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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May 14. 2020

새로운 도전, 추억의 여행

27일간의 미대륙 횡단 여행기

27일간의 여행 경로
* 이 글은 2017년 1월에 2쌍의 친구 부부와 함께 했던 여행에 대한 소회를 메모장에 기록해서 여행 동지들과 단톡 방에서 공유하다 중단된 것을 브런치를 만나 마무리를 결심하게 된 글이다. 따라서 중단 이후에 다시 쓰게 된 내용은 기억의 오류로 인해 미흡한 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플롤로그


어느 날 옛 친구로부터 보이스톡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었다.
' K 부부랑 우리 부부가 미국 한번 갈려고 한다' 고..... 반가운 전화지만 '친구 만나러 멀리까지 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접을 해야 하나?, 하고 걱정이 앞선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집사람에게 친구들이 나 만나러 온다고 하니 집사람 또한 걱정이다. 바쁜 이민생활 탓에 제대로 대접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머물도록 할 수도 없고... 하여 자동차 횡단 여행을 생각해봤다. 집사람에게 제안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흔쾌히 대답한다. 하지만 운영하고 있는 조그마한 사업장이 걱정이다.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집사람이 걱정 말란다. 자기가 알아서 해 보겠단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는 중에 몇 달이 흘렀고, 친구로 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자기가 이번에 30여 년을 다닌 직장을 퇴임하고 처음 얘기 나왔던 두부부가 미국 오려고 하는데 세부부가 하와이에서 만나자고... " 난 미대륙 횡단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집은 두 사람 모두가 자리 비우기가 힘들고... 아무튼 횡단 여행 계획 짜서 한번 보내 볼게... "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그로부터 우리의 미대륙 횡단 여행 계획은 시작되었다.

 기행문을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한 일정의 나열이 될 수가 있고 나 중심의 여행지에 대한 평가가 되어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오십 대 후반에 첫 RV car 여행.. 그것도 겨울이란 계절에 미대륙 횡단 여행을 감행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대단한 용기이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 보기로 결심했다.
 
 이글의 구성은 미대륙 횡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게 여행 계획을 짜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각 여행지의 일정을 바탕으로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느낀 소소한 감정을 곁들여 쓰고자 한다. 내 희망사항은 우리 여행 멤버들의 글까지 곁들여 공동으로 완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나만의 느낌.. 나만의 감정을 나열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그리고 우리 여행 동지들에게 제안했던 ‘ 여행 제안서’ , ‘세부 여행 계획서’를 올리지 못하는 점 또한 아쉽다. ( 다음 단원에 다시 언급되지만 PDF 파일을 브런치에서 첨부할 수가 없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여행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늘 설렘을 가져다준다. 우리네 삶에 있어 여행이란 삶을 재충전하는 활력소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미대륙 자동차 횡단 여행을 준비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것은 오십 대 후반의 나이에도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 첫 출발지로 아들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기점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을 거쳐 내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에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먼저 책장 한편에 묻혀 있던 2000년 미국 이민을 결심했을 때 구입한 ' 미국으로 가는 길' 이란 책자에서 미국 국립공원 편을 훑어보기로 했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면 친구들도 가보고 싶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지아 오는 길에 들러 볼 수 있는 국립공원을 나열해 보았다.
요세미티, 세퀘야, 데스 밸리, 그랜드 캐년, 아치스, 그랜드 티튼, 옐로 스톤, 핫 스프링... 등등, 그리고 친구가 세도나도 갈 수 있냐고 해서 세도나도 포함하는 것으로 하여 20여 일 정도로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선 각 포인트를 선정하고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의 이동거리를 애플맵과 구글맵을 통하여 확인하고 이동거리가 8시간 이상이면 중간기점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계획을 세워 나갔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중요 포인트에서 즐길거리를 찾아서 여행 제안서를 만들어 나갔다. 여행 제안서를 만들면서 인터넷의 편리성, 그리고 IT기업들의 기술력으로 인하여 참 편리한 세상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 20대나 30대 시절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하나 놓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 여행 계획을 짠다는 것을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이용해야 할 차량은 두 가지로 검색해 보았다. 첫 번째 안은 RV, 즉 캠핑카, 그리고 두 번째 안은 미니밴... 두 가지의 경우를 검색해 보았더니 렌트비용은 크게 차이가 없다. RV가 좀 더 비싸지만 숙박비를 절약하고 좀 더 낭만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2016년 6월 초순쯤 개괄적인 여행 제안서를 작성하여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친구들의 구체적인 일정을 잘 모름으로 인해 3월쯤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여행 제안서의 제목은 '떠나 볼까? 미국 대륙 횡단 여행'으로 하여... (  PDF 파일로 사진, 그림을 곁들여 만든 여행 제안서를 첨부할 수 없어 아쉽다: 브런치에서 PDF 파일 첨부 기능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친구들의 답변이 오길 기다렸다. 며칠 뒤 친구들 부인들이 모두 현직 교사라 1월이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다. 경비는 얼마쯤 들것인가 하는 문의와 더불어.. 아차 여행 제안서를 보내면서 경비에 대한 계산을 해보지 않았다. 친구들이 미국으로 친구 만나러 온다고 하여 처음부터 차량 렌트비는 내가 부담하는 것으로 마음먹었으니 "계산이 안되는데... 렌터카는 내가 빌리고 만약 1안 RV 카를 렌트하면 장 봐서 자체 식사, 숙박 해결되니 RV parking 요금 하고 입장료, 중간중간 식사, 그리고 중간에  2~3일 정도 호텔 이용.. 등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이 안 들어갈 건데... RV 렌터카가 안되면 숙박료가 추가 경비가 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듯..." 하고 대충 응답하면서 세부 계획을 짤 때는 충분히 계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겨울철이라 여행 일정에 다소 변경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처음 계획한 여행지에 대한 검색을 해 보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의 미대륙 횡단 여행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여행 멤버들의 단톡 방이 개설되고, 중요 정보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이제 나도 세부적인 사항들을 점검하고 예약해야 할 의무가 주어졌다.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의 항공권 예약이 확정되면 구체화하기로 하고 그동안은 이곳저곳 인터넷 검색을 하고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하고... 아무튼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철 여행은 폭설과 같은 예기치 못한 기상변화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에 걱정이 앞선다. 특히 우리의 여행코스가 국립공원 지역으로 고도가 높고, 일부가 북쪽에 치우친 까닭에 세세한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가야 할 포인트별로 지도상에서 이동거리를 검색해보니 일부 경로는 겨울 동안 폐쇄될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더 걱정을 앞서게 한다. 도로가 폐쇄되면 돌아서 가든지, 아니면 코스를 전면 수정하는 것으로 하고 포인트별 놀거리를 찾아보았다.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Hummer safari가 눈에 들어왔고, 옐로 스톤 국립공원은 겨울 동안 공원 내에 들어가는 방법은 스노모빌 투어 또는 스노 코치 투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중 스노모빌 투어가 더 매력적일 것 같아 친구들에게 '이런 것은 어때요?' 하고 사이트를 스크린 샷하여 보냈다. 모두가 좋다고 한다. 8월 어느 날 친구들의 항공권 예약이 확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인천-샌프란시스코, 1월 3일 도착 , 2월 1일 출발 일정이다. 애틀랜타에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는 이곳에서 예약하고, 조지아에 도착하여 좀 더 여행하는 지역은 플로리다 키웨스트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논의를 끝냈다. 이제 일정이 확정되었으므로 처음에 보냈던 여행 제안서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짜야할 것 같다. 먼저 2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애틀랜타-샌프란시스코 비행기 티켓과 1월 3일에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는 비행기 티켓 예매가 우선이다. 그리고 RV car 예약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비행기 티켓 예매를 끝내고 이메일로 티켓 예매 내용을 전송했다. RV car 예약을 위해 처음 여행 제안서를 작성할 때 찾아본 usarvrentals.com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에 봉착했다. 미국 드라이버 라이선스를 가진 미국 거주자는 이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할 수 없단다. 라이브 채팅을 통해 왜냐고 물어보니 미국 거주자에 대해서는 RV car 렌트업체에서 직접 거래하길 원하기 때문에 자기네가 할 수 없단다. CruiseAmerica.com에 직접 접속해보니 Oneway rent는 온라인으로 불가능하고 전화로 확인해 봐야 한다. 전화로 문의 결과 렌트비가 꽤 비싸다. usarvrentals.com에서 international로 조회해 본 렌트비보다 2배 이상이다. ( usarvrentals.com은 unlimited mileage plus $1100에 one way fee $500과 침구류, 식기류를 포함한 가격이고, CruiseAmerica.com은 마일리지에 따라 가격이 올라서 우리 여행 경로에 따른 마일리지를 계산한 결과 2배 이상의 가격이 예상되었다.)  대학원 가기 전  집에 와있던 딸아이가 아빠를 도와 다른 사이트도 찾아보겠단다. 대학원 공부 준비를 위해 바쁜 와중에도 아빠 여행을 위해 수고를 해 주겠다는 딸아이 말이 참말로 고맙다. 딸아이가 검색한 결과도 usarvrentals.com 만한 곳이 없다. 그리고 애틀랜타가 아닌 플로리다 지역에서 return 하는 경우다. 7인승 이상의 밴을 조회해보아도 usarvrentals.com의 RV 렌트 비용에 버금간다. 좀 더 심사숙고하여 결정하기로 하고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중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친구들이 한국에서 오니까 친구 이름으로 렌트하는 것으로 usarvrentals.com에 문의해 봐야겠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바로 usarvrentals.com으로 들어가 라이브 챗으로 문의해 보았다. ' 내 친구들이 한국에서 여행을 오니 친구 이름으로 렌트하고 내 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냐?'라고.... 가능한단다. 일정과 상세정보를 알려주면 바로 예약 가능하도록 이메일로 전송해 주겠단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예약을 확정을 마무리했다. 총 렌트비용이 $2700 정도이고 $240을 먼저 카드에서 빼가고 나머지 금액은 출발 50일 전에 카드에서 빼간단다. 아무튼 RV 렌트가 마무리되니 중요한 것 하나가 해결되었다. 그런데  RV를 실질적으로 렌트해 주는 회사는 CruiseAmerica 다. CruiseAmerica.com에 직접 렌트하는 것이 2배 이상 비싸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내가 원하는 금액으로 렌트를 마무리했으니 더 궁금점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여행 제안서를 바탕으로 하여 틈틈이 작성했던 여행계획서를 다시 검토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여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tour , Hummer Safari tour와 Yellow stone snowmobile tour 등은 여행 시작 한 달 전쯤에 예약하기로 마음먹고 , RV park이나 호텔 등은 비수기인 관계, 여행 일정 중 변동사항이 생길 여지가 있으므로 여행 도중에 2~3일 전에 예약하면 될 것 같았다. 다만 각 포인트별로 RV park과 호텔 정보는 메모해 두었다. (여행 세부 일정표도 PDF 파일로 첨부할 수 없어 아쉽다.)

  * 여행 세부 일정표상의 예산 책정에 대해서는 여기에 별도로 언급하고자 한다. (RV rent 비용은 포함되지 않음)
 1) 스노 모빌 투어 약 $2400 ( 2개 코스 : 옐로 스톤 코스와 Gros Ventre 코스) 3대의 스노모빌 ( 3명의 Driver와 2명의 passenger ) 1일 약 $1200 -- 코스마다 약간의 금액 차이가 있음.
 2) 아치스 국립공원지역에서 Hummer Safari $462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투어 $465
 3) 가솔린 연료비 : 총 예상 마일리지 (샌프란시스코- 조지아) 4500 마일리지  
                              4500/12= 375 gallon (RV의 Gallon 당 마일리지 12마일)
                               375 X $3 = $1125 ( gallon당 가솔린 값이 보통 $2 조금 넘지만 지역마다 gallon 당 가솔린 가격이 차이가 있으므로 최고가로 책정)
 4) RV park 사용료 : $1200 =$60 X 20일 (RV park 마다 차이가 있으나 최고가로 1박당 $60로 계산)
 5) 호텔 숙박료 :$ 800= $80 X 10 ( 5일 정도 호텔을 사용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2개의 객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계산함)
 6) 기타 : 식재료비 및 식대 기타 비용 약 $1500 ~$2000 예상
 따라서 총 경비 $8000 ( 인당 $1600 )을 예상하고 키 웨스트에 갈 때 추가되는 비용과 예비비 등을 생각하여 $10000 (인당 $2000)을 예상함.( 여행을 끝냈을 때 예상한 경비가 거의 신기할 정도로 맞아떨어짐)

  참고로 여행 세부 일정을 작성하면서 활용했던 유용한 앱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CruiseAmrica : 이 앱은 RV manual로 RV 사용 초보자로서 전체적인 내용을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RV park ( rv parking.com )과 KOA : 여행 도중 RV park 위치, 시설 정보, 예약을 이 앱을 통해 해결하였다.
   Triposo : 이 앱은 여행 계획을 하면서 우리가 간 목적지에서 놀거리, 볼 만한 것을 찾는데 유용한 앱이었다.
   Viator : 이 앱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즐길거리를 예약할 때 활용한 앱이다.
   Trivago, Hotel tonight, hotels.com : 호텔 예약에 필요한 앱, 가장 추천하고 싶은 앱은 Trivago이다.
   Chimani 국립공원 앱, 그리고 US national park service에서 제공하는 각종 앱 : 이 앱들은 우리가 방문하는 국립공원에 대한 사전 정보를 획득하는데 필요한 앱이다.



만남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투어....

