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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Feb 23. 2024

같은 듯 다른 두 책 – ‘제로투원’ 서평

 태국 출장길에 같은 제목의 책 2권을 빌려 가는 길과 비행 중에, 그리고 호텔에 도착해서 짬짬이 다 읽었다. 그러나 정리에는 조금 시간이 걸려 이제 사 서평을 썼다.     

1번째 책은 ‘제로투원 발상법 -  제로투원의 개념과 발상을 위한 책(오마에 겐이치 지음, 이혜령 옮김, 21세기북스)’이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한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가 지은 책이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대학까지 공부했지만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히타치제작소를 거쳐 맥킨지 그룹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을 지낸 세계적인 구루로 평가되는 사람이다.     

책의 차례를 보면 알 수 있지만 '0에서 1을 만드는 발상'의 중요성과 '0에서 1을 만드는 발상'을 만드는 11가지 방법,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4가지 발상법으로 작성되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제로투원의 의미와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분야에서의 오랜 컨설팅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풍부한 예를 곁들인 상세한 설명이 독자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0에서 1을 만드는 발상'으로 신규 사업을 하거나 현재 사업의 도약을 꿈꾸는 사람, 또는 그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둔 방법론이 있다. '당신이 이바라키현 지사라면 지역소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와 같은 역할론에서부터 정보격차, 고정비 감소, 비어있는 곳의 활용 등 여러 기법에 대해 질문을 통한 발상의 전환의 예와 설명이 있다. 역시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개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고, 한 명의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서 '0에서 1을 만드는 발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시 1에서 100을 만드는 단계적 성장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쉼 없는 도전을 주문하면서도 '매번 성공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에 한 번 승리하면 된다.'라고 비즈니스에 나서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서론에 있는 글로 '전임자를 본받아 무리 없이...' 이렇게 외치는 사장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 리더는 '나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장이 되면 생각해 본다든지, 나는 사장이 될 생각이 없으니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현재는 한 개인의 이노베이션으로 변화하는 세계다. 개인이 변하고 더불어 변화하는 시대다. 이러한 때에 닥치면 생각해 본다는 발상은 필요 없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지금 일본과 세계가 필요한 발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제로투원 –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피터 틸(페이팔 공동창업자) & 블레이크 매스터스 공저, 이지연 옮김, 한국경제신문刊)'은 좀 더 심층적인 면에서 서술한 책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로스쿨 강의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으로 저자인 피터 텔(페이팔 창업자 겸 CEO 출신, 벤처캐피털 투자자, 그는 학교 교육보다 학습을 우선하라고 권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데 그의 틸 장학금 10만 불을 받은 사람은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지급)이 강의한 것을 정리한 블레이크 매스터스의 강의록을 보충하여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그는 삶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은 2번 오지 않는다고 역설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이 사실은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창의력을 통해 '0에서 1'을 만드는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기술이란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진 소규모 집단이다.', '신생기업이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람들이다. 신생기업이 가진 강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은 민첩함보다도 더 중요하다. 규모가 작아야 생각할 공간이 생긴다. 생각이야말로 신생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시되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생각하라.‘ 이런 주장을 통해 기술주도적인 벤처 기업들에 의해서 세상이 변모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과거의 잔상은 우리의 마음에 남아 기술에 대한 모든 시각을 정의하고 또 왜곡하고 있다. 그 왜곡을 뛰어넘어 올바른 시각을 갖고 싶다면 우선 과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는 주장을 통해서 제로투원을 위한 기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7가지 관점을 이야기하는데 '과거에서 배워라' 장에서 과거에서 얻은 교훈과 정반대의 원칙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통념에 반하는 견해에 대한 질문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정말 가치 있는 기업인데 남들이 세우지 않는 회사는 무엇인가?’가 되는 데 이러한 질문이 제로투원의 기본이 된다. 또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창출한 가치의 일부를 계속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지속적인 혁신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또 독점을 통해서 발전해야 한다는 독특한 관점을 이야기하는데 제로투원의 발상이야말로 독점을 만들고 독점의 열매를 즐기는 방법임을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실제로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독점을 부러워하고 향유하는 시스템임을 설명하고 있다.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오래도록 독점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은 예리한 통찰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하다. 불행한 가정들은 모두 제 각각 이유들로 불행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이와는 정반대다.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라고 경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를 주문한다. 경쟁에 휘말리면 패배 아니면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다.'라고 독점기업의 혜택과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더 나아가 독점기업 세우기 전략 4가지 제시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중간부터는 논조가 바뀌는데 “'성공이 운인가 능력인가?', '미래는 우연인가 디자인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통해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그는 “계획 없는 진보를 우리는 진화evolution라고 부른다. 생명체는 아무도 의도하지 않아도 진보하는 경향이 있다. 공학을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린 스타트 업’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린 스타트 업은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물건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지역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 다윈주의는 다른 곳에서라면 훌륭한 이론일지 모르겠지만 신생기업 세계에서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이다. 우연보다 디자인이 중요하다. 위대한 기업가는 모두 위대한 디자이너이다. 아이폰이나 맥북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각적, 경험적 완벽함에 집착했던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느껴봤을 것이다. 하지만 잡스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미학적인 면과는 무관하다. 잡스가 디자인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의 사업이었다.”라고 설명하고 실리콘 밸리의 가장 핫한 방법론인 '린 스타트 업' 조차 방법론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즉, 조금씩 개선해서는 제로투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첫 번째 책과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는 “운에 기대지 말라. 우리는 명확한 미래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를 혁신하는 방법밖에 없다. 먼저 우연이라는 불공평한 폭군부터 거부해야 한다. 기업을 세우는 일은 당신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작지만 중요한, 세상의 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드는 일이다.”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또 ‘우리는 거듭제곱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투자를 이야기할 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인용한다. 그러나 인생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기업가 스스로 다각화할 방법은 없다. 일반인들도 수십 개의 커리어를 쌓아 놓고 자신의 삶을 다각화할 수는 없다. 이런 사고는 완전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한눈팔지 말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그전에 반드시 그 일이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인지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정말로 자기 회사를 차린다면 거듭제곱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하나씩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시장은 다른 모든 시장보다 나을 것이다. 유통전략도, 시간도, 의사결정도 이 법칙에 따른다. 이 법칙은 눈에 띄지 않고 심지어 숨어 있기까지 한다. 당신이 내린 결정이 앞으로 그래프 상의 어느 점을 이루게 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한다. 초기부터 철저한 기획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초부터 망친 신생기업은 되살릴 수가 없다. 일찌감치 내려진 나쁜 결정은 이루에 바로잡기가 아주 어렵다. 회사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초의 사안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라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일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기술의 뒷받침이 없는 브랜딩만으로는 성공할 없다'는 것을 언급하고, 규모별 세일즈 방법과 유통에서도 거듭제곱의 법칙이 있음을 설파한다.     

