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그날이 오면 비닐봉지를 산다
비닐봉지에는 무엇이든 넣을 수 있으니까
술과 말린 꽃과 그리고
행복했던 추억 몇 장,
술을 따라 놓고 생각에 잠기다
참, 술을 못 드시잖아!
그 보다 나이가 많아진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며
그가 좋아했던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각자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떠 올렸고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질 때까지 이야기했다
그래도 남은 것은 비닐봉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와서
비닐봉지를 머리에 썼다 다행이야!
비닐봉지엔 언제든 넣을 수 있으니까
몸이 젖을수록, 머리가 뜨거워져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닐봉지가 있으므로 구겨진 채로
어디든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지워버릴 수 있는
검정 비닐봉지가 움직인다
그리운 이의 찾아가서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와 헤어졌을 때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