금문교를 배경으로 폼을 잡은 여행 동지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머리통 만한 빵속에 수프를 담아 먹는 요리


여행 시작을 한 달쯤 남겨둔 시점에 설렘과 더불어 걱정도 된다. 걱정되는 마음을 카톡 메시지로 보냈다. '달력 속의 날짜가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가까워지는 11월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한여름 어느 날 불쑥 제안했던 여행 계획이 이제 한 달을 남겨 놓고 있네요... 한편으로 친구를 만나 멋진 여행을 하는 설렘에 또 한편으론 준비해온 계획이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네요.. TV로 보는 한국은 짧은 이동거리에 늘려 있는 볼거리들인데.... 미국은 땅덩이가 워낙 넓다 보니 이동하는데 우선 지쳐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그렇지만 옛날  추억들을 생각하며 새로운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함께 한다면 좋은 추억의 여행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좀 더 이곳저곳 웹서핑으로 정보를 얻어 볼까 합니다.. 한국에 계신 친구들도 틈나는 대로 이곳저곳 찾아보시고 더 나은 정보가 있으시면 알려 주세요... 틈틈이 연락하며 서로 정보 공유하고 내년 1월 3일을 기대해봅니다...' 다들 걱정 말라고 한다. 만남이 중요하고 함께 여행하는 것이 소중한 거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놀거리  'Muir Wood Tour와 Golden gate bay cruise'를 예약하고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Hummer Safari, 옐로 스톤에서의 Snow mobile Tour 2가지 , 옐로 스톤에서의 Lodge 예약 ( Snow mobile Tour를 예약하면서 투어 업체에 RV Park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그 지역은 RV Park을 겨울 동안 열지 않는다고 하여 Lodge를 예약함.)을 마무리하고 여행에 필요한 옷가지와 기타 물품들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한국의 친구들도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고 이것 준비하는 상황들을 카톡에 올렸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 어느 날 친구들이 고국의 맛을 보라며 갖가지 나물과 미역, 말린 해산물 등을 잔뜩 보내왔다. 소중한 크리스마스, 새해 선물이다. 고마운 마음을 단톡 방에 올리고 마지막 점검해야 할 것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2016년이 저물고 새해를 맞았다. 드디어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곳 시간으로 1월 2일 밤, 인천 공항을 출발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애틀랜타 공항으로 출발한다. 나는 애틀랜타에서 텍사스 휴스턴 공항을 경유하여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친구들이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오후 4시 20분에 도착하는 비행기이므로 미리 도착하여 맞이할 계획으로 나는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오후 2시경 도착 예정이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출발하여 텍사스 휴스턴 공항에 예정시간에 도착했다. 1시간 정도 휴스턴에 머무른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타면 될 것 같다. 여행에 들뜬 기분으로 공항 내 일식집에서 초밥에 사케 한잔을 곁들여 기분 좋게 점심을 해결했다. 그런데 띵하고 휴대폰에 메시지가 뜬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가 결항이랜다. 급히 항공사 서비스 센터로 달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가까스로 차례가 오고 다른 항공편의 웨이팅 리스트에 올리고 휴스턴에서 덴버, 그리고 덴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표로 바꿔준다. 여행 첫날부터 문제가 발생하다니... 친구들은 지금 하늘 위에 있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 샌프란시스코 도착 시간이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저녁 10시 이후다. 웨이팅 리스트도 20번 이후라 희망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다시 띵하고 메시지가 올라온다. 덴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도 덴버공항의 기상 문제로 결항이란다. 샌프란시스코로 가지 못한다면 덴버까지 갈 이유가 없다. 다시 항공사 서비스 센터로 달려갔다. 휴스턴에서 덴버 가는 비행기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역시 긴 줄은 여전하다. 내 차례가 되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덴버-샌프란시스코 비행기가 결항되었으니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다른 비행기표를 찾아봐 달라고 했다. 한참을 검색한 후에 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바로 가는 비행기표를 준다. 도착 시간이 저녁 7시 이후다. 오후 12시 15분에 출발할 비행기가 연기되어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다. 그래도 다행히 덴버를 경유하여 샌프란시스코 가는 비행기보다 도착 시간이 이르다. 가까스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원래 텍사스 휴스턴 시간으로 오전 11시 반에 출발하여야 할 비행기를 오후 5시에야 탔다. 5시간 반을 공항에서 마음 졸이며 쫓아다녔다. 그래도 오늘 중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니 다행이다. 친구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단톡 방에 상황설명을 올렸다. 혹시나 해서 아들 전화번호와 함께, 공항에 도착하면 와이파이가 연결되니 메시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바다가 어둠과 안갯속에서 희뿌옇게 보인다. 곧 착륙이다. 여행의 첫 시작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긴 했으나 무사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으니 만사 OK. 비행기 바퀴가 지면에 닿는 느낌과 동시에 에어플레인 모드를 끄고 모든 통신 기능을 오픈했다. 바로 단톡 방 메시지가 떴다. 국내선 도착 로비에 기다린다고 한다. 내가 오는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거꾸로 손님이 나를 맞이한다. 공항에서 서로를 찾아서 20여분 헤매고 나서 드디어 만났다. 2013년 어머님 미수 잔치로 한국에 갔을 때 만나고 3년 반 만에 만난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반가움을 잠시 미뤄두고 우버를 호출하여 아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과정에서 우여곡절, 그리고 출발지, 경유지, 도착지의 시차 문제 등으로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꽤 늦은 시간에야 집에 도착했다. 아들 녀석은 아버지 친구들을 맞이한다고 꽤 신경을 썼다. 초밥을 주문하고 맥주도 준비해 뒀다. 친구들이 한국에서 준비해온 소주와 더불어 그날 밤 우리는 멋진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1월 4일, 우리의 첫 여행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침을 맞았다. 6일 아침 렌트한 RV를 픽업하여 대장정의 횡단 여행을 시작하여야 하므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틀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이곳저곳 볼거리가 많겠지만 단 이틀간의 시간이므로 처음 계획한 데로 첫날은 Muir Wood tour와 피셔맨스 와프가 있는 pier (부두) 쪽을 구경하고 다음날은 Golden Gate bridge bay Cruise와 시내투어, 한국 마켓에서 장보기로 여정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오전 10시에 Muir Wood Tour의 일정이 잡혀 있으므로 아들 녀석이 출근하자 우리도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애플 지도에서 대중교통 이용으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가까운 bart( 샌프란시스코의 지하철 시스템)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지도가 가리키는 목적지로 갔다. 목적지 역에서 내려 목적지 표시가 된 곳을 갔는데 여행사 상호는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른다. 유니언 스퀘어 근처라 어느 호텔 앞에서 호텔 맨에게 물어보니 이곳이 아니고 택시를 타고 좀 더 가야 한단다. 이미 예정시간은 가까워 온다. 그때 여행사에서 전화가 왔다. 택시를 타고 곧 가겠다고 하니 오후 2시 일정으로 연기하겠단다. 알았다고 답변을 하고 우리는 부랴 부랴 2대의 택시로 나눠 탔다.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차이나 타운을 지나 목적지인 여행사에 도착했다. 내일로 예정된 Golden Gate Bay Cruise Tour를 먼저 하고 오후 2시에 Muir Wood Tour를 해도 된다고 한다. 일행 모두가 동의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표를 받아 들고 부두로 갔다. 브런치로 오랜 전 아들 졸업식 때 와서 집사람이랑 먹어본 빵속에 수프를 담아 먹는 ( 메뉴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것을 추천하여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이 메뉴를 취급하는 Boudin Bakery는 꽤 유명한 곳이다. 물론 Fisherman's Wharf가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 머리통 만한 빵속에 수프를 담아 먹는 독특한 먹거리는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요리라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먹어 보아야 한다. 한잔의 커피와 더불어 맛나게 브런치를 해결하고 배에 올라탔다. 갈매기들, 바다내음 이런 것들이 첨단산업의 중심과 거리가 먼 느낌이다. 처음엔 좀 더 폼나는 요트투어 ( San-Francisco-Bay-Sunset-Catamaran-Cruise )를 하려고 했으나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은 요트투어 일정이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 이 투어를 선택했었다. 금문교 다리 밑, 알카트래즈 섬 주위, 샌프란시스코만 여러 역사적 유적지를 돌았다. ( 이 투어는 헤드폰을 통해 다국적 언어로 해설을 한다. 물론 한국어도 포함되었다.) 알카트래즈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모두 실패했다는 해설처럼 샌프란시스코만의 물살이 꽤 거칠다는 느낌이다. 1시간가량의 투어를 마칠 즈음, 장교로 제대한 친구의 옛 상사를 뱃전에서 만났다. 70대의 연세인데도 군인다운 꼿꼿함이 눈에 띈다. LA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왔다가 부인과 함께 여행 중이시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LA에서 온 한글 이름의 관광버스가 꽤 많다. 투어를 끝내고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음 스케줄인 무어 우드 투어를 위해 여행사 앞으로 돌아왔다.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해안도로의 일부와 자이언트 스퀘어와 레드우드 나무를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오늘이 두 번째 여행지다. 여우비 같은 가냘픈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투어 버스에 올랐다. 구비 구비 언덕길을 돌고 또 돌아 바다와 산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광을 스쳐가면서 우리는 무어 우드 국립공원( 흔히 국립공원이라 칭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national monument이다. 솔직히 아직도 national park와 national monument의 차이점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에 도착했다. 몇백 년이 된 나무들, 하늘을 뚫고도 남을만한 웅장한 나무들 사이로 우리는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으로, 그리고 이들이 주는 그 무언가를 최대한 내 것으로 흡수하면서 숲길을 산책했다. 안내판에는 레드우드 나무와 자이언트 스퀘이어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지만 하늘을 쳐다보고 나무를 쳐다봐도 마냥 헷갈리기만 한다. 이곳의 나무들은 적당한 온도와 적절한 강수량 그리고 태평양 해안의 안개의 영향으로 성장환경이 최적이란다. 우리는 멋진 대자연의 매력을 뒤로하고 투어버스에 올랐다. 오는 길에 금문교가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기념 촬영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금문교가 아닌가? 우리는 바다에서, 언덕 위에서, 금문교를 보았으니 샌프란시스코의 볼 것은 다 본 것 아닌가? 무어 우드 투어를 끝나고 우리는 어제 아들이랑 이야기한 멋진 저녁 식사를 기대하면서 피셔맨스 와프의 어느 음식점에서 한잔의 맥주와 간단한 요기로 비 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허전함을 달랬다. 아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7:30분에 예약 해 뒀단다. Fogo de Chão Brazilian Steakhouse란다. 우리는 우버를 호출하여 약속 장소로 갔다. 우리는 그날 온갖 호사를 누리면서 멋진 디너파티를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한 리필의 각종  바비큐 요리와 한잔의 와인.... 그리고 럭셔리한 분위기.... 그렇게 우리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이틀째, 우리는 우리가 있는 월넛 크릭과 가까운 리버모어의 와이너리를 가 볼 것인지 아니면 월넛 클릭 다운타운 쪽의 쇼핑몰들을 구경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모아 보았다. 월넛 크릭 다운타운의 쇼핑몰을 구경하고 오후 늦게 오클랜드에 있는 한국 마켓에 가서 장을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비게이션의 대중교통 이용을 검색해 본 결과 월넛 크릭 역에서 버스가 있다.  월넛 크릭에서 만난 버스는 기대 이상이다. 빈티지 스타일의 버스에 공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우리는 기분 좋게 월넛 크릭 다운타운의 쇼핑 거리로 갔다. 점심도 기왕지사 그곳에만 있는 오개닉 야채와 바비큐 그릴에 구운 프리미엄 햄버거로 먹고, 이것 저것 쇼핑도 하고, 역시 쇼핑은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즐거운 놀이인가 보다. 늦은 오후에 우리는 BART를 이용하여 오클랜드에 있는 한국 마켓에 들러 며칠간 먹을 식품들을 준비했다. 중간중간에 모자라는 것은 현지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하고 적당히 쇼핑을 끝냈다. 쇼핑 중에 우리는 싱싱한 메기를 발견하여 오늘 저녁 메뉴는 메기 매운탕으로 결정했다. 마침 아들이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하실래요?' 하고 문자 메시지가 왔기에 메기 매운탕을 끓이기로 했으니 퇴근하는 데로 집으로 오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세 남자는 가진 솜씨를 발휘하여 맛난 메기 매운탕을 준비했다. 아들이 퇴근하면서 준비해온 싱싱한 굴과 더불어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RV를 픽업하여 요세미티로 가야 하기에 요세미티 RV예약을 확인해봤다. 가능하다고 이메일이 왔다. 사실 우린 공원 내 하프돔이 보이는 곳에 RV Park을 예약하려고 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도착 다음날, 요세미티 국립공원 사이트에 확인 결과, 공원 내 RV Park에 우리가 가는 날짜에 'Not available'이라고 뜬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오기 전에 확인할 땐 'available'이라 떴는데... 어쩔 수 없이 공원과 가까운 RV park을 찾아 예약을 하여야 하겠기에 Indian Flat RV Park에 이메일로 예약을 요청하였는데 답장이 온 것이다. 내일이면 처음으로 RV를 몰고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빗장을 풀지 않는 겨울 요세미티.. 그리고 죽음의 계곡을 지나... 라스베이거스로




    
  

요세미티 인근의 indian flat rv park, 그리고 데스 밸리의 황량한 풍경

사람마다 각자 꿈꾸는 여행이 있겠지만, RV 여행은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여행 이리라. 오늘이 RV여행의 첫 시작이다. 아침 일찍 짐들을 꾸리고, RV 픽업을 위해 아들 출근하는 시간에 우리도 모두 나섰다. 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Lyft (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를 호출하여 45분 정도 걸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 뉴어크( Newark) 있는 RV 렌털업체로 향했다. 몇 가지 서류 작업을 끝내고, 그리고 식기류를 확인하고, 세탁된 침구류를 받고 우리는 차량을 인수받았다. 첫출발은 미국 운전 면허증을 소유한 내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상쾌하다. 운전은 걱정했던 것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목적지인 Indian Flats RV park까지는 3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으로 내비게이션상에 나타난다. 오십 대 후반의 우리의 여행은 극한의 도전을 위한 여행도, 심오한 철학을 탐미하는 여행도 아닌 보고 느끼고 즐기는 여행이어야 하기에 안전하고 여유로운 여행이어야 한다는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그렇게 스쳐가는 풍경들을 눈에 담으면서 달린 지 1시간쯤 우리는 고속도로 가까운 레스토랑에 들러 브리토로 출출한 배를 채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 운전자를 교체하고서 ( 이때부터 거의 한국에서 온 두 친구가 교대로 운전을 하고 나는 예약, 지도 검색, 조수 역할을 주로 했다.) 다시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한때 금광촌으로 유명했다는 매리포사란 작은 마을이 있어 분위기 있게 커피 한잔을 할까 하여 잠깐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웠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커피숍은 문을 닫았다. 관광지라 선물가게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서부 개척 시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지라 잠깐이나마 우리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눈요기를 할 수 있었다. 스페인어로 나비를 뜻한다는 매리포사, 겨울이라 나비는 볼 수 없었지만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한 마리 나비를 보듬고 또 길을 나섰다. 요세미티가 가까워지니 고갯길도 있고, 꼬불 꼬불 산악도로도 나온다. 길옆엔 제법 거친 계곡물이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 심상찮다. 산사태로 도로가 폐쇄되고 편도 1차선만 열어 신호에 따라 맞은 편의 차들이 서로 오간다. 반대편 차들을 보내고 우리 차례가 되어 통과하다 보니 좀 시간이 지체된다. 보슬비가 도로를 적시고, 주변의 상황들이 심상하지 않으니 조심 또 조심이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인디언 플랫 캠프 그라운드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가서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요세미티가 폭풍으로 인해 열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월요일이나 열 계획이란다. 그랬구나!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오기 전에 공원 내 캠프 사이트가 가능하다고 조회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 도착해서 조회할 때는 가능하지 않다고 나왔었구나! 그리고 오는 도중에 반대편 차선으로 돌아가던 LA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는 한글 여행사 이름이 선명한 관광버스도 공원 폐쇄로 인해 돌아가는 것이었구나!  요세미티에서 데스 밸리로 가는 120번 산악도로의 멋진 풍광은 그 도로가 겨울 동안은 폐쇄되는 것을 이미 알기에 아쉬움을 이미 접었지만 요세미티까지 볼 수 없다니, 모두가 실망이 크다. 남은 일정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틀 머물기로 한 맨 처음의 계획을 수정하여 아침 일찍 출발하여 다음 여행지인 데스 밸리를 가는 길목에 있는 적당한 위치에서 1박 하는 것으로 의논을 모았다. 지도상에 찾아보니 베커스 필드가 적당할 것 같다. 그곳 KOA RV Park을 예약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 최대한 즐겨야 하는 것이 우리 여행이기에, 오늘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RV에서의 첫밤이요, 첫 저녁 만찬이다. RV에 전원, 수도, 하수 파이프를 연결하고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씨에 맞추어 전을 부치고  친구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소주를 곁들여 우리는 ' Don't worry, Be happy!'를 건배사로 외치며 RV의 첫날밤을 맞았다.( 앞으로 우리의 여행에 아무 탈 없고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Don't worry, Be happy! 가 이때부터 우리의 공식 건배사가 되었다.) RV에서의 첫밤, 차량 뒤편 2인용 침대와 운전석 뒤편 2층 2인용 침대를 각 부부가 사용하라는 나의 강력한 주장이 묵살되고, 뒤편 2인용 침대는 여성분들이 사용하고 남자 세명은 2층, 테이블을 겸한 조립식 침대, 승객용 의자를 겸한 침대를 각각 하나씩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첫밤을 맞았다. 고급 호텔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편안하고 안락한 잠자리다. 다음날 아침, 보슬비가 먼저 우리를 맞는다. 오늘은 베커스 필드까지 가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전부이므로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했다. 사무실에 들러 2박을 할 예정이었으나 요세미티를 열지 않으므로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체크 아웃을 하고 다시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베커스 필드를 향했다. 99번 도로를 타고 내려와 어둠이 깔릴 무렵 베커스 필드 KOA RV Park에 도착했다. 다양한 RV들이 머물고 있고, 시설도 깔끔하게 괜찮은 편이다. 주차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RV 중에는 지난해의 여운들을 아직 다 벗어나지 못한 듯 크리스마스 장신구들이 달려 있고, 어떤 RV 주변에는 장기 체류의 흔적들이 주변의 화분들에서 그대로 나타나 있다. 미국의 RV 문화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폐쇄로 인하여 여행 일정을 단축된 관계로 우리는 데스 밸리에서 1박을 하기로 한 일정을 수정하여 라스베이거스까지 가기로 했다. 데스 밸리는 190번 도로를 달리면서 중간중간 VIEW Point를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여 그렇게 결정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RV park을 예약하고 다음날 여행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청명한 아침이다. 다시 출발이다. 우리는 14번 도로를 타고 하이웨이 395번 도로를 지나 190번 도로를 타는 것으로 했다. 땅에 낮게 엎드린 사막 특유의 식물들과 황량한 산과 들을 지나면서 190번 도로를 만나 데스 밸리에 들어섰다.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답게 그저 삭막하기만 한 풍경을 지나 Farther Crowley Point에 도착했다. RV 여행의 장점은 식수, 취사시설, 폐수 탱크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으니 어느 곳이든 취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꼬불 꼬불 언덕길을 내려왔다. 이 구간에서 일행 중 두 여성분이 RV 운전 체험을 하고 다시 들른 곳은 Stovepipe Wells, 말 그대로 재래식 펌프 우물이 있는 곳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그곳에 있는 제너럴 스토어에 관광객들이 꽤 붐빈다. 어느 곳을 가든 한국 관광객들이 꽤 많다. 이곳에 사는 교포 아니면 한국에서 온 관광객일 게다. 처음 미국 이민 왔을 때 시골 어느 곳이든 한국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위대한 한민족'을 다시금 느낀다. 작은 땅덩이의 나라지만 세계 어느 구석에서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위대한 한민족'이 아닐까? 다시 길을 나서 다다른 곳, 끝이 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Mesquite Flat Sand Dunes, 발밑으로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이 느껴진다. 처음 여행 계획을 수립할 때 보고자 했던 것들, 소금의 분지인 Bad Water, 데스 밸리의 밤하늘 별등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묻어 두고 다시 사막길을 달려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환락의 도시 그곳에서의 그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라스베이거스의 하룻밤, 예술과 보텍스의 땅 세도나

