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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Jun 12. 2020

포스트_아베시대 -2부- 고이즈미 신지로

#펀하고_쿨하고_섹시하게 #고이즈미_신지로 #순한 맛_아베

포스트 아베의 시대     


  포스트 아베는 누가 될까요?


  분명한 것은 현 내각에는 멀쩡한 정치인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베의 오른팔 왼팔에 해당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郎)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이 두 콤비의 혐한 발언과 기행은 이루 다 말하기도 어렵죠.

  한동안 자민당의 아이돌로 활약한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도 멀쩡하진 않습니다.

(왼쪽부터 아소 다로, 고노 다로, 고이즈미 신지로) 아소와 고노에 비하면 확실히 고이즈미는 잘생겼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그 유명한 고이즈미 총리의 아들입니다. 게다가 잘생겼죠.

  고이즈미의 친형인 고타로도 잘생겼죠. 심지어 우리가 잘 아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일드를 자주 보시는 분들에게 나름 친숙한 얼굴입니다.

   ‘아 그 배우로구나. 그 왜 뭐더라. 경시청 제로계 생활안전과 어쩌고 저쩌고 하던 그 드라마’

(왼쪽부터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큰 아들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 작은 아들 환경성 대신 고이즈미 신지로)

  이 집안의 귀여운 막내인 신지로, 이 '신지로쿤'도 잘생겼습니다. 2019년에 결혼했는데, 배우자도 미인 아나운서 타키가와 크리스텔이라는 초유명인입니다.

  신(神)이 이 집안에 훈훈한 외모를 허락했죠. 하지만 다른 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귀여운 막내 고이즈미 신지로의 지성 말이죠.

  네, '신지로쿤'에게는 잘생김만 가득합니다. 다른 건 별로 안보입니다.  



펀쿨섹좌의 탄생     

 

 고이즈미 신지로는 우리나라 인터넷 대문호들에게 ‘펀쿨섹좌’로 불리죠.

  우리나라의 인터넷 대문호들은 취향이 참 까다로운 분들입니다. 결코, 아무에게나 ‘좌(座)’라는 존! 칭! 을 바치는 분들이 아니죠.  


  고이즈미 신지로의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아베의 정치적 스승입니다. 과거 고이즈미 내각 시절, 아베는 정치적 꽃길을 걷기 시작했죠. 그러니 아베는 스승의 아들인 '신지로쿤'에게 뭐가 보답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민자당의 주요 보직인 간사장을 맡길 순 없죠. 재무성이나 방위성 같은 핵심 부처의 장관직도 어렵죠. 그래도 적어도 내각에는 들여야 폼도 나고 보은도 되고 생색도 내고...  아베는 '신지로쿤'에서 나름 쿨해 보이는 자리인 환경성 대신을 맡겼습니다. 네, 우리나라로는 환경부 장관이 된 거죠.


  '신지로쿤'은 81년생입니다.

  환경성 대신에 임명된 2019년 그의 나이는 38세로, 일본 역대 30대 남성 두 번째 입각이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물론 '신지로쿤'에게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직업 배경은 전혀 없습니다. '신지로쿤' 임명한 아베도 없죠. 그러니 임명한 거죠.      


  하지만 인기가 좋죠. 왜냐고요?

  잘생겼잖아요. '신지로쿤'은 중앙 정계 진출과 함께 단숨에, 일본 정치계의 아이돌로 떠오릅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잖습니까. 어디를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화려하게 받게 되죠.  

    

  중앙 정계에 대신(장관)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데뷔한 '신지로쿤'에게 기자들이 묻습니다.      


“화력 발전소를 어떻게 줄여갈 계획인가요?”

대답이 걸작이었죠.


“저는 지난주에 막 환경부 대신이 되었습니다”

이게 농담이 아닙니다. 진지하게 답변한 겁니다.      


  UN 국제환경회의 기자회견 때의 일입니다.


  기자들이 일본의 환경부 장관에게 질문하죠.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생각입니까?”

     

  고이즈미는 무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런 엘리트답게 유창한 영어로 대답하죠.      

“On Tackling such a big... big scale issue like climate change.”

(기후변화 같은 큰 규모의 문제 말이로군요)

 

 여기까지는 문제없어 보입니다. 나름 재치도 있어 보이고요.

“It gotta be fun. It gotta be cool.”  (기후변화 대처 정책은 펀하고 쿨해야 하죠)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문제는 개인이나 한 국가가 대처할 수 없는 문제이니,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희미해지고 있으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펀하고 쿨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구체적으로 이런이런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덧붙였다면, 고이즈미는 단박에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정치인으로 격상되었을 겁니다.

 

대신 고이즈미는 옆에 앉아 있는 UN의 한 여성인사를 쳐다보며 이렇게 덧붙였죠.      

“You gotta be sexy, too.”(또한 섹시해야 하는 거죠)

    

  대체 이게 뭔 개소리? 고이즈미가 UN에서 공개적 성희롱을?

  아닙니다. 고이즈미가 쳐다보며 말을 건넨 사람은, UN 기후변화 협약(UNFCCC)의 전 사무국장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res, 코스타리카)입니다.  

