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를 선정/분석해 보는 비욘드 더 예능 '지구오락실' 캐릭터 분석 편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이었을 것이다. 종합학원에서 국어 수업을 듣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푸는 국어 문제들에 대한 내용을 실제로 이 글(지문)을 쓴 글쓴이(작가)도 정말로 이렇게 생각할까?' 뭐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이 글 속에 밑줄 친 문장은 글쓴이의 어떤 심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사지선다 항목에서 답을 고르고 정답을 찾지만. 정말로 글쓴이는 그런 의도였을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속설 중 살아있는 작가의 글이 시험 문제가 나왔는데. 그의 자녀(혹은 친지)였던 학생이 그 문제를 들고 가서 작가에게 묻자. 작가가 의도하지 않는 답이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콘텐츠를 연출하고 제작한 사람의 의도를 제3자가 정확히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만 우리는 그 표면적인 내용에서 항상 수박 겉핥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희망한다.
2022년 여름. 신서유기를 기다리던 팬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갑자기 나영석 PD는 이상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들고 나타났다. 이름도 이상한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
항간에는 여자판 신서유기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를 맞이한 현재. 지구오락실은 새로운 예능스타들을 발굴한 새로운 예능으로 10년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다.
오늘은 이 지구오락실이 왜 차세대 예능으로 각광받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보려고 한다.
캐릭터(세대교체)+나영석(연출자)+선 넘는 유니버스(멀티버스 아님)
지구오락실의 출연자는 총 4명으로 이은지(개그우먼), 미미(3세대 아이돌/크리에이터), 이영지(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크리에이터), 안유진(4세대 아이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상 지구오락실의 지향점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가장 어린 세대를 타깃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출연자의 나이를 낮추었다는 사실보다. 실제적으로 낮아진 출연자들의 행동이나 언어 등을 이용해 현시점에 가장 적절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고
뒷부분의 키워드들과 연관되어 설명하겠지만. 나영석스러운 캐릭터 섭외가 세대교체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의 패턴이나 틀을 깨는 형태의 콘텐츠로 연결되었고. 다행히도 그런 내러티브가 짧은 영상에 익숙한 소위 MZ세대라고 부르는 요즘 세대부터 90년대 초중반 출생으로 나영석, 김태호 피디의 프로그램을 보던 3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완성이 되었다.
먼저 이런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게 한 각 캐릭터별 필모를 굉장히 주관적으로 한번 서술분석해 보겠다.
이은지(개그우먼)
코빅 출신의 개그우먼. 본인과 같은 대학교 방송연예과를 졸업했다. 대부분의 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들이 그렇듯. 특히나 개그 전공한 친구들은 학교에서 가만히 있지를 않기에. 모 유통브랜드 광고 촬영장에서 출연자와 연출자로 만났을 때. 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격한 공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코빅을 9년 동안 개근했었는데. 지구오락실 때문에 처음으로 쉬어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 부분에서 참 대단하다고 느낀 건. 광고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같이 촬영하는 선배 개그맨이 이런 질문을 했었다.
"은지 씨, 공채였나?"
"아.. 아니요 저는 코빅으로 데뷔했습니다"
20대 초반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 당시에는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들이 주류였던 시절에 공채 개그맨이 아닌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선발하는 신인 코미디언으로 시작해서 버텨왔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공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한편으로 조금이나마 본인의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방송 3사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색채가 물들지 않고 다양하게 개그 스타일을 배워오면서 스펙트럼을 키워 온 것이 오히려 이은지가 지금의 다양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었던 호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개그(예능)적인 능력 외에도 개그 코너를 준비하는 본인의 일상적인 습관을 통해 온라인의 밈과 콘텐츠에 대한 박식한 점이 실제 지구오락실에서도 캐릭터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고, 어렸을 적 배웠던 댄스스포츠 선수라는 개인적인 능력이 현재 출연진들(가수 출신)과 위화감 없이 섞일 수 있는 능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은지의 캐릭터를 총평하자면 9년 동안 날아오를 준비를 한 나비와 같은 캐릭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이번 지구오락실 나영석 사단과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된 순간 아마 그녀는 지금까지의 모든 역량을 쏟을 생각이었을 것이었고. 그 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미미(본명 김미현 / 오마이걸 소속)
오마이걸이라는 그룹자체가 3세대 아이돌 중 메인스트림이 아니라는 체감. 그리고 그 안에서 비주얼센터나 예능에 주로 출연하는 멤버가 아니었다는 점.