'사회를 위해 정말로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독점과 독점이윤을 만든다. 다들 떠들어대는 것은 남들에게 간파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도 해결해보려고 하지 않는 문제가 가장 덤벼 볼만 한 일인 경우가 많다.'라고 주장하며 테슬라의 성공을 예로 들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 '창업자의 역설'이 있는데 창업자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러한 차이로 인해 크나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찬사가 언제든지 비난과 축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창업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리처드 브랜스, 숀 파커, 레이디 가가,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에이미 와인하우스, 하워드 휴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가 예로 들은 사람들은 큰 업적으로 남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약이나 성문제나 고집쟁이에, 독선적이거나 이상행동주의자이거나 하다. 그가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음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특이한 개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을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주장을 한 것으로 읽혔다.(이 부분에서 가슴이 찡했고 반성을 했다. 나름 범생으로 살아온 내가 사실 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순전히 피터 틸의 덕분이다. 페친 민태기 님의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에서 친일파 후손과 관련되어 느꼈던 느낌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맺음말에서 그는 ’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몰락의 반복, 안정적 성장, 멸종, 도약의 4가지로 미래의 예측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어떤 미래도 현재와 다를 것이지만 미래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노력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번뿐인 기회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며, 0에서 1을 만들어 내야만 지금과 다른 미래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미래가 올 때까지 세상을 보존할 수 있다고 끝맺음을 하고 있다.     

'제로투원'의 주제에 대해서 앞의 책은 정말 일본스럽게 썼고 뒤의 책은 정말 미국스럽게, 실리콘밸리스럽게 썼다. 둘 다 의미 있는 접근이지만 방향은 서로 달랐다.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와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모두 독자의 몫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누가 나서서 세계스럽게는 아니어도 한국스럽게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제로투원‘ 책을 써서 삶을,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촉발제가 되기를 하는 욕심이 있다. 그것이 언제일까 기대된다. 까치발을 하고 비가 내려 희뿌연 담 너머를 멀리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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