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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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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브라운 Jun 26. 2018

2018 국제 도서전 두 번째 날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신기하네,
네이버를 켜니 검색창 위에 저런 게 뜬다. 

네이버에 내 이름과 생일 축하 메시지가 뜬다

내가 정보를 입력해뒀으니 생일을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신기하네. 감사하게도 아침부터 여기저기에서 생일 축하 연락을 받았다. 가까운 사람들, 또 오랜만에 연락이 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감사하다는 답을 하고. 그냥 이런 게 좋은 것 같다 생일은. 오랜만에 연락할 수 있는 빌미가 되어 준다. 가족 식사는 지난 주말에 미리 해둔 터라 오늘은 미역국도 케이크도 모두 생략, 일어나 보니 엄마 아빠는 모두 나가고 안 계셨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 동생을 만나는 날이라 코엑스에 갔다. 다양한 생각을 거침없이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 

러쉬 포장 패키지 예쁘네요

하필(?) 만나는 날이 생일 당일이라 감사하게도 선물을 받았다. 고마워. 포장도 너무너무 예쁘고 마음에 쏙 들었다. LUSH에 대해 잘 몰랐는데 '수제', '친환경', '동물실험 반대', '공정 무역' 등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착한 브랜드라고. 선물과 함께 들어있는 완충제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물에 녹는 '콘보이'라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면 된다고 알려줬다. 오매 오매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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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H에 대해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러쉬로 검색하면 제일 위에 뜨는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너무 웃기다. 나무 위키 이거 뭐임.  https://namu.wiki/w/러쉬(화장품) 심지어 목차부터 웃김, 8번에 '여담'. 여담 뭐야 여담. 크크크. 빼곡한 정보들 사이로 중간중간 작성자의 사적인 의견이 들어가거나 혹은 자극적인 설명이 첨가돼서 재미있다. 
바로 이런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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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일의 먹을 수 있는 부분만 발라내어 그대로 갈 거나 즙을 내어 제품에 그대로 때려 넣은 제품이 많다. 말로만 피부에 양보한다는 모 국내 브랜드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식품을 마구마구 넣는다.
('말로만 피부에 양보한다는 모 국내 브랜드'부분을 클릭하면 스킨푸드 나무 위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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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기준으로 영국 러쉬에 파라벤 관련 문의가 엄청 많았는지, "파라벤이 진짜 안전하긴 하지만 너네가 빼 달라고 해서 뺐음. 아, 물론 우리는 친환경 브랜드니까 언젠가는 합성 원료인 파라벤 다 빼버리고 물건 만드는 게 목표임"이라는 내용의 공지와 함께 일부 제품의 파라벤을 제거하여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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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고, 잘 맞는 천연 재료가 있다면 러쉬의 제품을 고르는 게 탁월한 선택이다. 일단 다른 화장품 회사처럼 태평양에 벌 한 마리가 빠지면 꿀 바다인 것마냥 천연 재료를 병아리 눈물만큼 넣고 생색내지는 않는다. 러쉬는 당사의 철칙으로 인공 화학 성분을 배제한 덕분에 성분 표기가 짧고, 읽기 쉬운 편이니 꼼꼼히 읽어 자신에게 맞는 성분의 함유량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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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제품은 기본적으로 용기 제공이 되지 않아 용기까지 비싼 값 더 주고 사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게 친환경 컨셉인지 불편함 컨셉인지 기분이 오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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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들어서는 해외직구&구매대행 등으로 타격을 상당히 입은 모양인지, 주말마다 온라인에서 미처 팔리지 못한 크리스마스 한정 제품 등의 악성 재고를 떨어내는 사은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나무 위키 재밌네. 크크크. 

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도서전에 들렀다. 오늘은 친구가 이벤트홀에서 강연을 한다기에 들렀다. 어제도 왔었지만 대강 한 바퀴 돌면서 다시 구경을 했다. 