팬을 제외한 일반인의 인지도 면으로만 본다면 아마 승희> 효정=아린=유아> 유빈> 미미라고 꼽을 수 있을 만큼 그룹 안에서도 제일 약한 캐릭터였지만.
무대에서는 안 웃겨도 사석에서는 제일 웃긴 개그맨이라는 표현처럼. 베일을 뚫고 나와 어느 때보다 주목받은 천연(天然)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다.
사실 4명의 캐릭터 중에 가장 섭외 선정의 이유를 딱 이야기하기에는 어렵지만, 단순히 보수적으로 나영석 피디나 이우정 작가의 연령대나 단순 사고방식을 생각한다면. 아이돌인데 유튜브를 자력으로 꾸준히 하는 캐릭터를 찾았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물론 연예계 안에서 방송에서 보이지 않은 새 캐릭터에 대한 표면적이지 않은 풍문이나 캐릭터에 대해 직접 알 수 있는 방송 PD나 작가의 배경에는 미미가 정말 빵 터져줄 것이다라는 걸 예상할만한 이유 있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MZ세대의 키워드인 '소통'이라는 단어를 꼽아보았을 때. 방송이라는 틀 안에서도 본인 스스로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체득해 온 아이돌이자 크리에이터인 미미의 캐릭터는 이은지와 이영지, 안유진 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가교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예상외의 캐릭터적 면모들이 콘텐츠 안에서 십분 잘 발휘되면서. 이은지만큼이나 지구오락실을 통해 수혜를 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영지(오디션 프로그램 2회 우승한 가수/크리에이터)
(MZ들의) 문화 대통령
지난 6월 23일에 방영된 지구오락실2에서는 입국과정에서 본인을 스스로 'K-Culture President'라고 소개하면서 입국했던 이영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이영지의 경우 지구오락실이 아니더라도 꼭 한번 분석해보고 싶은 캐릭터이다. 지구오락실에서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을 붙이기 전부터 MZ세대 대표 아이콘 등 정말 요즘 세대를 대표하는 정점에 있는 듯한 가장 핫한 캐릭터이다.
사실상 지구오락실이 아니더라도 차쥐뿔(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을 통해 그의 맨파워는 충분히 검증이 되었다. 나오는 조회수도 물론 출연하는 게스트들 또한 방송에서도 1순위로 섭외하고 싶어 하는 S급 게스트들이 자연스럽게(?) 출연을 하는 것을 보면 현재 누구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라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이러한 캐릭터적 성공이 단지 그가 오디션 우승자라는 것이라는 타이틀만이 가져다준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 나는 이런 이영지를 대한민국의 연예/문화 산업 성장에 따른 본투비스타(Born to be Star)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스포츠 스타들을 키우는데 항상 꼬집었던 것이. 인프라(infrastructure)의 부족이었다. 근데 2002년 월드컵 이후. 인프라는 개선이 되었고.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를 진출하면서. 국내가 안되면 국외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손흥민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이강인은 미디어의 노출과 인프라의 접근성이 만난 축구계의 본투비스타인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 이영지는 한국 연예/문화의 산업의 수준이 높아짐과 함께, 어느 기점으로부터 비교하였을 때 일반 개인들이 끼나 능력을 일반 대중들에게 현저히 능동적으로 노출하는 세태, 그런 과정을 태어나면서부터 학창 시절까지 자연스럽게 겪어오면서 만들어진 내추럴 본투비스타라고 생각한다.
