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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이유 (f. 윤과의 대화

로맨스 스캠, 김치 먹기 시작하는 나이?, 특정 이념과 편향성 등등등

이것은 괴불노리개를 대만에 판매할 기회를 만들어준 대만 친구 윤과 얼마 전 만났을 때의 이야기. 얼마 전 옛날이야기들을 쓰며 내가 이야기를 쓰고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풀다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 큰 영향을 준 친구를 최근 만나서 한 이야기를 같이 써보기로 했다.


https://www.instagram.com/taicountry


윤(Yun)을 소개합니다

윤은 태국에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가 같이 일하던 동료 교사와 결혼한 뒤 10여 년 정도를 태국에서 살아온 대만 친구이다. 내가 2018년에 치앙마이에 머물며 괴불노리개 워크숍을 할 때 워크숍에 참가한 뒤 친구가 되었다.


그 후 2021년부터 윤은 치앙라이에서 살면서 타이타이(泰太), 한국어로 치면 '태국댁'이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를 해왔고, 팟캐스트에서 나와 괴불노리개 이야기를 소개해준 덕에 대만에서 괴불노리개가 판매되기도 했고, 대만 팔로워 분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다.


참고로 윤의 팔로워들이 잠자기 전에 들으면 기분 좋다고 할 정도로 윤은 목소리가 좋고 딕션이 좋다. 중국어를 잘 모르는 나와 친구도 들으면서 딕션이 좋다고 생각했을 정도. 만다린(중국 표준어)을 공부하는 분들께서는 들어보시길 강려크하게 추천합니닷.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의심과 믿음의 균형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지난 5월부터 나는 치앙마이에서 머물고 있는데, 6월 말, 치앙마이에서 4~5시간 거리에 있는 치앙라이 주 매싸이라는 지역에 사는 윤이 치앙마이로 잠시 여행을 왔다. 그런데 그녀가 치앙마이에 오기 전, 대만에서 다시 괴불노리개 주문을 받아 대만으로 보내게 되었다.


3년 전 윤이 대만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할 때 구매한 구매자 중 한 분이 노리개를 잃어버렸는데 다시 구입할 수 없겠냐고 윤에게 문의를 줬다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에, 마침 괴불노리개가 좀 있어서 혹시 대만에서 노리개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글을 올렸는데, 그동안 팔로우를 해주시던 대만 분들로부터 생각보다 더 많은 주문이 들어와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감동을 살짝 후두려 패는 웃픈 일이 있었다. 이때 구매자들에게 괴불노리개 대금은 페이팔로 받은 뒤 인스타그램 DM으로 주소 등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한 분이 "개인 정보를 달라고? 이거 혹시 사기 치는 거 아니지?"라며 경계를 해온 것이었다.


� 사기 아니니 걱정 말라고 했더니 그분은 '대만에 요즘 사기가 많아서 내가 예민해졌다, 미안하다' 며 사과했고, 치앙마이에 온 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대만에 요즘 피싱 같은 사기가 많아서...' 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윤의 팟캐스트 에피소드 중에는 태국에 온 중국 피싱 사기꾼들을 다룬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괜찮아, 이런 사기는 한국에도 많아서 이해가 돼. 아마 요즘 전 세계 다 그럴걸?" 그러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라인,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등으로 받은 다양한 스캠을 '소개(?)하며, 로맨스 스캠은 메신저에 따라 수법이 크게 나뉜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마침 인스타그램의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보통 피드의 사진을 하나 골라 보내면서 오그라드는 번역기 말투로 '오우 이 아름다운 풍경에 나오는 곳은 어디예요우?'하고 알려달라고 한 뒤 주저리주저리 말을 이어간다.


진짜 어쩜 이렇게들 똑같은지, 학원 다닌 줄 알았다 이놈들아

이제는 나도 익숙해져서 놀려보기로 하고 혹시 템플릿을 샀냐고 물어봤는데, 다음날 '네? 그케 무쓴 소리에요우?'하고 답장이 오길래 '너 같은 사기꾼 많이 봤다 아이가'라고 답했더니 이 놈이 계정을 아예 삭제하고 빤스런을 쳤다.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사기는 돈도 돈이지만 사람의 외로움, 결핍을 파고 들어와 사람의 믿음을 저버리고 평생 가는 상처를 주는 것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만큼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거에 속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내가 저 로맨스 스캠 문자 받은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로맨스 스캠', '라인 스캠' 등의 검색어로 들어오는 걸 봤다. 그리고 나도 대화를 나눠보니, 힘들고 외로울 때 다정하게 말을 계속 걸어오면 점점 마음의 문을 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나는 한 가지만 생각하며 차단한다. 세상에 공짜 호의는 없으니 본 적도 없는 사람의 말은 의심을 먼저 해보는 게 낫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것. 하지만 또 모든 게 사기는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진짜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긴 하다.


