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전자책발간 예정보고
아재덕후가 수줍게 인사드립니다.
모두 강녕하신지요?
작년 연말 [혐오와 차별의 상징, 자이니치] 편을 마지막으로 근 7개월 가까이 연재를 멈췄었네요.
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연재가 멈춘 이유는, 귀차니즘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먹고사니즘이 가장 큰 문제였죠.
연말에 큰 행사가 줄줄이 이어졌어요. 행사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행사는 잘 끝나든 그렇지 않든 반드시 불만족 사유가 생기거든요. 성공적 행사라는 건, 어쩌면 앵그리 피플을 가장 적게 만드는 무엇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연재가 조금 지치기도 했어요.
19년 야심 차게 단행본 [골목 도쿄]를 출간하고, 매년 일본의 골목 시리즈를 1권씩 출간할 예정이었습니다. 다음 편은 후쿠오카와 북부 규슈, 그다음 편은 아마도 오사카나 삿포로가 될 예정이었죠.
그런데. 19년 여름, 우리의 귀여운 아베 짱이 한국 수출 제재를 시작했죠. 우리 정부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부품 소재 장치의 국산화를 추진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냈습니다. 시민사회는 화끈하게 불매운동으로 맞셨습니다. 일본 여행도 덩달아 직격탄을 맞았죠. 당연히 일본 여행과 관련된 책을 내는 것도 의미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20년에는... 코로나19...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후쿠오카 편은 원고의 90% 이상을 이미 작업해놓았어요. 언제 출간될 지 모를 원고만 만지작하는 건. 정말이지 괴로운 일입니다.
그때, 브런치를 시작하자 결심했죠.
책에서 다 말하지 못할 이야기, 그러니까 한일갈등에 대한 덕후의 개인적 소회, 그리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본을 오래 지켜보고 다녀본 사람이 느끼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 거기에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경제와 정치, 문화 이야기도 해보자. 이게 목표였습니다.
5월에 시작해서, 열심히 썼었죠. 반년 동안 40편 가까이 업데이트했습니다. 1주일에 2~3편씩 업로드도 했었고요. 마침 여행 팟캐스트 No.1 [탁PD의 여행수다]에서 ‘일본은 왜’ 시리즈를 꽤 오래 하기도 했었고요. 팟캐스트 원고를 준비과정과 브런치 원고가 거의 동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분량을 묶어 매거진 [한국과 일본의 문화역전]도 내봤고요.
다음 브런치는 연재도 중요하지만, 원고를 잘 묶어 매거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매거진을 만들면 다음 브런치의 여러 작가 지원 프로젝트에 응모할 수 있거든요.
종이책 출간 프로젝트도 많고, 전자책, 오디오북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20년 겨울, 사실... 종이책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했었어요. 그리고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조금 충격이었고, 얼마 없는 자부심도 바닥을 찍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만들 시기도 아니었다는 건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먹고사니즘도 문제였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거든요. 그럭저럭 직딩라이프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원 오브 서민이니까요.
매년 2월에서 4월은 또 공공부문 문화부문 지원사업 시즌이기도 하거든요. 보통 경쟁입찰이니, 사업계획서와 발표자료를 만드는데 매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매년, 성공률은 30% 정도였어요. 3개에 지원하면 하나 정도 선정되는... 경쟁입찰사업 지원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성공률 30%는 꽤나 높은 수치입니다. 여기에 나름 자부심도 있었었고요.
그런데! 올해는 모두... 떨어졌습니다.... 허허허. 운이 나쁜 건지 감이 떨어진 건지 자신감도 바닥으로 한없이 꺼지는 봄을 보냈습니다.
올해, 4월 밀리의 서재 전자책 출간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모했습니다.
그런데... 두둥!
선정이 된 것도 기뻤지만,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전자책은 10월 초중순에 발간될 예정입니다.
1차 원고를 편집자느님께 넘겨드렸고요. 수정과 교열 등등 작업이 남아 있어요.
이건 기분 좋은 작업입니다. 모니터만 보며 자신과 싸우는 시간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와 같이 어깨를 걸고 싸우는 느낌이 꽤 좋거든요.
10월에 출간될 전자책은 이미 업로드한 매거진 [한국과 일본의 문화역전]을 베이스로 합니다만, 35%~50% 분량을 추가 또는 수정했어요. 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실릴 겁니다.
일본의 생활경제, 정치인, 올림픽, 대중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초고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아마도 편집 단계에서 상당 부분 잘려나가겠지만, 가능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글을 시작하며] 일본은, 우리에게 대체 무엇일까?
01. 새로운 한류. 가위와 삼겹살
02. 달고나 커피 ダルゴナコーヒー
03. 일본은 종료되었습니다
04. 신흥후퇴국
05. 경제산업방해(?)성
06. 노답 삼 형제
07. 펀쿨섹좌의 등장
08. 소비세는 늘어나고
09. 배우, 정치인이 되다
10. 레이와 신센구미
11. 도쿄도지사
12. 야마모토의 각성
13. 야마모토의 소걸음
14. 메이지유신과 레이와 신센구미
15. 곤 이즈 곤
16. 일억 총 활약 특임장관? 마치콘?
17. 망국의 올림픽
18. GoTo 캠페인
19. 도장도 인사를 합니다
20. 스가 총리의 꿈, 일본 디지털청
21. 도장 장관과 악어 장관
22. 두 개의 아카데미상
23. 일본은 왜 여성리더가 없을까?
24. 아이즈원. 한국•일본의 문화역전 아이콘
25. NiziU와 트레저
26. 아이돌 전국 총선?
27. 지점이 본점을 인수한 셈
28. 혐오의 결정체, 헤이트 스피치
29. 바보단체의 혐오와 증오, 재특회
30. 어느 의로운 야쿠자
31. 카운터스
32. 일본의 거지 의원
33. 일본의 청년 정치인
34. 자이니치
35. 한국인이 되고 싶어
[글을 마치며] 그날이 오면
잡썰이 꽤 길죠? 허허허.
브런치에 이미 연재한 이야기가 축을 이룹니다. 상당 부분 수정 및 업데이트했고요. 새로운 이야기도 꽤 추가했어요.
밀리의 서재 선정 이후, 구독자느님과 공유수가 늘어났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그러면서도 겁이 덜컥 났습니다. 찾아주시는 분이 늘어났는데... 전자책 핑계로 업데이트는 미루고 있었으니까요.
앞으로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업데이트할게요. 브런치를 시작한 20년 5월만 해도 '우리가 선진국인가?'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UN에서도 인정한 선진국이니까요.
앞으로의 글은 우리의 시민의식과 일본의 시민사회를 비교하는 글이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한일의 시민이 서로 연대하는 것. 그게 아재덕후가 꿈꾸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백신 놓치지 말고 꼭 맞으세요. 이래저래 무서운 세상이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p.s / 최근에는 자전거 라이프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오해 마세요. 로드 바이크는 아닙니다. 귀엽고 앙증맞은 미니벨로입니다. 주로 출퇴근에 사용하고 있어요. 중년은 체력이 약하니, 전기전거를 새로 구매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