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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Jun 11. 2020

포스트_아베 시대 -1부-

누가 아베의 뒤를 이을까?

아베의 좋은 날은 끝나가고     


  5월 말, 일본의 두 주요 신문의 아베 지지율 조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아베의 지지율은 마이니치 신문 조사 27%, 아사히 신문 조사 29%.

  두 메이저 신문 조사에서 모두 30%대로 떨어졌습니다.


  내각제 시스템에서 총리 지지율 30% 이하는 함의가 무겁습니다. 사실상 곧 내각 총해산과 총선에 들어가야 하는 수순입니다. 다음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하는 당에서 새로운 총리가 선출되는 것이죠.


   6월 초 닛케이 신문 조사에서 아베의 지지율은 38%로 발표됩니다.

  닛케이 조사만 보면 떨어지던 아베 지지율이 급작스레 오른 것 같죠. 사실은 다릅니다.

  닛케이는 보수성향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경제지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죠. 닛케이는 일본 메이저 언론 중 극우 성향인 산케이보다 그나마 덜할 뿐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런 닛케이 조사로도 전월 대비 11%나 하락한 것입니다.     


  일본도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아베 정권의 감염증과 경제대책은 뭘 뚜렷이 잘못했다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일본인도, 아베 정권으로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자민당 지지율에 추월당하는 아베의 지지율     

 

  닛케이 조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자민당의 지지율입니다.

  자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6%입니다. 아베의 지지율 38%를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이게 관전 포인트죠.

 

  그동안 아베의 지지율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지지율보다 10% 포인트 높게 잡혔습니다. 일인자의 지지율이 당의 지지율 보다 훨씬 높았죠.

  아베가 자민당에 업혀 다닌 게 아니라, 혼자 자민당을 하드 캐리 했다고 보는 게 맞죠.

  그 추세가 꺾이는 겁니다. 진작에 레임덕이 일어났지만, 이제는 당내 쿠데타도 가능한 시간입니다.

     

  자민당 내 아베의 반대파는 많습니다. 딱히 아베 반대파가 아닌 세력도 불만입니다. 아베 내각이 말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죠. 어쩌면 자민당 재집권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진지하게 느끼고 있는 거죠.  

  하지만 그동안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당내 지지보다 아베의 지지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아베의 실기는 일일이 기억나지 못할 정도로 넘쳐납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한심하죠.

  몇 가지만 정말 간단히 추려볼게요.      



아베 스캔들 또는 범죄 열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1. 모리토모는 아베의 절친입니다

2. 모리토모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죠

3. 모리토모의 새 학원을 짓기에 좋은 땅이 있습니다

4. 그런데 국유지. 그것도 가격이 꽤 비쌉니다

5. 아베는 절친에게 국유지를 싸게 주고 싶습니다

6. 중앙정부의 고위공무원이 국유지 가격이 명시된 공문서를 위조합니다

7. 아베의 절친은 비싼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였죠

8. 그런데 처벌은 아베 대신 애먼 공무원이 받았습니다.  응?     


[아베의 불법 선거운동]

1. 일본 지역사회에서 인싸가 되는 좋은 방법이 있죠

2. 중앙정부의 '어떤 행사'에 초청받으면 됩니다. 그냥 인싸 인증이죠

3. 총리가 주재하는 꽃놀이. ‘사쿠라오 미루 카이(桜を見る会)’.

   한마디로 '벚꽃을 보는 모임'에 초청받으면 됩니다

4. 봄이 오면, 일본 정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곳을 고릅니다

5. 국가나 지역에 크고 작은 공이 있는 시민을 초청하는 거죠

   그리고 비싼 식사를 대접하며 느긋하게 꽃놀이를 즐깁니다

   일본 최고 권력자인 총리와 기념사진도 찍고 신문에도 납니다.

