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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May 14. 2020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증오와 협오를 상징하는 범죄

  증오와 혐오의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헤이트 스피치는 마치 증오와 혐오의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 같습니다. 

  헤이트 스피치는 우리말로 ’혐오 발언‘ 또는 ’증오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인간이 내뱉는 가장 추악한 말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세대별, 성별, 지역별 혐오와 증오의 거대한 전쟁터가 실재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OO충‘이라고 부르곤 하죠. 걱정입니다. 다만, 누군가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건 정말 다행입니다.      


  일본 우익의 증오와 혐오 지분의 상당수는 한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느 국가에나 한국을 싫어하고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이른바 반한(反韓)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을 반대하는 경우라면, 기분은 나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반대한다는 뜻의 반한(反韓)을 넘어 혐오와 증오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넣는다면 어떨까요? 이른바 일본 우익의 혐한(嫌恨)말입니다. 어떤 사람, 어떤 단체 심지어 어떤 국가에 반대를 할 수 있습니다. 미치도록 싫을 수 있죠. 그렇다고 어떤 사람, 어떤 단체 심지어 특정 국가를 혐오한다는 신조어까지 만드는 마음. 그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재특회(在特会; 자이토쿠카이)     


  헤이트 스피치는 혐한을 외치는 자들의 무기입니다. 그 중 가장 앞서 있는 단체가 재특회입니다. 

  재특회의 풀네임은 '재일조선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입니다. 

  일본어로는 在日特權を許さない市民の会(자이니치 토쿠켄오 유루사나이 시민노카이), 앞글자를 따서 재특회(在特会; 자이토쿠카이)라 읽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혐한입니다. 그리고 재일동포에게 주어지는 특별 영주자격 자체가 특권이니, 그것을 박탈하자는 주장을 하죠. 

  재일동포의 국적은 우리 대한민국이거나 북한입니다. 여전히 수십만의 동포들이 차별을 당하면서도  우리 국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인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재일동포들에게도 몇 대째 이어진 삶의 터전입니다.      

일본의 서점에는 이제 '혐한'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재특회의 수장인 사쿠라이가 쓴 [대혐한시대]

  사실 재특회는 목소리만 큰 거리의 우익단체일뿐입니다. 일본의 극우 미디어인 산케이 신문이나 자민당의 상식적 보수세력도 오래전에 재특회에게 등을 돌렸죠. 

  재특회는 일본이 망가지든 말든 관심없습니다. 한국을 싫어하고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을 위해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바보들이죠. 이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넷우익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바로 거리의 우익세력인 넷우익은 아베와 자민당 주류가 만들어 놓은 한국 때리기 판에서 가장 열렬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코리아타운 대학살을 실행합니다”     

  

  혐한시위는 정말 추악합니다. 

  그들의 태도도, 주장하는 내용도 추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일부 언론에서는 혐한시위가 도쿄와 오사카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매일같이 빠지지 않고 일어나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보도하죠.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만, 일본에서 혐한은 매우 마이너리티입니다. 

  대다수 일본인이 과거사에 비교적 깊은 성찰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대다수 일본인은 과거사, 특히 자신들의 선조의 침략 전쟁의 진상을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일본인이 전부가 혐한시위를 모른척 하는 것도 아닙니다.

 

  혐한시위, 일본 표현으로는 헤이트 스피치를 외치는 한 줌 안 되는 무리의 주장은 같은 일본인이 보고 듣기에도 지나치게 끔찍합니다. 


  누가 누구를 아무리 미워하고 싫어해도, 혐한을 외치는 그들처럼 극단적 폭력을 담은 언어는 그 자체로 폭력입니다.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면 그런 극단적 폭력에 동의하기 어렵죠. 그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감정이죠. 


  혐한의 주장은 비상식이나 몰상식을 넘어섭니다. 헤이트 크라임(hate crime) 즉, 혐오범죄를 단죄하는 사법체계를 지닌 많은 선진국이라면, 혐한의 주장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은 주장 자체로 이미 반인륜적 범죄입니다. 그들은 도쿄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확성기로 버젓이 “조선인(한국인)을 일본에서 몰아내 바다에 빠뜨리자”고 외칩니다. 

  이 정도를 넘어 정말 입에 담기 힘든 극단성을 보이기도 하죠.      

  

  “지금부터 코리아타운 대학살을 실행합니다” 
  “코리아타운에 가스실을 만들자”     

  

  가스실이요? 2차대전에서 나치가 만들었던 대량학살의 상징인 그 가스실이요? 지금까지 인류가 저지른 가장 사악한 전쟁범죄인 그 가스실이요?

  네, 그렇습니다. 이 일본 우익들은 버젓이 나치의 상징 깃발인 하켄 크로이츠를 들고 다니거든요. 물론 일본 전체를 보면 극소수이긴 합니다. 당연하겠죠. 이들과 일본 우익은 현재의 일본을 과대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의 우익 정치세력은 전체 일본 국민을 과대표하고 있습니다. 극우의 상징인 아베와 일본회의 멤버들은 집권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인원으로는 소수입니다. 대신 그들이 권력을 쥐고 있으니, 일본 정치가 다 우익처럼 보이는 것이죠. 자민당의 득표율은 전체 유효 투표수의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민당에 투표하는 일본 시민은 전체 국민 중 20%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은 수로도 일본을 대표할 수 있게 만든 정치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일본인 전체가 문제가 아니라요. 



