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안녕하십니까, 박이사님."
고객사에 도착한 박이사와 서 과장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영업팀 김태균 부장을 만났다.
"이사님, 사실 저도 김 회장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김태균 부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 미팅이 잡힌 건 씨앤유 정대표의 소개 덕이 컸습니다.
두 분이 꽤 막역한 사이라고 하더군요."
서은주는 그 말을 들으며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자리는 정리되어 있었고,
물 컵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김태균 부장의 영업에는
씨앤유(C&U)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서은주 과장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고객사 김 회장을 대상으로 한 PT가 시작되었다.
서은주 과장은 긴장감을 떨쳐내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JS인터는 우리 회사와는 첫 거래고,
게다가 신제품이라 들었는데…
납품에 문제는 없겠습니까?”
PT가 끝나기도 전에 김 회장의 질문이 날아왔다.
소문대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실질적인 업무 진행은 모두 그의 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업팀 김태균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받았다.
“네, 회장님.
우리나라에서 첫 판매를 시작하는 제품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판매를 시작했고,
현지 반응도 좋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직접 챙기겠습니다.”
“네, 설명 잘 들었습니다.
제품이 참 좋네요.”
며칠 뒤,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협의해 보자는
고객사 연락이 들어왔다.
첫 거래를 트자마자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다.
팀 내부에선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번지고 있었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내부 협의가 급히 잡혔다.
회의가 끝날 무렵 김태균 부장이 말을 꺼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 과장님 공이 큽니다.
PT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김 회장님도 아주 만족해하시더군요."
"수주 계약이 확정되면 말이죠."
김태균 부장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특별히 서 과장님 몫으로 좀 챙겨 드려야죠. 하하."
농담처럼 던진 그의 말에 회의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서 과장은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서은주 과장님, 감사팀입니다.
얼마 전 영업 1팀에서 수주한 현장에 대해서
외부 제보가 들어와서
관련자들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아. 네 무슨 내용이실까요?"
휴대폰 넘어 감사팀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태균 부장의 대리점 선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전화였다.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었고,
상황은 조용했다.
“부장님. 저는 제품 소개와 일정 관리를 맡았을 뿐입니다.
다른 회의가 있어서 이만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하하, 서 과장님도 참.
이걸 다큐로 받으시네.
농담입니다, 농담.”
남 차장은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서은주는 그 침묵이
김 부장에게 선을 긋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긋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서은주는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아직 자리를 뜨지 못한 사람들이 몇 있었고,
회의실 안에서는 여전히
김 부장의 큰 웃음소리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