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재덕후 공PD Oct 14. 2020

고노 다로와 일본 학술회의 –1부-

#스가내각_지지율급락 #스가의_특급소방수

스가 신임 총리의 지지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 학술회의’라는 독립기관의 새로운 학자 회원 몇 명의 임명을 거부했기 때문이죠.           



일본 학술회의     


  일본은 학술 대국입니다. 노벨상 수상자와 분야를 보면 단연코 아시아 최강 레벨이죠. 

  적어도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확실히 우리보다 앞서 있습니다. 


  그걸 가능케 한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일본 학술회의’입니다. 

  일본 학술회의의 회원으로 선발되는 건 대단한 명예입니다. 영국의 왕립학회 멤버로 뽑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일본 학술회의의 명예회원 상당수는 노벨상 수상자이거나, 노벨상 수상에 필적하는 업적을 낸 저명한 학자들입니다. 명예직이기도 하지만 실제 학술회의를 주최하기도 합니다. 

  일본 학술회의가 공동 주최 하는 국제회의는 규모와 내실로 유명하죠. 성과도 상당했습니다. 특히 기초과학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만든, 아시아 학술회의(The Asian Conference on Scientific Cooperation)가 유명합니다. 


  일본 학술회의는 일본 총리실 직속입니다. 당연히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받죠. 예산도 연간 100억을 넘게 쓸 만큼 내실과 규모를 지닌 조직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거의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법으로도 규정된 일이죠.      


  210명의 정회원과 약 2,000여 명의 예비회원으로 구성됩니다. 임기는 6년이고, 매 3년마다 회원을 교체하죠. 스가 총리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반의 신규회원을 임명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정회원 중 절반인 105명을 새로 임명해야 했죠. 

  그동안 학술회의 자체 심사를 통해 새로운 멤버 후보를 추천하면, 일본 정부는 거의 이견없이 승인했습니다. 법에 따라 총리가 임명하는 형태지만, 학술회의가 학문의 독립을 위해서요.      


  일본 학술회의는 105명의 신규 회원의 명단을 총리실에 제출했습니다. 

  관례대로라면, 총리실은 전원 승인했어야 합니다.      


  어쩐 일인지 105명 중, 6명의 임명을 총리실에서 제외했습니다. 

  유례없는 일이죠.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일입니다.



스가 내각 지지율 급락

 

  한층 더 석연찮은 일은, 임명을 거부당한 6명의 학자가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의 반대론자들이라는 사실이죠. 게다가 아베가 막무가내로 통과시킨 ‘특정비밀보호법’과 ‘안정 보장 관련법’에 대해서도 명백히 반대한 사람들입니다. 

  ‘특정비밀보호법’과 ‘안전보장 관련법’은 간단하게,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며, 안전보장을 위해 인권을 보장한 기존 법령의 일정 부분 무시와 생략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일당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파시스트적 발상이죠.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 우익이 그토록 염원하는 ‘정상국가’로 가는 최초의 발판입니다.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시켜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정상국가’로 만드는 시작점이죠. 

  일본인 상당수는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합니다. 또 일부는 집단적 자위권에는 찬성하면서도, 평화헌법은 수정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일본인 중에서도 여러 층위가 나뉘는 사안입니다. 


  중요한 점은,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집단적 자위권 반대의사만으로 일본 학술회의 회원 임명에 탈락했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보통 일본인의 감각으로도 정부가 ‘관례를 깬’ 임명 거부에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취임 당시 70%에 달하던 지지율이 채 한 달여 만에 50%대로 급락합니다. 

  스가 내각은 불리한 형국을 돌파할 인물이 필요합니다.      



특임장관무임소 장관?     


  일본 정치 시스템에 독특한 장치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특임장관이죠. 일본어 표현으로는 무임소 장관. 

  정해진 부처가 있는 것이 아닌, TF의 장관을 의미합니다.      


  스가 신임 총리는 일본 정부 전 부문을 디지털화시키고 싶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우리의 정보화진흥원에 해당하는 주무 부처를 신설해야죠.     


  일본 관료사회는 뿌리 깊습니다. 관료는 기본적으로 개혁에 반대하죠. 이들의 저항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치적 묘수가 필요합니다. 스가는 ‘행정개혁’을 전담하는 특임장관이 묘수라 생각했습니다.      


  행정개혁 특임장관. 

  주요 선진국 중 유일무이한 아날로그 일본의 행정을 개혁하기 위해 만든 장관입니다.      


  당연히 IT에 해박하고 정치적 카리스마도 있는 인물이 좋겠죠. 

  일본에 그런 인물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정치적 카리스마는 넘치는 인물. 하지만 IT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인물. 

  고노 다로가 방위 대신에서 행정개혁 장관으로 변신했습니다. 

일본 정부 내각부 홈페이지 갈무리 https://www.cao.go.jp/minister/2009_t_kono/index.html


선을 넘는 아소, 선이 없는 고노     


  아소 다로. 

  아소는 스가 내각에서도 연임에 성공했죠. 

  아베 내각의 망언 제조기 수준을 초월한 망언 살포기. 망언 폭탄공장 레벨인 아소 다로. 

  아소와 망언으로 견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단연코 고노 다로입니다. 

왼쪽  -아베 전 총리,  아베 내각의 투톱 :  가운데 -아소 다로,  오른쪽 -고노 다로

  신기하게도, 고노는 극우에게 인기 높습니다. 고노의 망언은 일본 우익 감각으로는 아소의 망언과는 달리,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합니다. 


  이걸 우리 예능 감각으로 표현해보자면, 아소는 선을 넘는 캐릭터이고 고노는 ‘선이 없는 캐릭터인 거

  금기도 성역도 선도 없는 인간에게 느끼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잖아요.           


(2부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