라스베가스 어느 호텔의 레이저 쇼, 후버댐의 전경



세도나에서 멋진 포즈 1
세도나에서 멋진 포즈 2, 세도나에 있는 단학선원 본원 입구, 유명한 Chapel of the Holy Cross 입구에서 기를 모으고 있는 여행동지

 '끝없는 허허로움' 이란 표현이 데스밸리를 지나 라스베이거스에 이르는 160번 도로에 대한 적절한 표현 이리라.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들어섰다. 우리가 가야 할 RV Park은 라스베이거스의 동쪽 끝에 위치하므로 도심을 관통하여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유명한 도시답게 교통 혼잡도 있고, 차량도 많다. 우리의 유능한 드라이버는 혼잡한 도심이지만 여유롭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끝내고,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고, 그리고 며칠 동안 익숙해진 솜씨로 전기, 수도, 하수 파이프를 연결했다. 이제 전문 캠핑족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평할 만하다. 오늘은 장소가 장소인 만큼 외식(?)을 하고 물욕에 찌들 요량으로 RV park을 빠져나왔다. 바로 옆 건물이 호텔 겸 카지노 건물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지도상에서 확인한 결과 Sam's town Hotel & Gambling Hall이다.) 내부에 레스토랑도 있단다. 우리는 그곳에서도 그런대로 근사하다고 여겨지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웨이터가 오고 주문을 받는다. 그날 저녁 그 레스토랑의 스페셜 메뉴가 있단다. 우리 모두는 스페셜 메뉴를 주문하고 맥주도 시켰다. 몇 분이 지난 뒤에 나온 메뉴가 엄청난 양의 T-bone Steak와 Mash potato, 이런 종류들이다. 식사 도중에 기대하지도 않은 레이저 쇼도 펼쳐진다. 이 호텔은 그렇게 유명하고 고급스러운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역시 라스베이거스답다. 워낙 많은 양이라 우리는 남은 음식들을 Take Out 박스에 담아 겜블링 홀로 갔다. ( 남은 음식들은 후에 안주거리로 요긴하게 활용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왔으니 겜블링을 한 번쯤 해 볼 심산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돈을 넣고 당겨 보곤 했지만, 모두가 별로 재미없어하는 것 같다.
잭팟을 터뜨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꿈은 접어야 할 모양이다. 모두 이 방면에는 취미도 솜씨도 없는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의 동쪽 한 귀퉁이만 접했지만, 우리는 라스베이거스의 분위기를 느낀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다음날 세도나로 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행을 하면 설렘 탓인지 늘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다. RV Parking 앱을 열고 세도나에서 머무를 RV Park을 찾아본다. 처음 계획은 세도나에서 하룻밤을 머물 계획이었지만 폭풍으로 인해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문을 닫는 관계로 일정 여유가 생겨 이틀을 머물 계획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세도나 여행은 빈티지 스타일 버스인 Trolley 버스를 타고 A, B 두 코스를 모두 돌면 세도나 전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Trolley 버스를 이용하려면 도심에 가까운 RV park을 예약해야 할 것 같다. 지도상에 검색한 결과 89A 도로와 179번 도로가 만나는 곳에서 179번 쪽에 위치한 Rancho Sedona RV park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사이트상에 예약 기능이 없고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고 다른 일행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인다. 그러나 모두 나처럼 여행의 설렘 탓인지 깨어 있다. 다들 다른 일행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준비하고 라스베이거스에 안녕을 고했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후버댐 입구를 만났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이다. 세도나까지는 4시간 정도면 충분하기에 우리는 후버댐에 들러 구경을 하기로 하고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의 경비는 삼엄하다. 모두 차에서 내리고 금속 탐지기로 차량 내외부를 샅샅이 검색한다. 테러에 대비한 철저한 검문이다. 문득 우리가 여행자 아닌 어느 분쟁지역을 통과하는 난민 또는 그런 부류의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검색을 끝낸 중년의 백인 여성이 호감을 가지고 한국어 인사말을 묻는다. 그리고 친절히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후버댐은 유명세로 인하여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기대한 만큼의 웅장함은 없는 것 같다. 댐을 통과하는 도로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선이라 각주의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탑이 서있다. 1시간의 시차로 인하여 애리조나주를 들어서면서 1시간을 잃은 셈이다. 애리조나주를 넘어서자 풍경이 색다르다. 특이한 모습의 바위들이 도로변 군데군데에 '여기는 애리조나주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위풍당당히 서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40번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꼬불 꼬불한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바로 비경의 드라이브 코스 89A 도로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바위산들, 서서히 세도나의 풍경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코코니 노 국립 산림지, 슬라이드록 스테이트 파크, 그리고 세도나의 도심을 통과하여 오는 도중 전화로 예약했던 Rancho Sedona RV Park에 도착했다. 오피스에 들러 체크인을 하고 지정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RV Park 내부에 야외 바비큐 장소가 있어, 오늘 저녁은 오는 도중 마켓에서 사 온 돼지고기로 한국식 바비큐를 해 먹기로 했다. 바비큐에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한잔의 술이 있어야 하기에, 우리는 시내로 나와 양주와 맥주도 사고 이곳저곳 세도나의 거리 일부를 구경했다.  보텍스( Vortex ) 관련 가게들이 거리 곳곳에 즐비하다. 보텍스의 사전적 의미는 소용돌이, 우주 물질의 와동, 이런 뜻인데 우리가 말하는 기(氣)와 같은 의미로 풀이해도 될 성싶다. 흔히들 그렇게 말하니까?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던가? 'God created the Grand Canyon but he lives in Sedona'라는 말이 언뜻 생각난다. 주변의 붉은 바위산들의 오묘한 모양새가 과연 신들이 사는 마을이라 할 만하다. 별은 총총히 밤하늘을 수놓고, 바베큐장의 고기는 지글지글 익어가고, 신과 더불어 잔을 나누며 세도나의 첫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다음날 우리는 본격적인 세도나 투어를 위해 시내로 나갔다. Trolley 버스 투어 팻말을 보고 매표소에 가서 인터넷상에 조회한 내용을 보여 주며 A, B코스를 함께 할 수 있는 표를 달라고 했다. 매표소의 백인 남자는 동시에 할 수 있다며 표를 끊어 주었다.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저곳 선물가게도 들어보고 시간이 되어 마침내 버스에 승차했다. 승객은 단지 우리뿐이다. 전용버스가 된 셈이다. 겨울이라고 내린 비닐 창을 열어 달라고 요청하고 온몸으로 기를 들이키며 기묘한 세도나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다시 우리가 승차한 시내로 돌아와 다음 코스인 성십자 성당 (Chapel of the holy cross)에 가기를 기다리는데 투어가 끝났단다.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 주며 우리는 A, B 코스 통합표를 구매했다고 하니, 사이트에 나온 회사는 다른 회사란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단 말인가? 분명히 사이트 내용을 보여 주며 표를 구매했는데... 매표소 직원에게 속은 것이란 말인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쩔 수가 없다. 시내 곳곳을 돌며 조각품들을 구경하고 오후에 RV를 몰고 성십자 성당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예술의 도시답게 거리 곳곳에 조각품들이 반기고 기념품 가게마다 희귀한 보석으로 만들어진 예술품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조각품들에 견줄 수가 없다. 다만, 인간의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상업적 목적이지만 주어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우리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가다 얼핏 본 세도나 한인회 팻말이 있는 곳을 찾아 가봤다. 그곳은 그 유명한 단학선원 (Sedona Mago Garden)의 시내 거점인 Sedona Mago Healing Center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그곳에 한국분이 반갑게 맞이한다. 특히 일행 중의 친구가 단학선원의 정기회원이라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이 허락하면 Mago Garden을 가 볼 계획으로 그곳의 위치도 확인했다. 우리는 RV Park으로 돌아와 운행 모드로 정리를 하고 RV를 몰고 성십자 성당으로 향했다. RV를 주차할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 겨우 주차 장소를 찾아 주차를 하고 성당 안으로 갔다. 입구에 놓인 촛대에 불을 피우고 돌아서 맞은편을 쳐다본다. 햇살 사이로 비치는 십자가가 경이롭다. 종교에 상관없이 깊은 산 산사에 가면 고요한 가운데 딸랑거리는 풍경소리에 뭔가 아늑함을 느끼듯, 이곳도 그런 아늑함과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세도나의 느낌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여행이 어느덧 일주일째로 접어들고 보니 이제는 제법 전문 여행꾼이 된 듯이 만나는 여행지마다의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넉넉한 시간이기에 친구가 가보고 싶어 하는 Mago Garden을 가보기로 했다. 나도 기사로 자주 접한 장소라 역시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내비게이션상에서 위치를 찍고 서쪽으로 89A 도로를 타고 달리다 내비게이션이 표시하는 데로 오른쪽으로 빠졌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끝없는 비포장 황톳길, 간간히 사유지 경계 표시가 보이고, 때론 사유지 통과에 따른 경고 표시도 보인다.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덜컥 겁이 난다. 미국은 개인의 총기 소유가 허용되는 나라이니, 시골 땅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유지 침입으로 총을 맞아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렇게 가슴을 졸이고 가까스로 찾아간 곳, 단군 환웅의 상이 덩그러니 서있고, 유엔기를 포함한 만국기가 펄럭이고, 인적은 없다. Registration 이란 팻말과 더불어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었지만 이제 곧 해가 질 시간이고, 그리고 뭔가 썩 내키지 않는 그런 묘함이 일행 모두에게 느껴지나 보다. 다들 그냥 돌아가자고 한다. 다시 비포장 도로를 달려 89A 도로를 만나면서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여행 일주일째를 접어드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준비해온 쌀도 바닥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 마켓은 남쪽으로 2시간 이상 떨어진 피닉스란 도시에 있다. 그런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가까운 현지 슈퍼마켓에서 쌀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는 도중에 홀 푸드 마트라는  오개닉 제품을 취급하는 슈퍼마켓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렀다. 그래도 다행히 일본 초밥용 쌀과 중국 제품 쌀이 보인다. 우리는 두 가지 모두와 세도나 지역 양조 맥주도 함께 쇼핑을 하여 우리의 이틀간의 본거지 RV Park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다음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까지는 세 시간 남짓 거리다. 나름 여유가 있으므로 아침 시간에 세도나에서 못 보고 가면 후회할 장소가 없을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마침 어느 한국분이 올린 블로그에 세도나에서 보고 가지 않으면 후회할 곳으로 트라게파크 ( TLAQUEPAQUE) 아트 앤드 크래프트 센터를 추천한다. 우리가 머무는 RV Park에서 가까운 곳이다. 오가면서 그냥 쇼핑몰이겠거니 하고 지나친 장소가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장소로 추천되다니..... 다음날 오전에 그곳을 둘러보고 그랜드 캐년으로 향하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다. 역시 보지 않고 지나쳤다면 후회할 장소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 구석 저 구석 돌아 서는 곳마다 부딪히는 것이 예술품이다. 아! 예술의 도시 세도나란 칭호가 이곳을 두고 하는 이야기인가 보다. 구석구석 돌아봤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에 빠뜨린 구석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비경의 89A도로를 타고 신이 창조했다는 그랜드 캐년,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어 한다는 그랜드 캐년으로 향했다.