<윤에디션>의 책 읽어주는 남좌

 인상적이었던 부스, <윤에디션>

《 In Light 》라는 책이 흥미로워서 들춰봤더니, 사진 속에 계신 분께서 한 장 한 장 정성껏 들춰서 안을 보여주셨다. 신기방기한 이 책은 뒤에 빛을 비춰서 보는 책인데, 설명이 불가하다. 직접 봐야 한다. 나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연신 "우와 우와 장난 아니다 우와"를 연발했는데, 덕분에 가지고 오신 다른 책들도 한 장씩 넘기며 읽어주셨다. 엄청 다정하심. 읽어주신 나머지 책 두 권은, 지난번 그림책 서점에 갔을 때 봤던 책이었다. 어쩜 신기하게도. 두 권 다 좋은 책이라서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역시. 다시 봐도 좋았다. 감명 깊게 본 《 In Light 》는 아직 출간 전이라서 샘플북만 있었다. 7월 이후 출시 예정이라고 하시는데, 기억하고 있다가 한 권쯤 소장하고 싶다. 소장 가치 오만 퍼센트. 




친구가 강연을 했다. 책만남홀 2, 가장 작은 강연장이라고 했다. 전 날 친구의 와이프와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친구가 와이프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강연장에 20석 정도 의자가 마련된다는데, 자리 모자라면 어떡하지?" 친구의 와이프와 내가 같이 웃었다. 아직은 유명한 사람도, 회사도 아니니 '사람이 너무 안 오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하는 게 보통일 텐데, 친구 특유의 낙천성과 담대함이라니. 그 단단한 믿음이 지금까지 친구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큰 힘이었다는 걸 알아서, 같이 기분 좋게 웃었다. 

친구의 예상과는 다르게(?) 강연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속이 좀 상했다. 친구 생각을 하니 더 속이 상했다. 친구는 연신, 차라리 잘 됐다며 부담 없이 간단히 정리하고 끝내겠다고 말했다. 속이 상했지만 크게 손뼉 쳐주고 친구가 그동안 해 온 일에 대해 들었다. 멋지고 대단하다. 항상 느끼지만 참 대단하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과 뚝심이 늘 존경스럽다. 여튼 강연을 마치고 친구는 또 새로운 미팅을 하러 떠나고, 우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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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친구는 분명 평소처럼 웃었는데, 괜찮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래 보였는데. 나중에 친구 와이프와 연락을 하다 알게 되었다. 그날 친구는 속상해했다고. 전혀 괜찮지 않아 보여서 자기가 괜찮다 괜찮다 해줬다고. 아이고. 와이프도 대단하고 친구도 대단하다.

그러게, 괜찮을 리가 없지.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괜찮다고 말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 남의 일에는 자꾸 '그래도'를 붙인다. '그래도' 하나씩 돼가고 있잖아, '그래도'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래도' 결혼을 해서 좀 안정적이잖아, 같은. 상대에게는 어떻게든 될 만한 이유를 끌어다가 붙이면서, 나에게는 참 박하다. 나 스스로는 안 될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의미 없는 패스는 없대" 세랑 작가님의 《이만큼 가까이》에 나오는 대사를 건네 보았다. 나에게, 친구에게. 언제나 화이팅.  

이걸 읽는 누군가가 친구가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할 수도 있으니, 사이트를 소개해 봅니다. 강연의 제목은 [책 저금통 캠페인 사례 발표]였답니다. 
http://www.vmpictures.com/index.html



강연을 들으러 오셨던 목사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목사님은 나에겐 특별한 분이다. 그런 책 제목이 있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목사님께 받는 마음은 항상 저 문장 그 자체였다. 나에게 보여주시는 믿음과 사랑이 굳이 따지자면 '부모님'보다는 '하나님'쪽에 가까운 느낌. 무한 지지와 응원이다. 여튼. 

캘리포니아피자키친, 줄여서 CPK라고 부른다네

맛있는 저녁을 대접받고, 부랴부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오늘 약속이 3개. 피곤하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 시간이라서 기꺼이 기쁘게 움직였다. 몸도 맘도 가볍네. 




