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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당재 Sep 24. 2020

비닐봉투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그날이 오면 비닐봉지를 산다

비닐봉지에는 무엇이든 넣을 수 있으니까

술과 말린 꽃과 그리고

행복했던 추억 몇 장,

술을 따라 놓고 생각에 잠기다

참, 술을 못 드시잖아!

그 보다 나이가 많아진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며 

그가 좋아했던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각자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떠 올렸고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질 때까지 이야기했다

그래도 남은 것은 비닐봉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와서 

비닐봉지를 머리에 썼다 다행이야!

비닐봉지엔 언제든 넣을 수 있으니까 

몸이 젖을수록, 머리가 뜨거워져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닐봉지가 있으므로 구겨진 채로

어디든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지워버릴 수 있는

검정 비닐봉지가 움직인다



그리운 이의 찾아가서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와 헤어졌을 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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