그랜드 캐년의 3박.... 눈 내리는 캐년을 떠나면서

눈내리는 그랜드 캐년 RV park에서 RV를 배경으로 두 여인이, 그랜 캐년 사우스 림을 배경으로 일행 모두가 한컷
RV park에 나타난 뜻밖의 순록 가족
Desert View Watch Tower 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일행들

  '끝을 모르는 깊이의 협곡을 가로지르며 떠오르고 지는 태양, 그 빛으로 인하여  시시각각 새로운 자태를 보여주는 장엄한 협곡의 풍경' 이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그랜드 캐년에 도착했다. 겨울 동안은 노스 림(North Rim) 은 열지 않으므로 사우스림( South Rim)에서 3박 4일 ( 도착하는 날과 떠나는 날 포함)을 즐겨야 한다. 공원 내에 RV Park이 있어 세도나에서 공원 사이트에 들어가 미리 3박을 예약해 두었다. 그랜드 캐년에 왔다면 맨 먼저 장엄한 협곡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RV Park으로 가기 전 지도로 확인한 매더 (Mather) 포인트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스마트폰 지도를 켜고 매더 포인트로 향했다. 젊은 남녀 커플이 우리에게 와서 포인트로 가느냐고 물어본다. 영어 발음이 스페니시 언어에 가깝다. 서로 소통이 좀 부족하지만 스마트폰 지도를 보여주며 따라오라고 했다. 만국 공용어는 역시 표정과 몸짓, 그리고 눈치다. 곧 끝이 모를 협곡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식 표현인 '수천 길 낭떠러지'란 표현이 무색하다. 멀리 콜로라도강이 실개천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수억 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이 위대한 자연의 예술품을 보기 위해 흐린 날씨지만 꽤나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일생에서 단 한번 그랜드 캐년을 접하리라. 우리는 이 위대한 자연과 함께 할 시간이 3일이나 있으므로 일단 3일 동안의 우리의 주거지 RV park으로 향했다. RV park은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고, 겨울철이라 드문 드문 주차된 차들이 보인다. 공원 내에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기에 RV는 이곳에서 움직일 일이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는 마켓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셔틀버스 안에서 한국분들을 만났는데 어린이를 포함한 몇 가족이 모인 여행팀이다. 리더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리더분은 LA에 있는 RV 전문 여행사에서 오신 분 같다. 우리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 아치스 국립공원에 가면 델리케이트 아치는 꼭 봐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여행 전문가이기에 콜로라도강까지 트래킹에 관하여 문의해보니 아이젠 등 겨울 등반 장비들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장비 문제뿐만 아니라 두 분의 여성분 체력을 감안하여 트래킹은 포기하기로 했다. 하루를 줄이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Hummer Safari 투어 일정이 정해져 있고, 또한 다른 곳이 그랜드 캐년 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 원래 계획대로 머물기로 했다. 친구가 연료상태를 점검해보더니 프로판 가스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프로판 가스가 떨어지면 취사와 난방을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프로판 가스와 가솔린을 수시로 채워 넣어 문제가 없었는데, 공원에 들어오기 전에 점검하고 채워 오는 것을 잊고 말았다. 지도상에 검색을 해보니 공원 내에 프로판 가스를 채워 넣을 곳은 없다. 일단 공원 밖을 나가야 할 것 같다. 내일 아침 해가 밝으면 공원 외곽 가까운 곳을 찾아 프로판 가스와 가솔린을 채우기로 결정했다. 우리를 환영하는 듯 그랜드 캐년의 첫밤의 달빛이 휘영청 밝다. 이런 날씨면 내일 아침 일출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산악 지역의 날씨는 역시 변화무쌍하다. 아침의 날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중충하고 흐리기만 하다. 협곡의 풍경을 바꾸는 장엄한 일출의 풍경을 보는 행운이 우리를 비켜 가고 만다. 아침밥을 챙겨 먹고 프로판 가스와 가솔린을 채우기 위해 공원 밖의 가장 가까운 동네 투샤얀(Tusayan)으로 갔다. 주유소에 들러 가솔린을 채우고 둘러보니 프로판 가스를 채우는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주유소 내부에 들러 물어보아도 모른다고 한다. 주변의 상가들을 둘러보니 여행 안내소 같은 것이 보인다. 들어가서 물어보니 옆에 위치한 RV park에 가면 있다고 한다. 차를 끌고 옆에 위치한 RV park으로 이동하여 대충 빈 공간에 세워두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프로판 가스를 채울 수 있냐고 물어봤다. "Sure"라고 한다. 다행이다. 이곳에 프로판 가스 못 채우면 프로판 가스를 채우기 위해 하루 온종일 헤매고 다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의 RV에 가솔린과 프로판 가스로 배를 채워 주었으니 우리 모두가 배부른 것처럼 든든하다. 건너편에 그랜드 캐년의 영화를 상영하는 아이맥스 영화관이 보인다. 우리는 이왕 나온 김에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오후에는 겨울철에 운행하는 셔틀버스의 서쪽 끝인 그랜드 캐년 빌리지부터 야바파이 (Yavapai ) 포인트까지 Rim Trail을 걷기로 했다. 영화는 옛 인디언 원주민의 생활부터 거친 물살을 가르며 콜로라도 강을 탐험하는 여러 세대의 탐험가들의 이야기와 항공 촬영한 콜로라도 강의 스펙터클한 장면까지 콜로라도강까지 트레킹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다. RV park으로 돌아와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셔틀버스의 서쪽 끝 정류장인  그랜드 캐년 빌리지로 갔다. 아침부터 흐린 날씨가 조금씩 눈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눈 내리는 협곡의 풍경 또한 한 폭의 수채화다. 우리는 순간순간의 멋진 풍경들을 놓칠까 봐 끊임없이 카메라 셔트를 눌렀다. Rim Trail 쪽에 위치한 돌로 쌓아 올린 모든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이라 할만하다. 우리는 그곳 중 한 곳인 식당 건물에 들러 한잔의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눈 내리는 협곡의 풍경을 곁에 두고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잔의 맥주를 들이켜는 그 맛이야 말로 그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 이리라.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 분위기의 Rim Trail, 중간중간에 아트 갤러리나 기념품점을 둘러보며 하나하나의 풍경을 놓칠세라 카메라에 담으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야바파이( Yavapai) 포인트에 당도했다. 내리던 눈은 그쳤지만 흐린 날씨 탓에 기대하던 일몰은 볼 수가 없다. 다시금 내일을 기대하며 그랜드 캐년에서의 우리의 본거지인 RV park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오전엔 셔틀버스의 오렌지 루트의 동쪽 끝 야키( Yaki ) 포인트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이동하여 어제의 최종 목적지인 야바파이( Yavapai ) 포인트까지, 오후에는 그랜드 캐년 빌리지로 가서 허밋 로드( Hermit  Road)를 걷기로 했다. 허밋 로드로 가는 레드 루트의 셔틀버스는 겨울에 운행하지 않기에 블루 루트의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허밋 로드의 시작점에서 출발하여 가고 싶은 만큼 가보고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데져트 뷰 와치 타워 ( Desert View Watch Tower )는 다음 목적지인 모뉴먼트 밸리를 가는 길목에 있으므로 그랜드 캐년을 떠나는 날 들러 보는 것으로 했다. RV parks 앱에 들어가서 모뉴먼트 밸리에 있는 Goulding's Monument Valley RV park을 예약해두고 아치스 국립공원이 있는 모압 (Moab)에 있는 RV park을 찾아보았다. Moab에서는 Hummer Safari가 이미 예약되어 있으므로 Moab Adventure Center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RV park을 찾아서 예약을 하려고 보니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가 없고 전화로 예약해야 하기에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다. 다음날 우리는 일출을 볼까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밤새 내린 눈으로 온천지가 새하얗다. 기대하던 일출은 틀린 것 같고 대신에 새하얀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씻지도 않은 잠에서 갓 깨어난 얼굴로 눈 덮인 RV를 배경으로 몇 컷의 사진을 찍고 서둘러 아침을 해 먹고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블루 루트 셔틀버스를 타고 Visit Center로 가서 오렌지 루트 셔틀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야키 ( Yaki ) 포인트로 향했다. 야키 포인트에서부터 서쪽으로 Rim Trail을 따라 어제 본 것과 또 다른 모습의 협곡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걸었다. 눈이 온 탓에 길이 좀 미끄럽지만 눈꽃 핀 Rim Trail 주변의 나무들과 멀리 황갈색 협곡이 색의 대비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그렇게 풍경들을 감상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RV park으로 돌아오니 뜻밖의 선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순록 가족들이 여유롭게 우리 RV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 녀석들은 이곳에 살면서 사람들과 꽤 친해진 모양이다. 경계의 눈빛도 없고 가까이 다가가도 마냥 여유롭기만 하다. 워낙 큰 덩치로 인하여 오히려 우리가 주눅 들어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잠깐의 순록 가족들과의 밀회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우리는 블루 루트 셔틀버스를 타고 허밋 로드의 시작점으로 갔다. 허밋 로드의 트레일 코스는 멀리 벼랑 위에 세워진 빌리지 쪽의 건축물들 ( kolb Studio, Lookout Studio, El tower Hotel 등)을 바라보는 맛이 어제와 오늘 오전에 걸었던 Rim Trail코스와는  색다르다. 하늘을 보니 잔뜩 구름이 덮여있다. 날씨 앱을 확인해보니 오늘도 일몰을 보긴 틀린 날씨다. 그랜드 캐년에 올 때 기대하고 상상했던 일출과 일몰의 명장면은 결국 보지 못하고 마는가 보다. 일기예보를 보니 캐년을 떠나는 내일도 눈이 온다고 한다. 눈 때문에 도로 사정이 문제가 생겨 발이 묶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일단 내일은 내일의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하고 그랜드 캐년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 이른 아침부터 쉼 없이 눈이 쏟아진다. 그래도 일단은 출발을 해야 하니 아침밥을 지어먹고 전기선, 물 호스, 하수 라인을 빼어 제자리에 넣고 출발을 서둘렀다. 64번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데져트 뷰 와치 타워가 나온다. 다행히도 이른 아침부터 제설차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데져트 뷰 와치 타워에 도착해서 보니 온통 눈과 눈안개로 뒤덮여 사방이 분간이 되지 않는다. 간신히 RV 주차 공간을 확인하고 주차한 다음 와치 타워 이정표를 따라 와치 타워에 도달했다. 이름 그대로 사막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지만 눈안개로 인하여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장작이 타오르는 따뜻한 벽난로가 우리를 맞이한다.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타워는 1930년대에 여성 건축가가 설계하였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돌로 세워진 타워의 벽에 동굴 벽화 같은 인디언들의 문양과 그림들이 마치 인디언 유적지 같은 느낌이다. 벽난로 옆에는 마침 나바호 인디언의 후손이 인디언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팔고 있어 더욱 유적지 같은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랜드 캐년을 벗어나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제 눈이 그쳤다. 그렇지만 하늘은 우중충, 언제든지 눈이 내릴 날씨다. 그렇게 좀 달리다 보니 왼쪽에 차들이 일부 주차되어 있고 주차 공간이 보이는 것을 보니 뭔가 볼거리가 있을 것 같아 우리는 잠깐 쉬어 가기로 결정했다.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서 들어 가보니 또 다른 협곡이 펼쳐진다. 작은 그랜드 캐년이라 할만하다. 협곡 사이로 보이는 황토 빛깔 물은 콜로라도 강의 일부일 것이다. 이곳 협곡의 풍경 또한 그랜드 캐년에 뒤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에 도달하면 애리조나주를 벗어나 유타주에 이른다. 미대륙 횡단에서 주 경계선을 넘는 것이 우리에게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나바호(Navajo) 인디언 마을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허머를 타고 바위산을 달리다.

Twin Rock cafe 앞에선 일행, 델리케이트 아치를 배경으로 ...

hummer를 배경으로..


정상에 우뚝 올라선 hummer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은 일행들..
돌산을 거침없이 오르는 Hummer

