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식 8.추어탕(feat.아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냉장고에 그득그득 채우며 살 수도 있겠다 싶었어

by 김선영

엄마는 원래 고기도 생선도 잘 먹지 않는 사람이었어.













그야말로 첩첩산중 산골 출신이라, 입맛이 참 소박했거든.

그런데, 고기를 좋아하고, 낚시를 즐기는 남자를 만나면서, 고기 요리를 척척 하게 되고, 급기야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어.


아빠는 족대로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곤 했어.

그리곤 물고기가 상하기 전에 수돗가에서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부레와 내장을 떼 손질을 끝냈지.

난 아빠가 물고기 손질하는 걸 지켜보곤 했는데, 특히 부레가 신기했었어.

저리도 작은 공기주머니가 물고기를 뜨게 하는 건가?

나도 저런 공기주머니가 몸속에 있으면 수영을 잘할 수 있으려나 상상했었거든.

살면서 정식으로 3번이나 수영을 배워보려 시도를 했는데... 늘 초급반 배영에서 끝났어.

언젠가는 두둥실 뜨는 나를 상상하지. 여전히.




아빠는 손질하던 칼로 부레를 가리키며 알려줬었어.


“이기 부레... 요게 있어서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거라.”

“그라고 숨은 요게, 요 아가미 있제? 요걸로 쉬는 거고.”


난 이상하게도 아빠가 물고기 손질하던 게 멋있었어.

우리 집에선 오직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영역 같았지.

나도 해보고 싶다며 시도했지만, 아빠처럼 척척 할 순 없었거든.


엄마의 음식편 이후에 아빠의 음식편에서 할 이야기이긴 한데, 사실 우리 아빠는 좀 미약한 사람이야. 좋거나, 보통이거나 혹은 무난하기라도 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삶을 살진 못했거든.

그래서인지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은 언제나 선명해.

기억될 만큼의 사건들이 아니면 늘 아빠는 잊힌 존재였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게 아빠의 손에서 깨끗하게 다듬어진 물고기들은 엄마의 손으로 넘어가.

그럼 엄마는 큰 냄비에 후루룩 붓고는 삶기 시작하지.

윽-. 그때부터 나는 비위가 상해.

민물고기 특유의 잡내와 흙내가 온 집을 사악 뒤덮어버리거든.

그렇게 푹~ 삶긴, 살짝 누르기만 해도 살이 으스러질 정도가 된 물고기를 엄마는 채반에 들이붓고는, 주걱 같은 거로 으깨.

아주 죽이 될 정도로 눌러 걸러내는 거야.

그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거지.

먹을 때 입안에서 불편하게 걸리는 뼈나 건더기가 없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 으깬 물고기를 물과 함께 끓이는 거지.

거기에 시래기나, 배추, 고추, 파, 양파, 고춧가루, 된장, 소금 등등으로 맛을 내.


엄마의 음식 중 정말 단연 1등은 추어탕이었다고 할 정도로 맛있었어.

오죽하면 엄마가 추어탕 식당을 했겠어.

근데 정말 짧게 했어. 가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아.

아, 맞다!

칡냉면집(엄마의 음식 7.칡냉면집)이 여름 장사로 잘되는 걸 보고, 여름에만 추어탕집을 하겠다고 했던 것도 같아.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막무가내 사장님이 아닐 수 없네.

음식 장사가 어디 쉽나….

손은 또 얼마나 많이가….

사실 활동적인 울 엄마의 성향과 몹시 맞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엄마의 추어탕 식당은 사라졌지만, 엄마의 추어탕은 그 후로도 쭉 맛있었어.


나는 특히 추어탕에 ‘지피’를 넣어 먹는 걸 좋아했어.

지피 특유의 알싸함이 매콤하게 코를 감싸는 느낌이 참 좋았거든.

어쩌면 그 향과 맛 덕분에 추어탕을 잘 먹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지피가 추어탕 식당들엔 잘 없더라... 그게 귀한 거더라고.

참, 지피는 사투리지 뭐야.

‘초피나무’가 표준어더라고.

경상도에서는 ‘제피나무’라고 하고, 그 열매와 껍질을 ‘제피’라고 한다네.

근데 우리 엄마 아빠는 ‘지피’라고 했거든. 그래서 나에게도 ‘지피’였지.




그렇게 엄마의 추어탕은 우리의 여름 보양식이 되어 주었어.

물론 냉동실 속 추어탕은 가을, 겨울, 봄에도 우리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었고.

엄만 늘 그렇게 뭐든지 많이 만들어서 얼리고는 하나씩 녹여서 먹게 했어.

바쁜 사람이라 그게 최고의 방법이었을 거야.

정체를 알기 어려운 음식들이 냉동실에서 사장되기 일쑤긴 했지만….


성인이 된 후 그런 엄마의 냉동실이 싫어서 죄다 꺼내 버렸던 적이 있는데, 엄마의 상실감이 너무 커 보였어. 내가 버린 걸 다시 주워오기까지 했거든.

그 후로 냉동실이든, 냉장실이든 엄마의 공간을 함부로 건드리진 않았어.

그게 엄마 자신을 위로하는 방식인 것 같았거든.

평생을 고생하며 힘들게 살았으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냉장고에 그득그득 채우며 살 수도 있겠다 싶었어.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아, 참 잔소리를 많이 했지 뭐야... 미안하게.




엄마... 내 기억에, 아빠가 물고기를 많이 잡아 오면 엄마는 매우 좋아했던 것 같아. 맞나?

아빠가 물고기를 잡아 오고, 엄마가 추어탕을 끓이던 모습은 정말 한 팀 같았어.

그래서 나는 아빠가 물고기를 많이 잡아 와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면 좋겠다고, 엄마가 맛있게 추어탕을 끓여, 아빠를 기쁘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매사, 불협화음 같던 엄마와 아빠였는데 그런 날엔 썩 화목해 보였거든.

그랬던, 어린 날의 그 수돗가가 너무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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