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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에 Dec 29. 2021

2021을 보내며

글을 하나도 쓰지 않은 2021을 반성하며...

브런치를 만들어둔지 벌써 2년이 된 걸 지난 글들을 통해 알았다. 그마저도 글로 무언가를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거다. 기록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잊히기 마련이라, 올해 첫 글이자 마지막 글로 회고글이라도 남겨두려 한다! 그래도 아직 2021년이 가기 전이니까!




1. 경제

원래 경제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정말 무지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전세 계약이 다 되어가서, 새로운 계약을 위해 알아보니 같은 집인데도 2년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너무 컸다. 그 숫자를 보고서 '아 정말 내 근로소득만으로는 충분치 않구나'를 느꼈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아주 조금씩 주식이나 펀드를 해보기 시작했다. 단기적인 수익률이나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건 아니라 수익률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어려웠던 용어들이 조금이나마 익숙해지는 걸 느끼면 아 내가 그래도 나아가고 있구나 위안 받게 된다. 여전히 세상에는 배울 것들이 참 많고 어렵다는 걸 느꼈지만 이대로 가만히 성장하지 못하는 게 더 두려워서 계속 차근히 공부할 생각이다.



2. 이직

올해 초, 어느 날 갑자기 링크드인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기업이라 처음에는 '사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시 나는 만 3년 차 정도의 주니어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리쿠르팅 담당자분은 이직 의사가 있냐고 물었고, 포트폴리오를 넣어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당시 급하진 않았지만 이직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긴 했던 터라 준비되어있던 포트폴리오를 기업에 맞게 손보고 지원했는데 서류 합격, 1차 합격을 줄줄이 하더니 결국 최종 합격했다. 얼떨떨하게 연봉협상까지 마치고 이전 회사는 딱 1년을 채우고 퇴사했다.


5월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후 티타임 하며 들었는데, 무작위로 컨택이 왔던 게 아니라 팀장님의 요청이라고 했다. 당시 링크드인에는 2년 스타트업 근무 후 현 직장 재직 중 딱 이 정보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나를 콕 집으셨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지만 덕분에 좋은 회사에서 정말 좋은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또 감격스러웠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일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감정 변화가 조금 무딘 편이다.) 주변에 이야기하니 너무 잘 되었다며 축하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무척 좋아했다. 아무래도 딸이 무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의 세계에서는 회사 이름 말했을 때 아는 회사!라는 존재감이 참 큰 것 같다.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하니 나도 행복했던 순간들.



3. 피아노

아주 어렸을 때 꿈이 피아니스트였다. 여러 이유들로 한동안 접어두고 살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취미로 이어오고 있었는데, 2020년 회고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21년에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두고 꾸준히 준비했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간 대학원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고 특수 대학원(야간) 위주로 리스팅하고 한 군데 지원했다.


서류를 내고 입시 실기 시험을 치르는 그날까지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다. 조금 얼떨떨한 기분. 택시에서 내려 캠퍼스 정문 앞에 서고 그 안으로 걸음 옮길 때야 '와 내가 정말 다시 학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그것도 본업인 디자인이 아닌 피아노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길이긴 했지만 언제나 확신이 없던 길.


연주는 자유곡 빠른 악장으로 한 곡을 치고 교수님들과 간단히 이야기하는 식이었는데, 연주를 들으시고는 전공자가 아닌데 이렇게 잘 쳐요? 하는 말을 해주셔서 정말 믿기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냥 예의상 해주신 말씀이 아닐까 생각하긴 하지만. 아무튼, 걱정했던 것에 비해 아주 다정하셨고 또 이후의 결과 발표에서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내년 3월부터 다시 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사실 취미와 전공은 큰 차이라 또 난관들이 많이 있겠지만 언제나 시작은 설레는 법이니까. 5학기 이후에 진짜 전공자로 졸업하는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4. 그 외의 성과들

프로젝트 론칭

5월에 입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중 한 가지는 올해가 가기 전에 릴리즈 되어 오픈했다. 아직 좀 더 고도화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앱에 내가 설계하고 디자인 한 화면이 사용된다는 건 언제나 벅찬 일이다. 내년에도 꾸준히 고도화시키며 프로젝트 담당자로의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


두 번의 연주회

한 번은 학원에서 개최하는 연주회에 쇼팽의 폴로네이즈를 연주했고, 또 한 번은 3명이서 한 기획 연주회에 베토벤 소나타 2번 전악장을 연주했다. 둘 다 암보를 해야 하는 일이었고 심지어 베토벤 전악장은 혼자서 20여분을 4악장까지 연주해야 해서 부담이 컸는데 몇 구간을 까먹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그래도 완곡함으로써 귀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을 내가 만드는 음악으로 채워간다는 것, 분리된 악장이 아닌 곡 전체를 볼 수 있었던 것. 나중에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다.






사실 하고 싶은 것들은 더 많았는데 어찌저찌 눈앞의 것들에 집중하며 살다 보니 놓친 것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일도 그렇고 독서나 운동도 그렇고. 피아노도 좀 더 연습해야 하고 외국어도 공부해야 하는데. 아쉽게 지나간 올해를 뒤로 하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는 와중이지만 유난히 사람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된다.


웹 페이지에 올라와있던 나를 알아봐 준 지금의 팀장님이나, 우연히 가게 된 피아노 학원에서 2년 동안 함께하며 결국 대학원 합격이라는 목표에 골인하게 이끌어 주신 피아노 선생님, 언제나 아낌없는 믿음과 위안을 아끼지 않는 연인과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다가오는 22년에는 올해 하지 못했던 일들도 차근히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올 한 해도 수고했고, 내년에도 힘 내보자. 언제나 배우고 나아가는 삶이기를.





표지 사진 : 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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