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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Nov 08. 2024

시간이 흐른다는 것

도서관에서 보던 얼굴들이 하나씩 사라질 때 

회의를 끝내고

오랜만에 친구와 전화하기 전에 마실 음료수를 사러 나간 김에

도서관까지 걸었다.


작년 이맘때

자소서, 시험, 자소서, 시험과 면접에 

엄청난 불안감과 함께 매일 갔던 도서관이다.


11월이 가까워지니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다시 오기도 하고 

영영 오지 않기도 하던 사람들을 보면서

묘했었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기를

염원했던 것을 이루기를 바라면서도

내가 저들보다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난 더 집중했고

오래 앉아있던 것 같은데 

뭐였을까.

생각하다가 

그래 노력하면 다 된다는 신자유주의와 그릿에 빠지기엔

난 지나치게 비주류적인 인간이다. 


'알잖아. 

불공평한 삶을.'

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냉소에 모든 것을 비웃으며 멀어지지 말자고 하다가도

결국 헛웃음을 치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일 갔었고,

지난달 초까지도 주말마다 갔었는데

요즘은..... 어후 

안 그만두는 게 어디냐 싶고.


이번주 내내 감기로 열감이 있으니

정말 뭐 하나 싶다. 

생리통에 두통에 열에 

팀원은 가르쳐야지 

내가 조교도 뭣도 아닌데....... 또 이러네 싶다가도

잘 따라오는 거 보면서

지금 배운 것이.... 대학원에서도 안 가르쳐주는 기술인 것을 알까?

이런 선배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내가 안 이러고 있을 건데......

하는 마음을 알까?

ㅋㅋㅋㅋ 

하다가 또

내가 뭐라고 잘해오고 싶은 가 보다 생각한다.


그래, 이렇게만 해줘도 

칭찬받고 싶어 하고 

열심히 하는 데

참, 환경이 뭐라고

지난 조에서는 그렇게 입을 다물던 사람들일까.

그냥 남인데도

잘 따라오니깐 

예뻐 보이던데

난 왜 그런 취급을 받은 걸까 싶고

그냥 복잡하다.


프젝 사이즈 누가 봐도

논문 2갠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의도 12월 첫 주까지 하면서.. 3시 반에........ 끝낸다고 말만 해주시면서.. 웹사이트 다 만들라니

머리가 빠개진다..


헛소리하는 한 명 때문에

위도 쓰린 와중에

왜 내가 사서 이 고생을 하나

논문을.......... 다른 분야여도 

배운 게 어디 가지 않아서 다 판단하는데

이런 내가...... 참 

흥미도 뭣도 없는 여기서...ㅋ


도서관에는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 다 없어졌고

올초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남자 1명만 있었다.


왜 나만 여기 고여있는 것 같을까.

나는 도대체......... 어쩌려고 이럴까.


진심 조장 아니었으면 때려치웠을 거 같다.

근데 또.... 회의는 왕창하고

하...........

끝은 내야겠고

이런 내가 진짜 피곤하다.


........ 면접 보셨던 강사님께

연락하고 싶다.


하 돌겠네 진짜

전화해서 뭐라고 하냐고.

흥미가 없다고..?ㅋㅋㅋㅋ

잘 써진 논문은 여전히 즐겁지만

궁금한 게 없다고 여긴?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만나보니

알겠더라,

내가 상당히 많이 이미 배운 상태였다는 것을

그래서 너무 아깝다.


뭐 사실 포기할 때도 아까웠지.

근데 요즘은 시야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여기서 뭐하는지 더 모르겠는 느낌..?

그렇다고 코드를 잘 짜지도 않고

cs지식이 철썩 붙지도 않는다. 

다만, 이 분야는 생각보다 근거와 일정이 지배하는 데 

아마 부품의 단계가 아니어서겠지만,

아이디어와 뒷받침하는 근거를.........왤케 다들 하여간 좀 다르다.


이건 대학원때도 그랬으니,

여기서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아직까지 아쉽다. 

내 몸도 마음도

주변도 그냥 다 아쉽다.


........재미.......를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지가 난제다. 

바빠서 그것도 고려사항이 아니게 될테지만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그렇게 살기 싫어서 나왔는데

또 다시 반복이라니..

아직은 그냥 너무 몰라서 그런 것일꺼라고 생각해본다..


너무 두서가 없었는데

그냥 

고여 있는 거 같아도

나름 바쁜 계절을 보내왔다는 건 잊지말자고 내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어쩌겠나 

돌아돌아 가는 게 

내 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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