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허리띠를 졸라매다
개인 주택을 짓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업체에 맡기는 건설사 턴키 방식,
다른 하나는 건축주가 자재를 직접 고르고 시공 인력을 섭외하는 건축주 직접 공사입니다.
턴키 방식은 신경 쓸 일이 줄어드는 대신 비용이 높아지고, 건축주 직접 공사는 손품과 발품이 많이 들지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부족한 건축비 때문에 두 방식을 섞어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가 살 집을 하나씩 제 손으로 완성해 나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집에는 생각보다 많은 가구가 들어갑니다. 신발장, 붙박이장, 주방가구, 드레스룸 선반, 욕실장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건축을 진행했던 시공사에 맡겨 제작하려니 견적이 꽤 높게 나왔습니다.
고민 끝에 가구 제작과 시공을 직접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가구 디자이너로 오래 일해 왔기에, 가구 생산 공장부터 전문 시공팀 섭외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구 도면을 그려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고, 상판·수전·싱크볼·후드 같은 아이템은 인터넷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가구는 비용 절약은 물론, 저만의 생활 방식과 수납 습관에 꼭 맞는 맞춤형 디자인이 되어 지금도 만족스럽습니다.
고객 가구 제작 경험은 많았지만, 내 집의 가구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개인 주택이라면 아파트에 대량 납품되는 정형화된 붙박이장이 아닌, 내 니즈에 꼭 맞는 제작 가구를 한 번쯤 시도해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막상 내 집을 지으려니, 어떤 디자인과 스타일이 좋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단독주택 단지들을 직접 돌며 시장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비슷한 듯 다른 주택의 모습이었지만 공통점은 잔디가 깔린 앞마당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잔디가 깔린 앞마당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이웃들이 오가며 늘 시선이 머무는 자리였습니다.
바비큐를 굽는 사소한 즐거움조차 눈치가 보일 것 같았죠.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에서 벗어난 뒷마당을 만들었고, 그곳은 우리 가족만의 프라이버시와 여유를 지켜주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마당에는 관리가 까다로운 잔디 대신 깔끔하게 보도블록을 깔았습니다.
가구 공사 이후 자신감이 붙어, 보도블록은 직접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집 근처에 블록 공장들이 있었고, 찾아가 마음에 드는 자재를 고른 뒤 용차로 실어 왔습니다.
지반을 단단히 다지지 않으면 변형이 생긴 다기에 공장에서 소개받은 시공업체를 통해 하루 만에 뒷마당과 작은 앞마당(간이 주차 공간까지)을 완성했습니다.
건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마당이 완성되자, 자연스럽게 강아지 라떼를 위한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비를 다 쓴 상황이라 가장 저렴한 철재 펜스를 알아봤지만, 공장처럼 삭막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집 외벽이 밝은 화이트 색상이었기 때문에 내추럴한 우드로 울타리를 치면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우드 펜스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 한 번 더 직접 공사해 보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외장재 선택에서 흔히 고민하는 것이 방킬라이와 큐링입니다.
두 목재 모두 건축 외장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내구성·가격·색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방킬라이: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색감이 어둡고 지나치게 단단해 시공 난이도가 높음
큐링: 내구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색감이 밝고 따뜻하며 시공이 비교적 수월함
저는 색감이 예쁘고 다루기 쉬우면서 가성비가 좋은 큐링 우드를 선택했고, 강원도의 한 업체를 수소문해 자재를 주문하고 집으로 배송받았습니다.
울타리가 서기 위한 철제 구조물은 전문 업체에 맡기고, 나머지는 제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철판 피스로 하나하나 목재를 고정하며 땀을 뻘뻘 흘린 끝에, 2박 3일 만에 집을 감싸는 울타리를 완성했습니다.
직접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공정 관리입니다.
현장 시공 전에 필요한 자재가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하고, 공종의 순서에 맞춰 차질 없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방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면,
첫째 날: 주방 가구 시공
둘째 날: 상판·수전·싱크볼 설치
셋째 날: 가전제품 설치
이런 순서가 맞아야 원샷으로 공사가 마무리됩니다.
자재 도착이 늦어지거나 순서가 어긋나면 하루 작업이 통째로 날아가고, 전체 일정에도 큰 차질이 생깁니다.
직접 공사를 하면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가성비 있게 구현할 수 있지만, 반면 공사에 따르는 모든 책임과 사후 A/S까지 건축주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따라서 믿을 만한 자재 공급업체와 시공 인원을 찾는 것은 필수입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 과정은 제게 특별했습니다.
책상 위 도면 속 선이 현실에서 형태를 갖추어 갈 때,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실제 공간으로 완성될 때,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내 손길이 닿은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땀 흘려 직접 만들어낸 순간들이, 지금의 집을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가장 크게 남은 건 정성과 손길이었습니다.
건설사 턴키 공사(시공사 진행)
- 건축 골조
- 외벽 및 마감
- 인테리어 목공 및 내부 마감
건축주 직접 공사(제가 진행)
- 맞춤형 가구 제작
- 뒷마당 보도블록 시공
- 우드 펜스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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