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감성 카페를 집으로 들이다
“저는 카페 같은 집을 짓고 싶어요.”
처음 건축사 미팅 때 제가 한 말입니다.
아파트는 입주자의 개인 취향을 건축에 일일이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비슷한 모습입니다.
아파트 생활은 충분히 했으니, 이번에는 색다른 느낌의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당시 자주 가던 빈티지 감성 카페가 있었는데, 그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들고 미팅에 갔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주세요!”
여러 차례 협의 끝에 1층은 카페 같은 노출 콘크리트 콘셉트로 결정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란, 콘크리트 구조물의 겉면에 별도의 마감재(페인트, 타일, 벽지 등)를 입히지 않고 콘크리트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낼 수 있죠.
추가 마감재가 없으니 디자인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주택에 노출 콘크리트를 구현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공정이었습니다.
콘크리트 면을 그대로 드러내려면 무엇보다 타설면이 깨끗하고 매끈해야 합니다.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고 떼어내면 표면이 항상 고르게 나오지 않습니다.
줄맞춤이 흐트러지거나, 움푹 파이거나, 자갈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흠을 가리기 위해 시멘트 미장으로 메꿈 작업을 하거나, 면을 갈아내고 외벽 코팅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콘크리트 면을 메우고 갈아내기를 수차례… 며칠간의 평탄화 작업 끝에야 겨우 빈티지 무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내부 계단은 목재가 아닌 철제로 제작했습니다.
조금 더 개방감을 주기 위해 발판 일부를 과감히 생략했고, 난간은 시스루 느낌의 메쉬망을 적용해 모두 화이트 도장으로 마감했습니다.
아이와 강아지가 있어 사용성을 많이 고민했는데, 이 메쉬망 디자인이 안정적이면서도 개방감을 살려주었습니다.
카페 같은 분위기를 완성하려면 캐노피가 필요했습니다.
캐노피란 건물의 출입구나 외부 공간을 덮는 간이 구조물로, 현관에서 바로 외부로 나가는 주택에서는 비·눈·햇빛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주택 외관은 최대한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이 마감하고 싶었습니다.
현관 캐노피를 강조하기보다는 출입문과 같은 블랙 컬러로 도장해 정리했습니다.
뒷마당 캐노피는 윗부분을 오픈해서 빛이 그대로 통과되도록 했는데 유니크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페 같은 집을 완성하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내가 원하는 집을 언제 다시 지어보겠나’ 하는 생각으로 끝내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의사결정을 이어갔고, 결국 생각했던 대로 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 좋은 날이면 1층 폴딩도어를 활짝 열고 뒷마당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피크닉을 즐기곤 합니다.
가끔 지인이 떠오르면 전화를 걸죠.
“오늘 저희 집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실래요?”
제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이웃 중에 광고회사 감독님이 계십니다.
얼마 전 그분이 연출한 여성가족부 광고에 저희 집이 배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본문에 실린 사진은 광고 영상 속 장면을 발췌해 담았습니다.
뜻밖에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의 배경이 되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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