6. 아베는 그 모임에 자신의 선거구 주민을 대거 초청했습니다

   몇 명 섞은 수준이 아니라 대! 거! 초청했습니다

7. 게다가 시민이 부담해야 하는 경비까지 대신 국비로 내줍니다

8. 이건 도덕적 문제뿐만 아니라 명백한 불법 사전 선거운동입니다


[아베 부인의 안전불감증 꽃놀이]

1. 일본 정부는 감염증 대책으로 전 국민 외출 자제를 권유합니다

2. 아베의 부인은 이런 권고에 귀를 기울일 정도로 째째한 성격이 아니십니다

   일본 최고의 인싸부부니까요

3. 아베 부인은 벚꽃이 화려하게 핀 어느 날 지인을 부릅니다

4. 비싼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즐기고 벚꽃 나무 아래에서 사진도 찍습니다

5. 일본 최고의 인싸인만큼, 우아한 사진을 우아하게 SNS 올립니다    

6. 국민에게 욕먹으면 어떻습니까. 그것도 인싸가 짊어져야할 무게일뿐이죠


[아베노마스크 또는 아베의 ‘코 가리개’]

1. 아베는 일본 국민들을 긍휼히 여깁니다

2. 정부가 마스크를 전국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겠다 결심하죠.

    통 큰 결심입니다

   대신 1회용이 아니라, 세탁을 하면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마스큽니다

   아베는 환경도 사랑하는 훌륭한 인물입니다

3. 예산이 무려 6,000억 원에 가까우니, 조만간 고품질의 마스크가 전 국민에게 갈겁니다

4. 전 국민에게 준다는데, 가만 보니 1인당 1매가 아닙니다

   1가구 당 2 매입니다. 정확히는 주소 당 2 매입니다

   1개의 주소에 여러 세대가 살아도 마스크는 달랑 2 매입니다

5. 몇몇 사람들이 마스크를 받았습니다

    마스크는 감염증을 막을 수 없는 저질 품질입니다

   세탁을 했더니 세탁기에서 마스크가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6. 이 정도 품질에 6,000억 원을 썼다고요?

   응? 그런데 발주사 중 하나는 주소상 사무실만 있는 유령회사라고요?

   그런데 아직도 실체가 안 밝혀졌다고요?     


[구로카와쿤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싶어]

1. 아베는 친한 친구가 많죠

    아베의 절친 검사가 있습니다. 이름은 구로카와

2. 구로카와는 아베의 정치적 위기마다  ‘불기소’와 ‘혐의 없음’을 선물한 멋진 친구죠

3. 아베는 이미 도쿄 지검장과 검사장을 역임한 친구에게 큰 선물을 주고 싶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검사에게 최고의 선물을 검찰총장입니다

   (아닌가?) (퇴임 후 김앤장인가?)

   (아.. 일본은 퇴임 검사가 바로 로펌에 취업이 힘들구나...)

4. 그런데 걸림돌이 있네요. 뭐 별거 아닙니다

   현직 검찰총장이 임기가 남아있네요. 물러나게 하면됩니다

   절친이 나이가 들어 공무원 정년법을 고쳐야겠네요. 고치면 됩니다

5. 구로카와는 아베의 절친답게 대담합니다

   구로카와는 감염증으로 극성인 5월 어느날 마작에 몰두합니다

   네, 고스톱보다 재밌다는 그 마작이요

6. 그런데 마작에 돈을 걸고 했네요

    네, 도박입니다. 일본도 우리도 도박은 불법입니다

   게다가 산케이 법조출입기자와 도박을 했군요

   이건 누가 봐도 접대를 받았다는 완벽한 정황 증거입니다


ps. / 일본이나 한국이나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스스로를 치외법권 영역의는 신성불가침 귀족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대충 중요한 것만 나열해도 이 정돕니다.

  이게 모두 불과 3년 남짓한 기간에 일어난 스캔들이죠.

  몇몇은 엄연히 현행법 위반입니다.      



