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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물질 Sep 10. 2024

아빠를 보며

2024.09.10

아빠는 4년의 투병을 너무 잘 견디고 있었다. 

갑자기 노래지던 아빠의 얼굴은 어느새 야위어 이제 거의 뼈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우리는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번달에는 하루하루 견디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아빠 얼굴이 노랗게 변해있었다. 

저번달에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었는데, 아빠는 담도암이라고 했다. 

수술 성공 확률도 희박했지만, 아빠는 그 수술을 견디셨고, 우리는 항암을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가 괜찮아서 암보험마저 변경하려고 해약한 상태였다. 


아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빠가 무너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장례식에서도 아빠는 울지 않았다. 

무너지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웃기는 아저씨였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저릿하게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다. 


그런 아빠가 허공을 바라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아빠는 화도 많고, 짜증도 많았다. 

투병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렇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빠가 다정하다. 정신이 없는데 지금 뭐 하는지도 모르는 거 같은데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나를 다정하게 부른다. 

이상하다. 

아빠가 아니다. 


오늘 나는 왕진의사를 알아보고, 동생은 욕창매트를 주문했다. 

주요 구매연령은 40~50대 

동생은 오늘 출근길에 정류장을 2번이나 지나쳤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무게가 무거운 것을 알지만 오늘 우리에게는 왜 이렇게 이른 무게가 찾아온 건지 모르겠다며 동생과 웃으며 울었다. 


나는 아빠 때문에 많이 고통받았다고 그래서 아빠에게 많은 사랑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냥 나한테 한 번만 더 잔소리하고, 아빠의 철학을 설명하는 강의를 해줬으면 좋겠다. 

있지도 않은 고민 만들어서 아빠랑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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