애리조나주의 풍경은 어디를 가도 붉은 산들이 주변에 우뚝 솟아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애리조나주의 경계선을 막 벗어나서 모뉴멘트 밸리가 시작되는 유타주의 남쪽 끝 지점인 RV park이다. 가솔린과 프로판 가스를 채워 넣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개스 스테이션을 들렀다. 개스 스테이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와 피부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이다. '멕시칸이 왜 이렇게 많지? 애리조나주가 멕시코와 가까워 멕시코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개스 스테이션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솔린과 프로판 가스를 채워 넣고 차 안에서 간단한 요리로 점심을 해결했다. 다시 한참을 달려 해질 무렵쯤 우리의 목적지인 RV park에 도착했다. 앞뒤로 붉은 산과 언덕이 버티고 서있고, 사무실 안에는 존 웨인의 사진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이곳이 존 웨인이 영화 촬영을 한 장소라고 한다. 청춘의 시절에 보았던 주말의 명화 속의 주인공 존 웨인을 떠올리니 그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체크인을 끝내고 저녁 찬거리 준비를 위해 근처에 있는 슈퍼 마켓에 들렀다. 종업원, 장을 보는 손님 모두가 우리와 피부 색깔이 같다. 그제야 우리는 이곳이 인디언 마을임을 알았다. 점심시간 무렵 들렀던 개스 스테이션에서 보았던 사람들도 멕시컨이 아니라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의 사전 정보를 알고 떠나면 더 알차고 충실한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모뉴먼트 밸리를 여행 경로 중에 한 곳으로 정했을 때는 그저 그랜드 캐년을  지나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목으로, 그리고 지나가면서 무슨 무슨 버터 (Butte)라고 이름 지어진 우뚝 솟은 바위산들을 구경하는 것만이 전부 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이 지역이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유타주에 걸쳐 있는 나바호 인디언 자치정부 (Navajo Nation) 중의 일부라는 것과 우리가 머물었던 Goulding's Monument Valley RV Park 또한 겉모습과는 달리 1920년대 골딩 부부가 나바호 인디언들과 교역을 하던 유서 깊은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바호 자치정부의 역사와 나바호 인디언들의 삶, 그리고 앤틀로프 캐년 같은 인디언 역사가 숨겨진 비경 등등 , 사전에 더 많은 정보를 알고 갔더라면 더 풍성한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그곳에서 술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 개스 스테이션을 들러 보아도 술이 없었던 이유, 그리고 수십 마일을 나가야만 술을 살 수 있다고 한 그들의 대답 속에도 인디언 자치구역의 아픈 역사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 또한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다음날 아치스 국립공원이 있는 모압( Moab)이란 도시로 가기 위해 163 하이웨이를 달렸다. 자욱한 안개 탓에 모뉴먼트 밸리의 상징인 우뚝 솟은 바위 기둥들을 볼 수가 없다. 한참을 달리면서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름 없는 작은 바위 기둥과 멕시컨 햇뿐이었다. 길을 가다 보면 우리를 기다리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으리라. 군데군데 보이는 이름 없는 바위 언덕 ( 이를 Messa라고 부른다.)과 돌기둥 ( 이를 butte라고 부른다.)를 지나 드디어 작은 마을이 보인다. 그냥 지나치려고 하다가 여성분들이 카페를 하나 발견한 모양이다. 한잔의 커피가 생각나 우리는 차를 돌려 카페에 들렀다. 카페 옆에는 돌하르방처럼 생긴 두 개의 바위가 나란히 솟아 있다. 카페 이름이 Twin Rock cafe인 것을 보니 이 바위 이름이 '쌍둥이 바위'인가 보다. 기념품점과 나란히 있는 카페 안에는 아침 식사를 하는 관광객이 꽤나 보인다. 우리는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몇 가지 기념품을 구입했다. 이제 191번 하이웨이를 타고 두 시간 정도 달리면 오늘의 목적지인 모아브란 도시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윌슨 아치가 맨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아치스 국립공원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개척자인 죠 윌슨의 이름을 따서 윌슨 아치란 이름을 명명했다는 설명과 더불어 사암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자연현상에 의해 아치 바위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의 표지판이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우리의 이정표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윌슨 아치를 지나 20여분을 달렸을까? 하얀 페인트로 Hole N' Rock이라고 쓰인 거대한 바위산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름다운 자연물에 인공의 글씨가 새겨진, 그것도 엄청난 크기로 새겨져 있다는 것에 썩 내키지 않았지만, 호기심에 일단 들러 보기로 했다. Hole N' Rock 글자 아래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얼굴 부조가 새겨져 있고, 거대한 바위산 위에는 하얀 찦차 한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변에는 고물들을 모아 만든 조각품들이 놓여 있고, 작은 동물원 표지판도 보인다. 바위산 아래 동굴집은 문이 닫혀 있다. 주변들을 둘러보고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있는데 동굴집  문이 열렸다. 동굴 안에는 기념품점이 있고, 기념품점을 지나 안쪽 깊숙한 곳의 동굴집을 보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입장료까지 내고 동굴집을 구경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아 기념품점만 한번 둘러보고 나왔다. 그곳을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의 목적지인 모아브란 도시에 도착 했다.도시는 아담하고 소박한 작은 도시다. 먼저 다음날 예약된 Hummer Safari Tour의 출발 장소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고 아치스 국립공원의 지도도 확보할 겸 그곳에 있는 visitor center에 먼저 들렀다. 주차장 한 구석에서 여성분들은 점심을 준비하고 우리는 visitor center에 들러 아치스 국립공원 지도를 얻어 왔다. 오후 시간에 아치스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뷰포인트 들을 구경하고 맨 마지막으로 델리케이트 아치까지 두어 시간 정도 트레킹을 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병풍같이 생긴 court house tower, 세명의 수다쟁이가 서있는 Three Gossips, 양의 바위( Sheep Rock ), 바벨탑( Tower of Babel) , 떨어질 듯 떨어질 듯하면서 균형을 잡고 긴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늘 버티고 서있는 Balanced Rock 등등.. 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펼쳐진 기묘한 바위들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델리케이트 아치 트레킹의 출발점인 Wolfe Ranch에 이르렀다. 제법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꽤나 사람들이 붐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통나무 오두막을 지나 1마일 반 정도 걸으면 유타주의 차량 번호판을 장식하는 유타주의 상징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게 된다. 코스는 순탄하고 날씨도 트레킹 하기엔 쾌적하다. 바위 언덕길을 지나, 절벽길을 막 돌아서자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아치, 사진 속에서 많이 보아 익숙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보이는 모습은 더 장엄하다. '신의 손길로 빚어낸 위대한 조각품'이라는 상투적인 표현 이외에는 특별히 묘사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문득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리의 자손들에게 보이게 될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진다. 바람과 비와 모든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든지, 어쩌면 사라지고 또 다른 이름의 아치가 이 부근에서 우리의 후대들을 맞이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위대한 자연의 조각품 앞에서 인증샷을 찍지 않는다면 신이 노하리라. 우리는 개별로, 또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폼으로 인증샷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아치스 국립공원과 작별을 고했다. 모아브 시내의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예약해 둔 RV Park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사무실 문은 이미 닫혀 있는데, 다행히도 안내판에 메모가 하나 붙어 있다. 내일 아침 10시에 사무실을 오픈하니 비어 있는 장소를 이용하고 이용료는 내일 아침에 지불하라고 한다. 그리고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적혀 있다. 우리는 사무실과 가까운 적당한 장소에 주차를 하고 캠핑 모드로 들어갔다. 그런데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틀린다. 그리고 사무실 옆 화장실과 샤워장은 한쪽이 수리 중이어서 남녀 공용으로 이용해야만 한다. 불편하지만 하루 저녁을 지낼 수밖에..... 마침 화장실을 다녀오는 다른 camper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보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일행들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 주고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한잔의 술과 더불어 즐기는 저녁 만찬(?)은 여행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리는 내일 예정된 허머 사파리 투어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밤을 맞았다. 허머 사파리 투어가 아침 8시에 예정되어 있고, 이곳 사무실 문은 10시에 연다고 하니 허머 사파리 투어를 다녀와서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메모를 남겨 야 할 것 같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예정된 허머 사파리 투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아침밥을 해 먹고 출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친구가 RV park 픽업트럭이 보인다고 한다. 사무실에 가보니 아직 문은 잠겨 있는데 옆에 이곳 RV park 이름이 새겨진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다. 주변 이곳저곳을 찾아서 드디어 주인을 만났다. 어젯밤에 늦게 도착하였다고 이야기하고 이용료 지불을 마쳤다. 허머 사파리 투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지 않고 다음 목적지인 솔트레이크 시티로 바로 출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에 우리가 기대하던 허머 사파리 투어를 하고 오후에는 모르몬교의 성지인 솔트레이크 레이크 시티로 향한다. 솔트레이크 시티는 특별히 어떤 볼 것으로도 위해 가기보다는 다음 여행지인 옐로 스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 중간에 머무르는 경유지에 불과하지만 가는 김에 KFC 1호 점도 둘러보고 한인 마트에서 장도 보고 할 예정이다. 어제 미리 솔트레이크 시티 시내에 있는 KOA RV park도 예약해 두었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허머 사파리 투어 출발점이 모압 어드벤처 센터 주차장으로 향했다. 여행의 모든 과정이 설렘과 더불어 기다림의 묘미이지만, 특히 이곳 모압에서의 허머 사파리 투어와 앞으로 있을 옐로 스톤에서의 스노모빌 투어는 더욱더 설레고 기대됨을 부인할 수가 없다. 모압 어드벤처 센터에서 우리의 예약을 확인하고 여기저기 기념품 센터를 둘러보는 동안에 드디어 우리가 2시간 동안 탈 허머 찝차가 도착했다. 우락 부락 한 근육질을 연상시키는 견고한 차량의 모습부터 오늘 투어가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 같다. 가이드 겸 운전자와 인사를 나누고 우린 차량에 탑승했다. ' 나이스 밋츄'와 더불어 서로의 통성명을 나누었건만 그의 이름은 기억에 없다. 일행 네 사람은 오픈 상태의 맨 뒷좌석에 나란히 앉고 나는 사진 촬영을 할 요량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도심을 통과하여 황토색 바위 언덕이 보이는 사파리 투어의 출발 지점으로부터 역동적인 드라이버는 시작되었다. 체감 경사도가 60~70도 이상의 바위 언덕을 거침없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콜로라도 강이 보이는 산언덕의 정상에 이르러 차는 멈춰 섰다. 멀리 콜로라도 강은 이 지역 생성 역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말없이 황톳빛 강물이 굽이 굽이 흘러 보내고 우리가 타고 온 허머 찦차는 개선장군처럼 언덕 꼭대기에 우뚝 서 있다. 묘한 대비를 이루는 풍경이지만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구도다. 우리는 나름 멋진 구도를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고 다시 언덕 바위를 내려왔다. 일부 구간은 체감 경사도가 90도로 느껴질 정도로 가파르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에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억될만한 일인 것 같다. 투어를 마치고 출발지인 모압 어드벤처 센터로 돌아왔을 때 일행인 친구들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어준다. 나도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이 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한 나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나름의 멋진 추억을 가슴에 새기며 다음 목적지인 모르몬교의 성지이자 KFC의 본류의 고장 솔트레이크 시티로 향했다.


솔트 레이커 시티...... 그리고 통나무 레스토랑에서의 멋진 생일파티..

생일파티를 열었던 GUN BARREL CITY 레스토랑
잭슨 홀로 가는 34번 지방 산악도로의 설경

  아치스 국립공원이 있는 모아브란 도시로부터 솔트 레이커 시티까지는 4시간 정도의 거리, 우리의 식량 창고를 채우는 일이 우선순위이기에 구글에서 검색한 한국 식품점 '서울 마켓'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북으로 향했다. 솔트 레이커 시티의 서울 마켓은 작은 식품점이었지만 그래도 있을 만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남은 일정 동안 필요한 식품들을 구매하고, 예약한 RV park으로 가기 전 들러 보아야 할 한 곳으로 향했다.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 마스코트가 상징인 KFC가 탄생한 곳, 바로 KFC 1호점으로 향했다. KFC 박물관을 겸한 1호점은 우리가 너무 큰 기대를 한 탓인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그래도 1호점에서 튀겨낸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맛보아야 할 것 같아 몇 가지를 사 들고 오늘 밤을 보낼 RV park으로 향했다. 우리가 예약한 RV park은 솔트레이크 시티의 서쪽에 위치한 솔트레이크 시티 KOA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예약을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러니 우리가 타고 온 Cruise America와 KOA와 협약으로 인해 할인까지 해준다고 한다. 공짜, 할인, 이런 것들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몇 퍼센트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생각도 하지 못한 할인 혜택에 속된 말로 기분이 째졌다. 밤이 되면 동파 위험이 있으니 RV 내의 상하수도 탱크의 물을 모두 빼야 한다는 주의도 더불어 새겨듣고 지정된 장소에 주차한 다음 저녁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여행길이었기에 KFC 1호점에서 사 온 후라이드 치킨과 더불어 포만감 넘치는 저녁 만찬을 가졌다. 저녁 식사 후 사무실에서 일러 준대로 RV에 있는 모든 물들을 비웠다. 취침 준비는 완료되었고, 내일은 우리의 일행 중 한 사람인 그녀의 ( 그녀는 친구 K의 부인이자 대학 서클 후배 , 두 사람은 CC커플이다) 생일이므로 내일 목적지인 잭슨 홀에서 멋진 생일 파티를 위해서 괜찮은 레스토랑을 검색했다. 처음 여행계획서를 작성할 때 점찍어둔 ‘잭슨 홀 Snake River Grill ‘이란 레스토랑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할 수가 없다. 다시 다른 레스토랑을 검색한 결과 ‘Gun Barrel City’란 레스토랑이 있다. 메뉴도 옐로 스톤 쪽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버펄로와 엘크 고기 요리도 있고 통나무로 된 식당 분위기도 괜찮은 것 같다. 당사자 부부에게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재미없을 것 같아 친구 B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일단은 예약을 확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우리의 여행 일정 중에 금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스노모빌 투어가 기다리는 와이오밍주 잭슨 홀로 향하는 날이다. 목적지까지는 4시간 반에서 5시간 정도, 감자로 유명한 아이다호주를 거쳐 와이오밍주로 들어간다. 오늘 하루 동안 3개 주를 거친다. 눈길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걱정은 되지만, 인스턴트 미역국으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Don’t Worry, Be happy!’를 외친다. 이곳에서부터 아칸소주 핫 스프링까지는 RV Park이 오픈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lodge나 호텔을 주로 이용해야 하므로 미리 코인 랸쥬리에서 빨래들을 세탁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길을 나섰다. I-15번 고속도로를 타고 아이다호에 들어가서 30번 하이웨이를 타면 된다. I-15번 고속도로 주변에 희뿌연 안갯속에 거대한 설산들이 보인다.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도시답게 눈 덮인 산의 위용이 우리를 압도한다. 거대한 소금 호수인 그레이트 솔트 레이커를 보지 못하고 가는 아쉬움은 있지만, 옐로스톤 국립공원 눈밭을 달리는 스노모빌 투어를 상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한참을 달려 아이다호주를 들어서자 도로 주변에 하얀 눈이 쌓였다. 어쩌면 험난한 여정이 되리라는 불안함이 뇌리에 스친다. 우리는 가솔린도 채울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가솔린을 넣고 주유소 주변 빙판 공터에 차를 세우고 따끈한 라면 국물과 더불어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I-15번 고속도로를 지나 30번 하이웨이를 들어서서 한참을 달리니 온천지역인 듯한 소다 스프링스를 지난다. 예약된 일정이 없다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갈길이 바쁜 몸들이라 아칸소주 핫 스프링에서 온천을 즐기기로 하고 계속 달린다. 소다 스프링스를 지나고 나서는 30번 하이웨이를 벗어나 지방 산악도로인 34번을 들어선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고 길 위에도 눈이 깔려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길도 꼬불꼬불하다. 가끔씩 승용차 한 두대가 반대 차선을 지날 뿐,  인적이 드문 황량한 눈길에 단지 우리 일행뿐이다. 친구에게 노면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보니 괜찮단다. 다행히 RV에 엔진 브레이크 기능 같은 TOW HAUL 기능이 있어 눈길, 내리막길에 안전 운행에 도움을 준다. 길은 좀 험하지만 눈 덮인 주변의 풍경들이 우리의 시야를 압도한다. 그렇게 눈길을 달려 아이다호주를 벗어나 와이오밍주에 다다르자 곧바로 89번 하이웨이를 만난다. 89번 하이웨이를 타고 조금 있으니 인적 드문 눈길을 달려온 우리를 반기기나 하는 듯 빈티지 스타일의 컨비니언 스토어가 보인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화장실 사용하는 것 외에는 별 일도 없으면서 우리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다섯이 모두 우르르 몰려가서 화장실도 사용하고 이것저것 둘러보고 간식거리도 몇 가지 사들고 나왔다. 목적지인 잭슨 홀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도로 주변의 하얀 들판에서 혼자 스노모빌을 즐기는 사람도 간혹 눈에 띈다. 스네이크 리버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한참을 달리니 우리의 목적지 잭슨 홀이 나타났다. 스위스는 가보지 않았으나 사진으로 본 스위스의 평화로운 산촌 마을을 연상시키는 도시다. 미리 예약해 둔 버지니안 로지에서 체크인을 끝내고 우리가 배정받은 방으로 가보니 좁은 방에 침대 셋이 나란히 놓여 있다. 로지라서 방이 분리되어 있고, 간단히 취사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허사다. ( 이 숙소로 인해 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를 끝내고 숙소에서 한잔 더 기울기는 중에 우리의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인 언짢은 일이 생겼다. 무슨 일인고 하면 숙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친구 K가 바닥에 누워 자면 되겠다는 소리에 ,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의 세부적인 계획을 수집했던 나는 미안한 마음과 나름대로 애 많이 썼는데 하는 섭섭함으로 인해 ‘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 하고 밖으로 나와 버렸지만 나로 인해 앞으로 남은 일정을 망칠까 봐 곧바로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다 보니 숙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해 이런 황당한 경우가 생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흔히들 내 집이 최고라는 소리들을 하나보다. ( 여기서 내 집은 우리의 보금자리 RV) 아무튼 우리는 필요한 짐들을 RV에서 숙소로 옮기고 예약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작은 동네라서 걸어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거리에 레스토랑이 있다. 가는 길 주변의 모든 건물들이 통나무 건물이다. 심지어 은행까지도.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서자 산장 같은 분위기가 우리를 맞는다.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테이블을 안내받아 자리에 앉았다. 웨이터인 키 큰 백인 남성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지난번 라스 베가스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기에 우리는 이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버펄로 고기와 엘크 고기로 만들어진 몇 가지 요리를 정하고 웨이터가 오면 물어보기로 했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기에 이곳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제 맥주 ( 미국의 서부 지역은 각 지역마다 다양한 수제 맥주가 있어, 지역마다 그곳 맥주를 맛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를 주문하고 우리가 점찍어둔 몇 가지 요리들을 가리키며 다섯 사람 양으로 충분한지 물어보았다. 충분하다고 한다. 주문을 끝내고 웨이터에게 생일 케이크 준비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가능하단다. 생일 케이크가 나오면서 옆 테이블 손님과 나누어 먹어야 할지, 그냥 우리끼리 먹을지,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데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버펄로 요리도 엘크 요리도 기대 이상의 맛이다. 우리는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맛있게 식사를 끝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웨이트가 들고 온 접시 위의 케이크는 우리의 상상을 엄청나게 빗나간 작은 디저트 케이크 위에 달랑 촛불 하나다. 우리는 가난한 학창 시절에 초코파이 위에 성냥개비 하나 꽂아 생일을 축하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신나게 웃고 생일 축하를 마무리 지었다. 생일 당사자에게 멋진 추억의 생일이 되었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엔 스노모빌 업체에서 새벽 6시에 우리 숙소 앞에서 픽업하기로 되어 있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으로 한잔 더 기울이고 내일을 맞을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있을 하얀 눈밭을 가르는 스노모빌 투어를 꿈꾸면서....


