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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Jun 10. 2020

일본의 상식적 정치인–1부- 아리타 요시후

일본의 박주민 의원,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일본의 박주민 의원


오토코 구미(男組).

혐한 시위대에 몸으로 부딪쳐 맞서 싸운 남자들. 

오토코 구미의 리더 다카하시. 


문제적 인물인 다카하시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만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건 아닙니다. 


  정말 주목하고 싶은 사람은 카운터스와 함께 행동했던, 그러니까 거리에서 같이 시위를 하고 혐한 시위대에게 협박과 욕설과 폭력에 시달렸던 장년의 정치인입니다. 

  그냥 장년이 아니라 무려 국회의원이죠. 


  일본 입헌 민주당 의원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입니다. 

  아리타 의원의 외양은 아베나 아소 다로(麻生太郎) 또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권위적 일본 극우 정치인과는 정반대입니다. 

(왼쪽부터) 아베 신조(일본 총리) 아소 다로(부총리, 재무성 대신) 고노 다로(방위성 대신)

  아리타 의원은 딱 이렇게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일본의 박주민 의원 같다고요.  

  박주민 의원은 참 멋있습니다. 같은 중년의 아재의 시선으로도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

초선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고, 얼마 전, 재선에도 성공했죠. 최근 선거운동 사진, 이 사진 한 장만으로 그의 결기와 성정이 엿보입니다.

  바르고 올곧고. 게다가 진짜 온몸에서 간지가 흐릅니다.      

  한때는 '거지 변호사', '거지갑'이라는 애정 듬뿍 담긴 애칭으로도 불렸죠. 

세월호 유가족들과 거리에서 천막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생긴 별칭입니다.  박주민 의원은 권력욕에 찌든 탐욕스러움과 가장 머나먼 지점에 선 정치인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의 아리타 요시후 의원. 

  아마도 박주민 의원이 나중에 장년이 되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리타 의원도 박주민 의원처럼 거리에 눕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왼쪽) 혐오 반대 시위에 참여한 아리타 의원. (오른쪽) 맨 왼쪽의 검은 옷이 아리타 의원. 수수하고 평범한 동네 아저씨의 모습. 오랜 시간 차별 금지법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죠.

  카운터스 같은 시민단체와 거리에서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죠. 다만, 박주민 의원보다 한참 연상의 후덕한 아저씨 모습입니다. 국회의원 배지를 떼면 지극 평범한 동네 아저씨거든요. 도쿄 주택가 어느 골목에서 흔히 만나는 전형적 일본 아재의 모습입니다. 

  이런 사람이 거리에서 혐한 시위대와 만나 맞짱을 뜰 정도로 강단까지 있습니다. 

아리타 의원은 민주당 소속의 법무위원회 참의원입니다. 그는 그동안 꾸준하게 국회에서 [헤이트 시위 억제법]을 발의했습니다. 

 2016년 [헤이트 시위 억제법]이 일본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마침내 혐한시위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지요. 위반에 따른 법적 강제 처벌 조항은 없는 결의안 수준이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습니다. 

 먼저, 혐한 시외와 집회의 허가를 담당 경찰서에서 거부할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혐한 시위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아니라 불법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일본 국회가 인정했다는 사실이죠. 

  정부가 결정한 정책에 일단 따르고 보는 일본인의 정서를 고려해보면, 이건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헤이트 시위 억제법효과가 없다고     


  우리 일부 언론이 [헤이트 시위 억제법]에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국회가 결정하면, 지자체도 조례를 만들어 혐오 시위에 대응하기 쉽습니다. 


 도쿄 특별도는 18년에 인권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증오 연설을 규제하고 성적 소수자 (LGBT)에 대한 차별 해소를 목표로 한 인권조례입니다. 일본 광역단체 최초의 혐오 시위 규제 조례입니다.      

 도쿄도의 기초단체인 세타가야(世田谷) 구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세타가야구(世田谷)는 [다문화 공생 추진 조례]를 만들어 혐한 시위 금지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온갖 종류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조례, "다양성을 인정하고 남녀 공동 권리와 다문화 공생을 추진하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도 벌칙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차별과 심지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적으로 금지한 거죠. 만일 세타가야에서 차별을 받았다면, 구청장의 자문 기관 '고충 처리위원회'를 통해 공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전국으로 퍼져나간 헤이트 스피치 반대 시민 온라인 운동

  세타가야와 시부야는 도쿄 내에서도 진보적으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일본의 법률상 동성혼이 성립될 수는 없지만, 기초단체의 조례로 적어도 동성 커플의 법률상 차별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실행했습니다.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산 지가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죠. 중상층 이상의 도쿄도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요.      


  그러면 도쿄의 다른 곳은 어떨까요? 평범한 서민들이 사는 진짜 도쿄말입니다. 