     

  이 헛소리에는 배경이 있죠.

  피게레스가 UNFCCC의 사무국장 재임 시절, 환경문제 정책에 대해 툭하면 “환경문제 정책은 섹시(멋지고 세련되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거든요.

  그래서 고이즈미는 옆에 앉은 피게레스 전 사무국장의 단골 멘트를 인용하는 재치를 보인 것이죠.      


 배경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은 다음 답변을 기다렸습니다.(어느 나라 기자들과 다르죠?)

 그런데 그게 끝이었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종합해보면, 고이즈미는 결국 “기후변화 같은 큰 규모의 문제에 대한 대책은 펀하고 쿨하고 세련(섹시)되어야죠”라는 말로 끝낸 겁니다.      

  실망한 기자들은 고이즈미에게 또 물었죠.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정책이 대체 무엇인가요?”     


  아... '신지로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걸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죠”     


  이렇게 펀쿨섹좌의 레전설이 탄생한 거죠.



펀쿨섹좌에서 반성 래퍼로 진화

#순환논리 #유체이탈 화법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 유체이탈 화법으로 유명한 정치인이 있었죠. 그것도 몇 분 계십니다.

  일본이라고 유체이탈 화법을 숨 쉬듯 구사하는 레벨의 정치인이 없었겠습니까만, 일본 유체이탈 화법을 단박에 전 세계 최고 레벨로 끌어올린 분이십니다.  

 네, 맞습니다. 고이즈미 가문의 귀여운 막내 '신지로쿤'입니다.

 펀쿨섹좌 '신지로쿤'은 유체이탈 화법 레벨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머나먼 곳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일본 정부도 매주 감염증 위기대응 회의란 걸 합니다.

  원칙적으로 총리와 내각 대신 즉, 장관들이 모두 참석해야 하는 회의죠. 그런데 장관들의 참석률이 저조합니다. 아베도 잘 안 나오니까요. 뭐하러 장관들이 꼬박꼬박 참석하겠습니까. 이런 회의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죠.


  고이즈미도 이 회의에 몇 번이나 불참합니다. 뭐 대단한 일정이 있던 건 아닙니다. 지인들을 만난다던가 하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거니까요.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묻습니다. 중요 회의에 불참한 것을 반성하지 않느냐고요.

  펀쿨섹좌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답변이 좀 길지만 가능한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조금 전에 혼다 의원님께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제 문제라 생각합니다. 반성하고 있지만 좀처럼 반성이 전달되지 않는 것. 그런 자기 자신에게도 반성하고자 합니다.”     
“혼다 의원님 지적을 받아서 그전부터 저 나름대로 반성을 해서, 혼다 의원님의 질문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로 마음을 먹고 저는 반성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 반복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의 기미가 전해지지 않는 것은 제자신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반성하여 앞으로 그런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반성스웩.mp4   #반성래퍼의탄생  #외장하드_평생소장각

 펀쿨섹좌가 반성 래퍼로 레벨 업하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고이즈미 가상 어록 등장     


  일본에도 인터넷 대문호들이 많죠.

  이들도 우리처럼 댓글로 풍류를 즐길 줄 압니다.

  고이즈미의 어록은 정말 주옥같죠. 주옥같은 어록은 인터넷 대문호의 창작욕을 자극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반드시 불경기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여러분, 감염만 되지 않는다면 옮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레퍼런스가 이 정도로 주옥같다면, 고이즈미 가상 어록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렇게 일본 인터넷 대문호들이 탄생시킨 고이즈미 가상 창작 어록 번역본을 몇 개 소개합니다.       

“첫 키스는 퍼스트 키스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잠에서 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취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애정하는 가상 어록입니다.

  울고 싶을 때, 세상이 다 미울 때 이 어록을 보며 작은 힘을 내곤 하죠.

"방이 어두울 때 저는 전기를 켭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밝아졌구나라고"

      

  한동안 우리 언론 일부가 고이즈미의 차기 총리설을 심각하게 주장했었죠.

  지금 누군가 고이즈미가 차기 일본 총리가 된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셀프 바보 인증입니다.



그래서 대체 누구야?


   그래서 그들은 고이즈미의 대체제를 찾기 시작했죠. 이건 신기합니다. 일본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고, 작년부터 우리와 모든 면에서 척지기 시작한 강국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에는 일본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 언론의 일본에 대한 기사는, 팩트를 기반한 추론보다 '한국인에게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야기'에만 집중합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 기사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도 않는 이야기'입니다.

  철 지난 예전 이야기를 ctrl+C와 ctrl+V로 만들어, 최신 기사인 것처럼 포장합니다.  

  인터넷에서 며칠 또는 몇 주 전에 화제가 된 이야기를, 오늘자 기사로 포장해 내보냅니다. 일본 미디어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사람들에겐 환장할 노릇이죠.   


  우리 언론이 차기 일본 총리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있죠. 글쎄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음회에는 포스트 아베 시대의 실제 총리에 가까운 일본 정치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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