옐로 스톤 국립공원과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의 광활한 설원을 달리며...

스노모빌을 포인트 삼아 포즈를 취한 일행과 친구B 부부


그랜드 티튼 국립공원 설원을 달리기 위한 출발선에 선 여행팀
간단히 점심을 먹었던 그랜드 티튼 국립공원 내의 작은 오두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필자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을 달리는 것은 리프트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스키를 타는 것과는 또 다른 무엇의 재미와 감동이 있으리라. 그렇게 달리다, 숨겨진 보석 같은 볼거리를 만나고 또 달리고.... 아침 6시에 숙소 로비로  스노모빌 업체에서 픽업을 하기로 하여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로비로 나섰다. 이런 만남은 대부분 가이드 측인 상대편이 먼저 알아보기 마련이다. 로비로 가서 조금 기다리자 예약 리스트에 등록된 나의 이름을 부르며 백인 남성이 다가왔다. ( 지금까지의 우리의 경험으로는 중부 산악지역에 위치한 곳에서는 백인 이외의 다른 인종들은 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비만의 체형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나 남부 지역은 날씬한 체형보다 비만의 체형이 더 많은 데 말이다. 날씨 탓인가? 그 이유 또한 궁금한 한 가지 의문으로 가슴에 담아 둔다.) 우리는 아침 인사를 하고 그가 안내하는 소형 버스에 올랐다. 벌써 여러 팀들이 차에 타고 있다. 몇 군데를 더 들러 몇 팀을 더 태우고 차는 한참을 달린다. 겨울철에는 옐로 스톤 국립공원까지 일반 차량은 출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공원 내에서도 스노 모빌 또는 스노 코치( 궤도 바퀴가 달린 소형 버스) 외에는 다닐 수가 없다. 어둠을 뚫고 약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 공원 입장료는 투어 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스노모빌 1대당 35불인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는 인당 35불로 알고 175불을 가이드에게 주었는데 나중에 70불을 돌려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주차장에는 수십대의 스노모빌이 늘어서 있고 ( 아마 여러 스노모빌 투어 업체들이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나 보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벽난로가 우리를 맞이한다.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아침을 먹고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의류 보관소에서 스노모빌용 덧옷과 부츠, 장갑 그리고 헬멧을 지급받고 멋진 바이크족으로 변신하여 주차장으로 나왔다.( 스노모빌 투어 비용에 조식, 중식, 그리고 의류 제공까지 포함되어 있다.) 가이드로 부터 간단한 조작 방법과 수신호 방법을 설명 듣고 스노모빌 위에 올랐다. 가이드로부터 출발 신호를 전달받고 시동을 켰다. ‘부르릉’ 경쾌하게 울리는 엔진 소리에 조금은 전율을 느낀다. 처음 타보는 것이라 조금은 긴장이 되지만 기분은 좋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아차 이런 황당한 일이...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내 앞의 스노모빌에 부딪힐 것 같아 살짝 핸들을 틀었는데, 길 가장자리에 쌓여 있는 눈 언덕을 올라타고 말았다. 스노모빌이 뒤집히고 가이드와 업체 스태프들이 쫓아왔다. 내 상태를 확인하고( 눈밭에 넘어졌는데 다칠 일이 무엇 있겠는가? 다만 속된 말로 좀 쪽 팔일 뿐이지.. 흐흐) 스노모빌을 도로 세운다. 다시 정렬을 재정비하고 출발.... 보통 시속 30~40마일 속도로 공원 내의 도로를 달린다. 가이드가 맨 앞에 서고 오늘 투어에 참가한 여행팀들이 줄줄이 따른다. 나는 중간쯤 위치에서 앞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따라붙었다. 이미 잘 다져진 눈이 덮인 도로를 달리다 보니 뮤직 비디오나 광고용 영상에서 보는 눈보라를 흩날리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지만 온통 새하얀 세상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기분은 나름 괜찮다. 앞에 달리던 스노모빌에서 멈춤 수신호가 전달되어 차례대로 길 가장자리에 멈추고 보니 우리가 가는 반대편 방향에서 버펄로 ( 지금까지는 버펄로로 알고 있었으나 인터넷에서 확인해 본 결과 정확한 명칭은 바이슨이라고 한다. 버펄로는 아시아, 아프리카물소를 칭하고 아메리카 들소는 바이슨이라 칭한다고 한다.) 한 마리가 눈을 부라리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다. 산만한 덩치에 부라린 큰 눈망울이 과히 위협적이다. 우리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 익숙한 탓인지 천천히 제 갈길로 간다. 그 녀석이 무사히 우리 곁을 떠나고 우리도 다시 출발했다. 야생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설원의 풍경들과 스노모빌의 요란한 기계음의 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겨울 풍경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우리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유명한 간헐천인 올드 페이스풀 ( Old faithful Geyser)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의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시간에 구경을 하고 다른 코스로 이동할 모양이다. 우리는 타고 온 스노모빌을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나란히 세워 두고 오래된 ( 위키피디아에 확인한 결과 1904년에 지어졌다고 함.) 그 유명한 호텔 올드 페이스풀 호텔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우리가 먹은 런치 ( 우리가 여행하는 곳이 미국이기에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좀 더 분위기를 띄워줄 것 같아서... )는 앞에서 언급한 그 유명세에서 상상할 수 있는 화려함을 완전히 벗어난 그냥 흔히들 미국인들이 먹는 뷔페식 점심이었다. ( 하기야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으니 일말의 화려한 만찬을 기대한 우리가 어리석지....) 그러나 맛있게 고픈 배를 채우고 가이드가 말한 집합 시간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으로 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울타리 주변에 모여 있다. 우리도 사람들 틈새에 끼어 간헐천이 용솟음치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조금씩 물기둥이 꿈틀거리며,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새어 나온다. 물기둥의 높이가 조금씩 더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의 탄성 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고 절정의 높이까지 솟아오른 후 차츰씩 수 그러 들자 사람들도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살아서 숨 쉬는 지구의 모습을 눈으로 실감한 순간이랄까? 아무튼 순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시간에 맞추어 집합장소로 향한다. 모두들 훈련된 병사들처럼 정확한 시간에 다들 모였다. 가이드의 지휘에 따라 다시 출발!!! 경쾌한 엔진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밀어 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또 눈길을 헤치며 다다른 또 다른 간헐천 (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thumb geyser로 기억하고 있다.)에 다다른다. 이곳은 올드 페이스풀처럼 용솟음치는 물줄기는 볼 수 없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숨 쉬는 지구의 모습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온천물, 그리고 주변의 동식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묘미가 있다. 다시금 긴 스노모빌 행렬의 시작, 새하얀 눈으로 덮인 도로를 달리며 자그마한 폭포도 만나고 , 쭉쭉 뻗은 침엽수 숲도 만나며 온종일 신나는 스노모빌 여행의 일정을 마무리할 단계인가 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하루 종일 우리의 발이 되어 준 애마의 배를 불리고, 조금 더 달려 우리가 출발했던 시발점에 다 달아 지급받은 장비들을 반납하고 버스에 올랐다. 오늘 함께 달렸던 팀들을 각자의 숙소에 내려 주는 것이 가이드의 마지막 임무이다. 투어를 예약할 때 투어 설명에 가이드 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기에 팁을 줘야 하는데 팁 문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로서는 얼마를 주어야 할지 당황스럽다. 보통 음식점이나 서비스 업종은 대략 15% 정도 주는 것이 관례 비슷하게 되어 있지만 ( 일부 음식점들은 영수증에 15% 얼마, 18% 얼마, 20% 얼마로 찍혀 나온다. 고객의 혼동을 덜어 주는 자상함도 있으나, 최소한 15% 팁은 내셔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투어 비용에 15%는 너무 과한 금액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 K가 주변 팀들이 얼마를 주나 눈치껏 보면서 50불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숙소에 도착하여 가이드에게 팁을 건네고 오늘 멋진 투어였다고 인사를 건네고 헤어졌다. 나는 숙소 가까이에 있는 내일로 예정된 Gros Ventre ( 그랜드 티튼 국립공원 지역의 시골길 투어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투어 업체의 사무실 위치를 확인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처음 인터넷에서  옐로스톤 및 그로스 벤트리 모두 이 업체( 업체명이 old faithful snowmobile tour)에 예약을 했는데 , 내가 원하는 날짜에 옐로스톤 투어가 불가능하다고 친절히 다른 업체( scenic safari)를 예약해 주어 옐로 스톤 투어와 그로스 벤트리 투어를 각각 다른 업체를 통해 하게 되었다. 아침에 미리 카운터에서 빈방이 있으면 달라고 해서, 오늘은 여성분들은 따로 방을 배정받아서 좀 더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RV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편안한 휴식에 들어갔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주꾸지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어오르고, 젊은 친구들은 맥주를 들고 주꾸지를 즐기고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 속에서 김이 오르는 탕 속에 몸을 담그고 한잔의 맥주를 들이켜는 묘미 또한 멋질 것 같으나 끝나고 오들 오들 떨면서 숙소로 달려와야 하는 것이 우리 나이에는 영 엄두가 나지 않아 그만 두기로 했다. 다음날 약속된 오전 8시에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투어 업체로 갔다. 예약을 확인하고, 따뜻한 커피를 얻어 마시고, 장비를 지급받았다. 각자의 장비들을 서로 섞이지 않게 투어용 점퍼로 감싸고 양팔을 묶어 밴에 실었다. 오늘은 나이가 지극한 60대 중반의 아저씨가 우리의 가이드이다. 그리고 60대의 두 백인 부부팀과 우리가 한 팀으로 움직인다. 한참을 달려 스노모빌 투어 출발지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스노모빌 뒤에는 오늘 우리의 점심을 담긴 커다란 아이스 박스가 실린 썰매가 달리고, 우리는 밴에 실어온 복장들을 갖추고 스노모빌을 배정받아 출발을 기다린다. 찌푸린 하늘이 드디어 눈을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투어는 눈을 헤치며 달리는 또 다른 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엔진 시동음이 하얀 정적을 깬다. 오늘은 둘째 날이라 어제 타본 경험 탓으로 모든 게 좀 더 익숙해졌다. 여섯 대의 스노모빌이 서서히 움직이고 눈 덮인 오솔길을 헤쳐 나간다. 적막강산이란 표현이 어울릴만한 백색의 산야를 여섯 대의 스노모빌의 엔진음이 가로지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수많은 엘크 무리가 모여 있는 광활한 벌판에 다다랐다. 겨울 동안 엘크의 양식을 공급하기 위해 건초 더미를 쌓아 놓고 수시로 관리하는 곳이다. 마치 엘크 목장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어 멀리서 수많은 엘크 무리를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시 길을 나서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설원 가운데 고즈넉이 자리 잡은 작은 오두막이었다. 통나무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 외벽은 각종 동물들의 뿔과 뼈로 장식되어 있다. 이곳이 오늘 우리 투어 일행의 런치 브레이크 장소인가 보다. 마치 영화에서 보았던 옛날 서부 개척 시대의 오두막에 타임머신 여행을 온 것 같다. 가이드가 끌고 온 큼지막한 아이스 박스를 열고 새무치( 미국인들의 샌드위치 발음은 우리에겐 이렇게 들린다.)와 숩을 꺼내, 숩(soup)은 따뜻하게 데우고 새무치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소스를 발라 조촐하지만 낭만적인 점심시간을 가졌다. 같이 투어에 참여하는 중년의 백인 부부와 가이드는 끊임없이 오두막의 유래와 가이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재미있다. 사실 십몇년을 미국에 살고 있지만 미국인과 수다를 풀 정도의 영어 실력이 되지 않아 이런 류의 대화에 끼어들 자신이 없다. 사실 미국에 이민을 올 때는 미국 땅만 밟으면 저절로 영어가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몇십 년을 미국에 살고도 영어를 못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속으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살아보니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영어는 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출발 전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른 화장실에서 경이로운 이야깃거리를 발견했다. 이야기인즉슨 우리 어린 시절 시골에 있었던 바로 그 재래식 화장실,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온 바로 그 기분이었다. 그러나 우리 재래식 화장실과 조금 다른 점은 좌변기라는 점, 그것도 쌍 좌변기.... 칸막이도 없이 나란히 놓여 있는 쌍 좌변기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여전히 소복소복 눈은 내리고 주변의 풍경은 설국 그 자체인데 우리는 경쾌한 엔진음을 울리며 눈 덮인 대지를 가른다. 비록 멀리에서 보지만 여우도 보고 군데 군 데서 여유롭게 놀고 있는 순록들도 보면서 추억 속에 깊이 새겨질 겨울 낭만을 즐겼다. 스노모빌을 처음 출발 장소에 주차하고 밴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잭슨홀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기며 그렇게 마무리를 했다. 잭슨홀에서의 스노모빌 투어는 나나 친구 모두에게 멋진 추억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다음 목적지인 데빌 타워로 가기 위해서는 빅혼 국유림을 가로지르는 해발 4000미터(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3000~4000미터 범위인 것으로 기억된다.) 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통과해야기에 모두가 마음속에 걱정을 담고 잠을 청했다.


해발 4000미터의 도로를 가로질러 데블스 타워, 러시 모아, 배드 랜드를 거치며...