우에무라 카즈코(上村和子)  도쿄도 구니다치시(国立市시의원     


  도쿄는 행정구역상 시가 아닙니다. 

  23개의 특별구와 16개의 시가 모여있는 광역단체인 도쿄 특별도입니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도쿄는 모두 23구 중 일부죠. 신주쿠 구, 시부야 구, 세타가야 구, 미나토 구 등입니다. 


  유명 관광지인 긴자는 긴자 구가 아니라 츄오 구에 있는 동네 이름입니다. 이런 도쿄 중심에서 서쪽으로 급행 전철을 타면 30분 이내, 보통을 타면 40분이 걸리는 곳에 쿠니타치(国立)라는 시가 있습니다. 

  도쿄도의 16 개시 중에서도 유명한 곳이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도쿄라는 느낌이죠.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 단층 주택단지가 몰려 있는 풍경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곳의 현역 시의원(우리 개념으로는 구의원) 우에무라 카즈코(上村和子)라는 시의원이 있습니다. 

  지역 정치인도 헤이트 스피치 반대 집회에 자주 참여합니다. 

  일본 정치인은 일본 국회나 지자체 의회나 우익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2014년,  도쿄 구니다치 시의원 우에무라 카즈코(오른쪽 두 번째)가 참여한 혐오 반대 집회.  기초자치단체의 정치인과 시민의 혐오 반대 집회 전통은 생각보다 오래되고 뿌리 깊습



혐오 반대의 전국 정책화


  일본 국회에서 도쿄에서 시작한 차별과 혐오 반대의 물결은 거의 동시에 일본 전국으로 퍼져나갑니다. 

2018년 10월.  이민정책 반대를 내건 우익단체 집회의 맞불집회. 차별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어요. 요코하마시 츠루미 구

 일본의 천년고도인 교토가 속한 교토부도 헤이트 스피치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에서의 혐오 연설을 규제하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이 조금 깁니다. 


[교토부 공공시설 사용 절차 지침] 

한마디로 혐오 시위 방지를 위해 공공시설에서의 증오 연설을 사전 규제한다는 지침을 교토부가 마련한 겁니다. 

 "차별적 언동이 구체적으로 예측되는 경우“ 그리고 ”시설 관리상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평범한 시민들과의 물리적 충돌)".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이라 판단하면 공공장소와 시설 이용을 제한한다는 조례입니다.      


  교토와 묘한 경쟁 관계에 있는 도시, 오사카는 교토보다 심지어 일본 국회보다도 빨랐습니다.  

직설적인 성격이 화끈한 지역인 오사카답게, 교토처럼 이리저리 말을 돌리지 않습니다. 화끈하게 조례명을 정했죠. 


  [오사카시 증오 연설 방지 조례] 


  오사카의 조례는 혐오발언의 정의와 방지 방법을 정한 일본 전국 최초의 조례입니다. 아리타 의원의 대책법보다 빠른 2016년 1월에 성립, 16년 7월에 전면적으로 시행했죠. 

  이는 도쿄 못지않게 혐한 시위가 극성이던 오사카 중심가에서 혐한시위 감소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적어도 오사카에서는 혐한 시위대가 시내에서 통근·통학하는 오사카 시민 향해 직접 표현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증오와 차별, 혐오로 위협을 느끼게 하는 언동을 ‘증오 행위’로 정의한 것이죠. 

  단지 시내에서의 거리 시위 또는 유인물과 피켓을 드는 행위뿐 아니라, 시민에게 혐한 활동의 기록물 배포와 온라인 게시까지 금지하는 조례입니다. 


   역시 오사카 사람들처럼 조례도 화끈합니다. 

  증오 행위를 했다고 인정이 되면, 개인이든 단체든 이름을 공표합니다. 다만, 아쉬운 혐한 집회를 사전에 제한하는 규정은 마련되지 못했죠. 여기까지 가려면 일본의 집권세력이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도 오사카는 오사카입니다. 온라인에서 혐오 발언 또는 증오 행위가 온전하게 인정되면 시당국의 권한으로 과감하게 삭제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아시아 최대의 민주주주의 대국인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느리게 보일지 몰라도, 일본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아리타 의원이나 다카하시 같은 시민의 노력이 컸습니다.   

아리타 요시후 의원 같은 사람이 보다 중요한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친근한 인상의 일본 아재에게 트위터 한 줄 날려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냥 우리말로 편하게 보내셔도 좋을 거예요 

”응원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요

@aritayoshifu


  지금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 길을 걷는 일본인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부록]

2019년 2월 혐한 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_7pC6NYzh4



P.S/ 분명히 포스트 아베 시대가 곧 올 겁니다. 

우리의 상상보다 일본인의 감각으로도 깜짝 놀랄 만큼 급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베 다음의 일본 지도자. 포스트 아베 시대에 누가 아베의 뒤를 이을까요?      


다음회에는 그 후보들을 몇 명 같이 알아보시죠.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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