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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Jul 15. 2020

야마모토 타로 –8부-

#야마모토_타로_공격대처법

공격받는 야마모토     


  야마모토는 일왕의 야외 연회에 초대받아, 감!히! 일왕에게 직접 편지를 전했습니다. 

  일본의 금기를 건드린 셈입니다. 


  그의 진심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매우 무례하고 불경하게 보이는 행동이었죠. 

  야마모토의 정치 입문 배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청년층과 전업주부들에게, 

  그는 그저 염치를 모르고 시끄러운 말과 행동을 하는 정치신인’ 일뿐이었죠.      


  야마모토가 받았던 비난. 사실 근거는 있습니다. 

  평화헌법상 일왕은 일체의 정치적 발언은 물론 정치적 표현 자체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조건은 일왕을 알현하는 일체의 사람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일왕이 정치개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일왕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역시 불법입니다.   

  정치 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 일왕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일왕이 정치에 개입해달라는 주문과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는 거죠. 

  보통 일본인의 감각으로서는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일본에서 이런 돌발행동은 반드시 보복과 후환이 따릅니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곤란한 웃음을 짓겠지만, 속마음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을 테니까요.      


  심지어 일부 극우는 야마모토의 불경을 나무라며, 공공연하게 살해위협을 합니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반응은 한마디로 “껄껄껄”이었습니다. 

  일본 극우들의 행동력이란 게 보잘것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2015년 야마모토는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섭니다.      

  2015년은,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 개헌을 목표로 본격적 행보를 한 2014년 다음 해입니다. 

  극우가 꾸는 꿈. 평화헌법의 개헌은 고사하고 개정도 힘들어지자, 아베 정권은 별의별 꼼수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중 하나가 ‘안보 법안’이었죠. 



야마모토의 소걸음      


  2015년 9월 새벽 2시.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에서 자민당 의원 다수 찬성으로 아베의 ‘안보 법안’이 가결됩니다. 

  법안의 발의와 제출 의결까지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신속한 처리였습니다. 


  평화헌법상 자위대는 군대가 아닙니다. 당연히 해외 파병이 불가능하죠. 지원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전투부대는 더더욱 말이 안 됩니다. 


  아베는 평화헌법 개정 대신 해석을 달리한다는 천재적 꼼수를 씁니다. 

  그래서 이른바 ‘국제평화지원법’을 만들어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겁니다. 

 

  또 하나는 이른바 ‘평화 안전법’인데, 이건 해외에 있는 일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가 그 나라에 진주할 수 있는 법률적 기초가 됩니다. 좀 더 쉽게 말해보죠. 

  한마디로, 한반도에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라는 겁니다.      


  이 두 가지 꼼수 법안을 묶어 '안보 법안'이라고 합니다. 

  안보 법안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반대가 대단했습니다. 여기에 찬성하는 일본인은 15% 정도였죠. 아베와 극우들이 그렇게 화력을 집중해도 그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국회는 아베와 극우가 점령하고 있었죠.      


  야마모토 타로는 당시 참의원이었습니다. 

  승기를 잡은, 마치 점령군의 표정을 하고 득의양양한 아베와 자민당 꼴 보기가 싫었죠. 

  표결로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안보 법안에 반대의사를 표합니다. 


  그가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야마모토는 배우였죠. 자신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입니다. 

겨우 몇 미터를 6분 동안 반대의 결의를 담아 걷는 야마모토(오른쪽)

그는 참의원에 검은색 상복을 입고 등원했습니다. 

참의원 중앙에 놓인 투표함까지 천천히 걷습니다. 

아니 걷는다기 보다 마치 달팽이가 가는 것처럼 느릿하게 정말 느릿하게 몸을 움직였습니다. 

단상에 올라 투표함까지 채 몇 미터가 안 되는 길을 6분 동안 천천히 갔습니다. 

의장이 “2분 안에 투표를 하지 마치지 않으면 투표권을 박탈하겠다”라고 경고해도, 꿋꿋하게 6분 동안 걸어 투표했습니다. 

  

  자민당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죠. 극우들이 또 얼마나 욕을 찰지게 잘합니까. 

  하지만 야마모토는 반대의 의지를 느리디 느린 한발 한 발에 담아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일본 언론을 이걸 두고 “야마모토의 소걸음(牛步)”라며 대서특필했습니다.      



야마모토의 묵념


 이 정도만 해도 아베와 자민당 의원들이 기가 막힐 노릇이죠.   

그는 한걸음 더 갔습니다. 

그는 검은색 상복 안주머니에서 염주를 꺼냅니다. 

그리고 참배합니다. 

아베와 자민당의 죽음을 애도하는 퍼포먼스였죠. 

이걸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법안에 반대하는 소수의 합법적 의사결정 방해 방법. 필리버스터를 한 겁니다. 

단상 앞에서 무려 두 시간 가까이 반대 연설을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야마모토의 사자후를 내뿜었죠. 


 “누구를 위한 투표입니까? 반대를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우리 정서로는 최고 권력자에게 당당히 고개를 들고 준열하게 꾸짖는 정치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이라면 어떨까요? 