공감능력 제로형 지도자의 절친 유튜버     

 

  아베, 대체 이 지도자에게 공감 능력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 의심스럽습니다.

  하나같이 탄핵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기류가 바뀌는 모양이 보입니다.

  일인자의 지지율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아지고, 곧 역전될 것 같습니다.

 자민당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아베를 버려야 한다는 자각을 뚜렷하게 하고 있죠.      


  사태가 이 정도가 되니 지금까지 아베에게 철석같은 지지를 보내던 일본 재야의 극우세력도 등을 돌리는 모양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극우 유튜브 채널에 가로세로연구소가 있다면 일본은 단연코 채널 사쿠라입니다.


채널 사쿠라 유튜브 홈페이지(굳이 검색해 동영상을 확인할 필요는 없어요)

초망굴기(草莽崛起) - 일본 막부 말기의 사상가로, 조선을 일본의 휘하로 복속시켜야 한다는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어록입니다.

왜 채널 사쿠라가 초망굴기를 대문에 새겨 넣었는지 짐작이 되시죠?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먼저 깨달은 민초(草莽)들이 떨져 일어나라(崛起)는 뜻이죠.  이 주장은 후일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에게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중국 대륙에 진출하려는 영감을 주는 말로 쓰였습니다.  요시다 쇼인의 제자 중 한 명이 이토 히로부미죠.



채널 사쿠라     


  풀 네임은 일본문화채널 사쿠라(日本文化チャンネル桜).


  이름만 보고 J-pop이나 J드라마 소개 채널로 오해했다가 화들짝 놀라는 마성의 힘이 넘치는 채널입니다.

  흔히 사쿠라 채널이라고도 불리는 이 유튜브는 극우 신문인 산케이마저 온건하게 만들 정도로 과격합니다. 네, 혐한의 최전선에 그 산케이 마저도요.


  산케이 신문 계열인 후지 TV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드라마 방영에 열심이었죠. 바로 이 후지 TV의 한류 방영을 저지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동한 단체가 채널 사쿠라입니다.

  한국과 한국인의 차별과 혐오가 주요 콘텐츠인데, 그 수준이 상상을 사뿐히 뛰어넘습니다. 사실 상상을 뛰어넘는다기보다 과대망상으로 보는 게 맞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이 집단이 어쩌면 개그를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 바보들의 바조짓을 몇 가지 들어볼게요.      


1. 북한의 김정일이 죽자, 이들은  “지금이 기회다”외칩니다. 뭔 기회냐고요?

    일본이 북한으로 침공할 기회요. 아... 그 전에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전환하고요.

    심지어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잡니다.


2. 한류에는 무시무시한 계략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일본을 문화적으로 침략해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을 해체한다.

    이것이 한류의 계략이라는 거죠.      


3. 미국에 종군위안부라는 전쟁범죄를 잊지 않기 위해 기념비와 평화의 소녀상이 이곳저곳에 건립되었습니다.      채널 사쿠라는 미국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선행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의 일본 간접 침략이다”     


4)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답니다.

    뭘로요? 한미 FTA로요.  

   잠깐... 우리가 FTA를 맺은 나라가 미국말고 또... 그러니까 EU, 인도네시아, 중국, 영국, 칠레...     


  막장과 개그 사이를 무한 반복하는 이 바보들도 요새는 아베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베가 정치를 못한다는 거죠. 강단도 없고요.

한국인 입국을 막는 정도가 아니라 국교 단교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아베가 바보라는 겁니다.
일본에 있는 한국기업의 자산을 동결하고 나아가 몰수해야 하는데 아베에게는 그럴 배짱이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아베의 절친이 또 하나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음회에는 포스트 아베 시대의 새로운 총리로 각광받았던 인물. 소위 펀쿨섹좌로 불리는 잘생긴 청년 정치인에 대해 집중 탐구해보기로 하죠.


네, 맞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입니다.

#펀쿨섹좌 #고이즈미_신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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