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재덕후 공PD Dec 03. 2020

혐오와 차별의 상징, 자이니치

나이키 재팬 광고

세계를 울린 나이키 광고      


나이키 재팬이 일주일 전,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나이키답게 감각적이면서도 뭉클한 정서로 사람의 혼을 쏙 빼놓죠.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나이키 재팬의 광고.  의역해서 자막을 덧붙였습니다.

광고에는 이지메로 고통받는 세명의 청소년이 등장합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혼혈 청소년.

저소득층 청소년.      

그리고 재일동포 청소년.                

남과 다르다는 이유는, 일본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차별당하기 쉽습니다



잊혀진 동포들     


2020년. 현재.  

한국인은 가끔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합니다.      

세계 속의 자랑이 된 대한민국과 불량국가 북한이, 처음부터 다른 나라였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한반도가 분단된 건, 채 8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남쪽의 우리는 이제 일상에서는, 분단이 주는 고통을 크게 겪지 않습니다.

고통보다는 불편하고 찝찝한 정서만이 진하게 남아 있죠.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려보죠.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현재, 일본에는 정말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유학, 취업, 결혼, 이민 등으로 정착한 사람들만 살고 있는 건 아니죠.       

분명 한민족인데 국적은 한국이 아닌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 국적은 더더욱 아닙니다.     

일본은 그들을 ‘자이니치(在日)’라 부릅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는 뜻의 ‘자이니치(在日)’


한자어만 보면, 단지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죠.

그런데, 이 말은 과거 조선반도에 살던 사람을 뜻하는 ‘조센징(朝鮮人)’같은 극심한 멸칭입니다.

이들 재일동포들의 국적이 일본도 대한민국도 아닌 조선적이기 때문이죠.  

    

이들 재일동포에게는 민주국가에서 응당 주어지는 천부인권인 시민권이 없습니다. 단지, 특별 거주 영주권만이 있을 뿐이죠.

이들은 선거에 참여할 수도, 공직에 나설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2세 3세들도요. 일본 국적자가 누리는 다양한 복지혜택도 누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조선적의 재일동포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조선학교를 운영하고 있죠.

조선학교는 교복이 있습니다. 특히 여학생은 치마저고리를 입습니다.

그리고 이는 주변 일본인에게 지독한 차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죠.

끔찍한 차별을 견디다 못해, 보통 일본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이지메를 피하려면 일본식으로 이름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아예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면 더 안전하고요. 하지만, 언젠가 ‘자이니치’ 출신 귀화인이라는 걸 들킵니다. 그러면 또다시 이지메가 시작되죠. 직장과 동네에서요.


한일관계가 최악인만큼 이들의 고통은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선학교 학생들은 등굣길에 치마저고리를 입습니다.                

나이키 재팬의 광고는 희망적으로 끝납니다.

나이키 재팬 광고에서, 재일동포 소녀는 "김"이라는 이름을 덧붙이고 등교합니다

하지만, 진짜 세상에서 지금도 차별받고 있는 소수자는 저 광고 속 주인공들처럼 멋지게 극복하지는 못할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다수에 속한다 생각해도,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반드시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경제적 계급이든 출신이든 개인의 취향이든지요.

      

세상의 모든 소수자를 응원합니다.

덕후는 원래 소수자인 법이니까요.      


p.s / 작은 꿈이 있습니다. 작지만 꼭 이루고 싶은 큰 꿈이죠.

      후쿠오카의 서민동네인 와지로(和白) 인근에 조선학교가 있습니다.

      ‘후꾸오까 조선 초급학교’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영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날을 꿈꿉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