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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

Seeing the familiar in a new light


You, open my world

1.

몇 주 전, 카페에 갔는데, 근처에 사신다는 태국 중년 여성이 말을 걸었다 (나는 지금 치앙마이에 있다). 영어를 약간 할 줄 알았던 아주머니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인이라고 묻길래 내가 자신이 처음 이야기 해보는 한국인이라며, "You, open my world"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누군가가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그것도 글로벌이라는 단어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아주머니로부터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편견 반성합니다)


2.

이 말을 듣고 전에 베트남 친구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베트남 여행 중 만난 친구 슈가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그녀에게는 동남아를 벗어난 생애 첫 배낭여행이었는데, 독일에 도착한 슈가 문자를 보내왔다.


“언니 있잖아, 여긴 밤에 오토바이 소리가 안 들리는데 너무 신기하고 어색해. 베트남에 비하면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워!” (* 참고로 베트남에서는 한국어 unnie라는 단어를 흔하게 쓴다고 한다)


서울의 흔한 11월 풍경


처음엔 밤에 조용한 게 뭐가 신기하단 건가 싶었는데, 오토바이가 24시간 골목골목을 다니고 자정이 넘어서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불야성의 베트남을 생각하니 ‘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슈: “빨간 나뭇잎이랑 노란 나뭇잎도 정말 신기해.”

나: “베트남에는 단풍이 없어?”

슈: “없어, 베트남은 1년 내내 여름이잖아. 온통 초록 초록 초록뿐이라고! ㅎㅎ 너무 예쁘고 신기해! ”


예전에 안국동 길거리에서 영상을 찍었는데, 은행잎을 모아다가 뿌리며 즐거운듯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담긴게 기억에 남아 캡쳐를 해봤다


그리고, 그런 감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슈의 들뜬 문자를 보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길거리의 은행과 단풍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익숙한 것을 다른 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롭게 느끼는 신기한 경험. 새로운 환경을 만났을 때와 같은 설렘, 무던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자극이 느껴졌다.


3.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건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인것도 있지만, 나에게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영감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간접 경험을 보충하는 게 필요한것 같다. 내가 쓰는 이야기들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역할을 하는 문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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