 안전과 법규를 지키며, 신중하게, 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이 줄기는 했지만 교통사고의 오명을 벗을 때가 되었다.          


같은 책의 몽골과 돌궐의 신화 부문에서 보면 이리(또는 늑대)와 사슴의 전설이 나온다. 

“『원조비사』(칭기즈칸 재세 시에 위구르 문자로 기록한 역사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느님의 명령이 있어 잿빛 푸른 이리(몽골어 부르치치노)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몹시 흰 암사슴(몽골어 고아이마랄)이었다. 뎅기스를 건너와 시라무렌의 발원지인 부르칸카르돈, 즉 신악(神嶽, 지금의 대긍특산)에 집을 지어 태어난 바타치칸이 있었다.’” 페르시아 문자로 된 몽골사 『라시드 앗 딘의 집사』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또한 『북사(北史)』에 기록된 돌궐의 신화에도 ‘돌궐은 그 선조가 서해의 우측에 거주하였으며 홀로 부락을 만들었는데 대개 흉노의 별종이다. 성(姓)은 아사나씨이다. 뒤에 이웃 나라에게 파괴를 당하여 그 부족이 모두 없어졌다. 한 아이가 있는데 나이가 10살이었다. 병사가 그 아이를 보고 차마 죽이지 않고 발꿈치를 자르고 팔을 잘라 거칠고 습해 풀이 무성한 곳에 버렸다. 암놈 이리가 고기를 먹여 성인이 되자 이리와 성교를 하여 잉태하였다. 그 왕은 이 아이가 아직 살아 있음을 듣고 거듭 사람음을 보내 죽이게 하였다. 사자(使者)는 이리가 옆에 있음을 보고 이리를 같이 죽이려고 하였다. 때마침 영묘한 물건이 있어 이리를 서해의 동쪽으로 던졌는데 고창국 서북의 산에 떨어졌다. 산에는 깊고 넓은 굴이 있는데 굴 안에는 평평한 장소와 무성한 풀이 있었다. 둘레가 수백 리이며 사방이 모두 산이다. 이리는 그 안에 숨어 있었는데 드디어 남자아이 열 명을 낳았다. 열 남자가 장성하여 각기 한 성(姓)을 만들었는데 아사나는 그 하나이며 가장 총명하여 드디어 군장이 되었다. 그러므로 대장의 군문(軍門)에 이리 머리 깃발을 세우는데 이는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을 나타낸다. 혹은 말하기를 돌궐은 평량(平涼)의 잡호(雜胡)이고 성은 아사나씨이다. 위(魏)나라의 태무황제가 저거씨를 멸하자 아사나는 500가(家)를 이끌고 유유의 철공이 되었다. 금산은 모양이 투구와 같아 투구를 돌궐이라고 부른다. 또 이르기를 돌궐의 선조는 색국(索國)에서 나왔는데 그 부락은 대인을 아방보라고 한다. 형제가 71명이며 그 한 명은 이질니사도라고 하는데 이리의 소생이다.’”     

“같은 북사에 기록된 고창국의 신화에서도 ‘고차(高車)는 대개 옛 적적(赤狄)의 일종이다. 처음에는 적력(狄歷)이라고 불렀으며 북방을 고차, 정령(丁零)이라고 했다. 그 말은 대략 흉노와 같으며 때로 조금 다름이 있다. 그 선조는 흉노의 사위라고 한다. 속세에서 이르기를 흉노의 선우가 두 딸을 낳았는데 자태와 용모가 매우 아름다워 국인이 모두 신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우가 이르기를 나에게 딸이 있는데 어찌 사람과 짝을 지우겠는가. 장차 하늘에 주겠다고 하였다. 이에 나라 북쪽, 사람이 없는 곳에 높은 지대를 쌓고 두 딸을 그 위에 두고 이르기를 하늘이 이를 맞이하기를 청한다고 하였다. 3년이 지나 그 어머니가 이를 맞이하려고 하자 선우가 이르기를 안 된다고 하였다. 다시 1년 뒤에 한 높은 이리가 밤낮으로 높은 지대를 지키고 으르렁거리더니 높은 지대 밑을 뚫어 빈 구명으로 만들었으며 때가 지나도 가지 않았다. 그 소녀가 이르기를 내 아버지가 나를 이곳에 두어 하늘에 주려고 하는데 지금 이리가 왔구나. 혹시 영묘한 물건이니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로구나 하고 문득 내려와 따르려고 하자 언니가 크게 놀래서 이르기를 이는 짐승일 뿐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 없겠느냐고 하였다. 동생은 따르지 않고 내려와 이리의 아내가 되어 아들을 낳았다. 뒤에 드디어 더욱 번성하여 나라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은 좋아서 목소리를 끌어당겨 길게 노래하여 이리가 울부짖는 것 같다.’라고 한다.”     

“이 두 설화를 보면 조금 차이는 있지만 사실 하나의 근원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고대 로마에는 군신(마르스)이 숲 속에서 맑은 물을 긷는 왕녀를 사랑하여 쌍둥이를 낳았다. 이 왕녀는 무녀(巫女)였기 때문에 장래의 재난을 염려하여 쌍둥이를 흔들 대그릇에 넣은 채로 테베레 강변에 버렸는데 흔들 대그릇은 파도에 흔들려 어느 강 언덕에 이르렀다. 그러자 어디선가 암놈 이리 한 마리가 나타나 와서 어린아이가 젖을 빨게 했다. 이것이 로마의 조상이 되었다.”     



이같이 ‘이리 탄생설’은 북방민족의 공통된 설화의 하나이다. ‘로마’와 ‘북방 민족’과의 관계는 여러 저술과 언어학적 비교를 통해서 발표되고 있는데 일본의 한 학자(요시미즈 츠네오)는 ‘신라의 문화가 로마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신라가 꽃피운 로마문화』, 『로마문화왕국 신라』)을 상감구슬, 황금보검, 로만글라스 등 중국문화권에는 존재하지 않던 신라 출토 유물들과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고증하고 있다. 이희수 교수가 지은 『튀르크인 이야기』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가 로마문화왕국이냐 아니냐’ 또는 ‘신라를 포함하여 로마제국, 흉노, 돌궐(터키)이 같은 민족이 세운 나라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향유했었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그것에 상상력과 추리를 보태는 것이 새로운 문화 상품을 창출하는 바탕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즐거움들이 매년 읽을 책 중에 역사책을 골라 집어넣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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