재특회에 동조하는 한국인     


  놀랍게도 이들에 주장에 동조하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찐 친일파들이죠. 우리 안에도 혐오와 차별을 놀이처럼 즐기는 악마 같은 사이트가 몇몇 있습니다. 일본 넷우익이 주장하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공감하며, 그들의 논리와 주장을 열심히 퍼나르고 있죠. 하기야 일부 메이저 미디어도 숨김없이 지면을 통해 동조하니까요.       


  일본 넷우익에 동조하는 일부 한국인의 공통적 정서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재특회는 일본이 아직까지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니, 일본이라는 강대국(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에 철저히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불만을 잠재웁니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는, 한국은 여전히 미개하고 열등하니 한국을 버리고 일본이라는 강대국을 흠모하며 동경하자는 거죠. 둘 다 파시즘 찬양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VS 카운터스     

 

  그러면 일본에 한국인이 가면 바로 차별을 당하고, 혐한 테러에 노출될까요? 

  그럴 리가 없죠. 대다수의 보통 일본인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평범한 일본 시민들이 있습니다. 대단한 신념이나 비범한 능력은 없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불러일으킨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로 소수의 일본 시민이 각성합니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믿음을 깨뜨렸습니다. 그리고 소수 권력자의 입맛대로 세상이 움직이면, 대다수 시민이 불행해진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원전반대 사회운동에 뛰어든 몇몇 시민들은, 2013년 혐한시위를 거리에서 직접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들은 결심했습니다. 혐한시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일본 사회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혐한시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한 시민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우리가 거리에 나가 혐한시위를 막아보자 주장했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일본인이 그의 트윗에 찬성하고 지지를 보냈습니다.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어렵지 않은 공감일지 모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간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일본은 다릅니다. 생각하는 것과 직접 행동에 뛰어드는 간극이 정말 큰 사회가 일본입니다. 

  그런데 행동력을 보여주자는 이야기에 의외로 많은 일본인이 공감하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 거리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혐한시위를 멈추려면, 시민 개개인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그들은 혐한을 멈추기 위해 시민 모임을 만들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대 레이시스트 행동집단(対レイシスト行動集団), 영어로 Counter-Racist Action Collective 약칭 CRAC (크랙)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줄여서 ‘카운터스’라고도 합니다. 이 표현이 가장 일반적이죠.     


  이렇게 헤이트 스피치에 대항해서, 이런 인종, 민족 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시민 모임인 ‘카운터스’가 탄생했습니다. 거리에 나온 우익의 차별과 혐오 발언이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그런 나쁜 소리를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특히 자신의 자녀들에게 들려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카운터스를 만들었습니다.    



대 레이시스트 행동단체 (対レイシスト行動集団)     


  카운터스의 탄생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넷우익이 인터넷 한구석에서 거리로 몰려나오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같습니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의 구호는 과격함을 넘어 반인륜적 반사회적입니다. 구호가 아니라 범죄 그 자체죠. 

재특회의 혐오집회 중 일부입니다. 차마 너무 끔찍한 구호대신, 그들의 가장 평범한(하아...) 구호사진을 골랐습니다

  

“조선인을 죽이자” “조선인을 강O하자”      


  평소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일본인도 충격을 받습니다. 백주 대낮에서 대로를 활보하며 범죄와 다름없는 말을 서슴없이 외치는 모습에 처음에는 충격을. 그 다음에는 분노를 느끼는게 당연합니다.      

  어느 날 몇몇 일본 시민이 트위터에 글을 올립니다. 


  넷우익의 구호가 너무 끔찍하다고. 
  저런 구호를 우리 아이들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 감수성을 지닌 트윗은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행동력 있는 시민 몇몇이 거리에 모이자고 약속합니다. 

  우리가 끔찍한 구호를 외치는 그들을 막아보자고.      


  마치 우리의 번개처럼 시작된 반혐오 시민모임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혐오를 멈춰라” “차별을 멈춰라” 정도의 작은 피켓을 드는 게 고작이었죠. 우익은 같은 동포인 반혐오 일본인에게도 끔찍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물리적 폭력도 서슴지않았죠.


  그런데도 일본 경찰을 반혐오 시민들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넷우익은 집회신청을 했고, 그반 혐오 시민들은 허가를 받은 넷우익의 집회를 방해했다는 기계적 해석을 한 것이죠. 

  반혐오 모임은 금세 시민단체로 성장합니다. 이들도 집회 신고를 하고, 생업에 따라 모임의 직능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인 멤버는 집회 신고 등 법무를 맡고, 누군가는 몸으로 막아서고 누구는 피켓을 만들고 누구는 유인물을 만들어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넷우익의 집회에 반대합니다.      

2014년 도쿄 롯폰기의 우익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모임 CRAC(Counter-Racist Action Collective)

  이렇게 탄생한 모임이 ‘대 레이시트스 행동단체’입니다. 일본어로는 ‘レイシスト行動集団(타이 레이시스토 코도슈단)’, 우리말로 직역하면 ‘인종차별 반대 행동단체’입니다. 영어 약칭 CRAC(Counter-Racist Action Collective)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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