  네, 그렇습니다. 일본인이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화(調和)의 화(和), 일본어로는 ‘와(和)’를 어겼다는 비난을 받기 쉽습니다. 내용이야 어쨌든 형식 자체가 와(和)를 깼다는 거죠. 

     

  야마모토는 일본식 와를 수없이 깨뜨렸습니다.      

  아베로 대표되는 신극우 정치세력이 일본을 망치는 주범입니다. 많은 일본인이 이걸 알고 있죠. 뒤에서는 책망하고 꾸짖기 쉽습니다. 아베는 물러나야 하고, 아베의 바보 친구들도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이걸 아베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사자후를 내뱉을 정도의 기개를 지닌 정치인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것도 국회에서 아베가 발언한 직후, 아베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외치는 정치인이라면요.      



사자후의 시작     


  야마모토는 벌써 몇 번이고 국회에서 사자후를 뿜었습니다. 

  야마모토의 등원 활동에서는 일상적입니다. 하지만 뭐든 처음은 있는 법이죠.        


  아베와 측근 일당은 한마디로 ‘종합 부패 세트’ 느낌입니다. 무능한 데다 비도덕적이고 비열하기까지 하죠. 이들이 저지른 실물 범죄는 한둘이 아닙니다. 그

  중 모리토모 학원 비리가 아베와 그 일당의 탐욕과 무능 그리고 뻔뻔함을 단박에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모리토모 학원비리 설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1) 아베의 절친 모리토모는 일본 신극우를 대표하는 ‘일본회의’의 간부입니다

2) 모리토모는 오사카에 극우 교육을 맘껏 할 수 있는 사립학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3) 아베는 절친에게 국유지인 학원부지를 매! 우! 저렴하게 주고 싶었죠

4) 시가보다 무려 80% 이상 저렴하게, 그것도 국비를 이용해 제공했습니다

5) 당연히 공무원을 동원해 서류를 조작한 겁니다 

6) 비리가 불거지자, 아베는 발을 빼고 서류 조작에 관여한 실무 공무원만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7) 아베와 모리토모는 오늘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야마모토가 이걸 참을 리 없죠.  

2017년 모리토모 학원 비리의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을 때, 야마모토는 국회에 참석합니다. 

아베가 먼저 국회 단상에 올라 비리 의혹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발언합니다.  


드디어 야마모토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분노에 찬 얼굴로 단상에 올라 외칩니다.


“총리대신! 언제 그만둘 겁니까!”     



  그는 한마디 말을 덧붙였죠      

“깔끔하게 포기하지 못하고 지위에 계속해서 들러붙는 꼴사나운 총리 따위. 그만두시죠!”     

  

  야마모토 타로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2020년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왜 더 많은 도쿄도민이 야마모토를 지지하지 않았을까?     


  일본의 투표 시스템상 입후보자 개인이 얻을 수 있는 득표는 100만 정도가 최대치입니다.      

  야마모토는 2012년 중의원 선거 7만 표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차선으로 낙선합니다. 

  2013년 참의원 지역구에서 무려 66만 표를 얻었죠. 4위로 넉넉하게 당선됩니다. 


  2019년 레이와 신센구미라는 신당을 창당하고, 참의원 비례구에서 무려 99만 표를 얻었지만, 낙선합니다. 그가 비례 3번으로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보다 앞선 비례대표 2명은 당선했지만, 야마모토는 낙선했습니다. 아름다운 패배였죠.


  선거기간 동안 야마모토의 정견 방송 동영상은 무려 84만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당시 아베가 직접 출연한 정견 방송 조회수가 13만에 불과했다는 걸 비교하면, 확실히 야마모토는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2020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다시 65만 표를 얻었습니다. 2주 남짓의 선거운동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표는 아니었습니다. 

     

  야마모토는 이미지만 생각하면, 어쩐지 중장년보다는 20~30대 청년층에게 열광적 지지를 받을 거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그렇죠. 야마모토 같은 개혁적 정치인에게 열광적 지지를 보내는 청년층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오히려 다수의 청년층이 코이케 현지사에게 표를 던졌죠.       


  왜일까요? 

  휴우... 그들은 두렵거든요.


  야마모토가 하는 말이 맞는 거 같은데, 그렇게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거 같거든요. 

  세상이 바뀌면, 지금 힘든 내 삶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미리 겁먹는 거거든요. 

  그들 중 일부는 힘든 현실을 외면하는 가장 손쉽고 추악한 방법, 소수를 차별하는 혐오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일본 우익이 차별하고 혐오하는 대표적 대상이 바로 우리 한국이죠. 그리고 중국과 북한이죠. 

  그런데 그 누구도 더 이상 마음껏 차별하고 펴하게 혐오할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거든요. 중국은 말할 것도 없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한국을 2020년 있는 그대로의 한국으로 바라보지 못합니다. 아니 정확히 바라보기 싫은 거죠.    

  

  이게 일본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계속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음 선거에서 야마모토가 무당파의 투표 참여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

  또 다른 야마모토 타로가 나오게 될지. 

  야마모토에게 영감을 얻은 기존 정치인이 각성하게 될지. 

  그런 것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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