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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Dec 27. 2022

단 하나의 이론

살아남은 개체가 진화의 결과 된다.

 #단 하나의 이론 #윤성철, 노명우, 김응빈, 김학진, 김범준, 김경일, 박한선




올 해의 마지막 독서모임 책으로,

파인만에게 영감을 받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류에게 남기는 한 문장을 엮은 책이다. 


물리학자 파인만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원자론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단 한 문장으로 꼽았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시작하니 이것만 알고 있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이다. 


물리학, 우주, 진화. 

요즘의 화두가 과학이라서 그러한지 

한 명의 사회학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학자들이었다. 


사회학자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는 조금 진부했으나 

다른 분야들은 흥미로웠다. 


최근에 "듣똑라"의 이대한 진화유전학자의 진화이야기도 재밌게 들었는데 

이 책은 우주의 시작부터, 사회학, 세포 분열, 심신 일원론, 열역학, 욕구, 진화 순서로 나열되어 있지만

결국은 다 섞이고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왜 이렇게 행동하며,

세계, 생물, 인간의 진화는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인가에 대해 현재까지 발견한 것을 알려준다. 


결국, 진화에 대한 물음과 그 답인 것이다. 


김학진 신경심리학자의 "마은은 신체와 환견의 소통에 기원한다"와

박한선 신경인류학자의 "인간 정신은 진화의 결과다"는 

간단하고 직관적이면서도 많은 것을 함축했기에 인상적이었다. 


이타심은 결국 살아남기 위한 것이고,

"생존 혹은 번식상의 이득을 주지 못하는 형질은 진화할 수 없다."는 진실.

공동체에서는 이타적으로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또, 이대한 진화유전학자의 말처럼 

고학력자일수록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진화란 번식이 된 개체 안에서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쪽으로 진화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또, 김경일 인지심리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전염되는 욕구를 가진 

인간이 느끼는 욕구는 매우 모호하고 다양하다는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치판단이 포함되면서도 대체가 가능한 욕구이기에,

번식보다는 다른 영역들(일, 여행, 취미 등)에 관심이 더 많은 게 아닐까.  

더욱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원하는 인간의 특성은 

이러한 다른 영역으로의 대체를 강화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기에 현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번식은 딱히 필수가 아닌 듯하다.  

과거와 달리 발달된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서 최소한으로는 보호받기에

냉정하게 말해 아동은 더 이상 노동력도 아니고,

부모를 부양해야 할 미래의 자원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를 기르고 가족을 늘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생존에 불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음에도 출산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선진국의 중산층 이상과

경제적으로는 취약하지만 전통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는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 등의 

특정 사회적 계층에서만 제한적으로 인구의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흠 

그들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명할테니

그렇게 선택되는 것일까. 


열역학 법칙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이모저모 재밌게 읽었다. 




p.112

  더 흥미로운 사실은 공정성에 대한 반응이 간단한 호르몬 처치만으로도 바뀐다는 점이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주입받은 사람들이 불공정한 사람을 더 혹독하게 처벌하고, 공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더 너그러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 호르몬은 많은 동물연구를 통해 무리 중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욕구와 관련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주요 원동력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 각자의 존중받고 싶은 욕구들이다. 공정한 사회는 이미 결정된 어떤 특정한 상태가 아니다. 인정받고, 존중 받고 싶은 개인의 욕구들이 모여 서로 부딪히며 새로운 균형 상태를 찾아가는 힘에서 만들어진다. 


p.115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 내 구성원들을 위해 다양한 이타적 행동을 만들고, 그에 대한 결과로

사회적 보상을 얻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 속에서 생존과 번식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순수한 것처럼 보이는 이타적 행동 역시 일생 동안 사회적 제약 속에서 발달시켜 온 인정 욕구가 급박한 상황에 의해 촉발되는 고도로 자동화된 알로스테시스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p.117

  자기방어행동의 범위는 종종 나뿐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시키곤 한다. 한 예로,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자신과 유사한 사람을 볼 때 더 활성화되며 경쟁적인 타 집단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증가한다. 내가 속한 집단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경쟁적인 타 집단을 비방하고 공격하여, 내 집단의 지위를 높이려는 반사회적 행동은 과도한 인정 욕구의 발현으로 설명될 수 있다. 


p.121

  SNS 유명 인플루언서나 스타 유튜번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은 나의 사회적 지위와 사회적 적응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므로 그들의 말과 행동은 나에게 중요한 나침반이 된다. 예상했듯이,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은 나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과 나의 의견이 일치할 때는 활동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특정 대상을 향해 나의 자원을 집중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이와 반대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어든다. 심지어 혐오감마저 느낄 수 있다. 