쉽게 정리하자면 예전에는 학창 시절에 팡머(광대) 재질이라고 불리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교 내에서만 사랑받던 캐릭터가 이제는 학교라는 범주를 벗어나 대중들에게 모두 사랑을 받는 범위로 자연스레 확장이 된 것이다. (물론 학생시절부터 끼가 보이는 스타라는 것은 있었지만, 이영지는 이미 완성형으로 시작한 경우)
물론 이영지가 지금의 빠른 성공을 갖게 된 건 그런 팡머의 모습 외에도 지금 같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본인만의 강력한 삶의 철학.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대중들의 공감을 사면서도 자연스럽게 묻어드는 본인의 능력이 정말 다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페르소나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뒤에서 서술할 내용 중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있는 선을 넘는 유니버스에 관하여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캐릭터이며 이 지구오락실의 핵심적인 역할임에 틀림없다.
안유진(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4세대 아이돌)
4세대 아이돌은 완성형 아이돌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첫 세대가 아닐까?
이제는 아이돌로 가공할 질 높은 원석과 인프라가 완성된 연예엔터테인먼트의 시대이다.
태어날 때부터 온갖 미디어에 노출되고, 자신이 부른 노래와 춤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시대에서
아이브라는 그룹은 완성형 그룹의 첫 세대의 첫 방점을 찍고 있다.
안유진은 그런 아이브를 스스로 한 층 더 끌어올린 책임감 있는 리더이다.
어느 예능에서나 최정상 아이돌이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나 모습은 있을 것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것 또한 대중들의 호감을 사는데 어마어마한 플러스 요인이다.
아이돌 데뷔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요즘 연예계에서 20살 안유진의 능력은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이라고는 믿기 힘든 만큼 일당백의 한자리를 해주고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이지만 이영지와 안유진을 동류(同流)라고 표현하고 싶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앞서 언급했던 본투비스타적인 타고난 능력과 시대적 배경에 의한 내추럴 메이킹된 개인 캐릭터와 MZ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자기 철학에 대한 확고한 표현과 행동 때문일 것이다.
안재현을 생각하고 섭외를 했는데 은지원이 와버려서 당황했다는 나영석 PD였지만.
사실상 이미 나영석 유니버스에 있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자라온 안유진에게는 아마 아이돌로써의 자아와 예능인으로서의 자아를 자연스럽게 스위칭하면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나들고 있는 듯하다.
4명의 캐릭터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모습
'책임감'과 '간절함'
사실 이 캐릭터분석의 결론에 대한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영석이라는 PD의 캐릭터 구성 성향에 대한 연장선과 이어지는 부분이나. 이번 캐릭터 분석 편에서 1차적인 마무리를 짓는다.
먼저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좀 더 다른 말로 치환하자면 선함에 기반한 캐릭터(실제인물)의 행동이다.
이은지는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막내지만 여기서는 어엿하게 동생들을 이끄는 맏이로서 동생들이 방송의 틀이나 선을 넘는 걸 언제나 예의주시하면서 바라보고 있다.
미미는 맏언니와 두 동생을 중간에서 케어하는 가교, 영지는 본인도 막내면서 더 막내인 유진을 챙기고.
아이브 리더가 어디 안 간 듯 지구오락실에서 가끔은 맏내 포지션을 맡는 유진이까지.
각자 프로그램에 헌신하고 서로의 관계적인 부분을 좀 더 끈끈하게 자발적으로 만드려고 하는 내적친밀감을 형성하는 책임감적인 부분이 있다.
이러한 책임감은 결국 이 프로그램을 통한 간절함으로 인해 형성된 것일 수 있다.
본인의 커리어하이에 있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이은지와 미미
가수와 예능인, 크리에이터로써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는 이영지
아이돌그룹의 리더로 본인의 헌신을 통해 좀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소망의 안유진
어쩌면 이러한 서로에게 필요한 이해관계가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릇에 담겨 만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여자 신서유기라는 낮은 기대감을 세대를 관통하는 완벽한 세대교체를 통해 바꿔놓은 지구오락실 시리즈
MZ세대를 지나 잘파세대를 진입하는 이 시점에서 10년 뒤 철들어도 막내가 이은지(이영지가 이은지 나이가 되는 시점)라는 나영석 PD의 자신감처럼 꾸준히 인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