안개속에서 뿌옇게 베일을 벗고 있는 데빌 타워, 데빌타워 근처의 우리의 성황당 금줄 같은 장식물
각주의 깃발의 사열을 받으며 들어가는 큰바위 얼굴의 러시 모어
황량한 배드랜드의 풍경과 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일행들

 설원의 풍경을 가로지르며 스노모빌을 달리던 이틀간의 기억을 마음 깊이 담아 두고 와이오밍주 잭슨을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간단한 아침으로 배를 채우고 우리들의 애마 겸 보금자리에 올라 길을 재촉한다. 오늘 경로는 겨울 산악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통과해야 하니 꽤 만만찮을 것 같다. 어제 미리 예약해둔 데빌스 타워 가까운 곳의 무어 크로프트( moorcroft)란 마을에 있는 Rangeland RV Park & Motel (RV park은 오픈하지 않아 모텔을 미리 예약해두었다)이 오늘의 목적지다. 출발 전 경로를 검색해보니 그랜드티튼 국립공원을 지나는 191번 하이웨이를 거쳐 다시 26번 하이웨이, 20번 하이웨이, 그리고 Bighorn National Forest를 가로지르는 16번 하이웨이, 90번 interstate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로 간다. 장장 여섯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여정이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가로지르는 도로 위로 꽤 차들이 많다. 눈이 많이 오는 지방이지만 제설 작업이 충분히 잘 되어 있어 도로 사정은 꽤 괜찮은 편이다. 도로 주변의 구릉지에서 스노모빌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렇게 평원의 도로를 몇 시간을 달려 이제 온통 암산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달린다. 드디어 빅혼 국유림을 가로지르는 16번 하이웨이에 들어온 모양이다. 깎아지른 바위산을 배경 삼아 뻗어 있는 도로, 첩첩산중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릴 듯한 적막감이 엄습한다. 스마트폰에 미리 깔아 둔 고도 측정 앱 My Altitude로 확인해 보니 고도가 해발 4000 미터를 훨씬 넘는다. 우리가 계획했던 겨울 여행의 코스 중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험준한 산을 넘어서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걱정했던 만큼 어려움은 없이 순탄하다. 운전하는 친구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너무 순탄하고 평화로운 느낌 때문에 조수겸 가이드의 임무를 망각한 체 잠깐 졸음에 빠지기도 했다.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바위산, 그 바위산을 호위하듯 서 있는 쭉쭉 뻗은 침엽수림, 그리고 몽환적 분위기를 더하는 하얀 눈과 덧칠하듯 뿌리지는 안개... 고산 도로의 풍경을 만끽하며 우리는 빅혼 국유림을 넘었다. 그리고 95번 interstates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인 무어크로프트란 마을에 도착했다. 아주 작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해는 이미 저물어 어둠이 깔리고 소복소복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예약한 모텔에 체크인을 하고 여주인장이 알려 주는 빈공터에 차를 세우고 저녁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 장시간의 여독을 풀기 위해서는 맥주 한잔을 곁들여야 할 것 같아 마을의 컨베니언 스토어에 들렀다. 그러나 이 마을은 컨베니언 스토어에서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 어디에서 맥주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니 건너편 비어홀을 가르쳐 준다. 비어홀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부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맥주집에 한 두 사람 정도의 손님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원하는 맥주를 사들고 RV 카로 돌아왔다. 미국은 각 주나 카운티 마다 알코올음료 판매에 대한 규정이 각각 틀린다. 예를 들면 내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리커 스토어에서만 판매하고, 맥주나 와인 종류는 라이센스를 취득한 식품점이나 컨비니언 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식당에서는 술을 판매를 할 수 있지만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은 금지되어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식품점에서도 리커 종류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니 이곳은 오로지 비어홀 같은 곳에서만 술을 판매할 수 있나 보다. 한잔의 맥주와 더불어 오늘의 무사 운행을 감사하며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모텔은 작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주인장인 백인 중년 여성은 연신 마당에 쌓인 눈을 쓸고 있다. 저녁 내내 눈을 쓸어야 하겠다고 하니 눈이 내리면 힘들단다. 내일 코스는 데빌 타워, 러시모어(큰 바위 얼굴), 배드랜드를 거쳐 남쪽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인 사우스 다코타주의 kimbell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여행 중의 가장 중요한 일은 사전 여행 계획에서 미리 정해 두긴 하였으나 우리가 가야 할 코스를 지도 앱에서 측정하고 그리고 하루 밤을 머무를 장소를 정하고 호텔 앱이나 RV park앱에서 예약하는 일이다. 와이오밍주와 사우스 다코타주에서 볼거리를 보고 다음 목적지인 아칸소주의 핫 스프링까지는 워낙 장거리이기에 중간 기착지를 두 곳으로 정했다. 그 첫 번째가 사우스 다코타주의 킴벨이란 동네다. 그곳은 단순히 1박을 위한 중간 기착지인셈이다. 아침에 눈을 떠니 온 동네가 새하얗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데빌 타워로 향했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멀리 우뚝 솟은 암벽 탑이 반쯤 안개와 구름에 휩싸인 체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데빌 타워 입구를 도착했다. 매표소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차를 세워 두고 관리 사무소로 보이는 건물로 가서 보아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겨울이라 공원을 열지 않는가? 다시 매표소 쪽으로 돌아와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 보니 겨울 동안은 비치된 봉투에 입장료(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15불인가 20불 정도인 것 같았다.)를 넣어 비치된 함에 넣고 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안내문의 지시처럼 입장료를 함에 넣고 기념품점 겸 안내소까지 차로 들어갔다. 겨울철 이른 아침이라 방문객은 우리뿐이다. 안내소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직원을 볼 수 있었다. 안내소를 둘러보고 데빌 타워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우리가 가까워질 즈음 신기하게도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희뿌옇게 조금씩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등산로 주변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영험이 많다는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울긋불긋한 띠들... 우리네 성황당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군데군데 늘려 있다. 아마 이곳 인디언들의 무속이 우리네 무속 신앙과 흡사한 것 같다. 우리도 기왕 온 김에 데빌 타워의 영험한 기를 들이키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다음 코스는 어릴 적 우리가 큰 바위 얼굴로 기억하고 있는 러시 모아 산이다. 데빌 타워에서 러시 모아까지는 130마일 정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다. 내비게이션 앱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드디어 도착한 러시 모아, 데빌 타워와는 달리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우리도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온 많은 관광객들의 일부가 되어 주기(state flag)들의 사열을 받으며 드디어 네 분의 대통령과 마주한다. 왼쪽부터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 그리고 16대 대통령 아이 브라 함 링컨, 왜 이 네 분의 대통령이, 그리고 어떤 순서에 의해 조각되었는지는 자세히 모르나 14년에 걸쳐 조각된 인간의 집념이 거저 경이롭기만 하다. 이 거대한 바위산을 다이너마이트로 깎아 못과 망치로 조각하였다니 그저 대단하다는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네 분의 대통령과도 작별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배드랜드로 향한다. 약 100마일,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배드랜드를 관통하는 사우스 다코타 하이웨이 44를 타고 가면서 볼거리를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의 숙박장소인 킴벨이란 도시에 있는 모텔로 향하면 된다. 드디어 하이웨이 44 번상에 있는 배드랜드 공원 입구 개표소 건물에 들어섰다. 이 계절 동안은 무료입장인가 보다.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황량하고 거친 땅, 우리가 상상하는 화성의 모습과도 유사한 지표면과 산과 계곡, 정말 외계의 어느 혹성에 온 느낌이다. 정말 이름 그대로의 ‘배드랜드’를 실감하는 순간 몇 마리의 사슴들이 눈에 띈다. 이 황량한 땅에도 사슴들이 먹고살 수 있는 식물들이 있나 보다. 시간은 어느덧 석양이 물드는 시간, 그 황량한 언덕과 계곡들이 석양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국립공원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던 풍경들이 정말 국립공원의 이름에 걸맞은 풍경으로 변해간다. 우리가 시간을 잘 맞추어 이곳에 온 것 같다. 다른 혹성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석양을 감상하며 여행이란 것이, 더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길 위의 인생이란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느끼고 감상하며 그 순간을 오롯이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배드랜드, 낯선 지형의 모습을 뒤로 한채 우리는 오늘의 숙박지인 킴벨이란 도시의 이름 모를 모텔로 향한다. 킴벨이란 도시는 90번 interstates 고속도로상에 있는 작은 마을로 알칸소주로 향하는 29번 interstates 고속도로를 근접하기에 쉽기도 하고, 그리고 Hotel.com에 검색한 결과 저렴한 가격에 찜하게 된 동네다. 2시간 정도 90번 interstates 고속도로를 타면 오늘의 우리 숙박 장소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하는 시간이 꽤 늦을 것 같아 예약한 모텔에 전화를 걸었다. 응답인즉슨 늦은 시간이라 오피스에 사람은 없고 문에 안내 메시지를 붙여 두었단다. 좀 불안한 마음이긴 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고고!! 이미 해는 저문 늦은 저녁, 우리의 숙박 장소에 도착해보니 적막함만 가득하다. 모텔 사무실에 가봐도 불은 꺼져 있고 인기척이라고 없다. 오는 도중에 통화한 내용대로 사무실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가 예약한 두 개의 방 번호와 문은 열려 있고, 열쇠는 방안에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해진 방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문은 열려 있고 열쇠는 방안 테이블에 얌전히 놓여 있다. 방을 둘러보니 그런대로 깨끗하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욕실 주변에 수리가 필요한 곳이 곳곳에 눈에 띈다. 다행히 파킹랏에 RV car를 위한 전원 시설이 되어 있어, RV car에서 한잔의 반주와 더불어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다음날 행군을 위한 행복한 잠을 청했다. 내일은 동쪽으로 향하던 길을 남쪽으로 완전히 꺾어 간다. 점점 내 집이 있는 조지아주에 가까워지고 있고, 우리의 여행도 거의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볼거리 Sergeant Charles Floyd Riverboat Museum , white cloud casino

기념관내에 있는 Sergeant Charles 밀랍인형,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깃털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한 필자

다시 날이 밝아 오고, 우리는 남쪽으로 향할 준비를 서두른다. 사우스 다코타주 킴벨이란 동네에서부터 아칸소주 핫 스프링까지는 거의 1000마일에 가까운 거리에 17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중간 기착지 한 곳이 필요해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네브래스카주의 Indian cave state park를 중간 기착지로 정했다. 킴벨로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Indian cave state park 까지는 약 6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지도상에 나타난다. 90번 interstate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 29번 interstate를 만나면 한없이 남쪽으로 달리면 된다. 여행은 늘 그렇게 일상적인 일로 시작하고 또 끝을 맺는가 보다. 일어나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 준비를 하고.. 그리고 출발... 우리가 살아온 일상처럼 시작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우리는 오늘의 기착지로 정해 놓은 Indian Cave state를 향해 출발한다. I-29을 타고 한참을 달리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무렵, 우리는 뜻밖의 장소를 만난다. 미주리 강변 SIOUX city에 위치한 박물관 겸 웰컴센터인 Sergeant Charles Floyd Riverboat Museum, 미국의 탐험가이자 군인인 Charles Floyd의 기념관인 셈인데... 미국의 역사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유래에 대해 끊임없는 탐구심을 발휘할 인내심도 없는 탓에, 다만 기념관으로 쓰이는 이 배는 미주리강에서 군사적인 용도로 쓰였고.. Sgt. Charles Floyd는 희생을 기릴 만큼 중요한 일을 하신 분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렇지만 때마침 점심시간에 맞추어 이런 의미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선박의 내부는 기념관 겸 기념품점으로 꾸며져 있고, 나름 역사적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선박 내부를 둘러보고 RV Car로 돌아와 민생고를 해결 한 다음 다시 I-95 도로에 우리의 애마 겸 보금자리를 올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달려야 하니 Driver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피곤한 날이 될 것 같다. 애플맵이 가리키는 대로 한참을 I-29 고속도로를 달리고 그리고 고속도로를 벗어나 시골길을 꽤나 달려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데, 아니 이럴 수가? 주변엔 황량한 초지뿐이고, state park 입구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시골이길래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곳에 데려다주는 걸까? 구글맵으로 다시 목적지를 입력하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안내를 한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구글맵을 따라 목적지로 다시 이동한다. 드디어 목적지인 Indian Cave State Park에 도착했다. 공원 관리실 앞에 주차하고 관리실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아무도 없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은 드문 드문 보이는데 사람들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안내 표지를 따라 캠핑 사이트를 찾아 가봤지만 바리케이드만 굳게 닫혀있다. 이곳에서 1박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급히 RV parks 앱에 들어가 가장 가까운 곳의 RV Park을 찾아봤다. White cloud RV Park이 나타난다. 일단은 오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해보니 오픈한다고 한다. 다시 길을 잡고 출발했다. 가는 길이 무슨 도둑 산채를 찾아가는 길 같이 인적 드문 길이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렇게 얼마를 가서 해가 어둑어둑 질 무렵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긴 카지노가 아닌가?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RV park을 이용하고자 한다고 하니 서류를 내밀고 신상 정보를 작성케 했다. 그렇게 서류를 작성하고 이용료를 물어보니 공짜란다. (아마 카지노에 오는 손님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가 보다.  주차장 끝쪽에 10여 대의 RV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전기, 수도를 연결할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다.) 주차장 끝쪽에 위치한 RV Park에 차를 세우고 전기, 수도를 연결했다. 저녁을 준비하기 전에 카지노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이곳은 네브래스카주, 캔자스주, 미주리주 세 개 주의 경계선상에 위치해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에서 카지노를 하려고 오는 손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산하고 적막하다. 카지노 안으로 들어서서 둘러보니 슬롯머신과 딜러 대신 컴퓨터 화면상에서 가상 딜러가 나와서 하는 포커게임들이 있고, 빙고게임과 레스토랑과 뷔페가 있다. 위층은 아마 숙박시설이 있으리라? 주변에 게임을 하는 손님들은 노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변의 은퇴자들이 와서 즐기고 가는가 보다. 그리고 식당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인디언 원주민 조상들의 초상화 같은 것이 많이 걸려 있다. 아마 인디언 보호를  위해 인디언에게만 허가를 내준 카지노인가 보다. 그러나 종웝원들 중에 인디언이라곤 볼 수가 없다.  무언가 미심쩍은 의문들이 밀려온다. 이런 시골에 카지노?? 그리고 white cloud란 이름의 인디언 부족과 어울리지 않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왠지 영화에서 보던 암흑세계의 어떤 모습들을 상상해본다. 그래도 카지노란 곳에 왔다고 다들 몇 번 슬롯머신을 당겨 보지만 별 재미가 없는가 보다. 우리는 뷔페 쪽에 가서 안주할 만한 닭튀김 등을 몇 가지 사 가지고 RV로 돌아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정확하게 중간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때로 잘못된 목적지에 다다렀을 땐 다시 제대로 된 다음 목적지를 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오늘의 일과 비교한다면 너무 과장된 비유일까? 내일은 또 빌 클린턴의 고향 아칸소주 핫 스프링으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기에 모두 일찍 잠자리를 청한다.


온천물에 몸도 못 담그고 떠난 온천 국립공원 핫 스프링...

