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점 Jan 10. 2021

편리함의 발명은 불편함의 발견이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들로 우리의 삶이 점점 편해지고 있다.

밀키트, 간편조리식으로 쉽게 집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무선 이어폰을 쓰면서 선 꼬임이나 선의 걸리적거림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배달 어플을 쓰면 예전처럼 전단지를 뒤적거리지 않아도 되고 배달이 안되던 식당의 음식도 쉽게 배달해 먹을 수 있다. 이외에도 요즘 많이 사용하는 아이패드를 비롯해 스타일러, 건조기, 무선 청소기, 로봇 청소기 등 마치 우리를 편리하게 해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새로운 제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사람은 아무리 편해도 끊임없이 더 편리한 것을 추구하기에 

한번 이러한 제품들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는 불편하다, 아니다 라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인지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진짜 불편함이 된다.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기존에 몰랐던 불편함이 발견되는 것이다.


레티나나 4K 해상도의 모니터를 쓰다 예전 모니터를 보면 이전에 잘만 쓰던 것도 어떻게 썼나 싶다.

간편식이 있기 전에는 제대로 차려 먹으려면 집에서 요리해 먹는 것이 당연했었고,

이어폰란 '응당' 선에 연결되어 있는 물건이었기에 꼬인 선을 풀고 잭을 휴대폰과 연결하는 것은 이어폰을 쓰기 전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간편식으로 복잡한 요리 없이 쉽게 집밥을 먹을 수 있고, 무선 이어폰의 편리함을 알기에 예전엔 당연하게 여겨졌던 과정들이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느끼고 있다.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은 새롭게 출시된 제품을 소개도 하지만 세련된 방식으로 우리가 몰랐던 불편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제품 리뷰에 많이 보이는 ㅇㅇ필수템, 인생템, 삶의 질 상승템 등의 단어는 필요 없던 물건도 필요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최엄지 양



이렇게 새로운 기능의 물건의 사용함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편리해짐과 동시에 불편함에 대해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편리함의 영역이 커질수록 불편함을 느끼는 영역도 같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이러한 흐름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제품을 팔기 위해 새로운 물건과 시장을 계속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의 이익 추구 활동이 기술과 사회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픽사는 그들이 상상하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끝판왕 미래 인류의 모습을 애니메이션 월-E에서 보여준다. 실제로 미래 인류가 애니메이션 속 인류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는 애니메이션이 나온 2008년 당시보다는 조금 더 그들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처음에 편리한 것도 익숙해지면 더 이상 편리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개인의 소비에 정답은 없지만 적당히 불편하게 살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소비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인간들과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주인공













 












작가의 이전글 모델 S에서 시작된 전기차 디자인 트렌드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