삼성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가야 한다. 퇴근 시간의 2호선을 탔다. 아오 빡센 지하철.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투고의 왕도》 오 마이 갓. 이 매력적인 제목의 책을 쓰신 작가님의 저자 강연회에 당첨되어서, 열심히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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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둔다고 서둘렀는데도 몇 분 늦어버렸다.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간 5층 강연장은, 헛.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또 거기에 앉아 있는 독자들의 연령도 놀라웠다. 다른 저자 강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나이대의 독자들이었다. 젊은 사람이 반쯤 되려나,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이 계셨다. 우와. 우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유명 작가도 아니고 편집자 출신 작가의 첫 번째 책인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들 많이 왔을까. 나도 이렇게 저렇게 알고 갔으면서. 허허. 그만큼, 지금은 누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시대라는 반증. 신기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위기감(?)이 몰려왔다. 하.  

책의 제목만큼이나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본격적인 강연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불끈불끈 올라오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나긋나긋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의 작가님께서는 첫 저자 강연회라 그러신 지 정말 정성껏 강의하셨고, 질문에 답변하셨다. 7시에 시작된 강연은 9시 30분도 넘어서 끝났다. 진짜 많은 질문을 받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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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연회나 북 토크에 가서 한 번도 제대로 손을 들고 질문해 본 적이 없다. 원체 질문 같은 게 없는 사람이다. 평소에도 누구의 말이나 생각을 되도록이면 '이해하려는 쪽'으로 머리가 움직인다. '궁금해하는 쪽'으로는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도 참 신기한 노릇. 게다가 내가 이 질문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무엇이 궁금한가 보다 그럴싸한 질문이 뭐가 있을까 쪽으로 머리가 움직인다.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자리에서건 손을 들고 질문하는 사람들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이번 강연회에는 유독 질문이 많았는데, 아니 뭐 저런 질문을...?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예의 없는 질문도, 성의 없는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님은 정말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어떤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내가 느끼기에 정말 예의 바른 대답을 해주셨다. 사이사이 꿀팁들을 끼워 넣어서. 

강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몇몇 사람이 앞으로 나갔다. 아직 못다 한 질문을 건네는 사람, 자신의 원고를 봐줄 수 있는지 부탁하는 사람들 뒤로 줄을 섰다. 책에 사인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내 순서가 돼서 조심스럽게 앞표지를 펴고 사인을 요청했다. 작가님이 조금 머뭇머뭇하면서 수줍게 사인을 해주셨다. 옆에서 세린이가 "글 쓰는 친구예요. 응원 멘트도 남겨주세요"같은 부탁을 해줘서 저렇게 메시지까지 남겨 주셨다. 고마워 친구야. 하하하. 작가님의 수줍은 사인과. 앞사람이 명함을 받아 가는 것을 봤기에 나도 용기를 내서 명함을 요청했다. 안 주실 줄 알았는데 주셨다. 크흡.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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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있는 작가님의 맺음말 제목이 인상 깊다. 
[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
아직 자신의 원고가 출판되지 않은 사람을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어느 곳에서도 아직은 원하지 않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을 작가라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은 마음으로 원고를 모으고, 그 원고를 소중히 모셔들고 먼저 부르지도 않은 출판사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릴 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책,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한다. 책을 내고 싶어 한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이 최신의 유행에 살짝 올라탄 것뿐이다. 계속해보지 뭐. 




열정이 뻗친 상태로 친구와 홍대 밤거리에 발을 디뎠다. 좀 걷자며, 한두 정거장을 걸었다. 정류장 앞에 한참 서서 우리의 미래를 응원했다. 뭐 하나 쉽게 풀리는 게 없다며 징징댔지만 둘 다 무엇인가가 쉽게 풀리기를 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의 뻘짓에 낄낄대며 지금까지 뭐 했냐고 낄낄대며 서로를 응원했다. 쉬지도 않고 떠들고, 정류장 앞에서 또 떠들고 떠들고 떠든 뒤에 버스에 오르는 나에게 친구가 말한다. "우리 곧, 또 만나"

그래 우리 열심히 살다가 금방 또 만나자.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한참 한참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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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약속, 여러 사람과의 만남. 생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행복했다 정말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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