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평단가 너머, 진짜 비용의 얼굴

집 짓기와 돈의 줄다리기

by Rachell Consulting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을 책정하는 일입니다.

저는 막연히 건축비와 인테리어 비용 정도만 생각했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돈 들어갈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공사가 얘기하는 ‘건축비’는 사실상 골조와 마감을 위한 비용입니다. 착공 전에 건축주와 조율해 세부 사양을 지정하기 전까지, 소위 말하는 평단가¹는 기본 사양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설계가 진행될수록 원하는 디자인으로 변경하면 금액이 추가되고, 결과적으로 예산은 불어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핀터레스트 등에서 워너비 주택 이미지를 모아 시공사와 협의했지만, 추가되는 비용 앞에서 포기해야 했던 아이템들이 많았습니다.

집을 지을 때도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힘을 줄때와 빼야 할 때


저는 집에 들어설 때 가장 눈에 띄는 계단실, 그리고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주방 가구에 힘을 주었습니다. 또 매일 사용하는 수전과 도기류는 품질 좋은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반대로 벽면 마감은 일반 도배지를, 바닥재는 강마루를 사용해 실용성을 추구했습니다. 모든 공간을 고급 자재로 채울 수는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인테리어와 가구 비용은 건축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 목공과 도배까지는 건축 범위에 들어가지만, 요즘 많이 선호하는 무몰딩²이나 천장 매립 조명³ 같은 디테일은 추가 비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추가되는 비용 항목

무몰딩², 천장 매립 조명³

거실 및 계단실 아트월

샹들리에 등 펜던트 조명

고급 수전·세면대 도기·원형욕조·샤워 파티션

주방가구, 붙박이장, 드레스룸 시스템

차고 전동 오픈 도어

폴딩도어⁴ 등 특수 창호

기본 층고⁵ 2400mm 이상

정문 캐노피


이 정도는 설계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진짜 당황스러운 건 착공 후에 튀어나오는 비용들이었습니다.


계약서에는 없는 비용들


공사가 시작되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비용들이 청구되기 시작합니다. 저도 낯설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착공 후 발생하는 비용 항목

지질조사⁶ : 150만 원

지적측량⁷ : 60만 원

시스템 비계⁸ : 530만 원

태양광 패널 : 400만 원 (콘크리트 구조인 경우 정부 지원 있음)

전기·도시가스 인입비 : 350만 원

건축 인허가 : 400만 원


가뜩이나 빠듯한 건축 예산에, 예상치 못한 비용이 불쑥불쑥 등장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집 짓기와 돈의 줄다리기


집을 짓는다는 건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예산이라는 현실과의 긴 줄다리기였습니다.


수없이 늘어나는 비용 청구서 앞에서 한숨도 쉬었고,

때로는 원하는 걸 내려놓으며 타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집은 완성되었고, 지금의 일상은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쉽지 않았지만, 이 경험이 언젠가 누군가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각주


1. 평단가: 건축 1평(3.3㎡) 당 기본 사양 기준 시공비용

2. 무몰딩: 몰딩(벽·천장·문틀 마감선)을 없애 매끈하게 마감하는 방식

3. 천장 매립 조명: 천장 속에 매립해 설치하는 조명, 깔끔하지만 추가 목공 필요

4. 폴딩도어: 여러 장의 문짝이 접히며 열리는 창호, 공간 활용은 좋지만 고가

5. 층고: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 일반 아파트는 약 2300~2400mm

6. 지질조사: 땅의 지반 상태를 확인하는 조사. 안전한 건축 가능 여부를 검증

7. 지적측량: 토지 경계와 면적을 확인·측정하는 작업

8. 시스템 비계: 건설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발판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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