......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외모가 다르거나 계급이 낮은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이 커졌다는 것은 생존과 사회적 인정에 집착하는 우리의 욕구가 과도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p.122

  이처럼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항상성의 불균형이 지속되는 상태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allostatic load 상태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 오랜 기간 노출된 경우, 괴롭힘을 피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노력하느라 식욕은 사라지고, 건강도 저하된 상태를 떠올려보자. 바로 알로스테시스의 우선권 분배 기능에 의해 자원이 한쪽으로 몰리는 불균형 상태가 고착된 상태이다. 

  ... 이렇게 고착된 불균형 상태는 이후에 경험하는 모든 정보들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이전에는 가볍게 넘겼을 스트레스도 이미 발생한 불균형과 연결되어 이를 더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 


p.123

  '과도한 함'이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며, '기대보다 큰' 보상은 모두 과도한 보상이 될 수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을 경험하면 쾌감도 크지만, 보상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기대 수준이 바뀐다는 것은 신체항상성의 기준점이 바뀐다는 것을 말하며 일종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높아진 기대 수준은 보상을 경험하기 전의 평범한 상태를 견디기 어려운 불쾌한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불쾌함으로 바뀐 평범함의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더 강한 보상을 갈구하게 만들고, 평범함은 점점 더 불쾌한 것으로 변해 간다. 


p.126

  최근 이론들에 의하면, 이때 신체 상태가 뇌가 예측한 상태와 다르면 예측오류가 발생하는데, 이 예측오류가 바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다시 말해, 감정이란 신체의 항상성이 깨졌거나 앞으로 깨질 수 있음을 감지한 뇌의 반응 혹은 신체항상성 불균형의 회복을 위해 조치가 필요함을 알리는 뇌의 알람신호라고 할 수 있다. 


p.130

  공감은 자기중심적인 감정이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때 나는 필연적으로 나 자신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경험을 재료로 사용한다. 사용할 재료가 다르다, 그 결과물도 다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잉다.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그대로 투사하는 것은 종종 공감보다는 폭력으로 나타나기 쉽다. 


p.130-131

  역설적이게도 자기중심적인 공감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의 감정에 더 집중하고 더 세밀히 살피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감각신호에 민감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더 유리하다. 

......

  타인과 공감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있었지만 좀처럼 사용되지 않던 내 안의 숨겨진 신경회로를 다시 일깨우는 일로서, 나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펴야만 가능하다. 


p.169

  동물들은 자기 욕구의 강도와 실체 감각을 모두 정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것으로는 대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이지 특이하다.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한 뒤 폭음과 폭식을 하는 때가 빈번하니 말이다. 이는 사람을 잃고 그 자리를 음식으로 채우려는 행동이다. 어디 그뿐인가. 일에 몰두하면서 그 허탈함을 채우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동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인간은 욕구의 강도를 인식할 수 있어도 그 실체를 파악하고, 욕구를 채우는 데 있어서는 매우 모호해한다. 하지만 이런 모호함은 결국 넓은 영역으로부터 채울 수 있는 대체물을 가져오는 데 절묘한 이점이 된다. 


p.182-183

  반면에 높은 사회적 위협 집단은 유난히 악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독창성이 우수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배신의 정도가 큰 사람들은 아이디어 수가 적어도 그 정도가 매우 악의적이고 기발했다는 것이다. 즉, 더 좁은 시야로 그 시야 내에서 악의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직전의 분노가 다음의 무관한 일에도 전염된다"는 표현을 쓴다. 


p.186

  바쁜 사람은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

 인간의 욕구란 그저 충족되는 투입의 개념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욕구의 크기를 적절하게 줄여주는 그릇의 개념으로도 살펴봐야 한다.


p.186-187 

  좋아함like과 원함want의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명확하고 분명하다는 점이다. 

......

남이 가진 것을 보고서, 나 역시 그것을 원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해 '저것을 가지면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풍선 줄을 이내 놓은 아이처럼, 간절히 바라서 손에 넣었지만 실제로는 나이게 큰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허탈해질 때가 어디 한두 번이었는가! 재산이든 지위든 혹은 사람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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