어렵다. 하지만 기술 발달의 편리함이 불러온 부작용이니,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상 감수하고 안고 가야지 별 수 없다. 그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차라리 이렇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나는 건 내가 요즘 생각한 것.


음, 암튼 이런 걸 말해보고 싶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처음 윤은 팟캐스트로 자신이 살고 있는 태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자신과 같이 해외에 사는 대만인들을 인터뷰하는 콘텐츠도 만들기 시작했고, 내용을 발췌해 인스타그램 릴스로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는 결혼 후 한국에서 사는 대만 여성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내가 이번에 만났을 때 이와 관련해 물어보자 윤이 신기하다며 물어왔다. "한국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김치를 먹는다며? 맵지 않나? 하고 놀랐는데,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부터 먹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해서 아하- 싶었어." (여담으로 김치는 생후 12개월부터 먹어도 된다고 한다.)


이를 듣고 '나는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더라?'하고 생각해 봤다. 아마 기억도 안 날만큼 어릴 때부터 먹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대신 한 일본 친구도 '한국 사람들은 언제부터 김치를 먹기 시작해? 애기들은 못 먹지 않아?'라고 물어본 것과, 영국에서 한국 민박집에서 묵었던 또 다른 일본 친구는 '와- 민박집 아침 밥상에 김치찌개 올라오는 거 보고 놀랐어. 어떻게 아침부터 김치찌개를 먹어? 배탈 안나?' 하고 물어온 게 기억났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거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이런 이야기가 오조오억 개가 쌓였는데, 하나씩 사부작사부작 풀어보고 싶다.




균형잡힌 다양한 정보를 접하길 바라며


윤은 치앙라이에 있는 매싸이라는 지역의 중국어 학교에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가 태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과거 국공내전이 끝난 후 중국에서 패배한 뒤 대만으로 도망가던 국민당 잔당들 중에는 태국, 미얀마 등에 정착한 사람들이 꽤 있는데,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는 지역인 매싸이도 그런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윤이 말하길, 매싸이에 사는 중국계 가정 아이들은 학교를 하루에 두 번 간다고 한다. 중국계라는 정체성과 만다린(중국 표준어)을 잊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데, 이들 학교는 태국에서 정식 학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태국 학교에 갔다 온 뒤에는 만다린으로 수업을 하는 학교에 다시 가서 공부하는 식으로 학교를 두 번 가야 한다고 한다.

https://www.inthailand.travel/mae-salong/

이렇게 하루에 학교를 두 번 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대만의 NGO에서 윤과 같은 선생님들을 보내주는 등의 지원을 해주는것도 있어 만다린으로 공부를 할 수 있고, 탁 트인 자연 속에 살 수 있는 태국에서의 생활을 더 선호하는 윤이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만에 돌아가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유는 태국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이념을 강조하는 것.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좀 어려운데, 치앙마이에서 극장 같은 데 가면 국기의 경례 비슷하게 시킬 때면 살짝 어리둥절할 때가 있었기에, 윤의 고민에 공감이 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언론 등에서 편향된 정보를 얻고 휘둘리는 거는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나도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 정보에 속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무서워질 때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생각해 봤을 때, 정답은 없다,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찾으며 크로스 체크를 하며 정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 밖에.



나의 경우는 내가 벌인 일들 덕분에 이렇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꽤 얻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드는 게 좋고, 가능하다면 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알게 되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계속 실패하고 자신이 없어져 '내가 할 수 있을까? 안 되겠지?' 하고 포기하려던 때에 나의 이야기를 대만에서도 알게 해 주며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믿어준 윤이라는 친구를 이번에 만나 다시 한번 이야기를 써보자 하고 브런치에도 이렇게 다시 써보게 되었고, 이번에는 옛날이야기 말고 요즘의 이야기도 같이 해보자는 생각에 이 글을 먼저 쓰게 되었다.



윤과 같이 다녀온 곳들, 소소한 이야기들은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길.



#peaberrysoop #한국 #태국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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