Hot spring 의 Bath House 모습들, Visit Center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일행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카지노 주위는 너무 조용하다. RV park엔 단 한대의 우리 차량과 주변 주차장엔 직원들의 차로 여겨지는 몇 대의 차량만이 주차되어 있을 뿐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 그대로다. 오늘은 빌 클린튼의 고향 아칸소주 핫 스프링이 목적지다. 장장 8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므로 피로가 꽤 쌓이겠지만 다음날 온천에서 그동안 여행에서 쌓인 피로를 마음껏 풀 수 있으리라.  우리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을 서둘렀다. 내비게이션에 미리 예약해둔 Hot spring KOA RV park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길을 나섰다. 카지노를 조금 벗어나자 비포장도로가 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나타난다. 포장도로가 나타날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정말 시골 중의 시골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I-29을 만나면  캔자스 시티를 지나 다시 I-49을 만나고, 다시 I-40를 만나 핫 스프링에 들어가게 된다. 오늘 우리는 네 개 주를 통과한다. 화이트 클라우드 카지노가 네브래스카주, 캔자스주, 미주리주 세 개 주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니 실제로는 미주리주와 아칸소주 두 개의 주를 통과하는 셈이다. 오늘은    멋진 풍광을 보는 일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아닌 그저 목적지를 향해 끝없이 달리는 일뿐이다. 목적지까지 아직 1시간 이상이 남았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도로 주변의 숲을 통해 비치는 석양의 모습은 장시간의 여정에 지친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목적지인 KOA RV park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온 천지에 깊게 드리워졌다. 서둘러 RV park 사무실로 찾아가니 이미 문은 닫혀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분명 안내문이 붙어 있으리라? 사무실 앞 게시판을 뒤져 보니 예약자인 나의 명의로 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몇 번 줄의 몇 번이란 표기문과 함께.. RV park 안내 지도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틀 밤 동안 우리의 보금자리가 될 위치를 찾아 나섰다. 우리의 위치에 차를 주차하고 늘 해 왔던 것처럼 수도, 전기를 연결하고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장시간의 주행에 모두가 지친지라 저녁식사를 마치고 샤워 후 모두가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금 굿모닝!!
이른 아침 , 모두가 어제의 피로는 가신 듯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그동안의 여독을 말끔히 씻어 내는 날이기도 하다. 핫 스프링은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이기에 여행정보를 얻기엔 visitor center가 제일 좋을 것 같기에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도심에 있는 visitor center로 향했다. Visitor center에서 몇 가지 정보와 팸플릿을 얻어 가까운 곳에 쭉 늘어선 bath house들을 방문했다. 우리는 온천욕을 할 요량으로 어느 배스 하우스 로비에 들러 문의를 했다. 문의 결과, 대중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은 화요일엔 영업을 하지 않고 프라빗 욕탕만 가능하단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지 않은 탓이다. 일행들에게 의견을 들어보니 모두가 프라빗 욕탕은 내켜하지 않는다. 프라빗이란 단어에서는 어색함, 그리고 그곳의 목욕 분위기에 대해 상상이 되지 않으니 모두가 내켜하지 않는 것 같다. 대중 모두가 함께 하는 온천이라면 옆사람 눈치 보면서 그렇게 즐기면 되련만, 상상이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가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온천욕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시내에 죽 늘어선 배스 하우스 건물들만 쳐다보다, 차를 주차해둔 Visitor center로 돌아왔다. Visitor center 주차장 앞에 있는 공중 수도 시설에서 사람들이 대형 물통을 몇 개씩 가지고 와서 물을 받고 있다. 이물도 온천수라서 사람들이 물을 받아 가나 보다, 우리도 차 안에 있는 갤런 생수통 두어 개를 가지고 와서 물을 받았다. 그러고 있는 중에 중년의 백인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Visitor center에서 받아 온 지도를 펼쳐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고 알려 준다. 우리는 친절함에 감사드리고 백인 아저씨가 알려 준 길로 차를 몰았다. 구비 구비 산등성이를 올라 정상에 다다르니 핫 스프링 도시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우리는 그렇게 온천에 몸을 담그는 대신 핫 스프링의 전경을 눈에 담는다. 다시 산을 내려와 핫 스프링스 마운틴 타워로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우리는 그 길을 갈 수가 없다. 소형차들만 갈 수 있다고 진입로에 안내문이 버티고 있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 보니 하룻밤 더 묵을 계획을 취소에서 며칠 밀렸던 빨래를 하고 점심 식사 후 떠나자고 한다. 중간에 들러 볼 곳을 찾아보니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가 눈에 들어온다. 일단 이틀간 예약된 RV park에서 하루를 취소해야 하겠기에 사무실에 들러 사정 이야기를 하니 “sure” 하고는 하루치 요금을 돌려준다. 멤피스의 RV park을 검색해 보니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 앞에 RV park이 있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마친 뒤 RV park 랸쥬리에 들러 며칠 동안 미뤄 두었던 빨래를 했다.  드라이어에서 갓 나온 뽀송한 빨래의 감촉은 늘 그렇게 기분이 좋다. 장거리 여행이지만 거의 모든 RV park이 빨래방과 샤워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기에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의 일정은 많은 아쉬움 투성이다. 여행 스케치로 남겨 본다면 회색빛이 도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이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우리는 점심식사 후 엘비스 만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엘비스의 집 문턱에서...그리고 My home으로...


멤피스로 진입하는 미시시피가의 긴다리, RV park 길 건너편 엘비스의 집 그레이스 랜드


2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하는 백야드 파티..

새로운 여행지로 떠날 때 나는 항상 기대감과 설렘을 갖는다. 재미있게 읽는 책에서 다음장으로 넘어갈 때의 기대감과 설렘 그런 감정과 유사하리라. 오늘 테네시주 멤피스 여행은 계획에 없었던 즉흥적 여행지다. 핫 스프링에서 일정을 단축하다 보니 조지아주 My home으로 가는 중간 경로상에  예정에도 없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의 집이 있는 멤피스로 정하게 되었다. 핫 스프링에서 테네시주 멤피스 까지는 I-40번 고속도로를 타고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지도상에 표시된다. 점심 식사 후 출발하게 되니 아마 오후 네시나 다섯 시쯤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은 어쩌면 시간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엘비스가 언제쯤 사람인가? 예순을 바라보는 우리가 유년 시절 몽땅 빗자루를 들고 엘비스의 흉내를 내지 않았던가? 이런저런 생각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말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테네시주의 경계에 다다랐다.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는 기나긴 다리를 지나 우리의 목적지 엘비스 프레슬리 블루버드 RV park에 도착했다. 바로 엘비스의 집 그레이스 랜드의 길 건너편이다. 사무실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정해준 우리의 위치에 차를 주차하고 길 건너편 그레이스 랜드로 갔다. 아뿔싸 , 이미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음날 10시에 오픈이랜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가까운 슈퍼 마켓을 찾아 저녁 찬거리 장을 봐서 RV park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상의한 결과, 그레이스 랜드 관람은 포기하자고 한다. 이곳에서 조지아주 우리 집까지는 7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레이스 랜드 관람 후 출발하면 너무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하므로 , 아침 식사 후 바로 출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 집에 도착한 다음날 애틀랜타 서쪽에 있는 크루즈 아메리카 지점에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아쉽지만 시간을 단축해야만 했다. 그레이스 랜드와 가장 가까운 곳에 우리의 잠자리를 정했으니 오늘 밤 꿈속에서 엘비스를 만날 것으로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역시나 세기의 유명인 로큰롤의 황제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 이제 집으로 갈 일만 남았다. 우리는 분주히 아침을 서둘러 조지아 My home으로 출발을 서둘렀다. 테네시주를 벗어나 미시시피주, 그리고 앨리배마주를 거쳐 조지아주 My home으로 간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오늘도 네 개 주를 통과한다. 나 입장에서는 23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기에 집에 대한 그리운 감정이 있을 것이고, 친구들 입장에서는 이민 와서 내가 사는 모습이 궁금하리라.  여행을 시작하기 전 친구들이 집에 오면 대접하려고 특별히 준비한 우리 집 특별식이 냉동고에서 잘 숙성되고 있으리라?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을 넘을 즈음 ( 조지아주는 북쪽을 제외한 지역은 거의 산이 없는 지형 특성으로 ‘ 서산마루에 해가 진다’는 표현은 무척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드디어 My home에 도착했다. 오늘은 1차적인 우리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기에 좀 더 의미를 가지기 위해 한국 소주를 판매하는 리커 스토어에 가서 소주도 사고 백 야드 파티를 할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 집 뒷마당에 내가 손수 만들어 둔 바베큐장 겸 야외 파이어 플레이스에 가스등을 켜고 모닥불을 지피고 준비를 서둘렀다. 드디어 나의 비장의 요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하여 ‘ 통 대나무 삼겹살 말이 구이’ ( 이 요리는 우리 집만의 특별식으로 이웃 한인들을 초대하여 맛을 보여준 요리로 1차적인 품평에서 ‘good’ 이란 평가를 받은 음식이다. 집 주위에 자생하는 대나무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 중 개발한 요리로 팽이버섯, 각양각색의 잘게 썰은 파프리카를 깻잎으로 감싸서 김밥처럼 와인에 숙성시킨 삼겹살로 말아 절반으로 쪼갠 대나무 통에 넣어 숯불에 굽는 요리이다. 대나무 통을 보호막으로 하여 숯불에 굽다 보니 타지도 않고 대나무 향이 베어 돼지고기 잡냄새를 없애 줄 뿐 아니라, 다 익은 요리를 잘게 썰어 내어 놓으면 비주얼도 좋고 야채의 건강함까지 곁들일 수 있어 좋다.) 23일간 내가 없는 동안 힘들게 가게를 지킨 집사람도 합류를 하고, 우리의 23일간의 1차적인 여정을 한잔의 소주를 곁들인 나의 특별요리 ‘ 통 대나무 삼겹살 말이 구이’로 마무리 지었다. 다음날은 내가 가게로 출근하고 집사람의 안내로 애틀랜타 서쪽에 위치한 크루즈 아메리카 지점으로 RV를 반납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3박 4일 일정으로 우리집 차를 이용하여 헤밍웨이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 키 웨스트로 나 대신 그동안 고생한 집사람과 우리의 여행 동지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키 웨스트까지는 편도 11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첫날은 플로리다주의 남쪽 끝 즈음에 있는 키웨스트와 가장 가까운 홈 스테이트란 도시에서 1박 하는 것으로 하고, 키웨스트에서 1박 ,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올랜드에서 1박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특히나 키 웨스트에서는 미국에 왔으니 의미 있는 1박을 하라고 에어 앤비에서 요트 숙박을 찾아 예약을 해두었다. 누추한 집이지만 친구들이 우리 집에 묵는 첫밤을 보내고 다음날, 집사람이 우리 차로 길을 안내하여 23일 동안 우리의 애마 겸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RV를 반납했다. 그리고 다시 키 웨스트로 향한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나 대신 우리 집사람이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기에 ‘우리’라는 용어 대신에 그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남쪽 끝에 있는 섬, 플로리다 키 웨스트로...그리고 작별

시계방향으로: 키웨스트 바닷가의 세여인, 헤밍웨이의 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세여인, 리틀 디즈니랜드에서의 일행
이 경로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필자가 직접 여행하지 않고 지금까지 함께 했던 여행팀과 집사람이 한 여정으로, 영상전화, 간간히 보내준 사진, 동영상을 바탕으로 구성했기에 여행의 충분한 감정을 실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일종의 사이버 여행 같다고나 할까?

플로리다로 떠나기로 한날 아침!!
나는 일하러 갈 준비를 서두르고, 집사람과 우리 여행 동지들은 플로리다로 출발할 준비를 서두른다.
집에서 플로리다에서의 첫날밤을 지낼 홈스테드까지는 장장 9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긴 여정이므로 아침부터 서두른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나는 가게문을 열기 위해 집을 나섰다. 키 웨스트, 헤밍웨이가 10여 년을 살았던 섬, 에메랄드 빛의 바다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미국에서 아름다운 하이웨이라 불리는 US 1번 하이웨이, 상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일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야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어쩌랴! 주어진 여건 자체가 우리 부부가 함께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것을... 아무튼 27일간의 미대륙 횡단 여행의 끝마무리 여행이기에 추억 가득한 여행이 되길 바랄 뿐이다. 저녁 일과를 마무리 지을 쯤에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홈 스테드에 잘 도착했다고, 가장 궁금한 것이 예약해둔 호텔의 환경과 상태이기에 어떠냐고 물었더니, 쾌적하고 좋다고 한다. 다행이다. 여행에 있어서 숙박시설은 여행의 즐거움을 업하거나, 다운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지금까지의 여행은 주로 RV에서 숙식을 하였기에 그저 그냥 편안함을 느꼈고, RV park이 오픈하지 않는 북부 지방에서의 숙소에서 다소 불편함을 느꼈던 숙소도 있었기에 쾌적하고 좋다는 말이 참말로 반갑다. 다음날은 장장 세 시간의 바닷길을 달리리라.
  또다시 새로 만나는 아침, 나는 이제 완연한 일상으로 돌아와 가게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지금 키 웨스트를 향한 기나긴 바닷길을 달릴 여행 동지들과 집사람이 궁금하다. 멋진 풍광들은 제대로 눈에 담고 있는지? 헤밍웨이의 집에서는 또 어떤 감상에 젖을지? ‘노인과 바다’의 소설 속의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은 어떤 상상으로 그리게 될지? 오늘 숙박할 에어앤비로 예약해 둔 요트는 어떤 모습일지? 영화에서 보는 그런 멋진 요트인지? 그렇게 궁금증을 내내 가슴에 담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사람과 통화했다. 헤밍웨이의 집도 구경하고, 키 웨스트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어렵게 에어앤비 호스트와 연락이 닿아 클럽 내의 요트 접안 시설에 있는 요트를 찾았단다. 요트 클럽 내에 있는 클럽의 각종 편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데... 요트는 별로라고 한다. 바퀴벌레도 꽤 많이 있고... 기대 이하라고 한다. 아뿔싸! 좋은 경험을 하라고 3일 중 가장 비싼 돈을 치른 숙박인데.. 이를 어쩌나!  괜스레 또 걱정이 된다.
 다음날은 6~7시간의 장거리 운전으로 올랜도에서 1박을 하고 디즈니랜드에 들러 돌아오는 일정이다. 올랜도에서 집까지는 6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오전 중에 디즈니랜드를 구경하고 늦은 저녁에서야 집에 도착할 것이다. 올랜도에서는 시간상 디즈니랜드는 못 가고 리틀 디즈니랜드를 구경하고 왔단다. 리틀 디즈니랜드도 나름 볼거리가 많았다고...
  하루를 더 우리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타러 집을 떠났다.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끝으로 우리의 긴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친구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박을 하고 인천으로 돌아 가리라. 27일간 함께 한 시간이지만 헤어짐은 또 아쉬움으로 가슴 한켠에 남는다. 그리고 이번 미국 횡단 여행에서 혹여나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더라도 멋진 추억만 가슴에 담아 주길 기대하면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본다.


에필로그


총 16개주를 거쳐 장장 6천여마일 ( RV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지아주 우리 집까지 4500여 마일, 우리 집에서 키 웨스트까지 왕복 1500여 마일) , 9600여 킬로미터 , 서울에서 부산까지 12번의 왕복을 하고도 남을 거리...
27일간 우리의 여정을 단순하게 숫자로 표시한 기록이다. 기록을 위해 여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거쳐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란 생각으로 우리의 여정을 애플맵을 통해 서치해 본 결과 위의 숫자로 기록된다. 어쩌면 이 기록 또한 우리의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우리의 여정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추억해 보면 아쉬움보다는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여행 동지들도 같은 생각 이리라. 다만 처음부터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는 여정이라, 마음에 드는 장소에선 며칠을 묵으면서, ‘이제 다른 장소로 떠나가 볼까? ‘ 할 때 떠나가는 그런 ‘방랑 같은 여행’이 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이번 여행은 17년간의 이민 생활에 있어 내게 커다란 ‘쉼표’인 셈이다. 함께 해준 여행 동지들에게도 무척이나 고맙고, 그리고 흔쾌히 23일 동안 내게 자유를 주고 혼자 고생한 집사람에게 너무 고맙다. 이제 예순을 코앞에 둔 나이, “떠나 볼까!”란 메세지를 던지면서 자주 ‘쉼표’를 찍어야 할까 보다. 늘 함께한 인생의 동반자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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